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법과 국제법
- 난민법을 구성하는 많은 규범이 국제법이며,대표적인 난민법이라고 할 수 있는 난민협약 역시 국제법입니다.
국제법을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으나 법원(the sources of international law)을 기준으로 분류를 하자면 조약(treaty)과 국제관습법(customary international law)으로 나눌 수 있고, 법적 구속력을 기준으로 분류를 하자면 연성법(soft law)과 경성법(hard law)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표적인 난민법이라고 할 수 있는 난민협약은 조약이면서 경성법으로서의 국제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난민을 고문을 당할 곳으로 강제송환 할 수 없다는 강제송환금지원칙 역시 난민법을 구성하는 규범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원칙은 국제관습법으로서의 국제법입니다. 난민의 구금에 관한 UNHCR Guidelines이나 UNHCR 집행이사회(EXCOM) 결정문은 역시 난민법을 구성하는 규범으로 연성법적인 성격을 가진 국제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난민법을 구성하는 많은 규범이 국제법입니다.
- 난민이 누구인지 파악할 때 국제법이 필요합니다.
누가 난민인지 파악하거나 난민에게 어떠한 보호를 해야 하는지 해석함에 있어서도 역시 국제법이 필요합니다.
가. 조약인 난민협약을 해석할 때에는 국제법인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야 합니다. 위 협약 제31조 내지 제33조에 따르면 조약은 조약의 취지와 목적에 따라 조약의 문맥에 부여되는 통상적인 의미에 따라 해석되어야 하며, 2개 이상의 언어가 정본인 조약에서 의미의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조약의 취지와 목적을 고려하여 최선으로 조약문과 조화되는 해석을 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되어 난민협약상 난민요건 중 well founded fear의 번역이 문제가 됩니다. 판례는 지금까지 well founded fear를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라고 번역하여 마치 충분히 입증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식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같은 정본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본은 well founded fear를 craignant avec raison(이를 직역하면 합리성을 가진 두려움입니다)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따라서 well founded fear를 위 비엔나 협약의 해석원칙에 따라 해석할 경우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라고 번역하기 보다는 합리적인 근거를 가진 두려움으로 새기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나. 또한 난민협약상 난민요건 중 박해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국제법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난민협약에는 박해의 의미를 설명한 규정이 없으며, 단지 중대한 인권침해가 박해라는 판례가 형성되어 있을 뿐인데, 중대한 인권침해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관련 국제인권법을 참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 마지막으로 난민협약상 난민배제요건(난민협약 제1조 F)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국제법을 참고해야 합니다. 난민요건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전쟁범죄, 평화에 반하는 범죄, 인도에 반하는 범죄를 범한 자는 난민협약의 적용을 배제하도록 하고 있는데, 어떠한 행위가 위 범죄에 해당하는 지를 알기 위해서는 국제인권법과 국제인도법을 살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 난민 등을 어떻게 보호할지를 결정할 때에도 국제법이 필요합니다.
가. 난민에게 가장 중요한 권리는 박해를 받을 곳으로 강제 송환되지 않을 권리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난민협약 제32조와 제33조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제관습법상 강제송환금지원칙의 적용이나 고문방지협약 제3조(고문 받을 국가로 송환 금지)가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어떤 사람이 국적국으로 돌아갔을 때 난민협약상 난민요건 중 박해의 5가지 이외의 사유로 고문 등을 당할 위험이 있는 경우입니다. 이 사람은 난민협약상 난민은 아니지만 국제관습법상 강제송환금지원칙이나 고문방지협약 제3조에 의해서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강제송환을 당하지 않을 권리는 난민협약 뿐 아니라 다른 국제법을 통해서도 보장되어야 합니다.
나. 또한 난민아동의 교육권 역시 난민협약 이외에 국제법인 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와 제28조 그리고 제37조에 의해 보호를 해야 하며, 난민이 구금된 경우에는 위법하게 체류하고 입국했다는 이유로 구금하지 않도록 규정한 난민협약 제31조 이외에도 자의적 구금 금지를 규정한 자유권 규약 제9조 등이 적용되어 구금 시 법률유보와 법률우위원칙이 지켜져야 하며, 정기적인 사법심사 없이 무기한 구금을 해서는 안됩니다.
다. 마지막으로 난민신청자의 생존권과 관련해서 난민협약 제20조에서는 배급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어서 많은 경우 국제법인 사회권 규약 제11조, 제2조에 따라 권리를 보장받게 됩니다. 위 사회권 규약의 관련 규정(제11조, 제2조)에 따라 난민신청자는 생존권을 누립니다. 물론 비호국의 가용 자원이 허용하지 않은 경우에 그 국가는 난민신청자에게 점진적으로 위 권리를 보장해도 되나, 그 국가가 개발도상국이 아니라면 국민과 난민신청자를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개발도상국이라고 하더라도 국민과 난민신청자를 경제적인 이유 이외의 사유로 차별을 하거나, 사회권 규약 위원회가 일반논평에서 밝힌 바와 같이 사회권 규약의 ‘핵심 내용(필수적인 식량이나 필수적인 기본의료, 주거, 가장 기초적 형태의 교육)을 가지고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한국은 개발도상국이 아니기 때문에 난민신청자에게 생존권을 보장해야 하며, 비록 한국이 개발도상국이라고 하더라도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난민제도 남용을 이유로 국민과 난민신청자를 차별할 수는 없고, 특히 사회권 규약의 핵심 내용인 필수적인 의식주에 대해서는 국민과 난민신청자를 차별할 수 없으므로 난민에게 아무런 생계지원을 하지 않으면서 일할 수 있는 권리도 부정하는 현행 제도는 사회권 규약 위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2011년 12월 29일 국회를 통과한 난민법안은 난민신청자에게 생계비 지원과 취업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의무가 아니라 재량으로 규정되어 있어 여전히 사회권 규약의 내용과 불일치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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