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 여성가족부가 주최하고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주관한 “성매매 방지 국제 심포지엄”에 어필이 참여했습니다. 올해 주제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성착취 인신매매 근절 방안 모색’이었습니다. 전세계 인신매매 교역의 1/3이 동남아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동남아 성관광의 주체로 한국 남성들이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많은 동남아 여성들이 한국으로 인신매매 된다는 현실의 심각성을 느꼈습니다.
심포지엄의 기조연설은 필리핀 미리암대학교의 오로라 드 디오스 교수가 했습니다. 디오스 교수는 성착취 인신매매의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과 아동이기 때문에 이것이 젠더(gender)의 문제라고 했습니다. 성착취가 일어나는 것은 수요가 있고 이는 남성들이 여성의 몸을 사고 팔 수 있는 성적 대상으로 간주하는 잘못된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요인 중 하나가 그 어느 때보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포로노그래피의 영향이라고 했습니다. 디오스 교수는 최근 한국에서 인신매매 관련 조항이 형법에 추가 되었다는 것이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하는 한편, 그 한계와 아직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은 꼬집었습니다.
이후에 성착취 인신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캄보디아 정부와 UN의 활동 사례 발표가 있었습니다. 호 말린 캄보디아 여성부 차관보는 캄보디아내에 성착취 인신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정치적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현재 실행 되는 인신매매 대응, 보호, 예방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캄보디아 역시도 인신매매범들에 대한 처벌이 미온적이라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세바스찬 볼 UNIAP 연구원은 현재 진행되는 메콩강 유역권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장관급 협력 이니셔티브 (COMMIT) 모델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COMMIT은 동남아 5개국과 중국간의 협력 프로그램인데 메콩강 유역권이라는 한 지역의 성착취 인신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나라들이 함께 일한다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성착취 인신매매 피해자 지원을 위한 NGO의 활동 사례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필리핀 여성인신매매반대연합(CATW)은 필리핀의 성착취 인신매매가 어떻게 한국과 연관이 되어있는지 설명했습니다. CATW에 따르면 필리핀 성착취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성구매자들은 한국인 남성들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필리핀 여성들이 기획사들의 속임수로 한국으로 밀입국 되어 성착취를 당하고 있는 현실을 말했습니다. 필리핀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드라마 및 한류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습니다. 남자들에게는 여성을 소유할 수 있다는 잘못된 남성성을, 여자들에게는 남성들에게 매력적이어야한다는 것을 삶의 목적으로 심어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그리고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 많은 인기를 받고 있는 한류의 방향성 또한 고민 해볼 수 있었습니다.
심포지엄 참가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던 CATW의 활동은 여성 피해자들의 보호 프로그램보다는 오히려 필리핀 남성들에게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이 구매의 대상이라는 남성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꿀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조연설에서 디오스 교수가 설명한 성착취 인신매매의 젠더 문제를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 될 수 있다는 것이 상당히 고무적이었습니다.
이어서 태국 뉴라이프센터재단의 사례 발표가 있었습니다. 뉴라이프센터재단은 다른 단체들과는 달리 소수 민족인 카렌족 피해 여성들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교육 및 치료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성착취 인신매매 피해자이면서 태국 정부에게 인정받지 않는 무국적자이기에 이중 고충을 겪는 카렌족 여성들을 위해 힘써 일하는 것이 가슴 속 깊이 남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성매매 피해 여성 지원 센터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두레방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기지촌 여성들의 쉼터로 시작한 두레방은 현재 더 나아가서 동남아 성착취 인신매매 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필요가 있는 곳으로 가며 새로운 방향 설정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도전을 받았습니다.
발표자들이 발견한 공통된 문제점은 인신매매범들과 성 구매자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것이었습니다.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여성의 몸을 사려고하는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그 여성들을 인신매매하는 공급 또한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인신매매범들과 성착취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구매자들을 확실하게 발견하고 처벌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시급해 보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처벌하려는 각 정부의 더욱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가지 아쉬움이 남는 것은 용어의 사용이었습니다. 성매매(prostitution)와성착취 인신매매(sex trafficking)의 구분이 잘 되어있지 않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심포지엄 초반에 이러한 용어의 확실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두 용어의 혼용이 발견되었습니다. 심지어 ‘성매매 방지 국제 심포지엄’의 영어 번역은 ‘prostitution’이 아닌 sex trafficking’으로 되어있었습니다. 두 단어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참가자들과 영어를 사용하는 발표자들 사이에 의사소통도 원만하게 되지 못했습니다. 성매매와 성착취 인신매매가 명확하게 구분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에 얼마나 인신매매에 대한 논의 및 인식이 우리나라에 낮은지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착취 인신매매는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여러 나라 정부와 관련 단체들이 모이는 자리가 더 많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우리나라에도 성착취 인신매매의 심각성이 널리 알려져서 성착취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더 많은 논의와 노력들이 있기를 바랍니다.
<5.5기 인턴 김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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