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매튜 하우스 방문기(2015년 4월 20일)

2015년 5월 23일

2015년 4월 20일 토론토 매튜 하우스 방문기

: 아름다움과 정의가 무슨 관계가 있는가? 

 

이주구금과 관련되서 최근 5년 사이에 세계적으로 가장 유행하는 단어는 ‘구금 대안(Alternative to Detention)’이라는 말입니다. 유엔난민기구도 2011년 구금대안에 관한 첫 번째 라운드테이블을 열었고, 2014년에는구금 대안에 관한 5년 동안의 글로벌 전략(2014-2019 ‘구금을 넘어서’)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4월에 두 번째 구금대안에 관한 라운드테이블을 토론토에서 열었습니다.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는 위 두 번째 라운드테이블에 20일부터 23일까지 참석하였는데, 아직까지도 구금대안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관해서는 참석자들 사이에 여전히 논란이 많았습니다.

다른 기회에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지만, 저는 구금 대안의 개념에는 크게 3가지 요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심사의 요소이고, 두 번째는 감독의 요소이고, 세 번째는 지원의 요소입니다. 심사의 요소라는 것은 구금된 사람 중에 누구를 풀어줘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요소입니다. 감독의 요소는 풀어준 사람이 도망가지 않도록 하는 장치와 관련된 요소입니다. 지원의 요소는 풀려난 이후 보호에 관한 것인데, 여기에는 케이스 매니저나 후견인 등의 도움을 받게 하는 것부터 의료서비스나 법률 지원을 하는 것까지 다양합니다. 그런데 지원의 요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풀려난 이후에 머물 장소에 관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위 라운드테이블의 첫날 프로그램을 구금에서 풀려난 사람들이 머물게 되는 숙소에 가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대규모 난민 숙소인 COSTI 입구>

그리고 도착한 곳 매튜 하우스입니다. 매튜 하우스는 난민인권센터의 김성인 국장님과 에코팜므의 박진숙 대표 등 이미 한국의 여러 활동가들이 방문하여 많은 영감을 받은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한 층 더 기대가 되었습니다. 난민신청자들, 특히 구금에서 풀려난 난민신청자들이 머무는 숙소는 캐나다의 경우 정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은 한 곳도 없고 모두 민간 차원에서 운영을 하고 있었는데, 오후에 갔던 COSTI라는 곳은 대규모 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반면, 매튜 하우스는 집(home)과 같았습니다. 

<매튜 하우스 홈페이지>

안으로 들어가니 설립자인 앤Anne이 열정적으로 매튜 하우스를 소개합니다. 20여년 동안 이 일을 해왔는데 어떻게 저렇게 열정적일 수 있을지 모두 감탄합니다. 한국 유엔난민기구 대표로도 일을 했던 린 마셜이 제네바에서 이번 라운드 테이블에 참여하기 위해 왔는데, 매튜 하우스에 방문해서는 앤의 열정에 감염이 되었는지, 내년 은퇴를 앞 두고 자원봉사자 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습니다. 수십년 동안 유엔난민기구와 난민 재판소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매튜 하우스에 찾아온 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듯합니다.

매튜 하우스는 처음 캐나다에 발을 디딘 난민들에게 임시 숙소를 제공하는 일을 주로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1998년에 설립한 이후 90여개국에서 1200여명의 난민들이 매튜 하우스를 거쳐갔는데, 이들 대부분이 이곳에서 난민신청에 관한 지원도 받았고, 캐나다 생활에 관한 오리엔테이션도 받았고, 장기적으로 머물 수 있는 숙소를 소개 받기도 했고, 상담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토론토에만 매튜 하우스가 세 개가 있고, 캐나다에 있는 다른 난민 숙소들도 절반 이상이 매튜 하우스의 영향을 받고 설립이 되었습니다.

매튜 하우스가 하는 일을 듣고 난 방문자들은 너무 이상적인 설명이라고 느꼈던지 앞다투어  “20여년 동안 어떤 사건 사고가 있었고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느냐”고 앤에게 물어 봅니다. 그런데 앤은 아주 의외의 대답을 하였습니다. 매튜 하우스의 가장 중요한 정신이 ‘신뢰’인데, “우리가 난민들을 무한히 신뢰할 때 그들도 우리에게 신뢰로 응답한다”라는 것입니다. 비근한 예로 앤은 자신의 핸드백을 매튜 하우스 아무 곳에나 휙 던저 두곤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한번도 매튜 하우스에서 핸드백은 물론이고 다른 어떤 것도 잃어버린 적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저를 포함한 방문자들은 모두 놀랐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놀란 부분은 사실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매튜 하우스의 부엌>

매튜 하우스는 토론토의 조용한 주택가에 있는 아담하고 예쁜 집입니다. 그런데 안에 들어가 보니 구석 구석이 소박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그렇지만 분위기 자체가 따뜻하고 환대의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부엌 식탁 위에는 과일과 음료수가 정성껏 담겨져 있고, 가운데에는 꽃병이 있습니다. 위를 보니 심지어 천장에는 샹들리에까지 달려 있습니다. 난민숙소에 있는 샹들리에라!! 방문자들이 신기하게 쳐다보니, 앤은 고가의 샹들리에를 누가 기증을 했는데 처음에 이것을 팔아서 다른 물품을 살까 고민도 했지만, 결국 부엌에 달아 놓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를 세탁실을 지나 뒷 마당으로 안내하면서 자랑스럽게 자신이 조금씩 만들고 있다는 정원도 보여줍니다. 

<매튜 하우스의 뒷마당에 만들고 있는 정원>

공익 인권 운동을 하다보면 아름다움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름다움에 신경을 쓰는 것은 우리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이 아닌가? 먹고 사는 것도 힘든 사람들인데 아름다움에 신경쓸 겨를이 어디있느냐? 예술은 불의한 현실을 우리로부터 감추는 역할을 하는게 아닌가?라는 갖가지 의문이 생기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다 동의할 수 없지만) Elaine Scarry이 <On Beauty and Being Just>에서 말했듯이, 아름다움과 정의는 사실 관련이 있습니다. 아름다움은 ‘대칭’과 관계가 있는데, 정의라는 것도 ‘공평’한 분배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아름다움과 정의는 그것 이상의 관련이 있습니다. 정의를 다양하게 풀이할 수 있지만, 한마디로 하면 그 대상의 가치에 맞는 대우를 하는 것이 정의입니다. 따라서 누가 제대로된 의식주를 누리지 못하고 불법적으로 갇혀 있다면, 그 사람은 사람으로서의 가치에 걸맞는 대우를 받은 것이 아닌게 됩니다. 결국 불의한 것이죠.

 

그런데 사람들이 미학적으로 아주 추한 환경에 방치될 경우는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그것도 결국은 사람으로서의 가치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고 결국 불의한 것이 아닐까요? 실제로 매튜 하우스의 설립자 앤은 이렇게 말합니다. “캐나다를 찾아온 난민들이 처음 몇 주를 어떻게 보내는지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그들이 매튜 하우스에서 머무는 몇 주동안 과거에 손상되었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회복되었으면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매튜 하우스가 아름다운 곳이 되는데 굉장히 관심이 많습니다”

침해된 권리를 구제받도록 하는 것이 결국 피해자가 자신의 가치에 걸맞는 대우를 받도록 하는 것이고 결국 그것이 정의와 관련되어 있다면, 인권침해를 받아온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환경을 제공하는 것 역시 그들이 이제껏 받아오지 못한 가치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는 것이고 이것 역시 정의와 무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수요일인 5월 20일 한달 반동안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었던 필리핀 여성 4분이 풀려났습니다. 공연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왔지만 클럽 업주로부터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등 인신매매를 당했습니다. 이분들은 진작에 보호를 받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 등에 의해 영장도 없이 강제퇴거명령을 당하고 구금이 되어 재트라우마를 겪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수요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과 함께 수행한 보호일시해제신청이 우여곡절 끝에 받아들여져 풀려난 것입니다. 이분들은 지금 쉼터에 머물고 계신데, 내일 그곳에 찾아가 만나려고 합니다. 뭘 선물로 사갈까 고민하다가 처음에는 가장 실용적인 선물을 사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토론토 매튜 하우스 방문기를 쓰면서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내일 가장 실용적이지 않고 낭비스럽지만, 이분들의 가치에 걸맞는 아름다운 것을 가지고 가야겠다고 말입니다.

 

<필리핀 여성들에게 드릴 선물>

 

(김종철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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