[후기] <난민은 누구인가?> 김종철 변호사 강연

2015년 6월 30일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는 5월 29일 고려대학교에서 법학전문대학원과 일반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난민은 누구인가>라는 주제의 강의를 하였습니다. 5월 1일의 <난민보호와 국제인권메커니즘>에 이은 두 번째 강연에 어필의 전수연 변호사와 강지흔 인턴도 동행하였습니다.

[사진: 강연이 열린 고려대학교 신법학관]

이 날의 강연에서는 난민협약의 난민 정의를 설명하고, 관련 한국 판례와 난민법의 태도를 분석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1. 난민 정의

 근거 규범

 난민 정의

난민 협약 영어본

(Convention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

제 1조 A(2)

…owing to well-founded fear of being persecuted for reasons of race, religion, nationality, membership of a particular social group or political opinion, is outside the country of his nationality and is unable or, owing to such fear, is unwilling to avail himself of the protection of that country; or who, not having a nationality and being outside the country of his former habitual residence as a result of such events, is unable or, owing to such fear, is unwilling to return to it.

난민 협약 불어본

(Convention relative au statut des réfugiés)

제 1조 A(2)

…craignant avec raison d’être persécutée du fait de sa race, de sa religion, de sa nationalité, de son appartenance à un certain groupe social ou de ses opinions politiques, se trouve hors du pays dont elle a la nationalité et qui ne peut ou, du fait de cette crainte, ne veut se réclamer de la protection de ce pays ; ou qui, si elle n’a pas de nationalité et se trouve hors du pays dans lequel elle avait sa résidence habituelle à la suite de tels événements, ne peut ou, en raison de ladite crainte, ne veut y retourner

난민 협약

공식 국역본

제 1조 A(2)

…인종, 종교, 국적 또는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 및 이들 사건의 결과로서 상주국가 밖에 있는 무국적자로서 종전의 상주 국가로 돌아갈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종전의 상주국가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

난민법

제 2조 1호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외국인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에 거주한 국가(이하 “상주국”이라 한다)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무국적자인 외국인

난민을 정의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제법으로는 1951년의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하 ‘난민 협약’), 국내법으로는 2013년 시행된 <난민법>이 있습니다. 난민 협약의 경우 영어본과 불어본의 정본이 있는데,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33조 1항에 따라 난민 협약의 영어 정본과 불어 정본은 동등한 효력을 가지고 있으며, 헌법 제6조 1항과 비엔나 협약 제27조에 따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난민 협약 본문과 전문, 그리고 교섭기록 등의 추가적 자료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난민 협약은 국제 협력을 통해 난민을 확인하고 그들에게 일정한 권리를 보장하여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러한 인권 보호 의무는 일차적으로 국가에게 있지만, 국가가 인권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경우 국제 사회가 국가를 대신하여 난민을 대체적 보호하는 것입니다.

난민 협약은 “박해를 받을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우려”가 있는 사람을 난민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난민 협약은 과거에 박해를 받았다는 이유로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박해를 받을 것이라는 이유로 보호하는, 미래지향적 보호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난민 중지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난민 협약 제 1조 C (5) “난민으로 인정되게 된 관련사유가 소멸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거부할 수 없게 된 경우”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난민 협약은 난민을 정의하는 규정과 난민의 권리에 대한 규정으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난민 정의에 대한 규정은 난민이 되기 위하여 충족해야 하는 기준을 정의하는 포섭 조항, 난민이 더 이상 난민이 되지 않는 조건을 규정하는 중지 조항, 특정인이 포섭 조항의 적극적인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난민 협약의 적용을 배제하는 상황을 열거하는 배제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중지 조항] 난민 협약 제1조 제C항

C. 이 협약은 A의 요건에 해당하는 자에게 다음의 어느 것에 해당하는 경우 적용이 종지된다.

(1) 임의로 국적국의 보호를 다시 받고 있는 경우, 또는   (2) 국적을 상실한 후 임의로 국적을 회복한 경우, 또는   (3) 새로운 국적을 취득하고, 또한 새로운 국적국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경우, 또는   (4)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고 하는 공포때문에 정주하고 있는 국가를 떠나거나 또는 그 국가밖에 체류하고 있었으나 그 국가에서 임의로 다시 정주하게 된 경우, 또는   (5) 난민으로 인정되어온 근거사유가 소멸되었기 때문에 국적 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거부할 수 없게 된 경우. 다만, 이 조항은 이 조 A(1)에 해당하는 난민으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거부한 이유로서 과거의 박해에 기인하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을 원용할 수 있는 자에게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6) 국적이 없는 자로서, 난민으로 인정되어온 근거사유가 소멸되었기 때문에 종전의 상주 국가에 되돌아올 수 있을 경우. 다만 이 조항은 이 조 A(1)에 해당하는 난민으로서 종전의 상주국가에 돌아오기를 거부한 이유로서 과거의 박해에 기인하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을 원용할 수 있는 자에게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배제 조항] 난민 협약 제1조 제D, E, F항

D. 이 협약은 국제연합 난민고등판무관외에 국제연합의 기관이나 또는 기구로부터 보호 또는 원조를 현재 받고 있는 자에게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그러한 보호 또는 원조를 현재 받고 있는 자의 지위에 관한 문제가 국제연합총회에 의하여 채택된 관련 결의에 따라 최종적으로 해결됨이 없이 그러한 보호 또는 원조의 부여가 종지되는 경우 그 자는 그 사실에 의하여 이 협약에 의하여 부여되는 이익을 받을 자격이 있다.  E. 이 협약은 거주국의 권한있는 기관에 의하여 그 국가의 국적을 보유하는 데에 따른 권리 및 의무를 가진 것으로 인정되는 자에게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F. 이 협약의 규정은 다음의 어느 것에 해당한다고 간주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게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a) 평화에 대한 범죄, 전쟁범죄 또는 인도에 대한 범죄에 관하여 규정하는 국제문서에 정하여진 그러한 범죄를 범한 자.  (b) 난민으로서 피난국에 입국하는 것이 허가되기 전에 그 국가 밖에서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범한 자.  (c) 국제연합의 목적과 원칙에 반하는 행위를 행한 자.

난민 정의를 분석해 보면 4가지 요소로 구별해 볼 수 있습니다. 1) 국적국 밖에 있어야 하며, 2) 5가지 사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어야 하고, 3)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하며, 4)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그 보호를 받기를 원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 4가지 요소 및 이와 관련된 쟁점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진: 1951년 난민 협약]

   2. 국적국 밖에 있을 것

난민 협약에는 난민이 ‘국적국 밖에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배타적인 내부 관할권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 주권의 원리 때문입니다. 또한, 난민이란 대체적 보호의 개념일 뿐입니다. 국가가 개인을 보호할 수 있는 경우에는 난민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박해와 국적국의 떠남 사이에 인과 관계가 필요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난민 보호란 미래지향적 보호이기 때문에, 돌아갈 때 박해를 받을 것이라면 난민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쟁점이 바로 ‘현지 체재 중 난민’(refugee sur place)의 개념입니다. 현지 체재 중 난민이란 본국을 떠난 당시에는 난민이 아니었지만 이후에 난민이 된 사람을 말합니다. 난민 자신의 행동 등의 주관적 사정 변경 때문에, 또는 국가의 법률, 제도, 정치적 상황 등의 객관적 사정 변경 때문에 ‘현지 체재 중 난민’이 될 수 있습니다.

주관적 사정 변경의 경우, 그 성격 때문에 이를 남용하는 자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1) 독일 등에서는 비호국에서의 난민신청자의 행동은 국적국에 있을 때 이미 표현했던 확신의 연장이거나, 그 때 가졌던 확신의 표현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2) 뉴질랜드 등에서는 난민신청자의 선의를 요구하고 있으며, 3) 우리나라 등에서는 신빙성 판단에 이를 고려하여 난민신청자에 불리하게 보기도 합니다. 한편, 4) 호주나 유엔난민기구처럼 위 세 가지 제한을 모두 인정하지 않고,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하는 입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법원은 “…난민은 국적국을 떠난 후 거주국에서 정치적 의견을 표명하는 것과 같은 행동의 결과로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발생한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는 것”(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7두19539 판결)이라고 판시한 바 있으며, 서울고등법원은 “…비록 원고들에게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한 의도가 포함되어 위와 같은 활동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미얀마 당국으로부터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이를 달리 볼 수 없으며”(서울고등법원 2010. 11. 2. 선고 2009누26199 판결)라고 판시하는 등, 주관적 사정 변경 시 선의가 없더라도 현지 체재 중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이를 신빙성 판단과 결합하여, 선의가 없을 경우에는 국적국의 주목을 받을 수 없으므로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는 등 결국 선의가 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관련된 또 다른 쟁점으로 난민신청자가 공항에서 신청을 한 경우를 논할 수 있습니다. 공항을 소위 ‘국제 구역(international zone)’이라고 부르면서 공항에서의 난민 신청에 대해서는 심사를 거부하는 관행이 있지만, 유럽인권재판소의 France v. Amurr 판결에서 이를 비판하였습니다. 한국은 2013년 시행된 난민법을 통해 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하는 절차를 마련하였으나, 여전히 불법적으로 구금되는 문제, 변호인 접견의 문제, 난민인정심사를 받는 문제, 구금된 상태에서 비인도적인 처우를 받는 문제 등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난민 신청자가 불법으로 입국하거나 불법으로 체류 중이라면 어떨까요? 난민협약 제31조 제1항에서는 체약국이 난민 신청자가 “불법으로 입국하거나 또는 불법으로 있는 것을 이유로 형벌을 과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만일 이를 이유로 처벌할 경우, 난민 신청을 하지 못하게 되어 난민 신청 제도 자체가 무용화 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사람이 불법으로 입국하고 체류했을 시에는 즉시 당국에 가서 스스로 말을 해야 이러한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유효한 여권을 발급받아 문제 없이 본국을 출국했다고 해서 난민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난민 협약의 핵심적인 요소에 대한 설명과 지침을 담고 있는 유엔난민기구의 “난민 지위의 인정 기준 및 절차 편람”에서는 “난민이 되기 위하여 국적국 밖에 있어야 하는 요건은 반드시 신청인이 국적국을 불법적으로 떠났어야 하고 또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 때문에 그 국가를 떠났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법원에서도 일반론적으로는 위와 같은 취지를 받아들여 판단한 경우도 있으나, 반면에 이를 난민 진술의 신빙성과 연관지어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는 판례 또한 많아 일관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진: 열심히 강의 중인 김종철 변호사]

   3. 돌아갈 때 난민 협약상의 사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을 것

난민 협약에서는 박해에 대한 5가지의 사유로 “인종, 종교, 국적 또는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종”과 “종교”의 경우 최대한 포괄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종은 단순히 피부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종차별철폐협약에서 언급하는 “인종, 피부색, 가문 또는 민족이나 종족의 기원에 근거를 둔 어떠한 구별, 배척, 제한 또는 우선권”을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인종일 것입니다. 종교의 경우, 전통적인 의미의 종교가 아닌, 유신론, 무신론, 종교를 표현하는 방법 등이 포괄되어야 할 것입니다. 난민 협약의 취지는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넓게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국적”이라는 표현의 경우, 영문 정본에서는 “nationality”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Nationality라는 단어가 국적을 의미하는지, 민족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nationality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인종차별철폐협약의 경우 이를 민족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으며, 유엔난민기구 편람 역시 국적/민족으로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난민 협약에서의 nationality는 국적과 민족 둘 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하며, 이것이 유엔난민기구 및 판례의 입장이기도 합니다.

다섯 가지 사유 중 제일 쟁점이 되는 사유는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이라는 개념입니다. 이와 같은 불확정 개념은 정의 규정을 넓힐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난민 협약은 제 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에 있는 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6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를 개정하거나 새로운 조약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이와 같은 불확정 개념을 적절히 활용하여 새로운 형태의 난민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이라는 표현을 해석하는데에는 네 가지 접근 방식이 있습니다. 1) 내재적인 접근은 카스트 계급 등 생래적이어서 변경이 불가능한 특질로 묶여지는 집단이나, 노조 지도자, 인권 운동가 등 변경 가능하지만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에 핵심적이거나 역사적인 영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변경을 하도록 할 수 없는 특질로 묶여지는 집단으로 해석하는 접근입니다. 2) 외재적인 접근은 이를 외부에서 보았을 때 사회 전체에서 그 집단을 구별하여 인식하도록 할 공통점이 있는 집단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3) 한편, 내재적인 접근 또는(or) 외재적인 접근 둘 다 포괄하여 해석하는 방식이 있으며, 4) 내재적인 접근 그리고(and) 외재적인 접근 모두를 요구하여 해석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판례의 경우, 특정 사회 집단에 대해 정의를 내린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특정 사회 집단 구성원에 해당하는 사안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정치적 견해”의 경우, 관련하여 먼저 양심적 병역 거부의 문제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일 경우, 종교적 이유로 인해, 또는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은 전쟁에 참여하도록 요구를 받을 때 난민이 될 수 있습니다. 병역기피자가 모두 난민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종교나 정치적 견해로 인한 박해일 경우 난민이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또 다른 쟁점으로 “전가적 정치적 견해”라는 개념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전가된 정치적 견해란, 본인이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박해하는 주체가 이 사람이 어떠한 정치적 신조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반군에게 단순히 인도적 차원에서 음식을 제공했을 경우, 정부군이 이를 반군에 동조한 것으로 보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치적 견해로 인한 기소(와 처벌)의 경우, 유엔난민기구 편람 제86항에서는 기소 내지 처벌이 자의적이거나, 인권에 반하거나, 비례적이지 않거나, 단순히 정치적인 견해를 이유로 괴롭히고자 하는 명분에 불과한 경우에는 박해라고 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개인이 정치적 견해로 인해 국내법에 따라 기소 및 처벌이 된다고 난민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기소 및 처벌이 차별적이거나 비례적이지 않은 경우 등에는 박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박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박해에 대한 정의를 내릴 때에는 인권 보호 및 대체적 보호라는 난민 협약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여야 할 것입니다. 만일 박해를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보았을 때, 과연 심각한 인권 침해는 어디까지라고 볼 수 있을까요? 예전에는 권리를 침해불가능한 자유권과 침해가능한 자유권, 그리고 사회권으로 나누어, 침해불가능한 자유권의 경우 침해 자체를 심각한 침해라고 보았고, 침해가능한 자유권과 사회권의 경우 조금 더 엄격한 조건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3분설을 비판하며, 박해에 해당하는 인권 침해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자유권 등으로 인권의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세계인권선언에 해당하는 그 어떤 권리라도 침해를 당하고 있다면 인권 침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분석적으로 접근하여, 권리가 차별적으로 침해가 되었는지, 그 침해가 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지, 비례적인지를 검토하여야 할 것입니다. 누적적인 검토 또한 필요할 것입니다. 일시적으로 일할 권리나 교육에 관한 권리를 제한하였다고 모두 박해로 볼 수는 없지만, 이를 종합하거나 누적하면 박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개별적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동일한 인권 침해라고 하더라도, 아동 등 취약한 대상에 대한 침해라면 박해가 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판례의 경우, 박해에 대하여 “생명, 신체 또는 자유에 대한 위협을 비롯하여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나 차별을 야기하는 행위”(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7두3930 판결)라는 모호한 정의를 내릴 뿐만 아니라, 개별적인 사안에서는 심각한 인권 침해에서 심각성을 너무 엄격하게 파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해서”라는 표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난민 협약에서는 “…을 이유로”(owing to)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박해와 박해의 사유 사이의 관련성을 nexus라고 합니다. 난민 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다섯 가지 이유가 박해의 유일한 원인이어야 하는지, 핵심적인 원인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하나의 원인이어도 족한지, 그리고 박해의 직접적인 원인이어야 하는지, 간접적인 원인이어도 되는지에 대한 다양한 학설과 판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난민 협약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해보았을 때, 박해의 여러 원인들 중에 협약상의 사유가 하나 이상 들어가 있으면 관련성을 인정하기에 족하다고 보아야 하며, 난민 협약 사유와 박해 사이에 간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도 인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판례에서는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여, “그와 같은 간접적이고 비본질적인 관련성만으로는… 박해를 받을 위험있다고 보기 힘들다”(서울행정법원 2010. 10. 28. 선고 2009구합54352 판결)고 판시하는 등 아직까지는 박해와 박해 사유 사이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진: 열심히 강의 중인 김종철 변호사]   

4. 박해에 대한 우려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것

영문 정본은 박해에 대한 우려에 대해 “well-founded fear”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불문 정본은 “craignant avec rais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국문 번역본에서는 “충분한 이유 있는 공포”라고 번역하고 있으며, 난민법에서는 “충분한 근거”라고 제정되었습니다.

그러나 “well-founded fear”는 “ill-founded fear”의 반댓말로 여겨지기 때문에, 충분한 근거보다는 합리적 근거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충분한 근거에서는 합리적 근거보다 더 높은 입증 정도가 요구됩니다. 그러나 선진국 판례의 태도를 보면 많은 경우 난민 신청 시 reasonable possibility만 있으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박해를 당할 가능성이 10% 이상”이라는 확신이 들면 난민 신청자의 박해에 대한 우려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합리적인 정도의 입증 기준을 넘겼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INS v. Cardoza-Fonseca, 480 U.S. 421 (1987)) 하지만 우리나라 판례의 경우 아직까지 입증 정도에 대한 판단을 한 바가 없을 뿐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 높은 입증 정도를 요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편, 난민 사건의 경우 증거 수집이 어렵고, 오판의 경우 생명이 위험하며, 미래지향적인 보호를 지향한다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이처럼 난민이 처한 독특한 상황으로 인해 객관적인 자료가 부재한 난민 사건의 경우에는 당사자의 진술이 증거 능력이 있습니다. 이 때 난민 신청자의 진술의 증거 가치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 진술의 신빙성 판단입니다.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에는 진술의 일관성과, 객관적으로 밝혀진 사실과의 부합성, 진술의 설득력, 그리고 난민 신청자의 태도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난민의 경우, 난민의 사회심리적 취약성과 문화적 차이로 인해 진술의 일관성, 부합성, 설득력이 영향을 받거나, 부적절한 통역이나 억압적인 분위기 등의 적법절차 부재로 인하여도 신빙성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술이 의심스러울 때는 난민에게 유리하게(benefit of the doubt) 판단되어야 합니다. 즉, 난민 신청자의 진술이 객관적으로 알려진 상황과 ‘대체적’으로 부합하고, 그 진술에 ‘어느 정도’도 일관성이 있으면 신빙성을 인정해야 하고, 세세한 부분의 비일관성과 불일치를 가지고 신빙성을 부정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입증 정도에 대한 정치한 분석을 내놓은 바가 없으나, 난민 신청이 진행되는 행정 소송은 민사 소송법을 준용하기 때문에 민사 소송법의 높은 입증 정도가 적용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난민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난민을 위해 난민 진술의 증거 인정을 마련하였지만, 오히려 신빙성 판단을 통해 난민에게 부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난민 정의와 무관한 사정에 기초하여 신빙성을 판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5. 국적국의 보호 부재

난민이 되기 위한 마지막 요건은 국적국의 보호가 부재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난민 협약에서는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 및 이들 사건의 결과로서 상주국가 밖에 있는 무국적자로서 종전의 상주 국가로 돌아갈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종전의 상주국가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난민법에서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에 거주한 국가(이하 “상주국”이라 한다)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무국적자인 외국인”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박해의 주체가 되는 경우에는 국적국의 보호가 당연히 부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가가 박해의 주체가 되는 경우는 2001년 International Law Commission이 발간한 국가 책임에 관한 규정 초안 제4조 내지 제11조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비국가행위자도 박해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요? 국가를 주체로 명시한 유엔고문방지협약 등과 달리 난민협약에는 박해의 주체에 대한 언급이 없으므로, 박해의 주체에는 비국가행위자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비국가행위자가 박해의 주체가 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보호의 필요성이 생기기 때문에, 인권 보호라는 난민 협약의 목적과 취지를 보았을 때에도 비국가 행위자 역시 박해의 가해자로 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비국가행위자가 박해의 주체가 되었을 때, 언제 국가의 보호가 없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 때는 국가의 보호 능력과 의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1) 국가가 failed state인 등 개인을 보호할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국가의 보호가 부재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2) 국가가 보호할 능력이 있을 때에는 국가가 난민 신청자를 보호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요건 중 하나만 부족할 경우에는 국적국의 보호가 부재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난민 신청자가 국적국을 떠나기 전에 보호를 구했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미래지향적 보호라는 난민 협약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할 때, 난민 정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당시를 기준으로 국적국의 보호할 능력과 보호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면 족합니다. 물론 국적국을 떠나오기 전에 당국의 보호를 요청했고 그것을 거부 당한 경험이 있다면, 판단 당시 국적국의 보호 능력과 의사를 입증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판례의 경우, 비국가행위자의 박해의 주체성은 인정하지만, 그 구체적인 적용에 있어서는 국적국에 보호 능력과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정치하게 따져 보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경우에 따라서는 국적국에 있을 당시 정부에 보호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장을 배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편, 대안적인 국내 피신에 대해서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는 난민 협약의 목적과 취지가 대체적 보호이기 때문에 논의가 되는 부분으로, 외국에서 피난처를 찾기 전에 국적국의 다른 지역에서 안전한 곳이 있다면 그 곳으로 피신을 하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대안적인 국내 피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먼저 1) 대안적 지역에 법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접근이 가능하여야 합니다. 또한, 2) 이 대안적인 지역에서는 원래 받았던 박해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이는 상기 기술된 국가의 보호 능력과 의사의 문제와 연결지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3) 대안적인 지역에서는 원래 받았던 박해뿐 아니라 다른 박해로부터도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원래 받았던 박해로부터는 자유롭지만, 또 다른 박해가 있는 지역이라면 이는 대안적인 지역이 될 수 없습니다. 4) 또한, 대안적 지역에서는 난민 협약에서 규정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대안적 지역이 이와 같은 조건을 갖추었다는 점은 상대방이 구체적으로 입증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판례의 경우, 대부분은 대안적 국내 피신이 갖추어야 할 요건을 전혀 분석하지 않고 막연히 국적국의 다른 곳으로 피신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 강연에 함께한 고려대학교 학생들]

<난민은 누구인가?> 강연을 통해 난민 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난민의 정의를 살펴보고, 이를 국내에서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쟁점들을 다루어 볼 수 있었습니다. 난민 협약의 목적과 취지가 난민에 대한 인권 보호인 만큼, 난민 협약을 난민협약의 정신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5기 인턴 강지흔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관련 활동분야

난민 관련 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