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내 티베트인들-그들은 왜 숨겨진 사람들이 되었나?

2012년 11월 15일

대만에 있는 티베트 사람들

– 그들은 왜 숨겨진 사람들이 되었나?

(Why is this group of Tibetans hidden?)

   대만은 새롭게 난민법을 제정했습니다. 그러나 난민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범위에 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만과 중국은 과연 동일한 국가인가라는 복잡한 문제가 있고, 이는 홍콩, 마카오, 중국 본토와 티베트에서 온 사람들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월 열린 동아시아 난민회의에서 한 발표자는 난민법을 ‘대만 밖에서 온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대만에 있는 약 400명의 티베트 사람들 또한 대만의 국가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의 소산입니다. 그들은 대만과 중국, 티베트의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존재였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숨겨진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알아보겠습니다. 이를 위해 Kensaku OKAWA의 ‘Lessons from Tibetans in Taiwan’을 발췌, 정리하였습니다.    

(대만 타이페이의 밤거리)

   1. 숨겨진 사람들 Hidden People

1959년 이후 티베트의 독립운동은 국제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대만 내 티베트인들(Tibetans in Taiwan, TT)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만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한 때 중국의 형제들로서 국민자격으로 대만에 들어왔지만  ‘greater China’ 이데올로기가 힘을 잃은 현재 대만의 방문자로, 사회에서 숨겨진 존재로 지내고 있습니다. 또한 독자적인 공동체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인도에 있는 티베트 망명 정부(TGE)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대만의 정부기관인 MTAC를 지지하는 사람들로 분열되어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대만 내 티베트인들을 여섯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그들이 대만으로 오게 된 경위와 대만 내에서의 지위를 살펴보겠습니다.

2. 여섯 개의 그룹 – Classifying TT

여섯 개의 그룹은 대만의 국가관 변화에 따라 다시 1)민족주의 시대의 대만 내 티베트인 그룹과 2)민주화 시대의 대만 내 티베트인 그룹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민족주의 시대의 대만 내 티베트인 그룹(TT in the era of nationalist ideology)

그룹 1~3은 대만이 중국 본토(티베트 포함)를 수복하기 위해 노력하던 시기에 들어온 집단으로 모두 대만 시민권을

받았습니다. 중국의 소수민족으로서 대만인들과 함께 거대한 중국을 이루고 있다고 여겨졌던 것입니다.

(그룹 1) 1949년 무렵 국민당과 함께 들어온 사람들

본토에서부터 국민당과 협력하며 대만 정부기관인 MTAC에서 티베트 관련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현재 소수만이 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후손들은 대부분 대만 사회에 동화되었습니다.

(그룹 2) 1959년 티베트 봉기 직후 인도(티베트 망명정부 소재)나 다른 망명지를 거쳐 들어온 사람들

대만은 티베트 봉기의 성격을 ‘반중국인(anti-Chinese)’ 아닌 ‘반공산주의 (anti-communist)로 규정하였습니다. 동시에 인도를 비롯한 티베트 망명사회를 포섭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 때  ‘동지’로 대만에 들어온 사람들입니다.

(그룹 3) 타이페이 티베트 아동 보육원 출신자들

대만은 1980년 인도 난민 캠프 아동들을 데려와 교육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통일 후 발생할 민족 문제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인도적 차원에서 ‘피해아동’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는데 이는 티베트인들에 대한 대만의 태도가 변화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 결과적으로 아동들은 적응에 실패하였고 1990년 프로젝트가 중단된 이후 다른 교육시설로 보내졌습니다. 현재는 소재가 파악되지 않습니다.

2) 민주화 시대의 대만 내 티베트인 그룹(TT in the era of democratization)

1980년대 이후 대만이 민주화국가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 대만에 들어온 티베트인들은 외국인으로 여겨졌습니다. 중국 본토를 지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된 시점에 더 이상 티베트인들을 대만의 일부로 포섭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룹 4) 대만 직업 훈련 프로젝트를 통해 들어온 사람들

공장 또는 건설현장 노동자를 구하기 위한 정부의 프로젝트를 통해 들어온 사람들입니다. 법적인 자격은 외국인이었고, 입국 과정에서 위조된 여권을 사용해야만 했습니다.하지만 여전히 민족주의 이념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선전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애초에 훈련기간이 끝나면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대다수가  계속 체류하였고, 영구 거주 허가를 얻지 못해 열악한 근무 조건에서 의료 서비스도 받지 못한 채 일해야 했습니다. 2001년 달라이 라마가 대만을 방문한 이후 113명에게 비자(residence visa)가 발급되어 부분적으로나마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여전히 적법한 지위 없이 대만에 입국․체류하려는 티베트인들이 많습니다. 대만에서 일을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입니다.

(그룹 5) 최근 학업이나 사업을 위해 들어온 사람들

대만에 자발적으로 들어와 외국인으로서 생활하는 사람들입니다. 스스로를 무국적 상태(stateless)라 여기며, 상실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룹 6) 종교 활동을 위해 들어온 티베트 승려들

:티베트 승려들은 종교 활동을 위해 방문자 자격으로 1년 이하의 단기간 동안 체류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대만 내 티베트인 그룹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그 수(1500명. 나머지 그룹을 모두 합친 것의 3배)나 역할(대만 MTAC로 대표되는 중국 이데올로기 쇠퇴 이후, 티베트와 대만 사이 연대감 유지에 기여)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우리가 알아야 할 것 Lessons from TT

문제는 대만 내 티베트인들의 역사적 정치적 배경이 숨겨져 있다는 데에서 비롯됩니다. 최근 ‘multi-society’에 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지만  그들을 단순히 다문화 사회의 구성원 정도로 여기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대만의 4대 다수민족, 동남아시아 노동자 등과 구분되는 대만 내 티베트인들의 정치적,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날 대만은 조용한 민주주의 혁명을 이루었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대만 내 티베트인’들이 비극적인 상황에 처하게 되었음을 알고, 그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주어야 합니다.

(4기 인턴 권민지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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