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보호법결정문(인천지방법원2014인라4)
■ 사실관계
지난 4. 30. 인천지방법원 제4형사부는 인신보호법 구제청구 사건에서 “①외국인도 신체의 자유 주체성이 인정되고 인신보호법 구제청구자에 포함된다. ② 송환대기실은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수용시설이고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장은 실질적으로 송환대기실을 운영하고 있는 수용자에 해당하며,③ 청구인을 송환대기실에 무려 5개월가량 대기하게 한 것은 그 기간에 비추어 심대한 신체의 자유제한으로 수용이고, ④ 이와 같이 청구인을 송환대기실에 수용하고 의사에 반하여 수용을 해제하지 아니한 행위는 ‘위법’하므로 ⑤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장과 인천공항운영협의회장은 즉시 수용자의 수용을 해제하라”는 골자의 획기적인 결정을 선고하였습니다(전국법원 주요판결란에도 게시되었습니다)이로써, 송환대기실의 장기구금에 대한 역사가 오래된 공방들이 법원의 명확한 이번 결정으로 정리되어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제도는 행정적으로 실제 제도개선을 이루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 2014인라4결정의 의미 – 법률의 근거 없이 인간을 구금해선 안된다. 외국인도 인간이다.
이 사건은 원심에서는 기이하게도 각하결정을 받았다가 즉시항고를 통해 장장 20쪽에 이르는 위 결정을 통해 뒤집힌 사건인데, 위 결정은 이 사건 난민신청자의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간 수많은 공항난민신청자가 감내해왔어야 했던 여러 종류의 위법한 행정의 한 가지 측면인 ‘송환대기실 불법구금 문제’에 대해 법리적인 당연한 판단을 내렸습니다.
사실 2013. 7. 1.부터 난민법의 시행으로 공항에서 난민신청(난민법 제6조)을 할 수 있게 되었으나, 실제 실무는 크게 변화한 것이 없었습니다(이전 포스팅 – 난민법 시행 이후 공항난민신청 관련 분석 및 통계 참조). 대한민국에 ‘난민신청을 위한 비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난민신청 목적으로 입국한 사람들은 입국목적과 소지한 비자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 같은 사유만으로 입국이 거부되면 이들은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장이 운영하는 난민법이 정한 ‘난민인정심사대기실’(난민법 제2조)로 보내지는 것이 아니라 – 당국은 이를 임의규정이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 입국거부자들을 법률상 근거 없는 수용장소인 ‘송환대기실(deportation room)’으로 보냅니다. 난민신청을 하였고, 이에 대한 아무런 심사도 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국은 곧장 관리의 편의를 위하여 ‘항공사’에게 ‘송환을 지시’하여 수용을 개시하는 것입니다.
2012년 기준으로 13,468명의 입국거부자가 대기하였던 송환대기실은 1~2일 정도 단기간 수용되는 통상적인 입국거부자들의 경우 그 위법성 여부를 따로 검토해야할 여지가 있지만, 특히 자의로 박해를 감수하고 돌아갈 자유가 없는 난민신청자들에게 있어서는 법률상 근거 없는 장기수용이 발생하기에 특히 문제가 되어왔습니다. 그 안에서 난민신청자는 변호인 접견도 허용되지 않고 기타 절차적 보장이 심각하게 미흡한 난민법 상의 사전심사를 거치고 이를 통과하지 못하였을 경우 자의로 ‘박해의 위험’을 감수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하지 않는 한 송환대기실에 수용된 상태로 재판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기간은 짧게는 1~2주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도 가게 됩니다. 그간 당국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외국인은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지 출국할 수 있으므로 구금이 아니라는 논리, 자신이 직접 관할하고 있지 않다는 형식 논리를 펴왔습니다.
인천공항운영협의회(AOC)에서 고용한 용역직원들에 의하여 ‘사실상’ 경비 및 관리되고, ‘규범적, 최종적’으로는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장이 관할하고 있는 수용시설인 위 송환대기실은 위 결정문에 설시된 대로, 철문으로 막혀 있고, 침구나 침상조차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으며, 음식은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88조에 근거하여 항공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치킨버거와 콜라만 지급되는 곳이입니다. 위 결정문에서도 설시한 반와 같이 ‘법률상 근거’가 아닌 ‘행정상의 목적’만으로 운영되는 수용시설인 것입니다.
바로 이 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난민협약 및 고문방지협약의 강제송환금지원칙상 행정소송을 통한 사법적 구제여부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수용의 형태로 출국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적정하지 않’다며 난민들을 만연히 송환하고 있는 현재의 관행과 정반대되는 난민인정절차의 특수성을 인정하였고, ‘난민신청자들을 법률상 근거 없이 신체의 자유를 제약하는 시설인 송환대기실에 수용한 것’은 ‘위법’하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구금을 통해 신체의 자유를 제약하려면 당연히 법률상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 결정이 지적한 ‘위법한 송환대기실 장기 수용 문제’는 1) 기본적으로는 송환대기실 운용의 적법한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점, 2) 공항난민신청과 관련하여 법률상으로는 난민법상 새롭게 도입된 사전심사 기간인 7일 동안은 난민인정심사대기실에서 대기할 수 있으나, 그 후 사전심사 결과에 대한 불복기간동안 난민들이 어디에 머물러야 할지가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은 점, 3)당국이 사실상으로는 외국인에 대한 신체의 자유 제약을 가볍게 이해하고, 모든 난민신청자들을 남용적 난민신청자로 간주하는 편협한 이해와 관행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
■ 바람직한 향후 제도운용방향
이제 송환대기실에 난민신청자들을 장기수용하는 것에 아무런 법률적 근거가 없음이 선언되어 제도적 공백 뿐 아니라, 그 동안 당국의 위법한 제도운용 형태가 드러났으므로 현재와 같은 출입국항 난민신청제도는 새로운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이 ‘난민인정심사회부여부 결정을 위한 심사제도(난민법 제6조)’를 간이화한 난민심사 형태로 운용될 수 없습니다. 난민법의 취지상 오로지 사전심사제도로만 운영하여 ‘난민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모두 회부결정을 내려 입국을 시키는 방법을 택해야하는 것입니다. 불복의 소지가 있고 진정한 난민일 여지가 있는 사람들을 더 이상 이렇게 송환대기실에 초법적으로 구금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유엔난민기구 집행이사회(Excom)의 의장국을 역임하고 있어 선진적이고 모범적인 난민협약 준수를 대내외적으로 장려해야할 위치에 있는 대한민국 당국은 더 이상 불명확한 기준의 사전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공항 난민신청자들을 남용적 난민신청자로 간주하여 송환대기실에 장기수용하여 출국을 강제하여 난민협약 제33조등에서 규정한 강행규범인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암암리에 위반하지 말고, 난민법이 정한 정상적이고 적법한 난민인정절차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여야 할 것이며, 이미 당국에 의한 위법한 수용을 장기간 감내한 사건 당사자에 관하여도 정상적인 숙식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환승구역에서 불안정한 법적․사실적 지위에 머물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정상적이고 적법한 난민인정절차의 기회를 제공하여 차제에 적법한 난민행정을 위한 제도개선의 전기로 삼아야할 것입니다.
(이일 변호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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