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28일, 고려대학교에서 레인보우스쿨이 주최로 개최하는 첫 번째 토크콘서트가 있었습니다. 이번 토크콘서트 ‘난민이랑 같이 걸을까?’라는 주제로 어필의 전수연 변호사와 헬프시리아의 압둘 와합 사무국장님이 연사로 초대되어 시리아 난민 사태와 한국에서 살아가는 난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후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번 토크콘서트를 주최한 ‘레인보우스쿨’은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의 진정한 권리를 함께 찾기 위해 2009년 고려대, 서울대, 성균관대, 성신여대, 중앙대 이렇게 5개 대학의 학생들이 모여 만든 봉사활동 동아리입니다. 레인보우스쿨은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어를 하지 못해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글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레인보우스쿨의 자원활동가들은 이주노동자의 역사, 문제상황, 해결방안에 대한 세미나도 하고, 이주노동자의 인권 개선을 위한 여러 대외활동에도 직접 참여하기도 합니다. 레인보우스쿨은 자원활동가들의 봉사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관심이 부족한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대학에서부터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 매우 큰 의미로 와 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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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토크콘서트는 레인보우스쿨의 자원활동가인 이미라 씨(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15)의 발표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미라 씨는 현재 유럽과 중동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 난민사태의 현재 상황에 대한 발표를 해주었습니다. 지난 해 여름, 전세계인들에게 슬픔을 안겨주었던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을 통해 난민 문제에 다소 회의적이었던 유럽과 다른 국가들의 태도가 조금 더 적극적이고 호의적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독일과 같은 유럽국가와 터키 등의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수차례의 폭탄테러와 범죄들로 인하여 난민들에 대한 인식은 또다시 악화되었습니다. 이 같은 인식은 반이민, 반난민, 반 이슬람정책 등 민족주의적 성격을 띤 유럽의 정당들이 득세하는 분위기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자국의 위험을 피해서 다른 나라로 온 난민들이 잠재적 테러리스트라는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는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악화된 인식과 반난민 정서 때문에 최근 가장 많이 피해를 보게 된 사람들은 바로 시리아 난민들이라고 합니다. 시리아 내전과 IS의 공습으로 지금까지 600만 명 이상의 시리아 난민이 발생했고, 여기에 미국과 러시아 등 여러 나라들의 개입으로 시리아의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란 씨는 이러한 시리아 난민에 대한 한국의 난민 보호 실태에 관해서도 설명해주었습니다. ‘한국에 온 시리아 난민신청자 중 75%에게는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지만, 이들에게는 기초생활, 의료, 교육 등 어떤 사회보장도 주어지지 않으며, 일하려면 제한적인 분야에서 허가받아야 하는데, 정책적으로 단순노무직밖에 허가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난민 심사조차 허가되지 않은 시리아 난민들은 인천국제공항 송환대기실에 구금된 채로 추방의 공포에 떨게 됩니다. 올해 초 시리아에서 온 난민 중 28명은 난민심사조차 받지 못한 채 송환대기실에 구금되기도 했었는데요. 이 28명의 시리아 난민들의 더 자세한 이야기는 전수연 변호사가 소개했습니다. |
자원활동가 이미란 씨의 발표에 이어 드디어 이번 토크콘서트의 첫 번째 연사인 헬프시리아의 압둘 와합 사무국장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압둘 와합 사무국장은 한국에 온 지 올해로 6년 반이 되었고, 3년전 헬프시리아를 설립했다고 합니다. 헬프시리아를 통해 우리나라에 시리아의 상황을 알리고, 시리아 국민을 위해 여러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압둘 와합 사무국장님의 주요 발표 주제는 시리아 분쟁의 원인과 현 상황이었습니다. <시리아의 분쟁과 생생한 현장들을 강의 중인 압둘 와합 사무국장> 2011년 3월 15일, 45년간 억압받았던 시리아 국민의 평화시위가 시작되었는데, 그 실제적인 계기는 한 어린 학생이 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문구를 벽에 쓴 것이었다고 합니다. 경찰이 이 어린 학생을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학대와 고문을 자행했는데, 시리아 경찰은 이 학생의 부모에게 ‘당신의 아이를 다시 찾기는 쉽지 않으니 차라리 다시 낳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은 아사드 정권에 대한 시리아 국민의 시위를 촉발했습니다. 하지만 아사드 정권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더 많은 시리아 국민을 죽이기 시작했습니다. 시리아 국민이 처한 비극은 앞서 이미란 씨의 발표로 잘 알 수 있었지만, 사무국장님은 이보다 더 중요한 드러나지 않은 현실이 존재함을 강조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강대국들의 모습이 현실 세계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무국장님은 미국을 한가지 예로 들었습니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미국의 모습은 정부군에 맞서 반군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미국은 반군과 밀당(!?)을 하는 존재라고 합니다. 반군은 많은 무기와 지원금이 필요한데, 미국은 지원을 미루거나, 주저하고 있어서 실제로 많은 도움을 주지는 않고 있다고 하네요. 공식적으로는 미국이 반군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반군과 정부군의 싸움에 직접 많은 개입을 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합니다. 필자는 여기서 강대국의 이중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대외적으로는 여론에 편승하여 국제적으로 지지를 얻고자 하지만, 실제적인 지원은 하지 않으면서, 타국의 분쟁을 이용하여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이기적인 모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터키 또한 자국의 이익을 지키고자 방관과 개입을 오가며 자신들의 태도를 저울질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태도와 더불어 압둘 와합 사무국장님은 무엇보다도 아동들이 큰 위험에 처해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진 사무국장님의 경험담은 콘서트장에 모인 청중들의 탄식을 자아냈습니다. 사무국장님은 요르단에 있는 시리아 난민 캠프를 방문하면서, 작년 여름 전 세계인들에게 슬픔을 준 쿠르디의 사진을 그곳 난민 캠프 아동들과 어른들에게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난민들은 시큰둥했다고 하는데요. 왜냐하면, 그러한 크루디의 모습은 지금까지 그들이 봐 온 난민의 비극과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랍니다. 오히려 ‘쿠르디의 아버지가 부럽다’라는 반응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반응은 어느 한 아버지의 경험을 통해 이해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곳 요르단의 한 난민 아버지는 3명의 자녀 중 2명의 자녀는 폭격으로 잃었고, 나머지 한 명의 자녀도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폭격 때문에 자녀의 시체를 찾을 수도 없었고, 극심한 고통 속에 죽어간 자신의 자녀들보다 쿠르디는 차라리 고통을 덜 받으며 죽었기 때문에 그 부모가 부럽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난민들의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압둘 와합 사무국장님은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난민에 대해 항상 부정적으로만 생각하고, 난민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문제만 일으킬 것이라는 생각이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난민은 이상한 사람이 아닐뿐더러 우리와 ‘같은’ 사람입니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사건들 때문에 피난을 오게 되었고, 난민이 되기 전에는 우리와 같은 삶을 누리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접고, 그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때까지 우리가 보호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사무국장님은 말했습니다. |
헬프시리아의 압둘 와합 사무국장님의 이야기 다음으로 어필의 전수연 변호사가 마지막 연사로 나섰습니다. 전수연 변호사는 자신이 어필에서 난민들을 위한 활동을 하게 된 계기, 한국에서 살아가는 난민들이 겪는 어려움과 앞서 이미라 씨가 말한 송환대기실의 시리아 난민들이 이야기들을 전달했습니다. 전수연 변호사는 대학에서 공부를 마친 후, 자신을 둘러싼 구조 밖으로 나와보니, 사회구조가 생각 이상으로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변호사가 되면 사회 구조 밖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고, 그들의 삶을 어떻게 더 좋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는데, 어필에서 활동하는 것이 그에 대한 한 가지 방법이었다고 합니다. 어필에서 활동하기 전에는 난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지만, 여러 사건을 다루면서 난민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인천국제공항의 송환대기실에 구금되었던 28명의 시리아 난민 사건이 그 중 한 가지 경험이었다고 합니다. < 한국의 난민현황과 시리아 난민 소송의 경험을 이야기 중인 전수연 변호사> 전수연 변호사는 송환대기실에 구금되었던 난민들의 상황이 생각보다 더 열악했다고 합니다. 창문이 없어서 햇빛이 들지 않는 대기실과 공항직원들의 비인도적인 행위들, 구금된 난민들의 종교와 문화 그리고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식사와 아파도 약국이나 병원을 자유롭게 갈 수 없는 환경들은 공항의 시리아 난민들의 정신건강까지 악화시킬 정도였다고 합니다. 다행히 어필 변호사들의 활동을 통해 28명의 시리아 난민은 구금에서 풀려났지만, 앞으로 난민지위를 획득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한국의 난민제도에 대해서 지적했습니다. 전 변호사는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할 경우, 난민 인터뷰에서 신뢰인 동석을 허락받지 못하고, 구금 당국이 지원하지 않는 식사, 상한 없는 구금이 아직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난민으로 인정됐다고 하더라도 별도의 특혜가 존재하지 않는 한국의 난민 보호 제도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
두 분의 이야기 이후에 짧게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는데요. ‘시리아 난민을 돕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되나요?’라는 질문에 압둘 와합 사무국장님은 ‘돈이 아니어도 좋다. 작은 행동부터 시작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돈은 가장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있는 수단이고, 앞서 말했듯이,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행동들을 모아 헬프시리아에서는 시리아 국민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악화되고 있는 시리아의 상황과 안전 문제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러한 도움들이 모여 시리아 국민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시리아 아이들은 한글이 쓰인 구호 물품들을 보면 정말 신기해한다고 합니다. < 질의 응답 시간인 ‘다 함께 나누는 이야기’ >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외국인들을 향한 적대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해서 전수연 변호사는 지금 우리 사회는 분노와 혐오의 에너지가 응축된 사회이고 그래서 그러한 부정적인 에너지를 자기보다 약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에게 표출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전수연 변호사는 한국사회가 왜 이렇게 분노와 혐오가 쌓여가는 사회가 되었는지에 대하여 어느 정신분석학자의 말을 인용하며, 지금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국가 또는 사회로부터 안전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였습니다. 굴곡이 많았던 한국의 역사적 사회적 사건들 속에서, 예를 들어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비교적 최근에는 용산참사, 세월호 참사, 가장 최근에는 경주 인근 지진에 이르기까지, 이런 사건들을 겪고 나면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알리고 싶어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억하려는 움직임들을 과잉진압하고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며 오히려 고립시키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사회의 구성원들은 차츰 안전감을 잃어가게 된다고 합니다. 전수연 변호사는 이처럼 우리 사회가 국가로부터 안전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자꾸 적을 만들어내고, 적을 만들어감으로써 자신의 안전을 왜곡된 방식으로 지키고 확인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욱더 우리 사회의 아픈 기억을 기억하고, 공유하고, 공감하는 자리에 나가야 하며, 그것이 사회의 구성원들이 함께 건강해지는 길이고 우리의 안위를 지켜가는 것은 곧 우리보다 취약한 난민을 비롯한 이주민의 안위를 지켜가는 방법일 수 있음을 강조하며 마무리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사회에서 난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무엇이 먼저 개선되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전 변호사는 정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압둘 와합 사무국장은 정부와 더불어 우리 국민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한국은 경제와 과학기술 등과 관련해서는 항상 1등을 추구하지만, 인권을 이야기할 때는 아직 많이 뒤처져 있는 상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
<늦은 시간까지 동행해 준 든든한 어필의 훈남 인턴, 윤지수 인턴(좌)과 이동규 인턴(우)>
한밤의 토크콘서트는 늦은 10시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났는데요. 압둘 와합 사무국장님과 전수연 변호사를 통해 시리아 난민과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난민 보호 실태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주노동자와 난민들을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학생들 덕분에 늦은 밤 웃으며 강의실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의 토크콘서트 후기는 콘서트 중 압둘 와합 사무국장님이 소개해 준 어느 시리아 난민의 말을 끝으로 마칠까 합니다.
삶은 지속된다.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삶을 짓누르는 냉정한 현실의 무게가 아직은 무겁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우리와 난민들의 삶이 지속되는 한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고, 결국 우리 모두가 이루고자 하는 그 무언가에 함께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요?
(후기작성: 12기 인턴 윤지수, 사진촬영: 12기 인턴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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