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연기금 중, 자본을 투자할 때 ESG 요소를 고려해 투자를 진행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ESG 관련 투자에 있어 적용할 수 있는 원칙으로 UN의 책임투자원칙(Principle for Responsible Investment, PRI)가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연기금들이 PRI에 비준하며 PRI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주요 해외 연기금 중에서 ESG와 관련해 PRI 원칙을 어떻게 이행하고 있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에 앞서 UN의 책임투자원칙(Principle for Responsible Investment)을 살펴보겠습니다. UN에서 투자자들을 위해 만든 해당 원칙은 2019년 6월 기준, 2,450개가 넘는 투자자들이 비준했고, 최근 한국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섯 가지 원칙이 있지만, 연기금이 ESG 원칙을 적용하는 부분과 기업들에 ESG 공시를 요구하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세 가지 원칙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PRI 1원칙 : 우리는 투자 분석과 의사결정 과정에 ESG 이슈를 통합한다. (We will incorporate ESG issues into investment analysis and decision-making processes.)
→ 가능한 행동
・ 투자정책 상에서 ESG 반영
・ ESG관련 리서치 적극 지원
・ 내부 매니저의 ESG 능력 평가
・ 외부 매니저의 ESG 능력 평가
・ 투자 서비스 제공자들(애널리스트, 브로커, 리서치회사, Rating 회사 등)에게 ESG 리서치 요구 및 독려
・ 학계 및 연구기관의 관련 테마연구 지원
PRI 2원칙 : 우리는 적극적인 소유주가 되고 ESG 이슈를 소유주 정책과 실천에 포함시킨다. (We will be active owners and incorporate ESG issues into our ownership policies and practices.)
→ 가능한 행동
・ 적극적인 주주권 정책 개발 및 공시
・ 의결권 행사 및 사후적 모니터링
・ 인게이지먼트 역량 강화 (내부 혹은 외부자문)
・ 정책, 규제, 기준 제정에 참여 (예: 주주권 강화)
・ ESG를 고려한 주주제안 실행
・ ESG 관련 이슈에 대해 기업들과 대화
・ 외부기관들과 인게이지먼트 공조
・ 투자 매니저들이 ESG 관련 인게이지먼트를 수행하고 이를 보고하도록 독려
PRI 3원칙 : 우리는 ESG 이슈와 관련해 우리가 투자하는 기업들의 적절한 ESG 공시를 추구한다.(We will seek appropriate disclosure on ESG issues by the entities in which we invest.)
→ 가능한 행동
・ ESG 이슈에 대한 표준화된 보고 요구 (예: GRI)
・ 사업보고서에 ESG 이슈를 통합적으로 다룰 것을 요구
・ 기업들에게 ESG 관련 국제적 기준 등의 이행 실적 정보 공개 요구
・ ESG 공시를 촉구하는 주주제안 지지
이에 따라서 PRI에 비준한 연기금 및 다른 투자 기업들은 위 제시한 ‘가능한 행동’에 국한되지 않고, 해당 원칙에 걸맞은 조치를 해야 합니다. 또한 PRI 비준 연기금 및 기업은 PRI에 자신들이 해당 원칙들을 어떻게 지키고 있는지 기재한 투명성 보고서(Transparency Report)를 제출해야 합니다. 단, 해당 보고서는 PRI에 의해 면밀히 검토되지 않고 자율적으로 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확인하는 방법에는 언론뿐 아니라 해당 연기금 및 기업에서 발행하는 연간 보고서, 책임 투자 보고서, 투자 원칙, 의결권 행사 원칙 등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연기금에 집중해 각 연기금이 어떻게 ESG 요소를 접목, 자신들이 투자하는 기업에 ESG 요소를 투입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연기금이 투자 기업에 ESG 요소와 관련해 의사 표현을 하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의결권 행사(proxy voting), 두 번째는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마지막으로 투자 철회(divestment)입니다. 의결권 행사의 경우 투자하는 기업의 연례 주주 모임이나 특별 모임에 참가해 투표를 통해 의사를 표현하거나, 주주제안을 함으로써 기업 경영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입니다. 투표에서 통과된 안건에 대해서는 기업 측에서 답변을 주어야 합니다. 두 번째 인게이지먼트는 말 그대로 ‘관여’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업무 방침 중 ESG 이슈에 리스크가 될 부분이 있으면 실제로 전화를 하거나, 직접 기업 혹은 현장에 찾아가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의결권 행사와 인게이지먼트를 통해서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때 몇 연기금 같은 경우는 투자 철회는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연기금은 투자 철회보다 인게이지먼트를 선호한다고 밝히며, 투자 철회를 하게 되면 회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단을 잃는다고 주장합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ESG 이슈와 관련된 문제가 있지만, 수익성이 있는 기업을 즉각 배제하지 않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이어서 실제 각 연기금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위 언급한 PRI 원칙, 그 중에서도 PRI에서 제시한 ‘가능한 행동’을 적용하고 있는지 관련 사례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온타리오 교원 연금(Ontario Teachers’ Pension Plan, 이하 ‘OTPP’)
1. PRI 1원칙 “ESG관련 리서치 적극 지원”
OTPP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 내 교직원들의 연금을 관리하는 곳입니다. 해당 연금은 PRI에 비준한 연기금으로 ESG 요소를 투자에 적절히 접목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실제로 ‘ESG 관련 리서치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 실제로 캐나다의 토론토 대학(University of Toronto) 로트먼 경영 대학원(Rotman School of Management) 내 ‘비즈니스 윤리와 이사회 효율성을 위한 클락슨 센터(Clarkson Centre for Business Ethics and Board Effectiveness)’를 지지하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해당 센터에서는 ‘이사회 주주 신뢰 지수(The Board Shareholder Confidence Index)‘라는 ESG 관련 지수를 개발해, 현재 캐나다 공개 거래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업 지배구조 관행을 연 단위로 검토한 자료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는 PRI 1원칙에 있는 “ESG관련 리서치 적극 지원”으로 볼 수 있습니다.
2. PRI 2원칙 “인게이지먼트 역량 강화 (내부 혹은 외부자문)”
OTPP에서 배포한 자료집 중 ‘시행중인 책임 투자 원칙(Responsible Investment Principles in Practice)‘의 6페이지를 참고하면 다음과 같은 부분을 찾을 수 있습니다.
OTPP는 현재 그리고 미래에 부각될 ESG 리스크에 대해 계속해서 평가하며 우리의 지식과 이해를 넓히고 우리의 투자 방식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우리는 협업과 생각하는 리더쉽 문화를 발전시킴으로 모든 연기금 투자 플랜 내에서 우리의 경험을 공유합니다.
시행 내용(Practice)
OTPP는 우리의 투자 전문가들이 ESG 요소와 경영에 있어서 가장 최근 시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회사 내에서 국제적 부문 전문가를 통한 교육과 대화 세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사의 “책임 투자 위원회”는 지식을 공유하는 내부 자원 역할을 하고, 우리 팀들은 산업 이벤트에 참여하고 연구 결과를 검토합니다.
본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국제적 부문 전문가를 통해 교육과 대화를 진행하고, 산업 이벤트에 직원들이 참여하는 등 PRI 2원칙에서 말하듯이 ESG와 관련해 인게이지먼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들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3. PRI 3원칙 “ESG 이슈에 대한 표준화된 보고 요구” & “사업보고서에 ESG 이슈를 통합적으로 다룰 것을 요구”
OTPP 뿐 아니라 많은 연기금의 경우, ESG 이슈에 대해 표준화된 보고를 ‘요구’하는 부분은 찾기 어렵습니다. 대신 대부분의 연기금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표준화된 보고 체계를 추천하거나 권장하는 정도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OTPP에서 발표한 ‘지속 가능성 공시에 대한 우리들의 접근(Our Approach to Sustainability Disclosures)‘ 자료 4 페이지를 참고하면 다음과 같은 부분을 찾을 수 있습니다.
공시 원칙(Disclosure Principles)
‘금융안전위원회(Financial Stability Board)’의 기후 관련 재정 공시 대책위원회(Task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는 최근 1차 보고서에서 기업의 효과적인 기후 리스크 공시에 대한 일곱가지 기준 원칙을 제공했습니다. 이는 우리의 재정 공시에도 동등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해당 보고서에서 제공한 기준 원칙은:
(중략)
이 원칙들은 기업들에게 OTPP가 요청하는 정보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우리는 기업들로 하여금 이 원칙들을 고려해 ESG 공시를 할 것을 권장합니다.
이 원칙들에 맞추기 위해, 공시는 쉬운 문장으로 작성되어야하고 투자자들이 공시를 해석할 수 있게 필요한 맥락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또한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공시는 폭 넓게, 그리고 손쉽게 열람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ESG 공시는 연간 보고서에 통합되어야 합니다.
OTPP는 지속 가능성 회계 기준 위원회(SASB)의 투자 분야별 가이드가 중요한 ESG 지수를 알기위한 좋은 시작점이 된다고 여깁니다. 그리고 OTPP는 석유&가스-지하자원 탐사&생산 기업들을 위한 SASB 기준을 따릅니다.
이 글을 통해 ‘금융안전위원회’에서 제공한 표준화된 원칙이 자신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하며, 이를 따라주길 권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마지막에도 SASB의 가이드를 추천하는 듯한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인용문 중간에는 이를 기준으로 ESG 공시가 연간 보고서에 통합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PRI 3원칙에서 말하는 “ESG 이슈에 대한 표준화된 보고 요구”, 그리고 “사업보고서에 ESG 이슈를 통합적으로 다룰 것을 요구”가 지켜지고 있다고 간주할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California Public Employees Retirement System, 이하 ‘CalPERS’)
CalPERS 같은 경우, 2014년 발간한 지속가능성 보고서(Toward Sustainable Investment & Operations: Making Progress) 부록에 해당 보고서 내에서 PRI 원칙 사이트에서 제시한 세부 원칙을 어떻게 지키고 있는지 설명한 페이지를 표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부록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PRI 원칙을 시키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다소 시간이 지난 2014년 자료라는 점 그리고 제3자에 의해 검토된 자료가 아니라는 점에서 실제 웹사이트에서 관련된 자료를 찾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습니다.
1. PRI 2원칙 “정책, 규제, 기준 제정에 참여 (예: 주주권 강화)”
CalPERS는 자신들의 ESG 투자 원칙을 적은 ‘거버넌스&지속가능성 원칙(Governance&Sustainability Principles)‘ 6 페이지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
지지(Advocacy)
CalPERS는 본 원칙을 지지하는 입법 및 규제 제정에 관한 정책 수립자와 협력한다. 우리는 또한 CalPERS의 목표를 위해 연방 대표자와 협력하고, 국내 및 국제 단체들과 파트너를 맺는다.
또한 실제로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있는 페이지에서 자신들이 의견을 보낸 정책 입안 등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입법제안의 일례로 “신차년도 2021~2026년 소형 트럭과 승용차를 위한 더욱 안전하고 적절한 가격의 연료 효율적 (SAFE) 차량 법 (안건 ID No. EPA-HQ-QAR-2018-0283)”를 보면, 제안된 법이 온실 가스 배출 효과를 높여 기후 변화에 대한 재정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해당 법안을 철회할 것을 권고하는 서류를 보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PRI 2원칙에서 말하는 “정책, 규제, 기준 제정에 참여”하는 합당한 예시로 볼 수 있습니다.
2. PRI 2원칙 “투자매니저들이 ESG 관련 인게이지먼트를 수행하고 이를 보고하도록 독려”
CalPERS는 자신들이 관여하고 있는 각각 자산 형태(국제 주식, 국제 채권, 사모펀드, 실물자산)에 대해 ESG 관련 투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 중 투자매니저들의 ESG 인게이지먼트에 대해 가장 자세히 서술한 ‘국제 주식 지속가능 투자 가이드라인(Global Equity Sustainable Investment Practice Guideline)‘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해당 자료집 2페이지와 3페이지를 참고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p.2)
B. 계약 (Contracting)
국제 주식 팀은 외부 매니저들과 더 나은 공조관계를 위해, 관련이 있는 경우 다음 사항을 계약에 포함한다.
…
2. 매니저들은 관련 ESG 요소와 지속 가능성 투자 활동을 보고에 포함한다.
(p.3)
C. 관리 및 감독 (Monitoring and Management)
…
인게이지먼트 결정
・ 국제 주식 직원이 가장 적절한 접근을 결정
・ 통합 포트폴리오의 리스크-수익 이익 최대화
・ 다음을 통해서 영향력 행사
- 직접 미팅
- 다른 이해 관계자들과 협력
- 의결권 행사
- 주주 캠페인
이를 통해 투자 매니저가 해야하는 활동 중 ‘관리 및 감독’에 인게이지먼트(직접 미팅 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고, ‘계약’파트에 이를 보고해야함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PRI 2원칙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투자매니저들이 ESG 관련 인게이지먼트를 수행하고 이를 보고하도록 독려”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가며
이외에도 뉴질랜드 슈퍼 펀드(NZS), 네덜란드 연기금(ABP), 캐나다 연기금 운용위원회(CPPIB) 등 대표적인 연기금에서도 ESG 이슈와 관련된 투자 정책을 마련해 자신들이 투자하는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 일환으로 PRI 원칙을 접목해 각자 가능한 방식으로 해당 원칙을 지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이익만이 아닌 ESG와 같은 비경제적인 부분도 고려해 투자하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한국 국민연금의 다음 행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 투자의 경우 국내 시민들의 관심이 떨어지고, 환경을 포함해 현지 거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를 방관하는 예도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위 연기금과 같이 가능한 방법으로 ESG 이슈를 투자 원칙에 통합할 방안을 찾아야 할 때로 보입니다.
[작성자 공익법센터 어필 17기 인턴 박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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