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한 이야기 한보따리 들고 어필 후원자 인터뷰가 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지난해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어필에 든든한 후원금을 보내주셨습니다. 태평양은 국내 로펌 중에서도 최초로 2002년 공익활동위원회를, 2009년 재단법인 동천을 설립하며 공익활동을 활발히 지속해오고 있는 데요, 난민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1월 13일 법무법인 태평양을 방문하여 태평양 공익활동위원회 난민분과위 간사이신 이한길 변호사를 인터뷰했습니다. 이한길 변호사는 호탕한 성격만큼이나 말솜씨도 좋으셔서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어필 사무실에서 때아닌 새내기시절을 맞이한 김유라 인턴과 어느새 고참의 향기가 나는 인턴실세 진유선 인턴이 진행했습니다 🙂
인터뷰 시작 전, 감사의 의미로 어필의 연간보고서와 에코백을 전달했습니다. 소소한 선물이지만 (영혼 가득) 감탄을 금치 못하시던 모습에 저희 어필 인턴의 마음이 더 따뜻해졌달까요. 시작부터 이렇게 훈훈할 수가 없습니다. 🙂 아래 사진에서부터 감탄사가 들리는 것 같지 않나요? 인턴 둘이서만 진행한 인터뷰라 긴장했었던 인턴 유라유선, 줄여서 유자매는 쾌활한 변호사님 덕분에 뿌듯한 마음 한가득 안고 편안하게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어필 : 태평양 공익활동위원회는 어떤 일을 하나요?
이한길 변호사 : 공익위원회는 북한/탈북민, 이주외국인, 난민, 장애인, 여성/청소년, 사회적경제, 복지 이렇게 7가지 분야로 나눠져 운영되고 있어요. 공익활동위원회는 태평양 변호사들 중 공익활동을 하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가입을 하고 월 일정액의 회비를 낸 후 공익활동을 하고 있어요. 대표님, 고문님부터 일년차들까지 다양합니다. 원래 분과위가 처음엔 7개가 아니었는데, 공익활동 속에서도 전문성을 추구하자는 취지에서 분과위가 7개로 나뉘었죠. 저는 지금 난민분과위와 장애분과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필 : 난민분과 간사이신데, 난민분과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이 : 저희는 업무분야는 기본적으로 난민불인정취소소송, 난민신청과 이의신청하는 것이 주이긴 합니다. 한국변호사분들이 담당하고 있고요. 저희 위원회에 외국변호사들도 가입해 있어서 법률지원이라던지 통역 가이드라인 지원하거나, 국제난민컨퍼런스에서 번역을 도와드리기도 하고요. ‘릴레이트 교육’ [ref] RELATE(Refugee Legal Aid Training and Empowerment) : 난민법률지원 실무교육 프로그램 [/ref]을 실시하기도 합니다.
어필 : 오, 소송지원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네요?
이 : 최근에는 업무분야를 확장하자는 논의가 있어요. 지금까지 주로 난민소송을 많이 지원해왔지만 사실 아시다시피 최근에 법원에서의 태도가 굉장히 좋지 않고 패소율도 높아지니까 하는 변호사들이 힘든 부분이 많아요. 옛날에는 승소율이 좋았는데 요즘은 정말 거의 받아주지도 않고.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보니 업무분야를 다양화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특히 외국변호사분들의 업무영역을 넓혀가려는 부분이죠. 사실 외국변호사분들이 외국어능력도 좋으시고, 외국 변호사 자격이있으시니까 다른 일들을 하면 좋은데, 한국 소송을 하실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방콕이라던지 해외의 단체와 연계해서 ‘메모랜덤’[ref] (의견서 등의 법률문서) [/ref]부분을 지원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이부분은 아직 테스팅 단계에 있어요.
어필 : 공익활동위원회의 여러 분야중에서도 난민분과위를 선택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이 : 공익활동은 원래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기도 했고. 대학교때는 제가 공부방 봉사를 했었어요. 어쩌다보니 친한친구들 따라 하게 된건데, 그때 굉장히 즐거웠어요. 그 당시 아가들, 벌써 훌쩍 대학생이 되어버렸더라구요. 그 친구들과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고 있어요. 그때 그렇게 친해졌지만 제가 느낀 건 내가 선생님은 못하겠다(웃음) 한가지랑 내가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변호사가 된 후 일년차 때는 분과위를 세 군데나 가입해서 활동했었어요.
그 중에서도 난민분과위를 어쩌다보니 간사까지 하게 된 건 난센에서 계셨던 분의 강연을 듣고 난 후 부터 인 것 같아요. 그때 부터 이 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죠. 사실 1년차에는 잘 모르잖아요. 그냥 해보면서 느끼는 중이었는데, 그분이 하신 말씀이 ‘여러분이 단순히 영어를 잘해서, 그냥 내가 변호사니까 한번 해볼까하는 마음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기 주관이나 철학이 있어서 이 일을 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 말이 인상깊었는지 그때 제가 스스로 ‘난 왜 이 일을 하려고 할까’ 생각했어요. 고등학교때가 떠오르더라고요. 제가 외국어고등학교 프랑스어과를 나왔는데, 그때 뮤지컬 ‘노트르담드 파리’를 보고 공부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이 뮤지컬의 내용이 이방인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오잖아요. 그때부터 사회의 이방인에 대해 관심이 생긴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제 첫번째 난민소송 의뢰인은 제 기대와는 달리 좋은 케이스는 아니었어요. 의뢰인과의 신뢰관계가 깨지고 실망한 부분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러면서 오히려 스스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하는 이유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간사가 되어서도 그 이유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고요.
어필 : 지금까지 많은 분들의 난민소송을 지원해오면서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있으신가요?
저는 사실 제가 지원한 분들도 많지만, 작년에 간사일을 하면서 강연을 하나 기획했을 때 만난 분이 기억에 남아요. 저희가 조력을 해드렸던 분들 중에 지위가 인정되신 분들이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와 난민일 때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려는 취지에서 강연을 기획하면서 강연자로 모신 난민분이신데, 굉장히 의욕적이셨고 정치운동, 블로그 등 여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나가시던 분이었어요. 그 분을 보면서 이런 분을 조력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동시에 사실은 내가 만나는 의뢰인도 그런 사람중에 한 사람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변호사와 의뢰인의 지위로 만나게 되면, 그 분들이 굉장히 위축되어 계시거든요. 그래서 적극적인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어요. 제가 조력하고 있는 분들이 저에게 모든 이야기를 해주시진 않으세요. 한두번 만난 사람에게 그런 어두운 이야기를 하기 쉽지 않으니까요. 변호사 일이라는게 책상에 앉아서 하는 지루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고. 난민 사건도 점점 유형화가 되고. 특히 저희 공익위원회같은 경우는 다른 난민지원 단체를 거쳐서 사람을 만나다보니, 사건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그 분의 사정보다는 사건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제가 놓치던 것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의뢰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지 그런 부분들을 그 분이 일깨워주셨죠.
그리고 그때 그 분한테 강연료를 드렸는데 그걸 난센에 기부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자기이름으로 하면 안받아주니까 태평양이름으로 기부해달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또 난센에서는 어떻게 또 알고 안 주셔도 괜찮다고하고, 그 분은 기부하고 싶다고 하는(웃음). 제가 직접 조력한 분은 아니지만 굉장히 인상깊었어요.
어필 : 인터뷰 전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다 눈에 딱 띄던 기사가 있었어요. 최근에 ” 태평양 변호사 봉사활동 시간 1위”라고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났더라고요. 전 그걸 보면서 ‘아 여기 변호사님들 정말 바쁘시겠다'(웃음) 생각했어요. 업무와 공익활동의 병행이 힘들지는 않으세요?
이 : 병행이 쉽지 않죠. 그런데 저희 사무실에서는 공익활동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합의가 있어서 공익활동시간을 연 140시간 까지는 업무시간으로 인정을 해줘요. 이런 체계들이 잡혀있다는 점에서 공익활동을 하는 것이 조금은 덜 부담스럽죠. 하지만 업무를 하는 동안 같이 일하는 분들 중엔 제가 공익활동을 하는 지 잘 모르기도 하고 공익활동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도 있어요. 공익활동을 하는 걸 이해를 해주는 분들도 있지만 안하시는 분들고 계시고. 그래서 힘든 부분도 당연히 있죠.
일하는 변호사님들 모두 바쁘시잖아요. 여기서 공익활동을 위한 시간을 내느냐 마냐는 다 선택이고, 이때 시간을 내는 사람은 계속 공익활동을 하게 되고 아닌 사람은 계속 안하게 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관성같은 측면이 있어요. 공익활동을 일상의 한 부분으로 끼워놓으면 굴러가게 되는 것 같아요. 다들 공익활동위원회에 가입할 때는 열심히 해봐야지 하고 시작하지만 바빠서 안하게 되면 쭉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어쩔 수 없는 경향이죠. 지금 안하면 계속 안하게 된다는 걸 생각하면서 공익활동에 참여해요.
어필 : 난민 지원이 심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잖아요. 그 분들의 사정이 개인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상황때문이기도 하고, 언어 소통도 쉽지 않고. 이 일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변호사님의 가치관은 무엇인가요?
맞아요. 저 자신조차도 지칠 때가 있어요. 언어의 문제도 그렇고, 그 분들이 저희에게 자신의 가장 좋지 않던 시절을 꺼내서 말하기도 쉽지 않죠. 공익활동을 해나가시는 분들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중 하나가 좋은 일을 해보려고 했던 것인데 회의감이 들때에도 이걸 지속하는 힘이에요. 저는 첫번째 케이스때 최선을 다해서 난민 소송 준비를 했는데 신뢰관계가 깨지는 사건을 경험했고(웃음) 어떻게 보면 더 회의감이 들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때 선배변호사님이 해주신 조언이 기억에 남아요. ‘이 사건 때문에 난민사건 전체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될까봐 걱정이 된다고. 다 이런 건 아니라고. 이런 일로 도와주지 않게 되면 결국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마저도 도울 수 없게 된다. 하다보면 꼭 보람있는 사건을 경험할 수 있을 거야‘ 라고 하셨어요.
그 말을 기억하면서 이 활동에서 보람을 찾으려고 하죠. 항상 동기부여해야야지 하는 방식은 오히려 더 지치더라고요. 그런 방식보다는 정기적으로 내가 이 일을 왜 하려고 하는 지 상기시키는 이벤트를 경험하려고 해요. 일상 속에서 지쳐갈 때쯤 난민 강연자분을 만나 활력을 얻은 것처럼요. 저희 난민분과위 차원에서도 이런 이벤트를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필 : 태평양에서 출발해서 이제 많은 로펌들이 공익활동을 해나가고 있는데, 로펌들의 공익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 저희 공익활동위원회에서도 고민하는 지점이에요. 사실은 공익활동을 열심히 하도록 독려하는 것도 중요한데, 하지 않는 분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끔 하는 것도 못지 않게 중요해요. 같이 이런 일을 해보고, 해보면 좋다는 것을 프로모션을 하죠. 그런데 이런 일도 경험을 해봐야 좋은 지 아는 거잖아요. 그리고 공익활동이 자신의 과제라고 느껴야 일을 하게 되는 거고요. 그런데 아직은 공익활동이 전체의 과제다라는 그런 합의가 다 이뤄진 것 같지 않아요. 저희 사무실에도 사실 공익활동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작은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아요. 저희 사무실에는 과거에는 공익활동의무시간이 20시간이 있으면 많이 한 사람이 하지 않은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었어요. 그런데 방식이 바뀌어서 10시간을 본인이 직접 채우도록 하고 있어요. 이 10시간도 제대로 채우지 못해서 아 어떻게 채워야하지 고민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죠. 그래도 이제 그 시간만큼은 공익활동이 자기 문제가 되서 맞닥뜨리면, 어떤 활동을 해야 괜찮을까 고민하기 시작하고 참여하게 되죠. 이런 약간의 장치들이 생각을 바꾸고 공익활동이 전체의 과제가 될 수 있게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재밌고 보람있게 공익활동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는 것도 중요하죠.
어필 : 끝으로 어필과 어필 후원자분들께 한마디 해주신다면? 앞으로 관계를 더 돈독히 한다던지 (☆어필을 어필중★)
어필 정말 멋있어요. 작년에 난민법개정관련해서 단체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한 시간이 있었는데, 어필의 이일 변호사님이 오셔서 말씀하시는 것 보고 훌륭하신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그날 어필사이트 검색해서 들어가보기도 했어요.(웃음) 분과위 월례 회의 하면서 관련 단체 지원이야기를 했는데, 저희 분과위원장님에서 어필을 강력히 추천하셨어요. 사실 단체간의 지속적인 업무공유같은 게 자주 있는 일이 아니지만, 이번이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지속성있는 관계를 형성해보면 좋겠다는 게 저희 분과위원장님 말씀이셨어요. 저희 많이 배우고 싶고요(웃음). 아 그리고 어필 연간보고서 너무 이뻐요!!!!
글 김유라, 사진 진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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