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출신 난민신청자 종교적 난민 인정

2017년 11월 28일

                                                             [난민인정 후 어필 사무실에서 찍은 레자와 통역인 사진]

 
 
 
 
레자(가명)는 48세의 중년 남성입니다. 이란에서는 한 회사의 이사로 있었습니다. 그는 성품이 조용하고, 한 집안의 가장으로 착실히 살면서 취미로 무슬림 선지자들의 영화를 보는 것을 즐겼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위성방송을 통해 미국 TV방송에서 ‘예수’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영화 앞부분에서 예수는 많은 병을 고치고, 귀신을 내쫒는 기적을 행하였습니다. 그러나 레자는 그런 기적들이 사실 많이 신비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레자는 다른 이슬람 선지자 영화에서 그런 장면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가 죽은 자를 일으켰다는 부분을 보고 나서는 너무나도 놀랐습니다. 게다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본인이 미리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삼일 후 부활을 했다는 점은 매우 충격이었습니다. 이슬람교리에서나 코란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전혀 본 적이 없었습니다. 레자 평생 처음으로 들어본 기적이었습니다. 이슬람 선지자들도 많은 기적을 행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죽은 자를 살리거나 심지어 다시 살아 돌아오지는 않았기 때문에 ‘예수’ 영화가 레자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즉 레자의 경우 무슬림 신앙이 있는 상태에서, 더군다나 선지자들의 이야기를 사실로 믿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예수’ 영화에서 죽은 자를 살렸다고 하는 부분 역시 사실로 여겨졌고, 만일 이 부분이 사실이라면 정말 심각한 사건이라고 여긴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이 계속해서 레자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던 차에 레자의 친척과 대화를 하던 중 레자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예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봤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레자의 친척인 이브라힘도 이미 예수를 선지자가 아닌 하나님으로 믿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레자와 이브라힘은 자주 예수에 대해 서로 토론을 하였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레자는 이브라힘을 따라서 지하교회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레자가 지하교회에 다닌지 4개월만에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소속 바씨지(Basij)의 급습을 받았습니다. 레자는 무사히 도망을 쳤지만 다른 교인들은 붙잡혔습니다.  
 
레자는 경찰의 지하교회 급습 이전부터 사업차 한국에 방문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레자는 한국에 와서 사업파트너를 만나 회의를 하고 숙소에서 머물고 있는 중에 아내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슬람 정부가 레자의 기독교 개종을 이유로 집을 수색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란은 2008. 9. 9. 이슬람에서 개종한 자들을 사형을 포함한 중한 형벌을 처하는 개정 형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란 개정형법 제255-1조는 “어느 무슬림이든 분명히 그가 이슬람을 떠났음을 선언하거나 신성모독을 천명한 경우 배교자이다”라고 규정하고, 제225-4조는 “선천적 배교자란, 수태 시 부모 중 한 쪽이라도 무슬림이었던 자가 성인이 된 후 자신이 무슬림임을 고백한 후 이슬람을 떠난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며, 제225-7조는 “선천적 배교자는 사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종자에 대한 처벌은 과거 이슬람 종교법에서 규제하던 것인데, 이란 당국은 사실상 사형폐지국가가 증가하는 전 세계적인 흐름과 역행하여 개종자들에게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근거법률을 성문화한 것입니다. 실제로 2009. 10.부터 구금되어 있었던 Yousef Nadarkhani 목사는 2010. 11. 배교를 이유로 하여 개정 형법에 따라 사형을 선고 받았고, 그 과정에서 이란 정부는 감옥에서 개종을 철회시키려고 1년 동안의 재판지연, 협박, 이슬람 서적읽기 강요를 포함한 여러 방법을 동원하였으며, 변호인인 모하마드 알리 다드카에게도 징역형 및 법률활동 정지를 선고하는 등 잔인한 압박을 병행하며 사형집행을 미뤄오다가, 국제사회의 압력에 직면하여 이를 일시적으로 집행하지 못하고 석방하였다가 재구속하는 일도 있는 등 개종자에 대한 사형과 종신형이 형법에 규정됨에 따라 국가차원의 부당한 박해가 정당화되는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이 이란의 국가정황정보상 지금 현재 ‘이란에서의 개종자’에 대한 박해의 위험은 이미 명확하게 잘 알려져 있으므로, 현재 국내의 난민인정절차에서는 국가정황정보 자체보다는, ‘개종의 진실성 여부’를 보다 엄격하게 심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개종의 진실성은 객관적 물증으로 밝히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물증이 없다고 하여 난민인정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부당하겠지요? 왜냐하면 대부분의 난민들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만한 물적 증거를 준비해서 본국을 탈출해 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에 유엔난민기구 편람(제196항~제203항)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신청을 제출하는 사람이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인 법원칙이다. 그러나, 신청인이 서류나 기타 증거로써 자신의 진술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며, 신청인이 모든 진술을 증거로 뒷받침하는 경우는 일반적인 경우라기보다는 오히려 예외적이다. 대부분의 경우 박해를 피해 피난온 사람은 최소의 필수품만을 가지고, 종종 신분증조차 없이 도착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입증책임이 신청인에게 있다고 하여도 관련 사실을 확인하고 평가하는 의무는 신청인과 심사관이 공유한다…그러한 독립적인 조사조차도 성공하지 못할 수 있으며, 진술에 따라서는 입증할 수 없는 성격인 것도 있다. 이 경우 신청인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달리 볼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심사관은 신청인에게 유리한 추정을 해야 한다. 이와 같이 난민지위의 인정신청을 하는 사람이 처한 특별한 상황에서 기인하는 입증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증거 요건을 너무 엄격히 적용하여서는 안 된다. 신청인이 그의 진술을 입증하고자 성실히 노력했음에도 일부 진술에 관하여서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부족할 수 있다. 전술하였듯이(제196항), 만약 난민이 주장 사실 모두를 “입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만약 이를 요구하면 대다수의 난민이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다. 이로 인하여, 종종 “의심스러울 경우 신청인에게 유리하게”의 원칙으로 해석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신청인에게 유리하게”의 원칙은 입수 가능한 증거를 모두 입수하여 검토한 후에 심사관이 신청인의 전반적인 신빙성을 인정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신청인의 진술은 일관성 있고 납득할 만한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과 상반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기독교 개종의 경우 물적 증거는 거의 없기 때문에 개인의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해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이란 기독교 개종자에 대한 법무부 난민절차 중 면담 단계에서 기독교 교리 또는 성구 암송 등과 같은 방법으로 개종의 진정성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레자의 경우 이란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후 단 4개월만에 한국에 왔기 때문에 기독교 지식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난민인정절차에서 종교에 대한 지식 관련 UNHCR 국제적 보호 지침 제6호 제28항~제30항은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개인은 그 종교의 교리나 수행에 대한 실질적인 지식이 전혀 없거나 거의 없다고 하더라도 종교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 지식의 부족은 해당 지역 내 그 종교의 특정 관습에 대해 추가적으로 조사하거나 아민의 경우에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측면을 이해함으로써 설명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회 내의 종교 집단에 대한 억압 때문에 자신의 종교를 배우거나 수행하는 정도가 심각하게 제한될 수 있다.

 
 
레자의 난민신청 의견서를 작성할 때에 레자의 개종의 진실성을 밝히기 위해 레자의 기독교 개종의 계기 및 그 신앙의 고백을 구체적으로 담은 의견서를 제출하였고, 이점이 잘 받아들여져서 레자는 이의신청 단계에서 난민인정을 받았습니다.  
 
이란에서 중산층 가정을 꾸리며 한 회사의 임원으로써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고 있었던 레자가, 거의 쉰(50세)에 가까운 나이에, 언어도 통하지 않는 이국에서 일용 노동을 하며 지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레자에게 ‘본인이 신앙을 포기하면 이란에 돌아갈 수 있고, 안전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자가 신앙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답변을 합니다.  
 
‘무슬림이었을 때 맛보지 못하였던 것을 맛보았기 때문입니다. 이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이상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살아있는 하나님을 알게 되었고, 같이 살고 있는데, 이것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습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평화가 있습니다. 아무리 삶이 고단해도 저에게 임한 평화는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모든 것이 짜증이 났습니다. 비가 와도 짜증이 나고, 매사에 짜증이 나고 기쁨이 없는 삶이었습니다. 그 때에는 어떻게든 돈을 벌 생각뿐이었는데 지금은 더 어려운 상황이지만 돈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어떤 종교가 더 옳고 그른지는 각자 생각이 다른 것이고, 레자의 기독교 신앙 고백은 개인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종교를 믿을 자유’는 주어져야 하고, 그러한 자유의 보장을 위해서 난민제도가 필요합니다.  
 
 
난민 인정 후 레자는 어필 사무실을 방문해 주셨습니다. 레자의 난민인정 소식을 들은 가족들은 매우 기뻐하였다고 합니다. 거의 3년 동안 아빠 얼굴을 보지 못한 딸은 집안을 방방 뛰어다니며 좋아했다고 아내가 전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연보라색 니트와 연분홍 목도리를 직접 종이 포장지에 포장을 하여 주셨습니다. 저희는 어차피 어필에서 월급받고 일하기 때문에 이런 것 주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리니 마음의 표시이니 받아달라고 하십니다.  
 
레자가 준 선물을 어필 후원자님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서 사진 찍어서 올려드립니다. 후원자님들의 관심과 사랑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어필은 난민들과 함께 계속 걸어나가겠습니다.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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