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14회 살롱드어필: 불법어업 관련 실태와 대응현황

2016년 5월 10일

황금연휴의 시작 전날이었던 지난 수요일, 어필공간 사이多에서는 환경정의재단(Environmental Justice Foundation, EJF)의 김현정 캠페이너를 모시고 <불법어업근절: 불법어업 관련 실태와 대응현황>을 주제로 살롱드어필이 진행되었습니다. 원래는 이틀 뒤인 6일 금요일 열릴 예정이었는데요, 예상치 못하게 6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는 바람에 급히 일정이 앞당겨져 진행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살롱드어필을 찾아주셔서 이번 살롱드어필도 그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알차게 진행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원양산업은 우리나라 산업발전상과 그 궤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5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원양산업은 70·80년대에 들어서 매우 활발해져 원양산업계는 “험지에서 고생하여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산업역군”으로 칭송되곤 했습니다. 삼면이 바다임에도 우리나라는 원양산업에서 어획량, 조업량, 수산물 수출액, 원양어선 수 등의 수치에서 세계 상위권에 드는 원양산업대국입니다.

   공부 잘하고 착하기까지 한 막내아들

어느 산업에서든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나 국가는 비교적 국제기준을 잘 지키려고 하는 편입니다. 우리나라는 원양산업에서 성적만큼은 우등생이었습니다.  게다가 착하기까지 해서 온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막내아들 같은 존재였죠. 하지만 너무 이뻐하고 오냐오냐 했던 탓이었을까요? 2013년 우등생 막둥이가 학생부 선생님의 소지품 검사에서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다른 친구의 물건이 가방에서 무더기로 발견되었던 것이죠.

2013년 우리나라는 EU에 의해 예비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국적 선박이 원양, 특히 서아프리카 수역에서 불법조업을 통해 약한 친구의 물건을 계속 빼앗아 왔고, 우리 정부는 이러한 원양어선들을 직접 통제해야 하는 책임이 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집안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둥이가 다른 친구의 물건을 빼앗아 왔다니요. 예비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된 국가는 1년 동안 EU와 지정 이유에 대한 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불법어업국으로 지정이 될지, 아니면 예비불법어업국 지정이 해제 될지 결정받게 됩니다. 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되면 EU 회원국에 모든 수산물 및 수산물가공품 수출이 금지되고 한국 국적 어선의 항구이용도 제한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EU 회원국에 수출하는 수산자원의 양이 많지 않고, 수출액 또한 많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로는 한때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해왔던 우리막내에게 적절한 동기가 되기엔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불법어업국 지정을 면하고 다시 모범적인 학생이자 착한 아들이 되찾기 위해 발버둥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국가 이미지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와 함께 예비불법어업국에 지정된 나라는 가나와 쿠라카오라는 나라였습니다. 세계 경제 전교 10위권에 드는 우리가 별다른 산업이 떠오르지 않는 나라인 가나와, 이름조차 생소한 쿠라카오와 함께 불량학생 딱지를 받는 것이, 그러니까 예비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되는 것을 우리나라로서는 결코 가벼이 넘길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평소엔 그저 막내의 이중생활을 알고 행실 좀 바르게 하라고 잔소리만 하는 작은누나처럼 보였을 환경단체들에 자문을 구하고 협력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EU는 생각보다도 더 까다로운 학생부 선생님이라서, 아직 조치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2014년 7월 예비불법어업국 지정을 6개월 연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도대체 무슨 일을 했던 걸까요? 물론 뭘 잘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어느 친구의 무슨 물건을 어떻게 빼앗았길래?! IUU 어업!

불법어업은 더 구체적으로는 IUU 어업이라고도 불립니다. IUU는 illegal(불법), unreported(비보고), unregulated(비규제)를 뜻하는 말로, 말그대로 적법한 허가 없이 지역어부들을 위한 보존지역에서, 어획량을 허위로 보고하며 불법 조업장치를 사용한 어업을 일컫는 말입니다. IUU 어업은 주로 저층 트롤선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는 어족자원을 싹쓸이 함으로써 고갈시킵니다.  그러나 IUU 어업에 의한 피해는 단순하게 환경적 차원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IUU 어업은 사회적·경제적으로도 큰 피해를 발생시키는데, 이러한 어족자원이 유일한 단백질원이자 생계수단인 지역주민들의 삶과 수산업 이외에는 별다른 산업이 없는 연안 빈국들의 경제를 위협한다는 것입니다.

김현정 캠페이너님이 속한 환경정의재단에서는 2010년에서 2012년까지 서아프리카 연안에서 현장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저층 트롤선이 불법적으로 조업을 하면 배를 타고 나가 이들을 적발하고, 증거를 수집했습니다. 김현정 캠페이너가 말씀하시길, IUU 어업이 성행하는 서아프리카 연안의 실태를 가장 적절하게 보여주는 사진이 바로 아래의 사진입니다.

– 서아프리카 연안어업의 실태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진

국제해양법상 영해는 기선(baseline)에서 12해리(1해리=1,852km)까지, 배타적경제수역(EEZ)은 12해리에서 200해리까지이며 EEZ에서는 외국선박들이 사용료를 내고 조업을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IEZ라는 지역민들에게 매우 중요한 수역이 존재합니다. IEZ란 Inshore Exclusion Zone을 말하는데, 우리말로는 연안배타적수역이라고 합니다. IEZ는 연안국의 영세어민들을 위해 그들이 비교적 상품가치가 높은 어종들을 잡을 수 있도록 기선에서 5-6해리 정도로 설정됩니다. 즉 IEZ에서는 연안국 어부 이외에는 사용료를 내더라도 조업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서아프리카 연안의 얕은 수심의 IEZ에 서식하는 어종에는 우리의 식탁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조기와 민어같은 민어류가 있습니다.

위 사진은 바로 서아프리카 연안의 IEZ에서 찍힌 사진입니다. 이 지역은 파도가 매우 강한 지역입니다. 어선이라기도 민망한 지역민들 배 너머로 비교도 안 되게 커 보이는 원양어선들이 보입니다. 이러한 원양어선들은 감시 및 감독이 허술한 밤이나 새벽에 IEZ로 들어와 기습적으로 조업을 합니다. 방과 후 선생님의 감시가 없을 때 골목에서 약한 친구들을 기다려왔던 것이죠. 이들 원양어선들의 대부분은 저층 트롤선으로 자루처럼 생긴 그물을 끌고 다니며 조업을 하는데, 지역민들에게 소중한 어자원을 싹쓸이할 뿐만 아니라 수역 바닥에 존재하는 생태계 전체를 끌어올려 파괴합니다. 원양어선들은 한정된 수용능력 때문에 상품가치가 높은 어종만을 포획해 가려하지만 이러한 싹쓸이식 조업으로는 어종을 가릴 것 없이 포획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상품가치가 낮은 어종들은 대부분 죽은 채 다시 바다로 버려지고 영세어부들이 쳐놓은 그물도 모터에 쓸려 파괴시킵니다. 상품가치가 낮은 어종들 조차 지역민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것들이고, 그물은 곧 생계와 직결되는 것이며, 이로써 불법어업은 환경뿐만아니라 지역민들의 생계마저 위태롭게 만드는 것입니다.

   성적은 기가 막히게 좋았던 우리 막내,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환경정의재단의 조사 결과 2011년에서 2012년까지 11척의 한국국적 선박이 연안당국의 경고와 적발에도 불구하고 IUU 어업을 계속했습니다. 허가가 없는 조업은 물론, 사전승인 없는 불법 전재(transhipment, 傳載), 선박명칭과 표식을 가린 조업, 연안국 관계당국의 체포 거부, 심지어 현지 어부들에 대해 공격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2013년 우리나라는 EU 예비불법어업국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아래 표는 환경정의재단이 해당 기간 동안 적발한 어선들의 리스트입니다.

출처: 환경정의재단[ref]www.ejfoundation.org[/ref]

앞서 말씀드렸듯이 EU의 예비불법어업국에 지정된 국가는 수산물 수출과 항구이용 등에 어려움이 생기고 국가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입습니다. 또한 영세어부들의 삶의 터전이 위협받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국가경제나 연안국 어민들에서만 그치지 않습니다.

원양어업의 특성상 선원들은 먼 바다의 배 안에서 고립된 채 수개월 동안 생활합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계약서도 없이 시키는 곳에서, 그저 시키는대로 노예처럼 근무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원양어선에서의 인권상황에 관한 구체적인 통계는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환경정의재단이 태국 국적 선박들을 대상으로 수집한 자료에 의하면, 대부분의 선원들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하고 신체적 폭행은 물론 성추행도 빈번히 발생한다고 합니다. 또한 어느 조사에 의하면 선상에서 처형(execution)을 목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듯 선상에서는, 특히 원양어선이라면 수개월 동안 상륙하지 못하고 바다 한가운데에 고립되어 있으므로 인권침해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실태가 우리나라 선박들에서도 결코 예외일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신 안 그럴게요! 제발 저를 용서해 주thㅔ요!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우리나라는 2015년 4월 EU의 예비불법어업국 리스트에서 이름을 지울 수 있었습니다. 다시 선생님들에게 이쁨받는 것 까진 힘들더라도 다시 괜찮은 학생으로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죠.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부 나름대로의 뼈를 깎는 고통이 있었습니다. 그 성과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강력한 원양산업발전법의 개정이었습니다. 이 새로운 개정안은 마치 우주의 기운을 모아 쓴 반성문과 같았습니다. 원양산업발전법에서 주목할만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원양산업발전법>

  제13조(원양업자등의 준수사항)

 ② 원양어업자등은 해외수역에서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하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  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기국 또는 해당 연안국에서 발급한 유효한 면허, 인가·허가 또는 등록이 없이 조업하는 행위

 3. 국제수산기구 또는 연안국에서 설정한 금지수역에서의 조업, 금어기 중의 조업 및 설정된 어획할당량 없이 조업하거나 어획할당량을 초과하여 조업하는 행위

 5. 사용이 허가되지 아니한 어구를 이용하여 조업하는 행위

 6. 어선의 표시, 표지 및 등록된 내용을 위조하거나 은폐하는 행위

 9. 국제수산기구의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 선박으로 등재된 선박과 전재 또는 공동조업하거나 이러한 선박을 지원하는 행위

 10. 옵서버의 이동, 승선·하선, 조사 등 임무수행을 방해하는 행위

 12. 어선위치추적장치를 설치하지 아니하거나 설치한 어선위치추적장치를 고의로 작동시키지 아니하는 행위

 ③ 해양수산부장관은 외국인선원의 근로여건을 개선하고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여 원양어업자등이 이를 준수하도록 하여야 한다.

   원양산업발전법의 33조에서는 위 13조 2항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에게 벌금에서 징역형까지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제규범 위반에 대한 기존의 처벌이 형사처벌이 아니라 원양산업업체를 감싸는 식의 단순 행정처분에만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법률 개정이 EU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기 때문에 세 번이나 개정을 반복해야만 했던 것은 비밀아닌 비밀입니다. 세 번이나 반성문을 퇴짜맞고 다시 써 갔던 것이죠.

법 개정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조치도 이루어졌습니다. 그중 주목할 만한 것은 선박추적장치 장착을 의무화하고 조업감시센터를 설치한 것입니다. 조업선뿐만 아니라 전재(傳載)하는 운반선에도 추적장치 장착을 의무화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으로 불법어업을 감시하기 위한 시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막내의 미래

EU의 압박으로 정부 주도 하에 법개정이 이루어지고 불법어업을 제재하는 여러 조치가 취해지자 원양산업계는 수입이 감소하면서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야 당연한 것이, 친구한테서 뺐어서 30년 넘게 떡볶이도 사먹고 피시방도 가고 했던 돈을 더이상 갖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이’의 마음 속에서는 다시 ‘나쁜 대한민국이’의 속삭임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굴복하고 맙니다. 이번에는 선생님에게 걸리지 않기 위해 더 치밀하게 말이죠. 그 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름부터 치밀해 보이는 편의치적(Flag of Convenience)입니다.

편의치적이란 다른 친구의 명찰을 빌려 달고 약한 친구의 물건을 빼앗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례없이 까다로워진 우리나라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선주의 국적이 우리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선박에 규제가 약한 파나마, 리베리아, 온두라스 등의 국적을 취득시키는 방법입니다. 편의치적선에는 실제 선주 국적국의 임금이 높은 선원들을 승선시킬 필요가 없고 우리나라의 강한 규제기준에 맞출 필요가 없게되어 선사의 비용이 절감됩니다. 이는 저임의 개발도상국 국적 선원들이 승선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조업 환경이나 선원들의 생활환경 등의 관리에 더 소홀해져 한층 더 악랄한 불법어업과 한층 더 극심한 선상에서의 인권침해의 여지를 제공합니다.

편의치적 외에도 원양어업 기업들은 기상천외한 방법들을 동원합니다. 하지만 김현정 캠페이너는 이러한 방법 관리와 규제만으로는 IUU 어업의 폐해를 막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IUU 어업의 피해국가들은 대부분이 집행력이 약하고 정세가 혼란스러운 부패한 빈민국들이 대부분이고 이들 정부의 전폭적인 협조가 없이는 환경단체들의 감시업무마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 열강 중이신 김현정 캠페이너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 국적의 원양어업 기업들은 지나친 성장중심적 관행을 바탕으로 고속성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관행을 마무리 지을 때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더이상 막내아들에게는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말이죠. 하지만 원양어업 회사들에게 이를 강요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전망에 대해 김현정 캠페이너는 소비자(유통업계)와 시민사회의 각성, 그리고 정부의 협조가 조화롭게 이루어져야한다고 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소비자와 시민사회가 각성하여 불법조업과 노예노동으로 잡힌 수산물 구매를 지양하고 기업에 “착한 생선”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유통업계는 현행 시스템 상으로는 불법어업을 통해 잡힌 수산물을 유통해도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항구를 통해 들어오는 수산물을 확실하게 추적할 수 있는 보다 촘촘한 트랙킹 시스템 마련하고 이러한 수산물을 유통시키는 유통업자도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합니다. 물론 유통업계와 원양산업계의 자정노력은 필수일 것입니다.

이는 우리나라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원양어선은 오랜 시간 동안 원양에서 많은 국가들을 거쳐와 정박하기도 하고, 잡힌 수산물은 전재를 통해 컨테이너에 담기고 섞여 전세계로 뿔뿔이 흩어지고, 우리나라가 불법어업 선박에 대해 항만조치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 선박이 다른 나라에 가 정박할 수도 때문입니다. 이렇게 복잡한 상황 속에서 우리 정부는 전세계적 수산 거버넌스 강화에 적극 기여하며 리더쉽을 발휘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그러한 능력이 있다고 믿는 이유는 우리는 이미 참으로 혹독한 반성문을 써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우리 막내는 다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출처는 여기

(11기 김태욱 인턴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