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항의서한] 모든 노동자는 일터에서 안전할 권리가 있다. 산업재해를 숨기지 말라. 이주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카타르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한다.

2022년 1월 14일

[한국 이주·인권단체 공동 항의서한]

모든 노동자는 일터에서 안전할 권리가 있다. 산업재해를 숨기지 말라. 이주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카타르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한다.

‘지구촌의 축제’라고 불리는 FIFA 월드컵이 올해 11월 카타르에서 열린다. 열사(熱砂)의 중동지역에서 열리는 까닭에 지금까지와 달리 늦가을에 개막한다. 역대 22번째 월드컵이자 아랍권에서 열리는 첫 번째 월드컵으로 알려진 이번 축제를 위해 카타르는 개최가 확정된 2010년 말부터 약 10년 동안 사막 한복판에 축구장 7개를 새로 만들고, 공항과 고속도로, 호텔을 건설하는 초대형 건설공사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카타르 정부는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했다. 2021년 기준 전체 카타르 인구는 290만 명인데, 이 중 80%를 넘는 250만 명이 이주노동자로 추산될 정도로 수많은 노동자가 카타르 공사현장으로 향했다.

이후 카타르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여름철 최고 기온이 45℃까지 치솟는 불볕더위 속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며, 제대로 된 보호장비가 제공되지 않고 휴식 시간 조차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특히, 이러한 폭염에 따른 ‘온열 질환’이 인체의 심혈관 순환에 심각한 압박을 주며 심장마비와 같은 돌연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의학계는 지적한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카타르에 월드컵 시설공사가 시작된 2010년 이후 2020년 말까지 10년 동안 카타르에 있는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5개국 출신 노동자가 6,751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엄청난 죽음의 행렬이다. 조사된 5개국 이외 케냐, 필리핀 등 다른 국가 출신 노동자의 숫자까지 더하면 사망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무엇보다, 사고나 자살, 범죄를 뺀 이주노동자들의 사망 사건의 주요 원인이 심장마비와 같은 돌연사나 호흡기 질환임에도 지금까지 이들의 대규모 사망원인에 대한 최소한의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애도를 넘어 충격과 분노를 느낀다.

모든 노동자는 자신의 일터에서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 일터에서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보장되어야 하는 최소한의 인권이다. <세계인권선언>에서 노동하는 모든 사람은 인간의 존엄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선언하고,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모든 노동자는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조건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카타르 헌법은 국제헌장 및 국제협약을 존중하며(제6조), 국가가 모든 시민의 안전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제19조)고 선언하고 있다. 카타르 정부는 헌법에 따른 마땅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특히, 카타르 노동법은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에 대한 자세한 조사절차가 마련되어 있음에도(제11절, 108조 이하) 이러한 법이 이주노동자에게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결국 산업재해가 은폐되고 있다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인권과 노동권의 보장은 피부색이나 국적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월드컵이 진정으로 지구촌 모든 사람의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월드컵을 위한 경기장을 짓는데 희생된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은 인간으로서 동등하며,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국에 체류하는 이주민의 차별에 반대하고, 노동자의 안전한 노동권이 보장되기 위하여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이다. 한국 땅을 찾아온 카타르 시민들이 차별받거나, 노동권이 침해받는다면 마땅히 함께 연대하여 함께 할 것이다. 같은 이유에서 우리는 카타르에서도 일하는 모든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이 보장되길 요구한다. 이주민에 대한 부당한 차별과 인권침해는 인간에 대한 존엄을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고, 이는 카타르를 넘어 모든 사회를 병들게 할 것이다.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머나먼 카타르의 이주노동자의 산재 사망에 함께 분노하고 연대하는 이유다.

우리는 카타르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의 일터에서 안전할 권리가 지금 당장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카타르 정부가 문명국가로서 최소한의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 나아가 지금까지 발생한 이주노동자의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돌연사 등 산업재해가 의심되는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법의학적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를 통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들에게는 합당한 절차에 따른 보상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자의 피로 세운 경기장 위에서 화합의 응원가를 부를 수는 없다. 카타르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기대한다.

2022. 1. 14.

[연명단체 무순(無順) 총 60개 단체]

(사)이주민센터 친구, 난민인권센터, 국제민주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공익법센터 어필, 원곡법률사무소,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이주민법률지원센터 모모,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국제이주문화연구소, (사)노동인권회관, 성요셉노동자의집, 정(情)만천하 이주여성협회.
이주노동자 평등연대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공공운수 사회복지지부,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녹색당,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민변 노동위원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사)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이주민센터 친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지구인의정류장,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연대회의
(경북북부이주노동자센터, 대구이주민선교센터(북부, 현풍), 성서공단노동조합, 이주와가치, 민주노총경북지역본부,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땅과자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경북지부, 민중행동, 무지개인권연대, 인권운동연대, 장애인지역공동체, 지구별동무, 노동당대구시당, 노동당경북도당, 녹색당대구시당, 정의당대구시당, 진보당대구시당)

최종수정일: 2022.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