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4일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진행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주관 인권정책협의회에 다녀왔습니다.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한국 사회 난민 혐오의 배경과 전망 및 어떤 연대적 대응이 필요한지에 대해 발제했습니다. 다음은 이일 변호사의 발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2018년. 한해 약 1만 3000여건 정도의 난민 신청이 이루어졌습니다. 한국 정부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이 존재하는 것이었지만 난민들은 존재적, 규범적, 문화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엄청난 화두가 되었던 500여명의 예멘 난민의 존재. 유럽과 비교해보거나 세계적인 엄중한 상황 및 한국의 사회 시스템에 비추어 500여명이라는 숫자가 그렇게 큰 숫자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낯섦의 반응이 일어났고 이는 혐오로 이어졌습니다.
한국은 동북아에서 가장 낮은 난민 인정률을 보입니다. 난민 인정자는 약 1000여명 인도적 체류자 약 1500여명. 20년 동안 2500명만이 적어도 추방 받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워낙 소수이기 때문에 난민들을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계기가 거의 없고 정부 또한 관심이 없었던 상황입니다.
정부 정책에서도 대외적으로 난민법을 만들었다는 것을 넘어서 난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자리할 것인지, 한국 사회가 난민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어떻게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정책의 방향이 부재합니다.
예멘 난민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는 소수자 혐오 맥락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여성, 장애인, 성 소수자 등을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규정한 다음 차별을 구조적으로 정당화하는 발언이나 증오를 선동하는 발언까지… 계속해서 한국에서 차별과 혐오의 정서가 터져 나오고 있는데 이 정서의 최신 판본의 하나가 난민에 대한 혐오입니다.
‘난민의 취약성과 타자성’
한국 사회의 맥락에서는 취약하다는 것이 혐오의 근거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재난 피해자들에게 그만하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난민들은 나라 밖에서 일어난 다양한 전쟁의 피해자들인데 그들에게 더 이상 나타나지 말라고 혐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단일성과 인종주의’
한국 사회는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해본 경험이 부족한 사회입니다. 한국이 한민족의 땅이라는 것에 대해 도전받아본 적이 없는 사회에서 이런 부분들이 난민혐오의 강력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타문화에 대한 무지’
전쟁터에서 피신했던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난민들에 대해 보호가 필요하다고 알려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수상한 사람들로 읽혔던 반응들은 타문화에 대한 무지가 혐오로 나아간 부분입니다.
시민사회의 역할
정부를 향한 싸움은 조금씩 변화하는 것이 느껴지지만 한국사회의 강력한 혐오의 목소리는 어떻게 만나가고 설명해나가고 환대의 분위기가 형성되어 나갈 수 있을지 무력감이 들기도 합니다. 증오를 선동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정부가 명확하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정책적 제도적 도움이 필요하고 시민들에게도 난민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과 난민들에게도 한국사회의 여러 성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반차별 운동에 대한 적극적인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제 송환을 막아야 하는 처절한 노력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난민 혐오를 반대하고 반차별 운동에 함께 할 것인가 하는 국제적인 연대 방법도 현재 난민 지원 단체들의 중요한 고민거리입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많은 관심과 연대가 필요합니다.
나가며
이일 변호사의 발제를 듣고 정리하며 난민 혐오의 배경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한국 사회가 최근 예멘 난민들에게 보인 강력한 배제 반응들 떠올려보면서 절망적인 마음이 들던 중에 오래전 어떤 책에서 읽었던 문장을 기억했습니다.
‘200년 전에 노예해방을 외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100년 전에 여성에게 투표권을 달라고 하면 감옥에 집어넣었습니다. 50년 전에 식민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면 테러리스트로 수배당했습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불가능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는 계속 발전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대안이 무엇인가 찾고 이야기해야합니다.’
당장의 현실을 보면 난민을 제도적 문화적으로 환대하는 사회가 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우리 개개인이 또 시민사회가 환대의 목소리를 내고 차별에 반대하는 연대를 함께 해나갈 때 결국 변화해나갈거라는 작은 희망을 품어봅니다.
실무수습 최갑인 변호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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