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 21.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에서 외국인의 법적 지위에 관련된 학술대회를 다녀왔습니다. 현재 인권분야에서 다양한 연구를 하고 계시는 교수님과 활동가께서 많이 참석했고, 어필의 김세진 변호사도 학술대회의 토론자로 참석해서 난민신청자의 처우와 난민의 법적 지위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넓은 강의실을 기대했는데 회의실이 등장해서 당황했지만 (심지어 저희는 사회자 바로 뒷자리…) 장소의 당황스러움을 잊을 만큼 풍부한 논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1부. 주제별 발표]
주제1. 외국인의 헌법상 지위 (서울대학교 전상현 교수)
헌법에는 국민의 기본권에 관련된 다양한 규정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외국인의 기본권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습니다. 다만 헌법 제6조 제2항의 외국인 지위 보장 규정과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규정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외국인에게 유추적용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판례에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외국인에게도 유추적용한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외국인의 기본권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음에도 외국인은 기본권의 주체가 아니라 보호를 받는 객체일 뿐입니다. 하지만 외국인 역시 한 명의 인간으로서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외국인의 기본권주체성을 일괄적으로 부정할 것이 아니라, 체류의 유형과 기본권의 내용에 따라 외국인의 기본권주체성을 일정부분 인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전상현 교수는 외국인의 기본권주체성과 관련해서 외국인에게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과 관련된 권리를 인정하고 국민과 동일한 수준의 기본권보호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예를 들어 외국인에게도 자유권이나 재산권, 재판청구권을 온전히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단 참정권과 같은 경우, 외국인에게 국정참여권을 전면적으로는 인정할 수 없지만, 외국인이 지역주민에 해당하는 경우, 지방선거참여나 주민투표 등과 관련된 사안에서는 기본권을 일정부분 인정할 수 있습니다
주제2. 인권과 체계정합성 관점에서의 외국인 관련 법제의 입법적 분석과 개정방향 (서울대학교 이우영 교수)
다문화사회로의 변화가 점점 빨라지는 지금, 외국인의 권리와 법적 지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법에 외국인의 권리와 관련해서 헌법을 포함한 다양한 법령이 있기는 하지만, 그 법들이 하나의 정합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는 건 아닙니다. 한국의 외국인 법제가 이주노동자와 국제결혼에만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권을 기준으로 한국의 외국인 법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주노동자와 국제결혼에만 집중한 과거와 달리, 한국사회는 2003년 이후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과 ‘다문화가족지원법’을 통해 통합적인 관점에서 상호이해를 구현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법제는 체계정합성과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고, 이에 따라 법률의 정비와 통합된 운영체계가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한외국인의 처우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두고 있으며, 재한외국인이 당하는 차별을 막고, 이들의 인권을 보호할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법이 합법적으로 체류한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외국인의 권리보호를 실질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은 다문화가족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하게끔 규정하고 있습니다. 교육 프로그램, 상담,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지원 등이 대표적인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 법 역시 부부 중 한 명이 한국국적인 가족에게 지원을 집중하고 있고, 외국인만으로 이뤄진 가족에 대해서는 지원이 부족합니다.
이우영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외국인 관련 법제는 수많은 개별 법률에 별도로 규정되어 있어 체계정합성과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별 법률의 외국인 관련 규정을 정비해서 통합적인 법률로 수립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제한적인 기본권 보장범위를 난민, 재외국적 동포, 외국인만으로 이뤄진 가족 등에게도 넓혀 외국인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주제3. 국제인권규범과 헌법재판의 연계지점에서 본 외국인의 권리와 민주주의 (서울대학교 신윤진 교수)
신윤진 교수는 국제인권규범과 한국 헌법의 관계를 통해서 외국인과 무국적인을 포함한 비국민의 법적 지위와 기본권보장에 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현실에서 민주주의는 민족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을 대상으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귀화 등을 통해서 외국인을 민주적 질서에 편입하려는 시도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민족주의적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 해법은 아닙니다.
헌법재판은 비국민이 민주적 질서로 들어가는 좋은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입법과정에 참여할 수 없는 비국민에게 헌법 재판은 법규범에 문제제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따라서 헌법에서 비국민의 권리를 어떻게 서술하고 있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헌법 제6조에서는 조약과 국제법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고, 외국인의 지위는 이 국제법과 조약에 따라 정해진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외국인의 지위는 국제인권법을 포함한 국제법에 의해 결정됩니다. 국제인권법의 내용에 따라 외국인의 지위와 권리는 국민과 다르면 안된다는 평등원칙의 적용을 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외국인은 참정권 등의 일부 권리를 제외하고 국민과 동일하게 인간의 권리를 총체적으로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판례는 외국인의 기본권을 총체적으로 보장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헌법재판소의 판례는 헌법 문헌에 대한 해석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평등원칙에 부합하도록 헌법을 해석하여 비국민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주제4. 외국인의 사회보장법상 지위 (서울대학교 김복기 교수)
김복기 교수는 우리 법체계의 개선보다는 현재 법체계, 특히 사회보장제도 내에 어떻게 하면 외국인을 포섭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논의의 기초로 제시한 것은 사회보장에 관한 외국인의 헌법상 지위와 사회보장기본법상 상호주의입니다.
헌법 제6조 제1항이 천명하는 국제법존중주의와 동조 제2항의 외국인의 법적지위는 국제법과 조약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것을 바탕으로 해석할 때 외국인의 대한민국에서 사회보장법상 지위는 국내 법령뿐만 아니라 사회보장에 관한 국제법과 조약(협약)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됩니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단순한 ‘국민의 권리’가 아니라 ‘인간의 권리’로 볼 수 있는 기본권에 대해서는 외국인도 그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99헌마494; 2009헌마351)
반면 사회보장기본법은 법 제8조에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사회보장제도를 적용할 때에는 상호주의의 원칙에 따르되,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고 규정하며 상호주의 원칙을 취하면서 구체적 규율은 관계 법령에 맡깁니다. 김복기 교수는 사회보장 영역에서 상호주의 원칙 적용에 ① 보편적 인권으로써 생존권의 성격이 강한 분야에 상호주의를 적용하는 것인 옳은지, ② 사회보험료 납부를 전제로 형성되는 사회보험에 상호주의를 적용할 실익이 있는지, ③ 사회보장의 이념상 보호 대상이 되어야 하는 무국적자를 보호할 수 없게 되는 한계 등의 문제제기를 합니다.
(1) 의료보험 – 일정 체류자격이 있는 사람은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하였거나 지속적으로 거주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 공단에 신청하여 ‘지역가입자’가 될 수 있습니다(국민건강보험법 제109조 제3항;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제61조의2). 그러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3조는 “모든 국민은 성별, 나이, 민족, 종교, 사회적 신분 또는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하고 응급의료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는 바, 미등록 외국인도 응급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2) 산업재해보상보험 –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조는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됨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에 사용자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외국인은 산재보험의 수급권자가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외국인이 취업자격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산재보험법상의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94누12067). 그러나 현실에서는 미등록체류 외국인 근로자의 신분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산재은폐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3) 공공부조 – 공공부조법제의 근간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외국인에 관한 수급권자 특례규정이 없습니다. 다만, 대한민국 국민과 특정 관계에 있는 경우(혼인, 배우자 임신, 양육, 생계∙주거 등)에 이 법의 수급권자로 인정됩니다(법 제5조의2, 법 시행령 제4조).
(4) 긴급복지지원법 – “생계곤란 등의 위기상황에 처한 사람”의 경우 긴급복지지원법과 법 시행령이 규정하는 경우는 외국인도 이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특히,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 본인의 귀책사유 없이 화재, 범죄, 천재지변으로 피해를 받은 사람 들이 규정됩니다.
(5) 사회서비스(사회복지서비스): 다양한 분야 중 특히 미등록 이주아동의 인권보장과 관련하여 논의가 활발하며, 그 중에서도 ‘보편적 출생신고’ 문제가 활발합니다.
인상깊었던 부분은 난민에 대한 사회보장 파트였습니다. 난민법에 따라 난민신청자는 의료지원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제42조). 다만, 불인정결정에 대한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 난민인정을 받지 못한 경우 등에는 생계비, 주거, 의료, 교육에 관한 처우가 제한됩니다(제44조). 난민인정자의 경우 법 제31조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습니다. 특히 장애인등록 관련해서 난민인정자가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요구할 권리가 인정된다는 판례가 있어 주목됩니다(2017누22336).
김복기 교수의 발제는 국내법상 국내에 체류중인 외국인이 사회보장법상 보호를 받을 법적 근거를 정리한 발표였습니다. 특히 맺음말에서 우리 헌법 전문의 “평화와 연대 정신”, 그리고 이에 “이바지”하려는 목적을 근거로 하여 우리 나라에 체류중인 외국인에 대한 보호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는 지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주제5. 비국가행위자에 의한 박해와 난민 개념 (서울대학교 최계영 교수)
최계영 교수는 비국가행위자에 의한 박해(소위 사인박해)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책임이론, 보호이론-에 대해서 소개를 한 후, 이와 관련된 유럽 선진국의 입장변화를 중점으로 분석하여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대한민국 난민심사 과정에 시사하는 바를 지적하며 발표를 마쳤습니다.
현재의 국제적 난민보호 체계는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를 기반으로 하며, 체결 배경이 세계 2차대전 후의 유럽이었던만큼, 유연한 해석과 인권법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여 왔습니다. 이러한 해석상의 문제로 발생한 지점 중 하나는, 박해의 주체가 국가가 아닌 비국가행위자(non-state agents of persecution)에 의한 경우입니다. 민병대, 게릴라, 범죄조직, 적대적인 부족이나 종파, 혹은 가족과 친족에 의한 박해를 피해 출신국으로 돌아가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이 경우에 해당합니다.
비국가행위자에 의한 박해를 난민협약상의 박해로 볼 것인가에 관해 크게 두가지 시각이 있습니다. 책임이론(accountability approach)과 보호이론(Protection approach)가 그것입니다. 책임이론은, 박해는 원칙적으로 ‘국가에 의한’ 박해를 의미하므로 비국가행위자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국가에 귀속시킬 수 있는 경우에만 박해가 성립한다고 합니다. 반면, 보호이론은 행위의 귀속이 아니라 국가의 보호부재에 초점을 맞춥니다. 주체와 무관하게 박해로부터 국가가 시민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국가에 책임이 귀속되는지와 상관없이 박해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책임이론은 과거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 대륙법계 국가에서 주로 채택한 견해입니다. 그러나 유럽에서 변화가 생깁니다. 영국(보통법계) 대법원이 2000년 Ex parte Aitseguer 판결은 책임이론과 보호이론의 접근방식의 차이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차이를 가져오는지, 그리고 이러한 차이가 국제적 책임분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를 잘 보여줍니다. 소말리아 출신 여성 Adan은 다수 부족에 의해 자신의 부족 구성원들이 살해되었고, 돌아가면 자신 역시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래서 Adan은 독일에서 난민신청을 하였으나 책임이론에 따라 거부되었고 그 후 영국에서 난민신청을 하였습니다. Aitseguer는 알제리 출신 남성으로 알제리 정부의 통제 밖에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한 인권유린을 두려워하였습니다. 그는 프랑스를 거쳐 영국에 왔습니다.
영국 정부는 더블린 협약에 따라 첫 번째 비호국(country of first asylum)으로 이에 대해 책임을 지는 독일과 프랑스로 돌려보내고자 하였으나, 영국법상 해당 국가가 난민협약에 위반하여 출신국으로 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했습니다. 영국 대법원은 만장일치로 “협약상 난민 개념의 유일하고 올바른 해석은 보호이론에 따른 것이고 따라서 난민으로 보아야 한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의 결과로 2004년 유럽연합 차원에서 난민자격지침(2004 Qualification Directive)이 제정되었고, 보호이론의 입장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프랑스와 독일도 이 지침을 국내법으로 전환하였고, 스위스 역시 2006년 보호이론으로 판례를 변경하였습니다(스위스는 유럽연합이 아니어서 지침에 구속되지 않으나 그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륙법계에 속하고, 그에 따라 책임이론의 입장을 견지하는 경우가 판례에 다수 등장합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최근 판례의 경우에도 2004년 이후에 보호이론을 채택한 국가인 프랑스와 독일이 책임이론을 견지한다는 판시가 종종 등장하곤 합니다.
또한, 대안적 국내피신에 대한 판단을 하며, 박해의 주체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출신국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함으로써 위험에 벗어날 수 있다는 이유로 난민신청을 거부하는 구조를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대안적 국내피신은 그 지역에 합법적으로 이주할 수 있는지, 그 지역 이주가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지 등을 살펴야 하는데, 막연하게 다른 어느 지역이 있으니 그곳으로 이주할 수 있다는식의 판단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에, 합리적이고 적절하게 검토된다고 할 수 없습니다.
최계영의 교수의 발표가 가지는 가장 큰 함의는, 현재 우리 법원 입장의 근거로 제시되는 독일과 프랑스는 더 이상 유효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지적이 실무에 반영되어 형식적인 판단에서 그치는 난민불인정처분취소소송이 아니라 실질적인 판단이 이루어져서 두터운 보호를 제공하는 난민협약국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디딤돌이 되었으면 합니다.
[2부. 종합토론]
2부에서는 1부의 발표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외국인의 법적 지위와 그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한양대학교의 정광현 교수,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의 이주영 박사,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세진 변호사가 토론자로 참석해 1부에 있었던 발표의 내용을 심화하고 확장하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외국인을 한 명의 인간으로 보고 그의 기본권주체성을 인정하도록 법제를 다듬어야 한다는 방향에 대해 공감이 있었습니다. 외국인의 법적 지위와 관련해서는 헌법에서 외국인의 지위를 어떤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많았지만 외국인의 기본권을 더 신장시키는 방식으로 법을 해석하고 바꿔야 한다는 기본적인 방향에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2부에선 외국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는 법률을 어떻게 하면 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합법적으로 체류자격을 인정받은 외국인이 아닌 난민신청자 같이 불안정한 지위에 있는 외국인의 처우에 대한 토론이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어필의 김세진 변호사는 최계영 교수의 박해 주체로서 비국가행위자 관련 부분과 난민의 처우 관련 부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습니다. “난민협약이 인권보호와 대체적 보호를 기둥으로 하고 있고, 난민의 정의에 비추어 봤을 때 박해 주체가 국가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당연히 비국가행위자도 박해 주체로 보는 보호이론이 타당하다. 실무에서 비국가행위자가 박해 주체인 경우 난민인정이 더욱 어렵다. 일단 비국가행위자가 박해 주체인 경우 협약상 5가지 박해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난민불인정처분되는 경우가 많고, 또한 국가와 달리 비국가행위자의 박해의 경우 공신력 있는 문서 확보가 더 어려운 관계로 입증도 더욱 어려운 문제가 있다. 그리고 비국가행위자 박해의 경우 국가의 보호 가능성 여부 판단이 중요한데, 이 부분 관련해서 난민심사관이나 법원은 매우 엄격한 입증책임을 요구한다. 예로 나이지리아의 동성애자 박해와 관련해서 나이지리아 실정법이 동성애자를 처벌하고 있을 때 법관들은 실제 처벌례가 없다는 이유로 박해 위험을 인정 하지 않고, 실제 처벌례를 제출하면 실제 처벌 사례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또 박해 위험이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반대로 비국가행위자가 박해 주체인 경우에는 실정법에서 일정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과 현실간의 괴리가 있어 현실적으로는 법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여 박해 가능성을 부정한다. 비국가행위자가 박해 주체인 경우 난민심사관과 판사의 전문성 여부에 따라 난민인정결과가 많은 영향을 받고 있으며, 특히 국가의 보호 가능성 여부 판단 관련해서는 한국에 공신력 있는 COI 센터가 존재하지 않아 사건마다 판단결과가 더욱 달라지는 것같다. 난민처우 관련해서는 난민협약상 보장하고 있는 권리를 난민법에서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이행 관련 법제도는 마련되어 있지 않아 난민들이 제대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등록 관련 판례에서 원고가 승소하였으나 여전히 원고는 장애인연금이나 활동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장애인관련법상 외국인은 지원대상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난민법상 난민은 대한민국의 국민과 같은 사회보장을 받는다고 규정되어 있으나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그리고 특히 외국인의 기본권 관련해서 가장 문제로 여겨지는 부분은 출입국관리법 제63조가 외국인의 구금에 대해서는 구금상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난민 등 외국인이 이렇게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이들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지위가 낮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할 수 있다는 점이 연습된다면, 이는 결국 우리 내의 계층별 차별도 더욱 강화하는 것이 될 것이다”
<후기>
외국인도 한 명의 인간이고, 그에게 인간의 존엄과 관련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함은 일견 당연합니다. 하지만 당연한 이 생각은 현실에서 실현되고 있지 않습니다. 외국인의 법적 지위에 대한 통합적인 법제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고, 여전히 기본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외국인도 많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외국인의 법적 지위에 대한 논의는 이후 외국인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도록 하는데 하나의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불안정한 지위의 외국인도 기본권주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법제의 정비와 법률의 실질적 반영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성자 공익법센터 어필 실무수습 김병국, 김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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