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IUU 어업 아시아 지역 회의와 도쿄 지속가능 씨푸드 심포지움

2019년 11월 18일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 케린룻 연구원과 조진서 캠페이너는 IUU 어업 아시아 지역 회의와 도쿄 지속가능 씨푸드 심포지움(Tokyo Sustainable Seafood Symposium)에 참가하기 위해 11월 5일부터 9일까지 일본 요코하마와 도쿄에 다녀왔습니다.

Illegal, Unreported, Unregulated Fishing이라 하여 IUU 어업이라 불리는 비합법, 비보고, 비규제 어업은 어필에서 “인신매매” 맨데이트 아래 다루고 있는 이주어선원의 강제노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제입니다. 지난 2017년, 어필은 2년 동안 국제이주기구와 함께 한국 어선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어선원의 인권침해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서 “바다에 붙잡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로 담아냈습니다. 신체적, 언어적 폭력과 하루 20시간에 이르는 착취적인 노동조건에도 불구하고 이주어선원의 이탈을 막기 위해 임금을 몇개월씩 체불하거나 불법적으로 막대한 송출비용과 이탈보증금을 요구하는 등의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재의 시스템에서 이주어선원이 겪는 인권침해는 결국 인신매매 또는 강제노동에 해당된다는 문제제기를 통해 어필은 이주어선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옹호활동을 진행해왔습니다. 특히 규제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불법적인 조업 활동으로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고 물고기를 잡는 IUU 어선들은 그 어떤 관리 감독에서도 가려져 있기 때문에 어떠한 인권침해가 일어나도 알 수 없는 인권 사각지대와 다름 없습니다. 멸종위기종을 잡거나 지나치게 많은 수의 물고기를 잡아 바다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IUU 어선에 규제를  강화하면 동시에 그 어선에서의 인권침해에 대한 감독도 강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11월 5일에서 6일까지 진행된 IUU 아시아 지역 회의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환경정의재단(EJF)의 주관 아래 한국, 일본, 중국, 대만의 관련 시민단체들이 참석했습니다. 어필처럼 옹호활동을 하는 단체 뿐만 아니라 먼 바다에서 IUU 어선을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단체 등, 다양한 단체가 참석해 지난 일년 간의 활동을 공유하고 함께 협력하여 더욱 효과적으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어필도 최근 발간한 Know Your Rights 외국인 어선원 권리수첩을 비롯해 ILO 어선원노동협약의 비준을 위한 활동 등을 공유했습니다. 
 
같은 문제에 대해 각기 활동을 펼치는 단체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니 활동 국가에 상관 없이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주제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선박의 소유주가 자국이 아닌 제3국에 선박을 등록하는 편의치적(Flag of Convenience, FOC) 관행으로 IUU 어업의 추적이 힘든 점이 중요한 문제점으로 제시되었습니다. 또한, 조업한 물고기를 싣고 육지에 돌아오는 대신 해상에서 다른 배로 환적(transshipment)하는 일이 빈번해 현재의 시스템 상으로는 일본 혹은 한국의 시장에 들어와 밥상에 오른 이 생선이 누구에게 어떻게 어디에서 잡혔는지, 정당하고 윤리적으로 잡힌 것인지를 확실히 알 수 없는 것입니다. 
 
한국, 대만, 중국 등 수산물을 많이 수출하는 나라의 단체들이 모이다보니 자연히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또 하나의 주제는 시장이었습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큰 해산물 수입국인 미국과 유럽연합의 경우 이미 IUU 어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을 도입한 것에 비해 또 다른 주요 해산물 수입국 중 하나인 일본의 경우 그러한 제도가 부족한 것이 화두가 되었습니다. 주요 해산물 수입국인 일본이 수입을 할 때에 그 생선이 IUU 어업이나 어선원의 부당한 착취를 통해 잡은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일본으로 수출하는 중국이나 대만, 한국 원양어선의 인권침해나 IUU 어업을 근절하는 데에 크나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원양어업과 IUU 어업이 국경을 넘나들며 이루어진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국가들간의 어획증명제도(Catch Documentation Scheme, CDS)와 같은 시스템이 조화롭게 기능할 수 있도록 하고 어선 및 어획량 등의 정보가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제시되었습니다. 어필도 비슷한 활동을 하는 단체들을 만나 앞으로의 활동을 이어나가는 데에 필요한 정보와 전략 등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IUU 아시아 지역 회의를 마친 후에는 도쿄로 이동해 이틀간 Seafood Legacy 주최의 도쿄 지속가능 씨푸드 심포지움(Tokyo Sustainable Seafood Symposium)에 참석했습니다. 이 심포지움에서도 IUU 어업 및 인권침해 근절을 위한 시장의 역할이 강조되었습니다. 참석한 일본의 기업들은 IUU 어업을 근절하는 것의 중요성과 그를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도 관련 시민단체가 참석해 각각의 경험을 공유해주었습니다. 특히 2015년 유럽연합으로부터 옐로 카드를 받기도 한 태국의 상황은 굉장히 심각했습니다. 태국 Labour Rights Promotion Network Foundation의 Patima Tungpuchayakul 디렉터는 물리적인 위협을 동원한 인신매매로 십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강제노동을 당하던 사람들을 구조한 사례들을 소개했습니다. 또, 태국이 유럽연합으로부터 옐로 카드를 받은 이후로 많은 것이 바뀌긴 했지만, 국경을 넘나들며 이루어지는 IUU 어업의 특성상 IUU 어업과 그 안에서의 인신매매 문제는 태국만 바뀐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모든 국가가 관리 감독 시스템과 관련 법을 강화하고 재정비해야 없어질 수 있는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한국 또한 이미 2013년 유럽연합으로부터 불법어업지원국으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2015년 불법어업지원국 지정이 해제되었지만 올해 9월, 남극 수역에서 어장폐쇄 통보에도 불구하고 한국 원양어선 두 척이 조업을 계속한 사건에 대해 한국 정부가 무혐의,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자, 미국은 한국을 다시 예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했습니다. 한국이 2013년 불법어업지원국으로 지정된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변화를 꾀했지만 법 규정이 생기더라도 그것이 실제로 집행되었는지 감시의 경계를 늦출 수는 없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개개인의 책임이 무엇인지를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인식하고 변화하는 것일 겁니다. 
 

나가며

태국의 사례를 들으며 한편으로는 한국으로 수입되는 수많은 수산물은 어떤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국은 수산물을 수출하는 나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중국 등 해외에서 많은 수산물을 수입해오는 수입국이기도 합니다. 소비자로서의 저는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어제 저녁 반찬으로 먹은 참치 통조림의 참치가 불법적으로 조업되어 바다의 생태계 파괴에 일조한 것은 아닌지, 혹은 3시간 밖에 자지 못한 이주어선원의 노동 착취로 잡은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한 고민도 뒤따랐습니다. 
 

이번 일본 출장은 “지속가능성”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지속가능한 어업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우리가 좋아하는 참치, 연어를 앞으로도 오래 오래 먹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일까요? 50년 후에도 참치를 계속 마음껏 먹기 위한 “지속가능성”은 분명히 그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이 지금과 같은 삶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기 위한, 인간을 위한  “지속가능성” 보다는 바다와 물고기와 사람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지속가능성”을 찾아야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조진서 캠페이너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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