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테러범 원천차단’등의 키워드로 ‘탑승자 정보사전확인제도’의 도입이 추진된다며 다수의 언론 보도가 잇따른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인 즉슨, 인천공항에서 잇따라 발생한 보안관련 사고등을 계기로 지난 2월 12일에 열린 새누리당과 정부간 당정간담회에서 위 정책의 전면실시의견을 채택하였기 때문입니다.
탑승자 정보사전확인제도란 정부가 2015년 5월 8일 배포한 보도자료의 설명에 따르면, “출발지 공항의 탑승권 발권단계에서 승객 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색하여 입국규제자 등의 항공기 탑승을 사전 차단하는 제도”로서 이미 2015년 일부 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에 대해 시범실시 되어왔고, 이번에 법적 근거를 마련한 후 한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항공기에 대하여 전면적으로 실시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하여 다양한 국가에서 운용되어왔고, 한국에서도 기존에 운용되어 온 소위 <A.P.I.S. (ADVANCE PASSENGER INFORMATION SYSTEM)>의 경우 한국을 목적지로 비행기를 탑승한 외국인 승객의 여권등의 정보를 항공사 직원이 입력하면 이를 비행기 도착 전에 전자적인 방식으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의무적으로 전송토록 하여 입국심사의 보조적 방편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정확하게 파악되진 않으나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중국, 일본, 한국, 호주, 터키등 약28개국이 APIS를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ref]https://en.wikipedia.org/wiki/Advance_Passenger_Information_System, http://www.aircanada.com/en/travelinfo/APIS/apis.html[/ref].
그런데, 현재 추진되고 있는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한 <탑승자 사전확인제도>는 아예 항공권을 구매한 이후 아예 발권하기 전(前)단계에서 승객정보를 전송하여, 도착지 국가의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승인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이를 승인되지 않은 승객에게는 항공사로 하여금 공항을 찾아온 승객에게 발권(Ticketing)자체를 해주지 않도록 명하는 것인데, 이와 같은 강력한 제도는 실제로 그 운용례를 잘 찾기가 어렵습니다(APIS를 도입한 전국가에 대한 포괄적인 리서치는 어려우나, 대부분의 나라에서 발권 후 공항 또는 온라인 체크인 과정에서 목적지 국가에게 정보를 전송합니다).
▲ 탑승자 신원확인 절차도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항공기테러를 막을 수 있다고 하거나, 범죄자들의 입국을 사전에 강력히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같은 초법적 행정력이 과연 그렇게만 사용될까요?
어필은 지난해 10월 1일 이와 같은 ‘탑승자 사전확인제도’의 전면적 도입을 위한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입법반대의견을 아래와 같이 제출한 적이 있었는데 그 요지는, 1)항공기 테러방지라는 입법목적 자체가 불분명하고, 2)탑승거부 기준을 알 수 없고 이를 사법적으로 다툴 수도 없으며, 3)난민신청자에게 적용될 경우 국경에서의 거부(Rejection on the border)를 만들어 내고, 4)승객일반의 사생활의 자유 및 정보자기결정권등의 침해를 가져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대한민국의 출입국관리 관점에서, 소위 국익에 반하는 외국인의 입국을 ‘입국심사대’에서 막아 돌려보내는 것이 전통적인 방법이었다면, 이제 아예 ‘탑승이 적당하지 않은 승객’의 경우 비행기를 타지도 못하게 하겠다’라는 것이 새로운 제도의 목적입니다. 그런데, 출입국행정의 가장 큰 문제는 행정절차법상의 모든 제한을 회피하고 행정당국의 고도의 재량에 따라 임의로 집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탑승자사전확인제도의 경우에도 무슨 기준에 따라 ‘탑승이 적당하지 않은 승객’을 선정할지 매우 의문입니다. 당연하게도, 이렇게 될 경우 임의로 정치적인 반대의견을 갖고 있는 시민활동가들이나, 난민신청이 예상되는 외국인들의 경우 아예 비행기에 탑승조차 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생길 여지가 높아지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며, 심지어 이를 사법적으로 다툴 방법조차 없어집니다.
▲ 탑승자 사전확인제도 관리지침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탑승이 적당하지 않은 승객’
(현재 비공개로 되어 있는 지침입니다)
난민보호에 있어서도, 국제적으로 점차 확대되어 가는 각 국가의 출입국관리의 규범적 국경의 확대 경향이 난민보호와 어떻게 충돌하고 만나는지에 대해 충분한 연구나 대응이 뒤따르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심지어 이번에 한국에서 새롭게 도입하려는 제도는 국제적인 기준과 무관하게, 발권 자체를 임의로 제한하여 선별적으로 비행기 탑승을 시도케 하는 강력한 제도로서 오용의 여지가 매우 높아, 침익적 처분에 관한 기준을 법률에 명시하고, 이의절차를 마련하는 등 제도내에서 이를 새롭게 다툴 수 있는 보완책을 반드시 마련해야할 것입니다.
의견서 입법예고된 개정안의 요지 2015. 9. 9.자로 입법예고된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운수업자는 탑승권을 발급받으려는 승객에 대한 예약정보를 출입국관리공무원에게 제공하고, 출입국관리공무원이 이를 분석한 후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출국 또는 입국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선박 등에 탑승하기에 부적당한 사람으로 통보한 경우에는 운수업자가 이들의 탑승을 출발지 공항에서부터 사전에 차단토록 함으로써 탑승객의 안전과 항공기의 테러 등을 방지하려는 것임”라는 제안이유하에, “제73조제4호를 다음과 같이 한다. 4. 출입국관리공무원이 이 법에 따른 출국 및 입국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선박등에 탑승하기에 부적당하다고 통보한 사람의 탑승방지. 제73조제5호부터 제8호까지를 각각 제6호부터 제9호까지로 하고, 같은 조에 제5호를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5. 출입국관리공무원이 제1호부터 제4호까지에 규정된 입국ㆍ상륙ㆍ탑승의 방지를 위하여 요청하는 감시원의 배치. 제73조의2제3항 각 호 외의 부분 본문 중 “정확하고 신속한 출국심사를 위하여”를 “승객의 안전과 정확하고 신속한 출입국심사를 위하여 탑승권을 발급 받으려는”으로 하고, 같은 항에 제5호를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5. 환승 여부“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2. 개정안의 문제점 가. 불명확한 목적으로 인해 남용우려가 매우 현저히 높음(제73조 제4호, 제5호) 위 개정안은 입법목적이 불분명합니다. 법안의 개정이유에서는 ‘탑승객의 안전과 항공기의 테러’의 방지를 목적으로 들고 있으나,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통계, 자료등이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출입국관리법의 목적은 ‘안전한 국경관리, 외국인의 체류관리, 난민인정절차’(출입국관리법 제1조 제1항) 3가지 인데, 사실상 탑승객의 안전과 항공기의 테러는 그 자체로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목적이긴 하나, 출입국관리법의 목적 자체와는 사실 일치하지 않고, 국경에 도달하지 않은 ‘탑승객의 안전과 항공기 테러 방지’는 출입국 관리법의 목적과 정확히 부합하지는 않는 것입니다. 이에, 통계나 구체적인 정책근거도 없고, 그 목적도 법의 취지에 정확히 부합하지는 않는 것을 고려해 볼 때, 이 법은 실제로는 다른 목적 ‘정부에 반하는 정치적 성향을 가진 해외인사의 한국도착 방지’, ‘일응 난민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들의 방지’수단중 하나로 오히려 더욱 많이 이용될 것을 예정하고 입법이 추진된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나. 불명확한 탑승거부 기준으로 인해 자의적이거나 위법한, 그리고 이를 사법적으로 다툴 수도 없는 입국불허처분을 만들 우려가 높음’를 고려하면 그와 같은 남용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습니다(예를 들어 안 제73조의2 제3항에서 보면 새로운 침익적 처분인 ‘탑승권 발급금지’ 자체를 출입국관리법상 입법목적에 포섭하여 막기는 어려우므로 ‘승객의 안전’이란 문구를 어색하게 추가한 것을 보아도 이는 더욱 명확합니다). 나. 불명확한 탑승거부 기준으로 인해 자의적이거나 위법한, 그리고 이를 사법적으로 다툴 수도 없는 입국불허처분을 만들 우려가 높음(제73조 제4호, 제5호) 게다가 ‘탑승거부’(결국 사인을 통해 집행하게 되는 행정처분이 될텐데) 그 행정처분의 기준이 매우 불명확합니다. 새롭게 추가한 요건은 “이 법에 따른 출국 및 입국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선박등에 탑승하기에 부적당”(개정안 제73조 제4호)이라고만 되어 있는데, ①‘부적당’이란 일반개념이 ②그 자체로 광범위한 ‘입국금지사유’(출입국관리법 제7조, 제11조의 입국금지사유도 아니라 ‘입국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라고만 되어있어서 더욱 불분명 합니다)와 결합되면 사실상 사생활의 자유에 포섭될 ‘비행기 탑승의 자유’ 뿐 아니라, ‘이동의 자유’등이 무제한도로 제한되고, 결과적으로 처분사유 없이 입국불허처분을 발령하고 집행하는 결과를 만들게 됩니다. 게다가, 입국금지는 출입국관리법 제12조의 입국심사를 통해서 내려져야하는 것인데 이는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호도 법익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입국심사, 재심, 합심등의 대면심사 절차’를 통해서 면밀히 파악해야할 입국금지사유등을 오로지 운수업자가 제공할 일부 정보만으로 판단하여 내리는 것은 절차적 권리를 침탈하여 출입국관리법 제12조에 반하여 그 자체로 위법할 여지가 매우 높습니다(한편, 미국등은 IAP와 같은 곳에서 이와 같은 대면심사 없는 탑승거부에 관한 이의절차를 마련하여 오판가능성을 줄이고 있는데, 지금 법안은 아무런 이의절차 또한 없는 형편입니다). 게다가 위와 같은 ‘탑승거부지시’는 처분사유 자체가 불명확하여 오남용 소지가 큰데 원고적격이 있는 외국인이 이를 다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어 재판청구권도 심각하게 제한하게 됩니다. 다. 난민신청의 의사를 가진 사람에 대해서 이뤄질 경우 ‘국경에서의 거부’를 만들어 강제송환금지원칙에 반함 위 개정안은 특히 난민협약 제33조의 강제송환금지원칙에 반할 우려가 높습니다. 난민법의 이행으로,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할 경우 입국불허사유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난민심사의 필요성을 고려하여 입국을 허가하는 ‘출입국항에서 하는 난민신청제도’가 마련되었는데도 현재 난민심사의 필요성이 있어 ‘명백히 이유 없는 난민신청’이 아님에도 불회부결정을 내리고 입국불허를 하는 실무관행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본 것처럼 ‘그 기준을 전혀 확정할 수 없고, 사법적으로 다투기도 어려운 탑승거부지시’는 아예 난민신청의 의사를 가질 것으로 예측되는 사람들에 대해서 내려질 경우(실제로, 난민신청이 예측되는 국가적 위난(危難)이 있는 특정 국가 국적자들에 대해 운수업자에게 탑승거부를 사실상 종용하고 있는 실무관행에 비추어 볼 때), 이는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출입국관리 국경의 확대’경향과 결부되는데, 이는 강행규범으로서 엄격히 예외 없이 준수되어야 하는 강제송환금지원칙의 내용중 하나인 국경에서의 거부(Rejection on the border)를 가져오게 되고(출입국심사의 국경이 확대되면, 당연히 난민신청의 국경도 확대되는 것입니다), 난민협약의 난민인정심사를 신청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난민법 제6조에서의 회부심사를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제도가 되어 난민법의 입법취지에도 정면으로 반하게 됩니다. 라. 승객 일반에 대한 과도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자기결정권 침해(제73조의2 제3항) 한편, 승객의 안전방지를 위해, 테러리스트 방지를 위해서는 이미 ‘상당한 의심이 있는자’와 같은 기준이 마련되어 있는 기존의 출입국관리법 제73조2의 제1항, 제2항을 활용해야하는데, 제3항을 신설하는 이유를 알기 어렵고, 이에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심을 들게 합니다. 더욱이 제3항은 출국을 하려는 자에 대해서 아무런 기준없이 특정인이 아니라 예약자 일반에 대한 예약정보 제출의무를 항공사에 부과하고 있는 것이어서 정보제공을 동의하지 않은 승객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거나,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될 소지가 매우 높아 적용범위 확대에 신중해야하는데, 정보제공 시점 자체를 ‘탑승권을 발급받기 전’까지 확대하는 것이어서, 출국을 하려는 사람 일반에 대해 그 정책적 목적을 알기 어려움에도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자기결정권을 당국의 요구만으로 얼마든지 침해할 우려가 높습니다. 3. 결어 – 개정안 입법 반대의견 이와 같이 위 입법안은 자의적인 행정권 발동으로 인해 ‘탑승의 자유’, ‘이동의 자유’, ‘환승의 자유’등을 최종 목적지 국가의 근거가 희박한 판단만으로 제한하고, 이의절차도 없으며 결국 불명확한 기준으로 인해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거나, 난민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들을 탑승조차 할 수 없게 하는 심각한 위험성을 안고 있는 제도이므로, 원 입법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회적 논의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므로, 위 법안의 입법 반대의견을 제출합니다. |
(이일 변호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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