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5일, 환경연합과 공익법센터 어필이 ‘빼앗긴 숲에도 봄은 오는가’ 보고서 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했습니다. 미세먼지로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께서 찾아주셔서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팜유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셨습니다. 작년 12월, 환경연합의 김혜린 활동가와 어필의 정신영 변호사는 인도네시아 중부 칼리만탄의 셈블루(Sembuluh) 마을을 방문하여 지역 주민들로부터 팜유 플랜테이션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공짜 전기와 물, 교육, 일자리를 약속했던 팜유 플랜테이션이 생긴 이후, 이곳 주민들은 일자리는커녕 땅과 건강을 잃어가고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단 셈블루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빼앗긴 숲에도 봄은 오는가’는 그러한 팜유 산업의 문제점, 특히 인도네시아 팜유 산업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운영 현황을 담은 보고서입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공석기 환경운동연합 국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이 사회를 맡아 진행하였고, 인도네시아의 시민단체인 인디스(Institute for National and Democracy Studies, INDIES)의 대표 쿠르니아완 사바(Kurniawan Sabar), 환경연합의 김혜린 활동가와 어필의 정신영 변호사가 발제를 맡았습니다.
팜유 플랜테이션의 환경, 인권침해 현황 (INDIES 대표 쿠르니아완 사바 발제)
인도네시아에서 시민단체 인디스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쿠르니아완은 이름이 어려우니 와완이라 부르라면서 가벼운 분위기로 발제를 시작하여 인도네시아에서의 팜유 산업에 대해 대략적으로 소개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팜유 생산국입니다. 한국의 전체 면적보다도 더 큰 땅이 쓰이고 있는 팜유 산업은 인도네시아에서 환경, 사회, 노동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토지 독점 문제입니다. 한 시간에 축구경기장 300개 크기의 땅을 공격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팜유 플랜테이션은 지역 사회 주민들이 살아갈 방법을 빼앗고 있습니다.
문제는 기업의 팜유 플랜테이션을 확장과 인도네시아 지방 정부의 뇌물수수 및 부패가 겹치며 팜유 플랜테이션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엄격한 검사와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토지 점유의 합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플라즈마(Plasma)라고 하는 지역주민을 위한 공공 플랜테이션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많은 기업에서 이를 따르지 않거나 지역 주민들의 업무를 힘들고 불편하게 만들어 결국 지역을 떠나게 만드는 등 지역 사회를 파괴하고 노동권을 침해하는 등 인권 침해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낮은 임금은 물론 부당한 공제, 여성에 대한 임금 차별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노동자들 사이에서 높은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서 Kernet(보조) 노동자를 데리고 오는 관행이 있는데, 대부분 노동자의 자녀나 추가로 비용을 지급하고 고용된 제삼자인 Kernet 노동자는 하는 일은 유사하지만 고용 관계가 없어 대부분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매우 적은 임금을 받는다고 합니다.
팜유 플랜테이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또한 지대합니다. 인도네시아에 조성된 팜유 플랜테이션 농장은 2016년 기준 1,100만 ha(헥타르)입니다. 이 과정에서 조류, 오랑우탄 등 다양한 생물들이 위협받게 되었고 생존 반경이 좁아지면서 기존에 없었던 주민들과 오랑우탄 사이의 갈등도 생기고 있습니다. 산림 파괴뿐 아니라 토지를 정리하기 위해서 고의로 방화를 하고, 독성물질을 사용하며 처리되지 않은 유독 물질을 배출하는 등 오염의 문제도 심각합니다.
이런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더 이상의 플랜테이션 농장이 허가를 받지 못하게 하고, 노동 환경 개선과 사업 투명성을 확보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진출 한국 팜유 기업 운영 현황 (환경운동연합 김혜린 활동가 발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한국계 팜유 기업은 총 5곳으로 코린도(Korindo), 포스코대우, LG상사, 대상, 삼성물산이 있습니다. 이에 김혜린 활동가는 직접 현장에서 조사 관찰한 내용을 담아내 설득력 있는 발제를 해주셨습니다.
코린도는 한국계 기업인이 CEO인 기업으로 인도네시아 재계 20위권의 대기업으로 약 160,000ha의 팜유 플랜테이션 사업 부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서울시 면적과 비슷한 크기의 산림이 파괴된 것은 물론 토지를 정리하기 위해서 고의로 방화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환경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또한 선주민들과 충분한 합의 없이 사업을 강행하며 선주민들의 동의 없이 토지를 무단으로 점거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토지 사용 등기(HGU)도 취득하지 못한 채 사업을 진행하며 정부에서 사업 허가권 또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태입니다. 이런 사실이 국제적으로 알려지자 많은 글로벌 기업이 코린도를 공급망에서 제외하고, 여론도 악화되며 코린도는 자사 플랜테이션 부지 전체에 신규 개발 중단 모라토리엄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 주민들과 분쟁을 해결하지 않고 있으며, 업계가 요구하는 산림파괴 금지정책(NDPE, No Deforestation, No Peat, No Exploitation)을 그룹 차원에서 채택하지 않고 있습니다.
포스코대우는 인도네시아 파푸아 주에 34,195ha 부지의 팜유 플랜테이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산림파괴는 물론 코린도와 비슷하게 토지를 정리하기 위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약 260차례에 걸쳐 방화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플랜테이션 부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토지분쟁, 그리고 주변에 있는 비안강과 플라이강의 수질오염 문제 또한 심각합니다. 포스코대우는 플랜테이션 농장이 악영향을 미칠 부분을 인지하고도 사업을 강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후 국내외 시민단체는 포스코대우에 신규 부지 개발 중단 모라토리엄 선언과 산림파괴 금지정책의 채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포스코대우의 공식적인 반응은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이 운영하는 두 개의 팜유 플랜테이션 농장의 경우 또한 환경 문제를 비롯해 노동 착취, 토지 분쟁 등 팜 플랜테이션에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문제가 동일하게 발견됩니다. 특히 PT Inecda의 경우 지역 주민 고용률이 5%가 채 되지 않으며 주변 환경이 파괴되며 지역의 문화와 종교까지 침해받고 있습니다. 또한 토지 사용 등기를 취득하지 못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반박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농장 내에선 맹독성 제초제(그라목손)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근로자들에게 제대로 된 보호장구를 제공하지 않거나, 안전 교육을 하지 않는 등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대상같은 경우 인도네시아에서도 조미료 ‘미원’으로 유명한 기업인데, 팜유 플랜테이션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경작 허가권(HGU)을 얻기 위해 충분한 사전 설명 없이 마을 주민들에게 서명하도록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회사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팜유 열매를 가져가는 공동행동을 하자 참여자들을 절도죄로 고소하는 등 농민들을 범죄화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플라즈마를 이행하지 않으며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LG 상사가 운영하는 팜 농장에서도 환경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해당 지역에서 팜 열매를 수확한 농민들을 고소하는 등 대상과 비슷하게 농민들을 범죄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팜유 수입, 유통 현황 및 권고 (공익법센터 어필 정신영 변호사 발제)
마지막 발제의 주제는 이렇게 생산된 팜유가 한국 내에서 어떻게 유통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한국은 2016년에 총 475,936t의 팜유를 수입해 그중 204,409t이 식품의 원료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중 67%가 라면 등 면류를 가공하는 데 사용되었고, 약 13%는 과자류 제조에 활용되었습니다. 수입 당시에는 HS코드(Harmonized System code)로 분류된 6가지 항목이 있지만, 국내에서 유통될 때는 이를 구분하는 방법이 따로 없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제로 팜유를 사용하고 있다고 신고한 업체는 한 곳에 불과했습니다. 이외에도 화장품이나 의약품에 사용되는 팜유는 추적하기 어려운 등 국내에서 사용되는 팜유의 흐름을 제대로 모니터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인도네시아에 진추하는 팜유 기업에게 융자 지원을 포함해 다양한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로 진출한 기업이 환경 및 인권 침해의 위험이 있는 요소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 장치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해외 진출 기업에게 이러한 위험 요소에 대해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을 마련하기를 권고했습니다. 또한 진출한 사업체들의 실태조사를 하고, 앞으로 진출할 예정인 기업에게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팜유의 수입량은 3배로 늘어난 것에 반해, 그로 인한 수익은 2배밖에 증가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팜유가 저렴한 이유가 다양한 비용들을 인도네시아 주민들에게 부담시키기 때문일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따라서 기업들에게도 피해를 입을 사람들에게 대한 구제책을 마련하고, 앞으로 정당한 방법을 통해 농장을 확보하고 선주민들의 노동권과 안전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보고서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빼앗긴 숲에도 봄은 오는가’ 보고서
후기
전날 급하게 통역을 맡아 하게 되어 정신없었지만 정말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게 되어서 큰 보람이었습니다. Q&A 중, 인도네시아 정부의 역할 관련한 질문에 대해 발제자의 답변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와완 대표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기업들의 환경법 위반 시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책임이 중요하지만 현실을 보면 이미 지역주민의 입지가 약해져 있기 때문에 정부와 경찰은 기업의 편을 들기 마련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업들은 다국적 거대 기업으로서 팜유 사업 문제를 인도네시아 정부의 책임만으로 좁힐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합법/불법 논리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것이 옳은 것인가 생각해야보아야 합니다. 만일 팜유 기업들의 만행이 법적으로 합법이라면 과연 사회적 약자에 위치해 있는 지역 주민들을 착취하는 이 산업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또한 인도네시아 주민들을 착취해 생산되는 팜유로 라면을 먹고, 인도네시아 원시림을 파괴해 생산한 팜유로 바이오디젤 차를 모는 우리의 모습이 과연 정당한 행동을 하고 있는 모습인가하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문제는 인도네시아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기업의 책임, 개발과 환경의 문제는 그 시기 헤게모니에 따라서 선택될 작위적인 문제일 것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부분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문제입니다. 인도네시아 팜유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사람들 사이의 타협이나 토론을 통해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그곳에서 일어난 일은 단순한 시장의 원리도 아닌, 범죄라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당장 팜유의 소비와 생산을 줄이고, 당장 팜유의 생산 유통 체계를 보완해 투명하게 만들기도 어렵고 그런다고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미 망가진 환경과 주민들의 생활은 오랜 시간 치유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을 사람들이 인식하고, 관심을 가져 건강한 토론이 생기는 것이 시작이 되야할 것입니다.
[작성자 공익법센터 어필 17기 인턴 조진서, 박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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