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15 난민영화제 “난민, 우리 곁에 있습니다”

2015년 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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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일은 유엔난민기구가 지정한 ‘세계난민의 날’입니다. 2011년 한국의 난민지원 단체들의 연대 모임인 난민지원네트워크는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 60주년을 맞아 공동으로 난민의 날 행사를 개최한 이후, 매년 난민에 날에는 10여 개의 난민지원단체들이 함께 대중들에게 난민에 대해 알릴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해 왔습니다. 2015년 난민의 날을 맞이하여서는 공익법센터 어필의 주관으로 한국 최초로 난민 영화제를 기획하게 되었는데요, 그 뜨거웠던 현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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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난민, 우리 곁에 있습니다’ 함께하는 난민영화제 현수막

난민영화제가 열리다

6월 20일, 한국 최초의 난민영화제가 열리는 아침, 신촌 아트하우스 모모에는 고요하지만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대답해줘’의 김연실 감독은 마지막까지 테스트 상영에 열중이었고, 영화제 준비위원회는 영화제 부스 설치에 한창이었는데요. ‘궂은 날씨에 많은 분이 와주실까?’ 하는 걱정도 잠시, 이내 오프닝 행사와 첫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인 ‘이국에 살다: 일본 속의 버마인’을 보기 위해 찾아주신 관객분들과 손님들로 영화관이 가득 찼습니다.

[사진 2] 영화제 시작 전 작품을 테스트 상영하고 있는 김연실 감독

[사진 3, 4] 영화제 부스와 영화제를 찾아주신 관객분들로 가득찬 아트하우스 모모

오프닝 행사는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가수 정동하씨(링크포함), 광주대학교 교수이자 아시아태평양난민인권네트워크 동아시아 대표인 콩고난민 욤비씨(링크포함),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보내온 축하 및 응원메시지로 영화제의 시작을 열었습니다. 이어서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의 더크 헤베커 대표, 국제이주기구 한국대표부 박미형 소장, 난민지원네트워크의 김성인 대표의 축사가 이어졌고, 오프닝에 참석해주신 분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것으로 영화제의 막이 정식으로 올랐습니다.

[사진 5, 6] 오프닝 이모저모, 그리고 기념촬영

첫번째 영화, 이국에 살다(부제: 일본 속의 버마인)

드디어 첫 영화인 ‘이국에 살다'(부제: 일본 속의 버마인)가 시작했습니다. 아침부터 많은 분이 오셔서 영화를 감상하셨는데요. ‘이국에 살다’는 일본감독인 도이 도시쿠니가 14년 동안 미얀마 출신 난민을 동행하여 찍은 영화입니다.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옆 나라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높은 난민 정책의 벽, 이국에서의 민주화 투쟁 속 방황과 고뇌, 가족과의 이별과 재회 등의 과정을 통해 관객분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이국에 살다’ 후에 열린 ‘난민과의 대화’에서는 미얀마 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 대표이자 난민인 내툰나잉씨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박영아 변호사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왜 한국을 선택해서 왔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 난민의 입장으로 답변해주신 내툰나잉씨는 특히 자신들이 한국에서 하는 일에 대해 표현하며 “자국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는 이들이 목숨을 걸고 있고, 우리는 여기에서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 등을 주로 도와주고 있다.”라며 국내외에서 노력하는 민주화 운동가들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과거에 민주화를 겪었던 나라로서 미얀마의 민주화 이야기와 이런 일들이 어떻게 난민으로서의 삶과 연결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당사자에게 들을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사진 7, 8] 난민과의 대화가 진행 중인 모습

두 번째 영화 : 대답해줘

두 번째 영화는 한국의 콩고 난민 가족, 특히 아동들의 이야기를 그린 김연실 감독의 ‘대답해줘’였습니다. ‘대답해줘’는 예전에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도 상영되었던 작품인데요. 난민 아동들과 가족들의 불안정한 현실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임에도 불구하고 순진무구하고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상영관에서는 때로는 웃음이, 때로는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대답해줘’의 관객과의 대화는 ‘감독과의 대화’로 이루어졌습니다. 에코팜므의 박진숙 대표의 진행으로, 영화에 등장한 난민 베스(가명)씨, 그리고 영화를 찍은 김연실 감독이 패널로 참여 하였습니다. 영화 속의 아이들이 한국 음식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엄마인 베스씨는 자신은 콩고음식을 주로 하는데 아이들은 잘 안 먹고 오히려 한국식을 더 좋아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영화 속의 모습처럼 아이들이 자신을 한국인으로 느끼는 모습 중 하나였지요.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콩고로 갈 것이냐는 질문에, 엄마 본인은 그러고 싶지만, 아이들 생각을 잘 모르겠고 아마 부정적이지 않을까 하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직접 연출하신 감독의 의도된 장치나 의미에 대한 질문 등이 활발하게 오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진 9, 10]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 중인 패널들과 참여하는 관객들

마지막 상영작 ‘뷰티풀 라이’ 전에는 약간의 빈 시간이 있었는데요. 이 시간은 영화제에 참여하신 분들이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휴식시간이었습니다. 이주여성들의 자립을 돕는 단체인 에코팜므는 영화제 데스크 옆에서 손수 이주여성들이 만든 물건들을 판매를 하였고, 패브릭스에서는 보트피플을 응원하는 캠페인과 큰 판넬인 ‘나는 로힝야입니다’로 대중들의 인식을 제고하는 캠페인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난민영화제를 주최한 난민지원네트워크에 소속된 여러 단체들의 소개 및 작은 기념품을 가져갈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었는데요. 이 외에도 영화제에 참석한 관객들과 소통을 하며 영화에 대한 소감을 나누는 등 보람찬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사진 11] 이야기를 나누는 난민 A씨(가명)과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 김연실 감독 

[사진 12] 영화제의 묘미였던 부스들! 

세 번째 영화 : 뷰티풀 라이

마지막 영화는 ‘뷰티풀 라이’라는 영화로 올 3월에 한국에서 이미 개봉했던 영화였습니다. 뷰티풀 라이는 1987년에 발생한 수단의 내전으로 케냐의 난민촌으로 도피한 난민 아이들이 13년 후 ‘재정착난민제도’로 미국에 가게 된 후, 낯선 곳에서 적응하는 모습을 그리는 영화입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여배우 리즈 위더스푼이 나오고, 난민 역은 실제로 난민 출신인 배우들이 기용되어 화제가 되었던 영화입니다. 

‘뷰티풀 라이’ 상영 후에는 ‘활동가와의 대화’ 행사가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한국 시민단체에서 활동가로서 현장에서 난민들을 조력하는 활동을 하는 난민인권센터의 류은지 팀장과 피난처의 이재린 간사를 초청해,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의 진행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이루어졌습니다. 많은 관객들이 질문 홈페이지를 통해 질문사항을 보내주셨는데요, 한국의 난민 현실에 대한 질문들도 있었고, 다양한 방면에서 일반 시민들이 어떻게 난민들을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류은지 팀장은 답변으로 직접 관련 단체에서 일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상황과 여력에 따라 그런 일을 하는 단체와 사람들을 응원하고 지원해달라는 말로 부탁했습니다. 

[사진 13] 질문에 열정적으로 답변 중인 류은지 팀장

메르스로 전국이 어수선하고, 비까지 와서 걱정하였는데 많은 분들이 찾아와서 함께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대답해줘’와 ‘뷰티풀 라이’는 영화표 매진이라는 기염을 토했는데요! 지나가다가 ‘난민영화제가 뭐지?’하고 현장에서 바로 표를 구매하여 관람한 후, 좋아하는 분들도 있었고, 상영이 끝나고 나올 때 눈물을 흘리며 나오는 분들도 있었고, 영화제를 넘어 더 다양한 기회로 작품들을 만나고 싶다고 문의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늘 뉴스나 대중매체를 통해 ‘지중해 난민 참사,’ ‘한국의 난민법’ 같은 딱딱하고 무거운 틀에서만 전해들을 수 있던 난민들의 모습을 더 가깝고 친근한, 우리의 ‘곁’에 있을 것 같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사진 14] 진솔한 후기를 남겨주시는 관객분과 발자취들

많은 분들이 남겨주셨던 감동적인 후기 

마지막으로 사진처럼 현장에서 포스트잇으로, 혹은 페이스북 계정으로 영화 소감을 올려주신 분들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함께하며 보내주신 많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각각 다른 처지와 삶의 난민의 이야기를 공감해주신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 서로의 ‘곁’에 있는 그런 따듯함을 느낄 수 있는 6월 20일, 앞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난민영화제였습니다. 앞으로도 또 다른 기회로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포스트잇으로 전해주신 영화제 후기]

-신문 활자로만 접하던 ‘난민’을 사람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내 안의 이방인, 이방인 안의 내모습 동일하구나

– 생각하지도 못한 영역이었는데, 이번 영화제를 통해 ‘난민’에 대해 인식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집에 가면서 더 찾아봐야겠어요.

– 비내리는 토요일, 스크린 너머로 접하는 난민의 이야기가, 그저 먼 타인의 것은 아닌 것 같아 생각이 많아지네요. 잘 보고 갑니다.

– 내년에도 꼭! 이 영화제 했으면 좋겠어요

– 버마 난민의 일본 정착기 보면서 눈물이 났어요.

– 정말 멋진 영화제, 2016, 2017, 2018 계속 쭉!

– 2년가까지 NGO에서 미얀마 사업을 관리하며 엄청난 속도의 변화를 간접경험했습니다. 지금도 조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 헌신하고 있는 버마인들을 응원합니다.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에요. 

– 다큐멘터리지만 흥미진진한 난민의 삶에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보는 내내 입가엔 미소가, 마음에는 뭔가 꿈틀대는 것이 있었습니다. 좋은 영화 만들어주시고 누릴 수 있는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난민에 대해 알 수 있는 이러한 기회가 많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난민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한 대한민국에 던지는 아이들의 질문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 영화제 짱짱 재미있어용

– 영화 굉장히 재밌었어요. 난민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게 많았습니다. 정말 오길 잘했어요!

– 사랑스런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정말 좋았습니다. 감사하고, 아이들이 그리고 그 가족들의 한국에서,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 좋은 영화 잘 보았습니다.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뀔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난민이 고통받지 않는세상!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 세계 어느나라에서나 민주화의 길은 멀고도 험하네요.

 

페이스북으로 전해주신 영화제 후기

“정말 유익하고 뜻깊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매년 관심을 가지고 적극 참석하고 싶네요!! 난민에 대해 아는게 거의 없었는데 하루만에 많은걸 깨닫고 배우고 왔습니다. 영화제를 보니 얼마나 신경써서 준비하셨는지도 느껴졌구요. 앞으로도 화이팅입니다!!” – 서정태 님

“특별하고 귀한 자리 마련해 주셔서 감사해요. smile 이모티콘 관심은 있었으나 조금은 낯설었던’난민’을 더 알아갔던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그들 또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며, ‘대한민국’이라는 국적을 가지고 ‘대한민국’ 영토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도 어쩌면 ‘난민’일 수 있겠다(?)는 나름의 통찰 또는 궤변도 갖게 된 자리였답니다. ;;  수고하며 섬기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격려와 감사를 전하며… ^^” – 전형민 님

“기말레포트 버리고(크흑ㅜ) 떠나온 이 곳에서 마주한 너무 좋았던 시간. 이 영화제가 좀 더 알려져서 2회,3회 더더욱 나아가고, 더 영향력있는 행사로 자리잡기를.

공감의 힘은 얼마나 큰 것일까. 아픔을 가진 사람이 누군가를 감싼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일까. 일본에 사는 버마 난민들이 충분히 편히 살 수 있지만 여전히 정치적 활동을 하는 이유는 조국에 남은 이들의 아픔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공감하기 때문에. 넉넉치 않은 형편으로 살아가는 버마 난민들이 일본 수해민들을 도울 수 있는 것 역시도 공감하기 때문에, 자신들도 아파보았기때문에.

버마 난민들이 갖고 있는 신념과 그들의 깊이를 보다보면 다큐멘터리 제목인 <이국>에서 산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들은 이국에서 살고 있을까, 난민들은 ‘이국’의 사람들일까.” – 김경미 님

   (9기 인턴 김수연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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