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영화제는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을 기념하여, 한국 난민인권단체들의 연대체인 난민인권네트워크가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난민과 연대하기 위해 개최하는 공식적인 연례 행사입니다. 제6회 난민영화제는 6월 13일부터 27일까지 난민영화제 공식홈페이지(www.koreff.org)를 통해 온라인으로 개최됐으며, 공식홈페이지에서 티켓 펀딩을 통해 난민 영화 7편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올해 난민영화제의 주제는 “Beyond Distancing”이었습니다. 인간과의, 그리고 과거 예멘 난민들에게 쏟아졌던 거리두기를 넘어서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영화제에서 말하고자 했습니다. 난민에 관한 노래가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운 가운데, “거리를 넘어, 서로 연결된 우리”라는 심오한 가사가 즐겁게 담긴 이번 노래에 관해, 난민영화제 사무국에 참여했던 공익법센터 어필은 영화제의 주제곡을 만든 뮤지션 SOON 그리고 보컬 정현님을 인터뷰하였습니다.
–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SOON : 안녕하세요? SOON이란 이름으로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 뮤지션 제이슨입니다. 공익법센터 어필에서는 영상 촬영 및 편집을 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베이스와 어쿠스틱기타를 연주하며 인디 밴드 활동도 좀 했었고, 작곡을 많이 해왔습니다. 본격적으로 곡 작업을 시작한 지는 8년 정도 되었습니다.
정현 : 안녕하세요? 저는 이정현이고요. 영어이름은 MONICA입니다. 현재 어필에서 해외 로스쿨 인턴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노래 부르는 것이 취미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합창을 많이 해왔고, 대학 때는 친구들이 만들어준 노래를 피쳐링 해서 녹음하기도 했고요. 대학교 때 한인클럽에서 개최하는 콘서트에서 매년 노래를 부르는 등 노래를 계속 해왔습니다. 미국 시카고 지역의 K-sound라는 89.3FM 주파수 라디오 방송이 있는데, 거기서 대학생때 DJ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한국 노래들을 소개하는 일도 했습니다.
– 난민영화제를 위한 곡 “Beyond the Distance”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으셨죠?
SOON : 저는 작, 편곡을 했고요. 작사도 한 스푼 정도하고(웃음). 마지막에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메이킹 영상의 촬영, 편집도 진행을 했네요. 아는 친구이자 훌륭한 작곡가인 J1NN의 도움을 작, 편곡에 많이 받기도 해서 꼭 언급하고 싶습니다.
정현 : 저는 메인 보컬을 맡았고, 이번 노래의 작사 과정에도 참여했습니다.
▲ 인터뷰 중 노래 작곡 과정을 회상하는 SOON과 정현
– 두 분은 어떻게 해서 이 노래를 만들게 되었어요?
SOON : 이유가 있다면 작년 난민영화제 때도 제가 곡을 썼었는데요. 막판에는 약간 열심히 못했던 기억이 있었어요. 그런데도 노래를 너무나 많은 분들이 듣고 사랑해주신 것을 보고, 이번에는 좀 더 공들여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올해 난민영화제 사무국에서 제안이 들어왔을 때 흔쾌히 응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정현 : 곡이 만들어지는 것을 옆에서 보았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저도 보컬로 참여해볼까 고민하다가 주저하긴 했어요. 하지만 주저하는 제 앞에서 계속 곡 작업에 대한 회의가 진행되고 있고, 저 들으라는 듯이 보컬을 찾기 어렵다고는 이야기도 이일 변호사님이 하시고(웃음).
SOON : 회의 도중에 정 안되면 이일 변호사님이 노래를 해야 되는 상황이라, 이런 과정을 본 모니카가 마음을 먹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정현 : 그 이유들도 맞고요(웃음) 결국 한국에 있는 난민을 위한 인식 개선 활동의 하나로 난민들을 도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재밌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리서치하고 인터뷰하고 서면을 쓰는 것 외에도 난민들을 위해서 대외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난민영화제를 통해 난민들의 목소리를 사람들이 많이 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SOON님께 먼저 질문드릴께요 주된 작곡을 맡으셨던 SOON님은 이번 노래를 만드시면서 어떤 것을 가장 염두에 두셨어요?
SOON : 어떻게 해보면 작곡가로서는 제 첫 social commentary가 담긴 곡인데요. 밥딜런이나 비틀즈 후반기 곡, 한국의 민중가요처럼 사회적 메시지가 들어있는데, 그런 곡들은 쓰기가 참 어려워요. 보통은 음악을 들을 때 쉬려고 듣지 사회적 고찰을 하려고 듣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 우선은 노래 자체를 좋게 하자. 그냥 들어도 좋은 음악을 만들자라고 생각했어요. 이일 변호사님과 얘기하면서 작년 곡은 이번 곡보다는 약간 무거운 분위기였으니 이번 곡은 밝게 해보자고 했어요.”
이번엔 온라인 영화제로 진행되었지만, 만약 내년이나 다음에 직접 부를 수 있다면 축제분위기도 낼 수 있고 좋을 것 같아요. 온라인으로 영화제가 진행되어 아쉬운데 작년 곡보단 훨씬 더 다 같이 부르기 좋은 노래가 나온 것 같아요. 참 작년 곡은 “No Hate, No Fake, Refugee Welcome”을 노래한 Here, Hear You였습니다.
▲ 제5회 난민영화제 주제곡 “Here, Hear U”
– Beyond the Distance 노래를 만든 과정을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SOON : 사실 난민영화제라고 해서 작곡과정이 크게 다르진 않은데 우선 저는 악기를 하니까 코드나 베이스를 짜고, 흥얼거리며 노래 멜로디를 만들다가 컴퓨터 앞으로 갑니다. 드럼, 신스 등 악기를 올려보고. 특히 이번에는 가사를 이일 변호사님과 정현씨가 같이 쓰셨기 때문에 멜로디도 두 분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완전히 저 혼자 작업을 했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아요.
그리고 아까 언급한 J1NN님도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저는 조금 더 라이브 악기 사운드를 좋아하는데 J1NN님이 사운드 엔지니어링 부분을 전공하셨고 경험이 많으시다 보니 제가 원하는 사운드 부분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주셨죠.
– 곡을 만들면서 밤을 많이 새셨다고 들었는데요
SOON : 특별히 이번에 5-6번 정도는 밤을 꼬박 샌 것 같아요. 일정이 빠듯하긴 했는데 어쩌면 기한이 없으면 노래를 빨리 못 썼을 것 같기도 해요.
– 이번엔 보컬을 맡으셨던 정현님께 질문드릴께요 어떤 생각을 하며 이번 녹음을 하셨어요?
정현 : 아까 말씀을 드린 것처럼 난민 분들을 위해 하는 일이고, 제이슨이 말씀하셨지만 밝은 분위기의 곡이어서 밝은 분위기로 부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저는 주로 노래를 불러왔지만 멜로디를 만드는 것은 제가 직접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이번에 제이슨과 함께 곡에 맞춰서 곡에 멜로디와 가사를 붙이며 어떤 멜로디나 가사가 더 어울릴지 생각해보기도 하고요. 재미있었습니다.
– 정현님이 작사에도 참여하셨지요? 작사 과정에서 생각하셨던 질문이 있나요?
정현 : 저는 전체적으로 난민분들의 인생과 스토리를 포함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한번은 제이슨님과 카페에 가서 기사와 댓글을 보면서 어떤 내용들이 있나도 찾아봤고요. 가사에 그런 내용이 있잖아요. ‘They say that you are wrong and you are not one of us. They say don’t cross the line, that you are not part of us’ 뒷부분은 제이슨이 생각해주셨는데, 댓글을 보고 난민들이 겪는 상황과 그 이슈를 어떻게 난민들의 관점과 시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 녹음 후 믹싱 및 마스터링 작업 초반 진행 중
– Beyond the Distance라는 노래 주제를 듣고 어떠셨어요?
정현 : 멋진 주제라고 생각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양한 차원에서 중요한 시기이지만, 한편 인간 사이의 거리 조차 멀어지면 안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주변에서 그런 슬로건도 많이 보았는데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멀리하지 말아요”(웃음). 비슷하게 그 곡 이름과 주제도 정말 잘 지은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SOON : 음악 자체가 거리(Distance)를 넘어서는 매개가 되기도 하잖아요? 어쩌면 그냥 들으면 아무런 의식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듣고 이해하며 넘어갈 수 있는 가사거든요. 동시에 내용 자체를 파고들면 좋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가사기도 해서요.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그래서 좋은 주제가 아니었나 생각했어요.
▲ 작곡 과정을 설명하는 SOON
– 이 노래가 현재 두 분이 발을 딛고 있는 곳에서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나요.
SOON : 저는 다른 나라에서는 많이 살아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한국에서는 많은 분들이 주변에 난민들이 같이 살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자신들과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한국도 난민협약은 없었지만 일제 강점기 때 난민이었잖아요. 분단상황에서 전쟁의 고통을 이해하기 비교적 쉬운데, 난민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정현 : 미국도 그렇게 다르지 않아요. 저는 이 노래가 외국에서도 잘 소통될 수 있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미국에는 난민들이 한국보다는 훨씬 많지만 미국 사람들도 직접 난민 분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학교를 다니면서도, 대학 때 시리아에서 온 난민분의 프레젠테이션을 한번 본적은 있지만, 난민분들을 미국에서도 접하긴 쉽지 않아요.
SOON : 아무래도 한국은 단일민족 이데올로기가 매우 강하고, 사회적으로도 외국인들을 낯설어하는 부분이 있죠. 외국인이면, 특히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을 보면 눈에 더 띄는데. 이미 정착하고 계신 난민분들을 계속 난민이라고 부르는 게 맞지는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하고요.
▲ 녹음 작업 중인 정현
– 이번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SOON : 밤새고 작업했던 일들도 기억이 남지만 정현씨가 합류했을 때가 너무 좋고 기억에 남았어요(웃음) 그때 같이 작업하던 J1NN와 좋은 보컬을 어떻게 찾을지 함께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정현씨가 예전에 녹음해서 사운드 클라우드에 부르셨던 노래도 들려주시고, 적극적으로 합류해주셔서 그 이후로 훨씬 빠르고 신나게 진행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현 : 저는 직접 J1NN님의 스튜디오에 녹음을 하러 갔을 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녹음도 하고 노래도 오래 불러왔지만 전문적인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해본 것을 처음이거든요. 이후 난민영화제 중간에 메이킹 필름을 만들면서 뮤비를 찍었던 순간도 기억에 남아요.
– 참 뮤직비디오도 촬영하셨잖아요? 참 자연스럽게 촬영하셨던데요
정현 : SOON이 편집을 잘 해주셔서 그나마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도록 해주신 것 같아요. 사실 쉽지 않았지만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 노래의 함의를 설명하는 SOON과 정현
정현 : 저는 아까 얘기했던 바로 그 가사 부분이요. 그 부분을 들어주시면서 난민분들과의 거리두기를 다시 반성적으로 생각해보시면 어떨까 해요.
SOON : 가사가 영어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어렵다고 느끼실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노래를 통해서 난민이란 주제에 관심을 많이 가지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노래를 계기로 난민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사실 영화나 음악 같은 대중예술에서도 난민에 관한 코드와 내용들이 매우 많거든요. 난민과 강제이주란 주제는 인류 역사상 뗄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 저도 봤던 영화를 또 보다가 새롭게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 노래가 계기가 되든, 영화제가 계기가 되든 난민들을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난민영화제를 매년 준비하면서 느끼는데 해외를 찾아보아도 난민에 관한 노래가 정말 없더라고요. 추천하고 싶은 노래가 또 있으실까요?
SOON : 난민을 직접 주제로 한 노래는 정말 거의 없어요. 최근에 난민을 직접 언급한 것은 Coldplay의 Orphans이 거의 유일하고, U2도 난민을 주제로 부른 노래를 갖고 있죠. 대부분 난민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는 형태가 많은 것 같아요. 영화는 딱 추천할게 있어요. 라이언 존슨이란 감독의 2019년 영화인데 ‘Knives Out’이란 영화예요.
영화 자체는 추리소설 영화인데, 저도 무심코 봤다가 예상치 못했던 이주민, 난민 주제를 다룬 방식에 깜짝 놀랐어요. 난민이나 이주민 분들에 대한 오해가 서로 많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잘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더라고요. 아 상업적으로는 비판받는 영화인데 “호빗”이란 영화를 봤거든요. 피터잭슨 감독이 연출했던 판타지 영화인데 중간에 주인공 호빗에게 난쟁이들이 화를 내요. “왜 우리를 도와주려고 하냐”라고 하니, 호빗이 “너희들이 집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해요. 그 새로운 코드를 나중에 읽고 재미있게 봤습니다. 다양한 대중예술이 난민을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다루고 있어요.
정현 : 저도 난민에 대한 노래나 영화가 곧장 생각나지는 않는데요. 워낙 알려진 명작이지만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이라는 1997년작 이탈리아 영화가 생각나요. 직접 난민을 다루진 않았지만 전쟁 속 수용소라는 절망적 배경 속에서 아름다운 세상을 자녀들에게 보여주려는 아버지의 이야기거든요. 참 가슴 아픈 얘기지만 한편으로 관점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그리고 고통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 계속 기억에 남아요.
SOON : 올해 난민영화제 출품작이나 과거 출품작들도 몇 개 봤었거든요. 난민영화제 영화라고 해서 무겁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재미있는 영화도 많으니 선입견을 갖지 않고 영화를 접해주셨으면 해요. 그런 무슨 영화, 음악을 보고 듣든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점점 보이는 것 같아요. 김한민 선생님께서 최근에 하신 인터뷰 중에 “산업구조에 관한 모든 것을 깨달아서 비건이 되는 게 아니라 시작하다 보면 점차 그런 세상이 더 보인다”고 하셨거든요. 난민에 대해서도 모든 것을 다 알지 않아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시면 어디서든지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