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염전 노예 사건으로 본 인신매매방지법의 필요성

2014년 3월 10일

염전노예사건이 인신매매이지만 인신매매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

-염전노예사건의 심각성과 인신매매 방지 특별법의 필요성

김종철(공익법센터 어필)

1. 염전 노예 사건의 심각성

가. 염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이졌는가?

2014년 2월 4일 밝혀진 바에 따르면, 한 시각장애인은 신안 염전에서 1년 6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하고 감금을 당한 채 일을 하였으며, 지적 장애인 채모씨는 5년 동안 강제노역과 구타 등 가혹행위에 시달렸고 하루 5시간 이상 잠을 자지도 못한 채 무보수로 염전 일 뿐 아니라 신축 건물 공사, 집안 일 등을 하였다. 이들은 아파도 쉬지 못하고 폭행과 협박 등 가혹행위를 당하며, 추운 날씨에도 변변한 장갑도 없이 떨어진 장화를 신고 일을 하였지만 임금은 물론 여유로운 식사시간도 보장받지 못했다. 2월 4일 이후 실시된 민관합동조사에 의해 추가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염전 등으로 유인한 노숙자에게 술을 제공하고 성매매를 하도록 하여 많은 빚을 지게 한 뒤 이를 핑계로 월급도 주지 않고 수년 동안 일을 시켜온 경우도 있었다.

또한 지역 주민은 염전 노예의 실상을 알면서도 묵과하였을 뿐 아니라, 염전의 노예노동에서 탈출을 시도한 경우에는 염주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택시 회사 역시 이들이 탈출을 위해 택시를 탄 경우 다시 이들을 염전으로 데리고 와서 탈출을 막기도 하였다.

▲ 사진 : 일요시사(2014.2.17.)

나. 이들은 어떻게 염전으로 오게 되었나?

이들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자리를 주겠다’는 ‘직업소개소 직원’의 거짓말에 속아 염전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 중 상당수는 무허가 직업 소개업자들이 지체 장애인이나 노숙자들에게 접근하여 고액의 임금을 준다고 속이며 이들을 유인해 염전과 김양식장에 팔아넘기는 것이었다. 염주는 직업 소개업자들에게 소개료를 지불하고 노동자들을 넘겨받았다.

다. 수사기관은 왜 인신매매로 입건을 하지 않나?

이 사건이 밝혀진 후 같은 달 10일 민관합동조사를 통해 위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 370명을 발견하였다. 발견된 370명 중에는 실종이나 가출한 사람이 102명이었고, 장애인도 49명이나 되었다. 또한 미등록 외국인도 7명이 있었다. 이들이 발견된 장소는 염전(169명), 양식장(37명)이 가장 많았고, 지역별로는 전남(223명)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었다.

2014년 3월 현재, 6년간 정신 지체장애인 박모씨에게 염전에서 일을 시키고도 임금 8,000만원을 지급하지 않고 장애수당 1,100만원을 가로챈 피의자에 대해서는 준사기와 횡령으로 입건하였다. 또한 1년 4개월 동안 지적장애인 이모씨에게 임금 1,500만원을 지불하지 않은 피의자는 준사기로 입건하였으며, 2년간 강제노동을 시키고 피해자들을 수시로 폭행하다 일제 수색이 시작되자 4일간 피해자들을 은닉한 피의자는 감금 및 폭행으로 입건하였다. 서울역에서 피해자를 유인하여 15년간 염전에서 일을 시키고 임금 7,000만원을 지불하지 않은 피의자 역시 유인 및 준사기로 입건하였다. 이처럼 염전 등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른 업주들에 대해서 1명을 구속하고, 18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등 19명을 수사 중이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직관적으로 보아도 위와 같은 행위는 인신매매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위 피의자들 중에는 아무도 형법상 인신매매로 입건된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2013년 형법 개정을 통해 인신매매에 관한 조항이 신설이 되었는데도 말이다. 형법상 인신매매죄로 이들을 처벌할 수 없는가? 이 물음에 답하기에 앞서, 과연 위와 같은 행위가 인신매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2. 팔레르모 의정서상의 인신매매의 정의와 신안 염전 노예 사건

가. 인신매매란 무엇인가?

2000년 12월 서명을 했고 2014년 3월 10일 현재 159개국이 비준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아직 비준하지 않은 유엔 국제조직범죄방지협약의 부속서인 ‘인신매매, 특히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 예방, 억제, 처벌을 위한 의정서’(팔레르모 의정서라고도 함) 제3조는 인신매매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1)착취의 목적을 위해서, 2)협박이나, 폭력이나 다른 강제력을 사용하거나, 납치하거나, 사기하거나, 기망하거나, 권한의 남용하거나, 취약한 지위를 남용하는 등의 수단으로, 3)사람을 모집하거나, 운송하거나, 이동하거나, 숨기거나, 인수하는 행위인데, 1)´ 착취에는 최소한 다른 사람을 성매매 시켜서 착취하거나 기타 성적으로 착취하는 것, 강제노동을 시키는 것, 노예상태에 두는 것, 유사노예제에 두거나 그 관행을 하게 하는 것, 예속 상태에 두는 것, 장기를 적출하는 것 등을 포함한다.

따라서 팔레르모 의정서에 따르면 1)강제노동 등 착취라는 목적, 2)취약한 지위를 남용하는 등의 수단, 3)이동 등의 행위가 있어야 한다.

  나. 피해자의 동의가 있어도 인신매매가 성립될 수 있는가?

그리고 수단과 관련해서 아동이 피해자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수단이 없다고 하더라도 인신매매에 해당하며(즉, 아동의 경우에는 강제노동 등 착취의 목적과 이동 등의 행위가 있다면 취약한 지위 남용과 같은 수단이 없다고 하더라도 인신매매에 해당한다), 위와 같은 수단이 있을 경우에는 피해자가 착취에 관해 동의를 했더라도 인신매매에 해당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다. 염전 노예 사건은 인신매매인가?

따라서 신안 염전 노예 사건에서 관련 피의자들은 피해노동자들을 강제 노동, 노예 상태, 채무 노예 같은 유사노예제에 두거나 그 관행을 하였으며 예속 상태에 두는 등 착취의 목적을 위해 사기, 기망, 취약한 지위를 남용 하는 등의 수단으로, 사람을 모집하거나, 이동하거나, 숨기거나, 인수하는 행위를 한 것이므로 설사 피해자들의 동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팔레르모 의정서상 인신매매에 해당한다.

그런데 왜 상식적으로도 인신매매에 해당하고, 팔레르모 의정서상의 인신매매의 정의에 따르더라도 인신매매로 볼 수 밖에 없는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을 왜 수사기관은 인신매매로 입건을 하지 않는 것인가?

   3. 형법상 인신매매 조항의 문제점

가. 인신매매에 관한 형법은 어떻게 개정이 되었는가?

앞에서 언급한 유엔 국제조직범죄 방지협약과 그 부속서인 팔레르모 의정서의 국내 이행을 위한 입법을 촉구하는 유엔 인권 기구와 시민사회의 압력 및 요구에 따라 한국 정부는 2013년 4월 5일 인신매매에 관한 형법 조항을 개정하였다.

관련 장(章)명을 “약취와 유인의 죄”에서 “약취, 유인 및 인신매매의 죄”로 변경하여 인신매매 관련 처벌조항을 신설하는 하였다. 단순히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였고, 추행, 간음, 결혼, 영리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국외이송, 노동력 착취, 성매매와 성적 착취, 장기적출 등을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하는 경우에는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개정된 형법의 인신매매 조항은 팔레르모 의정서에서 규정한 포괄적인 인신매매 정의 규정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여, 그 동안 팔레르모 의정서에 대한 이행입법이 없어서 불처벌(impunity) 되었던 행위들이 여전히 처벌되지 못하고 있다.

▲ 사진: 파이낸셜뉴스(2014.2.7.)

 

나. 인신매매에 관한 형법개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인신매매에 대한 자세한 정의 규정 없이,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처벌한다”라고 규정한 것이다. 형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피의자가 예측불가능할 정도로 형법의 조항을 확대 해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처벌한다”라는 규정 역시 문리적으로 해석을 하거나 인신매매죄의 신설로 삭제된 ‘부녀 매매죄’의 매매의 해석례에 따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전적인 정의에 따르면 매매는 무엇을 사고 파는 일이며, 부녀 매매죄에 대한 법원의 해석도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크게 다르기 않다(대법원 1992.1.21. 선고 91도1402).

“부녀매매라 거래 일방인 매도자가 그의 완전한 사실상의 지배하에 있는 부녀를 (추업에 사용할 목적으로) 물건처럼 대가를 수수하고 상대방의 사실상의 지배하에 옮기는 것으로서 본죄의 성립여부는 매도인이 매매 당시 부녀자를 실력으로 지배하고 있었는가 여부 즉 계속된 협박이나 명시적 혹은 묵시적인 폭행의 위협 등의 험악한 분위기로 인하여 보통의 부녀자라면 법질서에 보호를 호소하기를 단념할 정도의 상태에서 그 신체에 대한 인계인수가 이루어졌는가의 여부에 달려있다”

여전히 강제력과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대가 관계가 핵심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은 성매매 목적 인신매매에 관한 정의 규정을 따로 두고 있기 때문에 앞의 대법원의 매매에 관한 해석이나 사전적인 정의보다 넓기는 하다. 그러나 법원이 형법의 인신매매의 ‘매매’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서 정의한 ‘매매’에 따라 해석할 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또한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아동(18세 미만의 사람)의 경우에는 팔레르모 의정서가 규정한 바와 같이 강제노동 등 착취의 목적으로 아동을 이동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 그 사람의 취약한 지위를 남용하는 등의 수단을 사용했는지 관계없이 인신매매로 본다는 조항이 형법에는 없으며, 그 사람의 취약한 지위를 남용하는 등의 수단을 사용한 경우에는 행위자가 의도한 착취에 대해 동의를 하더라도 인신매매 성립에 지장이 없다는 조항도 없다.

  다. 개정 형법에 의할 경우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은 인신매매죄로 처벌할 수 있는가?

따라서 개정된 형법의 인신매매 조항에 의할 경우 신안 염전 노예 사건과 같이 강제 노동 등 의도한 착취에 대해 형식상 피해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 기망이나 취약한 지위의 남용 등의 방법으로 그 사람을 이동하는 등의 행위를 인신매매죄로 처벌을 할 수 없게 된다. 그 이유는 우선 죄형법정주의에 따를 경우 그러한 행위는 매매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고, 피해자의 형식상의 동의가 있는 경우 그 피해자에 대한 물리적, 실력적 지배가 인정되지 않아 역시 매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4. 인신매매방지 특별법의 필요성

가. 인신매매에 관한 형법 개정을 알리바이성 개정이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동안 성매매를 시키기 위해 E-6비자(연예흥행비자)로 필리핀 여성들을 입국 시킨 사람들에 대해서도 법률의 공백 때문에 인신매매로 처벌하지 못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사회에서는 팔레르모 의정서를 비준하고 이행입법을 하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팔레르모 의정서의 이행 입법으로서 인신매매에 관한 형법개정을 한 것이 아니라, 뉴질랜드 해역에서 조업하는 한국 원양어선에서 벌어지는 강제노동을 처벌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미국무부로부터 비난을 당하자 서둘러 알리바이성 개정을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정된 형법의 인신매매 조항으로는 기존에 문제가 된 E-6비자로 입국한 필리핀 여성들에 대한 인신매매자를 처벌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번에 문제가 된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의 피의자도 인신매매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나. 어떤 방식으로 팔레르모 의정서의 이행 입법을 할 수 있는가?

결국 신안 염전 노예 사건과 같은 인신매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인신매매의 정의에 관해 관련 국제법인 팔레르모 의정서 수준의 입법이 이루어 져야 한다. 입법의 형태는 1) 인신매매에 대한 포괄적인 정의 규정과 예방과 처벌 조항 뿐 아니라 인신매매 피해자의 보호까지 포함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법, 2) 인신매매에 대한 포괄적인 정의 규정과 예방 및 처벌 조항이 포함된 인신매매 방지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법, 3) 인신매매에 관한 형법 규정을 재개정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다. 인신매매 방지 특별법을 만드는 것이 왜 가장 타당한 대안인가? 

인신매매에 관한 포괄적인 정의와 인신매매 예방과 처벌 그리고 인신매매 피해자의 보호를 통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1)의 방법이 이상적이나, 이미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안이 발의되었으므로 현실적으로는 2)나 3)의 방법을 취하는 것이 현실적인데, 죄형법정주의를 피하면서 인신매매에 관한 포괄적인 정의를 하고, 인신매매의 예방과 처벌에 대한 자세한 규정을 두기 위해서는 2)의 방법을 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어필 7기 이근옥 인턴 리서치, 김종철 변호사 작성)

   *각주는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생략했습니다. 아래 각주가 포함된 문서를 첨부합니다.

140311_염전노예와 인신매매방지법_김종철_어필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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