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이스라엘 최고 법원의 판결

2014년 10월 13일

이스라엘 최고 법원은 2014년 9월 22일 이주자를 무기한 가둘 수 있는 구금시설의 설치근거가 되는 법률 조항(잠입방지법상의 구금관련 조항)이 무효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위 법원은 ‘홀롯 거주 센터Holot Residecy Center’라고 불리우는 이주구금시설을 90일 내에 페쇄하거나 그 시설에 대한 법적인 틀을 바꾸라고 명령하였습니다. 또한 막 도착한 ‘잠입자’를 1년 동안 더 폐쇄적인 구금시설에서 가둘 수 있도록 한 규정 역시 무효라고 하였습니다.

이스라엘의 정부는 ‘홀롯 거주 센터’가 구금시설이 아니고 개방시설이라고 주장했지만, 이스라엘 최고 법원은 그것이 어떻게 불리우든지 간에 본질적으로 위 시설은 구금이라는 전제에서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그 시설의 근거가 되는 규정이라든지 그 시설의 지리적인 거리(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는 네게브 사막에 위치해 있어서 그 시설을 떠나 도시에 가기 위해서는 몇 시간이 걸림)를 고려할 때 구금시설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재판관 7대2로 홀롯 센터의 근거가 되는 법이 무효라고 하였습니다(실제로 ‘홀롯 거주 센터’는 4미터 높이의 담으로 둘러쌓여 있고, 비엘 세바Beer Sheva라는 도시에서 65킬로 미터 떨어져 있으며, 밤 10시까지는 시설에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이름 때문에 헷갈려서는 안된다. (그 시설에서는)하루에 3번 점호를 받기 위해 출석을 해야하고, 그 시설은 그 주변의 도심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고, 그 시설에서는 정기적으로 다른 곳에 나갔다 올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막혀 있기 때문에 (홀롯 거주 센터는 구금시설이다)”

   그 판결에 따르면 이스라엘에 불법적으로 입국하는 외국인들로 부터 공공질서와 안보를 지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방식으로 이주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이스라엘 정부의 이주구금정책은 이스라엘의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사람이라는 이유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을 가지고 있고….잠입자도 사람이다. 이 말에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면, 이렇게 명확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잠입자가 이 나라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상관없이, 그는 자신이 가진 인간의 존엄성을 눈꼽만치도 잃어버리지 않는다”

“우리는 적절하고 체계적이고 국가적인 차원의 해결이 필요한 문제를 풀기 위해 사람들의 자유와 존엄성에 심각한 제한을 하는 수단을 사용해서 그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할 수 없다. 우리는 독립선언에서 기인하고 유대민주 국가인 우리 나라의 기본적인 원칙에 새겨 있는 모든 사람들을 향한 도덕적인 의무에서 기인하는 기본적인 가치를 외면할 수 없다”(아델 판사). 

 

앞에서 ‘잠입방지법Prevention of Infiltration Act’라는 말 ‘잠입자infiltrator’라는 말이 나오는데 ‘잠입’이라는 말은 이스라엘 상황에서 보통명사라기 보다는 고유명사입니다.

잠입방지법은 1954년 제정이 되었는데, 이 법은 원래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위해 잠입을 시도한 아랍의 무장 게릴라인 페다이(Fedayeen)로 부터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그 법 제정 당시의 잠입자는 페다이 게릴라들였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수단과 에리트리아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스라엘 남쪽 국경을 통해 수단과 에리트리아 사람들이 이스라엘 지역으로 들어오자, 이들을 막기 위해 ‘잠입방지법’을 개정해서 이제 이들을 ‘잠입자’로 규율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잠입방지법은 지금까지 4차례 개정이 되었는데, 가장 문제가 되었던 개정은 3차 개정과 4차 개정입니다. 그리고 위헌 결정을 받은 것도 이번 한번만이 아닙니다. 3차 개정 조항도 위헌 결정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대해 조금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954년 무장 게릴라 페다이에 대응하기 위해 잠입방지법 제정

2012년 1월 에리트리아/수단 이주자 대응하기 위해 잠입방지법 3차 개정 

2013년 9월 이스라엘 최고 법원 3차 잠입방지법 개정 조항 위헌 판결

2013년 12월 사실상 구금시설인 거주센터 설치 위한 잠입방지법 4차 개정

2014년 9월 이스라엘 최고법원 4차 잡입방지법 개정 조항 위헌 판결

2012년 1월에 3차 개정이 이루어진 잠입방지법은 소위 기존의 ‘잠입자’를 무기한으로 구금할 수 있도록 했고, 새로 도착한 ‘잠입자’는 3년 동안 구금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서 2013년 9월 이스라엘 최고 법원은 재판관 전원일치로 그 개정 조항을 무효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90일 내로 이스라엘 정부는 1,811명이나 되는 구금된 이주자들을 석방하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이스라엘 의회는 이주구금제도를 고치기는 커녕 2013년 12월 잠입금지법을 다시 개정(개악)해서 소위 기만적인 이름의 ‘거주 센터’를 만들어 송환을 할 수 없는 잠입자들을 무기한 가둘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또한 위 개정으로 새로 도착한 ‘잠입자’를 감옥과 같은 더 폐쇄적인 시설(네게브 사막의 사라로님Saharonim 구금 센터)에서 1년 동안 구금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 최고법원은 2014년 9월 다시 위 4차 잠입금지법 개정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입니다. 

이스라엘 최고 법원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이유는 잠입방지법 4차 개정 조항이 인간의 존엄성과 신체의 자유를 규정한 기본법(이 기본법은 이스라엘 헌법의 일부임) 제5조에 위반할 뿐 아니라, 난민들을 박해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보내기 위해 무기한 구금이라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강제송환금지원칙에 반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비합리적인 압력과 수단으로 (난민신청자를) 출국 시키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강제송환에 해당할 수 있다”

   2006년 부터 2013년 까지 64,000명의 난민신청자들과 이주자들이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를 통해 국경을 넘어 들어왔는데, 여기에는 수단과 에리트리아 난민들이 50,000명 정도 되었습니다. 

수단과 에리트리아 난민이라고 했는데, 이스라엘에 들어오는 수단 사람들은 새로 들어온 사람 뿐 아니라 과거에 들어온 사람들도 난민(소위 현지 체재중 난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수단법이 이스라엘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은 최고 1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에리트리아 사람들은 평생을 군대에서 복부해야 하는 징집을 피해서 이스라엘에 온 것인데, 이들이 에리트리아로 돌아가면 군복무를 회피하고 도망간 것 때문에 반역죄에 해당하는 가혹한 처벌을 받기 때문에 난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1954년 난민협약의 가입국임에도 불구하고 매달 1천명의 수단과 에리트리아 난민들이 이스라엘 남부를 통해서 들어오자 앞에서 말한대로 2012년 1월 잠입방지법 개정을 통해 기존에 들어온 수단과 에리트리아 난민들을 돌려보내고 새로운 유입을 막으려고 한 것입니다.  

물론 이스라엘 정부는 기존에 머물고 있던 수단과 에리트리아 난민들을 물리적인 수단을 사용해서 직접 돌려보내지는 않았습니다(이렇게 되면 강제송환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것을 이스라엘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정부가 취한 방법은 이미 이스라엘에 들어왔던 사람들은 무기한 구금을 하고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1년 내지 3년 동안 구금하겠다고 하여 수단과 에리트리아 난민들이 더 이상 이스라엘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한편 이미 머물고 있던 수난과 에리트리아 난민들을 자신의 나라로 되돌아가도록 한 것입니다.

(또한 1) 국경을 따라 높은 담을 쌓아 새로운 유입을 막을 뿐 아니라 2) 수단과 에리트리아 출신 난민들을 ‘잠입자’라는 라벨을 붙여 그들의 난민신청 자체를 거부했고, 3) 난민신청을 했다고 하더라도 난민으로 인정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수단 사람은 단 한명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에리트리아 사람은 99퍼센트 이상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4) 생계를 합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권리와 자격을 전혀 부여하지 않은 채 permit 2A(5)라고 하는 지위만을 주고 이스라엘에 임시적으로 머물도록 하여 수단과 에리트라 난민들이 이스라엘로 부터 보호를 받을 기대를 포기하고 돌아가거나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이러한 잠입방지법 개정과 그 후속 조치 때문에 2013년 1월 부터 8월까지 수단과 에리트리아에서는 단지 36명만 들어왔고, 2013년 8월부터 9월 사이에는 한명도 들어온 사람이 없었습니다. 또한 Human Rights Watch의 2014년 9월 8일자 보고서(“Make Their Lives Miserable”)를 보면 실제로 그 위협 때문에 7,000명이나 되는 에리트리아 난민과 수단 난민이 (사실상) 강제로 이스라엘을 떠났다고 합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에리트리아 출신 난민과 수단 난민을 강제로 돌려보낼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1954년 난민협약의 가입국일 뿐 아니라 강제송환금지원칙은 국제관습법상 강행규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이들을 보호하고 싶지 않고 오히려 어떤 방식으로든 돌려보내고 싶어 합니다(그렇기 때문에 이스라엘 정부는 이들의 난민신청에 대해 난민인정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채 이들에 대해 강제송환 명령을 내리고 그 명령을 집행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을 구금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이 난민신청자들에게 하는 방법도 일치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기만적으로 취한 수단 중에 하나가 잠입방지법 3차 개정을 통해 수단과 에리트리아 출신 난민들을 무기한 구금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스라엘 최고 법원은 2013년 9월 판결을 통해 이스라엘의 기만적인 태도를 간파하고 이주자에 대해 사법부의 개입 없이 구금을 시작하고 무기한 구금을 하도록 하는 것 자체도 문제이지만 강제송환할 수 없는 사람들을 무기한 무금하여 구금의 두려움으로 인해 자발적(인 것처럼 보이는) 귀환을 하도록 하는 것은 법률상(de jure) 강제송환은 아니지만, 사실상(de facto)강제송환이어서 무효라고 본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는 또 다른 기만적인 방법으로 대응을 합니다. 그것이 4차 잠입방지법 개정인데, 이스라엘 최고 법원은 2013년 9월 판결을 통해 구금대안(alternative to detention)을 명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실제적인 구금 대안이 아니라 이름만 구금 대안이고 사실상은 구금시설인 ‘홀롯 거주 센터’를 설치하여 그곳에 수단과 에리트리아 난민들을 무기한 구금하기로 한 것입니다. 

다시 이스라엘 최고법원은 이스라엘 정부의 기만적인 태도를 알아채고 ‘홀롯 거부 센터’는 이름을 어떻게 붙이든지 간에 구금시설이기 때문에 3차 개정된 잠입방지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제 잠입금지법 4차 개정조항이 무효가 되어 일반적인 출입국관리법(Entry to Israel Act)에 따라 송환이 가능한 사람들의 송환을 담보하기 위해 60일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이주자들을 구금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최종수정일: 2022.06.30

관련 활동분야

구금된 외국인 관련 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