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법학회는 2017년 12월 9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헌법과 정치 그리고 인권’이라는 주제로 연례 학술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제1세션은 ‘종교의 자유와 국가’라는 주제로 송기춘 전북대학교 로스쿨 교수가 발제를 하고, 서강대 종교연구소 연구원인 윤정란 선생님이 토론을 해주셨습니다. 제2세션은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가 ‘외국인, 이주민 인권의 과제’를 주제로 발제를 하였고, 이주인권연구소 이한숙 소장님이 토론을 맡아주셨습니다. 두 개의 세션이 끝난 뒤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앞의 세션의 발제자와 토론자 외에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님과 비온뒤무지개재단의 한채윤 상임이사님이 패널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김종철 변호사는 아래 발제문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난민, 무국적자, 인신매매 피해자와 구금된 이주민들이 국적이 없다는 이유로 어떻게 상상할 수 없는 차별과 인권침해를 당하는지에 대해 7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주민의 인권개선을 위한 헌법 개정 논의가 지금까지 기본권 주체를 확대하거나 이주민에 대한 기본권 조항을 신설하는 것 위주로 이야기가 되어오고 있으나, 전략적으로 볼 때 국제인권규범의 규범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야가야 한다고 하면서 네델란드 헌번과 남아프리카 공화국 헌법의 예를 들었습니다.
I. 들어가며
공익법센터 어필에서 난민, 인신매매 피해자, 이주 구금된 이주민 그리고 무국적자들과 일을 하다보면, 이들이 외국인으로서 한나 아렌트가 말한 “권리들을 가질 권리”가 없기 때문에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리고 이주민들이 “권리들을 가질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헌법에서 그들에게 그러한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글에서 이주민이 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당하는 심각한 인권 침해를 구체적인 예를 들어 살펴본 뒤에 이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헌법이 어떠한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II. 외국인이기 때문에 당하는 심각한 인권 침해
1. 난민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인 박해의 때문에 국적국에 돌아갈 수 없는 소위 강제 이주민인 난민은 한국에 도착해서부터 난민지위를 인정받아 살 때까지 생애주기 전체에 걸쳐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습니다. 여기서는 이들이 한국에 도착한 직후에 어떠한 인권침해를 당하는지 그리고 난민지위를 인정 받은 후 사회보장과 관련해서 장애인인 난민이 어떤 처우를 받는지에 대해서만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난민들이 한국에 도착해서 출입국항에서 난인인정 신청을 하면 일반적인 난민인정절차로 가지 못하고 회부·불회부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2016년 총 187명이 출입국항에서 난민인정신청을 했는데, 그 중에 61명만이 일반적인 난민인정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회부결정을 받았습니다. 2017년에는 4월 30일 현재까지 43명이 출입국항에서 난민인정신청을 했는데, 10명만이 회부결정을 받았습니다. 불회부 결정을 받은 사람은 입국 할 수도 없고, 난민인정절차를 밟을 수도 없어, 출입국항 안의 송환대기실로 보내집니다. 2015년 말 시리아 난민인 A는 전쟁과 테러를 피해서 다른 시리아 사람들과 함께 한국에 왔습니다. A가 다른 나라에 갔다면 소위 일응 난민(prima facie refugee)로 보호를 받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A를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보고 8개월 동안 송환대기실에 가두어 놓았습니다. A는 법적인 근거도 없이 운영되는 사실상 구금시설인 송환대기실에서 거의 고문에 가까운 처우를 받았습니다. 침구도 부적절했고, 환기도 제대로 안 되어 벼룩과 이가 들끓었으며, 송환대기실을 관리하는 사설경비원으로부터 학대를 당했고, 식사는 하루 세끼 치킨 버거만 제공되었는데 그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2015년부터 아버지와 함께 난민으로 인정을 받은 파키스탄 출신인 B는 중증뇌병변장애를 가지고 있는 11살의 아동입니다. B는 등하교 지원 등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기 위해 장애인등록을 하려고 했으나, ‘장애인복지법상 난민은 장애인등록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습니다. B는 이주와인권연구소 등의 도움을 받아 장애인등록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2017년 10월 27일 고등법원에서까지 승소를 했습니다. 그러나 관련 지차체는 고등법원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를 했으며, 보건복지부는 “아직 장애인등록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하면서 장애인등록을 할 수 있는 외국인에 난민을 포함하도록 하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난민의 장애인등록이 가능하다고 하고 있습니다.
2. 인신매매 피해자
한국인 2015년에 비준한 팔레르모 의정서에 따르면 인신매매란 ‘(성, 노동, 장기 탈취 등의) 착취를 목적으로 위협, 무력행사, 강박, 납치, 사기, 기반, 권력 남용, 취약성 이용 등으로 사람을 모집, 운송, 이송, 은닉 또는 인수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주민 중에서 어업과 농축산업 그리고 공연산업에 종사하는 이주민들이 이러한 인신매매 피해자가 될 위험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E-6라고 하는 예술흥행비자를 가지고 필리핀에서 한국에 온 C는 입국한 날 공항에서 한국인 파견업체 직원에 의해 미군 부대 근처에 있는 클럽으로 보내졌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에 C는 파견업체와 계약을 통해 공연을 할 수 있는 시설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월 100만원을 받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C가 일하게 된 클럽의 업주는 약속한 월급을 주지 않은 채 상습적으로 C를 성추행하면서 손님들과 성매매 할 것을 강요했습니다. 급기야 C는 클럽에서 도망쳤으나 결국 경찰에 단속이 되어 출입국관리사무소로 넘겨졌습니다. 경찰과 출입국관리 공무원은 C를 인신매매 피해자로 식별을 하고 C가 민형사 절차를 통해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보호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C에 대해 강제퇴거명령을 내렸고, 그 명령을 집행하기 위해 C를 이주구금 시설에 감금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수사기관이 C를 성매매 사건의 피의자와 참고인으로 영장 없이 구속 수사를 하기 위해 강제퇴거명령을 받고 그 명령의 집행을 이유로 구금 중인 C에 대해 출국정지 요청을 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수사기관과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영장주의를 잠탈하면서 C를 사실상 구속한 상태에서 기간의 제한 없이 수사를 한 것입니다.
베트남 국적자인 D는 송출업체에 수수료 1,000만원과 이탈보증금 570만원은 내고 한국에 와서 연근해어선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한번 배를 타면 30일 동안 바다에 나가서 하루에 20시간씩 조업을 하는데, 졸음을 막기 위해서는 하루에 믹스커피 20잔을 마셔야 합니다. 이렇게 장시간 일을 하는 이유는 선원법이 노동시간과 휴일, 휴식, 휴게에 관한 규정을 어선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장시간 일을 하는 D의 월급은 한국인의 평균 실질임금인 360만원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최저임금인 160만원 보다 적은 120만원 정도입니다(그런데 원양어선을 타는 이주어선원의 경우에는 그 보다 더 적어 52만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인 어선원들은 보합제라고 하는 비율급으로 임금을 받지만 이주어선원들은 고정급으로 임금을 받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선원법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의 고시로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해수부장관은 한국인 선원에 대해서만 최저임금을 고시하고, 외국인에 대해서는 노사합의로 정하도록 포괄위임을 했는데, 이주어선원을 대표하지 않는 노동조합과 선주협회는 매년 한국인 선원보다 낮은 수준으로 이주어선원의 최저임금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D는 이렇게 낮고 차별적인 임금을 받으며 장시간 노동을 하는데, D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배 위에서의 열악한 생활조건과 노동환경입니다. 욕설을 일상적이고, 폭행과 인종차별도 예외적인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는 배를 떠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합법적으로 사업장을 변경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울 뿐 아니라, 여권은 입국 당시에 선주나 송입업체 직원들에게 이미 빼앗겼고, 선주는 이탈을 우려해서 임금을 고의적으로 체불하고 있는데다가, 계약기간 만료 전에 배를 떠날 경우 한국에 오기 전에 지불한 고액의 이탈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3. 이주구금된 외국인
이주구금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야만적인 제도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대법이 우리에게 준 중요한 혜택 중에 하나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때에는 자의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의적인 구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법부 등 독립적인 기관의 개입이 있어야 하고, 구금의 상한이 있어야 하며, 자신이 잘못한 것을 넘어서 구금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자의적 구금금지 원칙이 송두리째 지켜지지 않는 영역이 이주구금입니다. 정기적인 사법기관의 판단 없이 행정기관의 명령으로 구금이 시작되고 지속이 되는데, 그러한 구금은 상한이 없어서, 행정규범에 불과한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4년 넘게 구금이 되는 이주민들이 있습니다.
이란 출신의 난민인 E는 강제퇴거명령을 받고 이주구금시설에 구금된 상태에서 개종을 이유로 난민인정 신청을 하였으나 법무부 단계에서 거부처분을 받았고, 그 처분을 소송으로 다투었으나 대법원에서까지 패소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장기간의 난민인정절차를 거치는 3년 10개월 동안 그는 이주구금시설에 갇혀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유엔자유권위원회에 개인청원을 제기하면서 함께 신청한 가처분요청, 즉 “개인청원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강제송환하지 말 것과 자의적 구금이 지속되지 않도록 하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져, 겨우 풀려나게 되었습니다. 그 후 4년 만에 유엔자유권위원회는 E를 강제퇴거하는 것은 강제송환금지원칙 위반이라는 결정을 내렸고, E는 난민인정신청을 한지 거의 8년 만에 난민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E는 가처분요청신청이 받아들여진 후에도 장기 구금으로 정신건강이 너무 악화되었기 때문에 최근까지도 정신과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비인권적인 이주구금 정책은 어른들에게만 적용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주 아동들도 위와 같은 자의적인 구금에 희생자들입니다. 정보공개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외국인 보호소와 출입국항에 있는 사실상 구금시설에 구금된 아동들이 100여 명 정도 됩니다. 부모와 함께 구금된 아동들도 있지만 혼자 구금된 아동들도 있습니다. F는 라이베리아에서 온 3살짜리 아동입니다. F의 부모는 난민인정 신청을 했으나 법무부 단게에서 모두 기각이 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이 없어 F의 어머니는 소송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고, 아버지만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다가 F는 어머니와 1살 짜리 동생과 함께 지하철 역에서 단속에 걸려 강제퇴거명령을 받고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이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난민인정을 위한 행정소송 중이라는 사정을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F는 20일 동안 어머니와 함께 감옥과도 같은 곳에서 구금되어 있으면서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고 여러 퇴행증세를 보였습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게 되었고, 밖에 나간 후에도 한 동안 제복을 입은 사람들을 보면 소리를 질렀습니다.
4. 무국적자
한국은 보편적인 출생등록제도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동은 출생을 등록할 방법이 없습니다. 한국에서 출생을 등록하는 방법은 가족관계등록을 하는 것인데, 한국에서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외국 국적의 부모 사이의 아동은 여기에 등록을 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외국인 아동이 출생등록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국 대사관을 통해서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외국인이 자국 대사관에 가서 출생등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난민이나 체류자격 없는 이주민의 경우에는 자국 대사관에 접근자체가 안되거나 접근을 한다고 해도 출생등록을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출생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법과 정책은 출생등록을 할 수 없는 이주아동들을 계속해서 방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G의 부모는 늦게 난민인정 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난민인정신청서 접수증만을 받고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이후에 태어난 자녀인 G도 외국인등록을 하지 못했습니다. 난민이기 때문에 자국의 대사관에도 갈 수 없습니다. 자신의 출생을 등록할 방법이 전혀 없는 G는 사실상의 무국적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무국적자뿐 아니라 어떠한 국가에 의하여도 그 법률의 시행상 국민으로 인정되지 못하는 법률상 무국적자도 한국에서는 전혀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호는커녕 보호의 전제가 되는 법률상 무국적자를 확인하는 절차조차 마련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III. 이주민 인권 개선을 위한 헌법 개정의 방향
1. 헌법 개정과 관련된 논의
위와 같은 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인권을 보호 받지 못하고 있는 이주민을 위해, 망명권과 같이 이주민에게 보장되는 새로운 기본권 조항을 신설하자는 논의가 있지만, 주로는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그 동안 기본권을 그 속성에 따라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권과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기본권으로 나누고, 사람이 누려야 할 기본권의 경우에는 이주민도 그 권리 주체성이 인정된다고 해석해왔습니다. 그런데 만일 기본권의 주체를 사람으로 규정할 경우에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복잡한 해석이 불필요할 뿐 아니라 법 집행 공무원들도 이주민의 인권에 대해서는 원칙적 인정-예외적 불인정이 아니라, 원칙적 인정-예외적 불인정의 인식을 갖게 되어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데 있어서 이주민의 인권이 폭넓게 보장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이주민의 인권 보장을 위한 새로운 기본권 조항을 신설하는 것과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는 것 모두 필요하고 합리적인 제안이지만, 이미 이 두 이슈에 대해서 안보에 대한 위험과 일자리 부족을 이유로 들며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세력을 형성해 가고 있어, 이들을 설득하는 일이 쉬워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이미 사람을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고 있으며 그 보장의 범위도 훨씬 더 포괄적일 뿐 아니라 한국에 대해 법적인 구속력까지 있는 국제인권법의 규범력을 높이는 것이 전략적으로 더 나은 헌법 개정 방향이라는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2. 국제인권규범에 의한 이주민 보호
앞에서 들었던 난민, 인신매매 피해자, 이주피구금자, 무국적자들이 침해 받고 있는 인권들은 모두 한국이 비준한 국제인권조약이나 국제관습법에 의해 보장이 되는 것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약기구 등은 이주민의 권리 보호에 실패하고 있는 한국에 끊임없이 권고를 내리고 있습니다.
출입국항에서 언제 강제로 송환될지 모른 채 출국대기실에서 인권침해를 당하는 시리아 난민A의 경우에는 난민협약, 국제관습법인 강제송환금지원칙, 고문방지협약(제3조), 자유권 규약(제7조 및 제9조), 사회권 규약(제11조 및 제12조) 등에 의해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활동지원서비스는 물론이거니와 장애인등록도 하지 못한 B는 사회보장과 관련해서는 국민과 동일한 수준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난민협약(제24조), 장애인권리협약, 사회권 규약 등에 의해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강제송환의 두려움 속에서 4년 가까이 이주구금시설에 장기구금된 C역시 난민협약, 국제관습법인 강제송환금지원칙, 고문방지협약(제3조), 자유권 규약(제7조 및 제9조), 사회권 규약(제11조 및 제12조) 등에 의해 보호를 받았어야 했고, 구금된 이주 아동인 D는 자유권 규약(제9조, 제23조 및 제24조), 아동권리협약(제3조 제1항, 제9조 제1항 및 제37조) 등에 의해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성매매를 강요당한 인신매매 피해자인 E역시 팔레르모 의정서라고 하는 인신매매 의정서(제6조), 자유권 규약(제9조), 사회권 규약, 여성차별철폐협약 등에 의해 보호를 받아야 하며, 노동착취 목적 인신매매 피해자인 이주어선원 F는 역시 인신매매 의정서, 사회권 규약, 인종차별철폐협약 등에 의해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사실상 무국적자인 G와 법률상 무국적자들도 아동권리협약과 한국이 1963년에 비준한 무국적자 지위에 관한 협약과 사회권 규약에 의해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3. 사회권 규약에 의한 이주민 보호
이주민의 인권에 대한 규범적인 근거인 사회권 규약에 대해서는 조금 더 설명을 드리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권 규정은 프로그램 규정이라고 생각해서 사람에게 구체적인 권리가 없고 국가도 그것을 보장할 구체적인 의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사회권 규약 제11조 등은 체약국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의복과 식량과 주거 그리고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사회권 규약 제2조 제1항은 사회권 규약에서 인정된 권리의 완전한 실현을 점진적으로 달성하라고 하고 있으므로 현재 취약한 이주민들에게 사회권 규약 제11조가 규정하고 있는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권 규약 위반이 아니라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회권 규약 제2조 1항은 사회권 규약 제11조가 규정한 권리를 점진적으로 실현하되 가용 자원이 허용하는 최대한도 까지 조치를 취하고, 자국만의 자원으로 부족한 경우 국제적인 지원과 협력을 받아서 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권규약 위원회는 처분할 수 있는 자원을 활용하고 국제적인 지원을 받는데 모든 노력을 다했다는 것에 대한 입증책임은 그 국가에게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회권 규약 제2조 제2항은 사회권 규약 제11조에서 인정하는 권리가 인종, 피부색, 언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기타의 신분 등에 의한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이 행사되도록 하고 있는데, 국민에게는 헌법상 최소한의 인간다운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면서 취약한 이주민들에게 위와 같은 권리를 부정하는 것은 차별금지를 규정한 사회권 규약 제2조 제2항 위반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사회권 규약 제2조 제3항은 “개발도상국은…이 규약에서 인정된 경제적 권리를 어느 정도까지 자국의 국민이 아닌 자에게 보장할 것인가를 결정할수 있다”라고 하고 있으므로, 한국 국민이 아닌 이주민들에게 어느 정도로 사회권 제11조가 규정한 권리를 보장할 것인지는 대한민국의 결정에 맡겨져 있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관하여 이주민들에게 국민과 같은 수준의 처우를 하지 않는다고 하여 사회권 규약 위반이 될 수 없다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인지는 의문이며, 가사 대한민국이 여전히 개발도상국이라고 하더라도 이주민과 국민에 대한 차별 대우는 인권과 국가경제에 대한 고려에서 나와야 하는 것인데, 취약한 이주민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와 관련해서 국민과 다른 처우를 하는 이유가 경제적, 인권적 이유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취약한 이주민과 국민을 차별 대우하는 것은 사회권 규약 제2조 제3항에 의해 정당화 될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사회권 규약 위원회가 일반 논평에서 밝힌 바와 같이 사회권 규약의 ‘핵심내용’은 아무리 개발도상국가라고 하더라도 국민과 국민이 아닌 자를 차별하지 않고 보장해야 하며,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핵심 내용‘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회권 규약의 핵심 내용에 대해서, 사회권 위원회는 사회권규약의 핵심 내용과 그 내용을 보장할 국가의 의무에 대해 일반 논평 제3호(UNDoc.HRI/GEN/1/Rev.7,May12,2004)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위원회는 적어도 각 권리의 최소 필요수준을 충족시킬 것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핵심 의무가 모든 당사국에 부과되고 있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예를 들어 상당수의 국민이 필수적인 식량이나 필수적인 기본의료, 주거, 가장 기초적형태의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당사국은 일견 동 규약에 명시되어 있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될 수 있다. 동 규약이 이러한 최소핵심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라는 방향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본 규약의 존재 이유를 대부분 박탈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사회권 규약이 보장하는 권리에 관해서 취약한 이주민을 국민과 동일하게 처우할 수 없다고 하는 변명은 그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음식, 주거,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 등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경우에는 통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사회권 규약 제2조와 제11조를 위반하지 않기 위해서는 취약한 이주민들도 국민과 동일한 정도로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4. 현행 헌법 제6조의 문제점
헌법 제6조 제2항에서 외국인은 국제법과 조약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지위가 보장된다라고 되어 있는데, 헌법에 기본권의 주체가 국민으로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인권조약과 국제관습법은 영토 내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므로, 한국에 있는 이주민은 헌법 제6조 제2항에 따라 조약내지 국제관습법에 따라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라는 헌법 제6조 제1항의 규정입니다. 여기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라는 표현입니다. 국제법상 경성규범은 조약과 국제관습법이므로 “조약과 국제관습법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라고 규정하였더라면 좋았을 텐데, 조약과 아울러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도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그 외연을 넓혀놓는 듯한 표현을 했기 때문에, 조약까지도 덩달아 그 규범력이 떨어지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 국내법과 같은 효력의 의미에 대해서 일부 학자들이 법률과 같은 지위를 가진다는 뜻이지만,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가 국내 법률과 충돌할 경우에는 신법이 우선하고, 특별법이 우선한다고 주장한 것도 국제법의 규범력을 떨어뜨리는 데 한 몫을 하였습니다. 그런 해석에 의할 경우 아무런 제약 없이 조약과 양립할 수 없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가능할 뿐 아니라, 단순히 새로 제정된 법률에 의해서 조약이 무력화될 수 있다면 조약의 규범력이란 현저하게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법원이 국제인권조약을 원용해서 재판을 하는 예가 거의 없는데, 이는 헌법 제6조 제1항의 모호한 표현과 그 조항에 대한 위와 같은 해석론의 영향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주민의 인권을 더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제인권조약과 국제관습법의 규범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헌법 제6조가 개정되어야 합니다.
IV. 나가며
헌법 제6조 제1항의 최대의 장점은 원칙적으로 별도의 국내법 제정 없이도 국제법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너무 모호하게 규정했기 때문에 국제법이 실제에 있어서는 규범력을 제대로 가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헌법을 개정할 때 이러한 일원론의 입장을 고수하되 국제법과 국내법의 관계에 대해 (국제법 우위의 입장에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나라의 예를 참고하면 좋을 것입니다. 네덜란드를 예를 들면, 국제법과 국내법의 관계에 대해 헌법 제90조 이하에서, 정부는 국제법 질서의 발전을 촉진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제90조), 모든 사람을 구속하는 국제기구의 결의나 조약의 규정은 공표된 후에는 구속력을 갖으며(제93조), 국내법이 모든 사람을 구속하는 국제기구의 결의나 조약의 규정과 충돌하는 경우, 그 국내법이 더 이상 적용될 수 없으며(제94조), 심지어 헌법과 충돌하거나 충돌에 이르게 될 조약 규정은 상하원 2/3이상의 찬성에 의해 승인될 수도 있다(제91조 제3항)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네덜란드와 같이 국제법 우위의 입장에서 일관성을 가진 일원론의 입장을 받아들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모호하게 일원론을 규정하는 것 보다는, 이원론으로 가되 국제법과 국내법의 관계에 대해 더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도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예라고 할 수 있는데, 남아프리카 공화국 헌법 제231조에서는 국제협약이 기술적이거나 행정적 혹은 집행적인 성질을 가진 것이라면 상하원의 결의 없이 공화국에 구속력이 있지만, 그 외의 국제협약은 상하원 모두의 결의가 있어야 구속력이 생긴다고 하고 있습니다. 국제협약의 효력에 대해서는 국제협약 중 자기집행력을 가진 조항은 헌법이나 법률에 반하지 않은 한 법으로서 효력을 가지지만, 그 외의 국제협약은 국내법으로 제정되어야만 법으로서의 효력이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국제관습법의 경우에는 제232조에서 헌법과 법률에 반하지 않는 한 법으로서 효력이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233조에서는 국제법의 적용과 관련해서 법을 해석함에 있어서 모든 법원은 국제법과 일치하는 해석을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종철 변호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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