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과 인신매매, 대만과 한국의 난민법

2012년 11월 8일

2012 동아시아 난민회의 East Asia Symposium 2012: 강제이주와 인신매매

워크숍이 끝나고 셋 째날인 10월 29일, 강제이주와 인신매매에 대한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한국, 일본, 홍콩 그리고 다른 수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전문가들이 이 날 대만의 Soochow 대학으로 오셔서 아시아 각국의 인권 현황을 소개하고, 현재 초안이 작성된 대만 난민법을 중심으로 토론했습니다.

 

1st Session:

Forced Migration and Human Trafficking: exploring the narrow and often blurry distinction between people smuggling, trafficking and the desperate need to escape persecution

오전 세션의 첫번째 의제인 ‘강제이주와 인신매매: 좁고 불명확한 밀입국과 인신매매의 차이, 그리고 박해탈출의 절실한 필요성’ 에서는 대만 내 난민 현황과 인신매매에 대한 내용이 주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이틀간 난민 교육에 힘써주신 Martin Jones 교수님이 의장을 맡아 진행해주셨습니다.

먼저 Taiwan International Workers’ Association (TIWA)의 Hsiu-Lien Chen씨가 ‘노예 노동제도와 인신매매: 이주노동자들의 고달픈 처지’를 주제로, 현재 대만에 있는 필리핀 노예노동자 여성을 예로 설명해주셨습니다.

대만에는 필리핀에서 경제적 사정으로 이주해온 여성이 많고, 그런 여성의 대부분은 대만 부유층의 가정부로 일하게 됩니다. 한 필리핀 여성은 대만 유명 연예인의 가정부로 일하다가 견디지 못하고 탈출 했는데, 그녀는 각종 비난과 폭력 속에서 살았으며, 혼자서 집안에서 나갈 수 없었고(이동의 자유), 여권이나 관련 서류를 전부 빼앗기고, 핸드폰도 사용할 수 없었고 자신의 급여를 직접 받을 수 없었습니다. 대만 정부는 이런 그녀가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의 피해자가 아니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녀가 계약서를 통해 동의한 사항들이며, 또 마음만 먹으면 달아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대만에서 해외이주 노동자를 고용하려면 대부분의 경우 브로커를 통해야 합니다. 직접 고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너무 복잡해서 대부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쩔 수 없이 브로커를 통할 경우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부당한 대우를 당하게 됩니다. 심지어 브로커가 고용주에게 어떻게 노동자의 자유를 빼앗을 수 있는가 방법을 알려준다고 합니다.

대만의 이주 노동자들은 그리 자유롭지 않습니다. 고용주는 노동자를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지만 노동자는 업무 환경을 이유로 직장을 옮길 수도 없습니다. Chen 씨는 노동자들이 핸드폰도 소지할 수 없기 때문에 돕기 위해 연락을 취하는 것도 힘들다고 전했습니다. 고용계약이 끝난 후의 후속적인 조치도 없기 때문에 이들은 대만에서 불법체류자가 되고 맙니다.

Chen씨는 타이완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끝맺었습니다.

Asian Pacific Migrant’s Mission의 Pongos씨는 ‘세계화와 함께 저개발국의 빈곤이 부각되어, 그에 따라 생계를 위해 해외로 이주하는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와 함께 노동착취 목적의 인신매매는 강제이주 아래에서 번창하고 있다’라는 말로 시작해 대만의 인신매매 현실과 그에 대한 권고를 말씀해주셨습니다. 대만의 노동착취 목적의 인신매매는 경찰과 같은 공권력에 의해서도 자행되고 있고, 그 방식이 잘 알려지지 않아 찾아내어 처벌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Pongos씨는 노동착취 목적의 인신매매에 대한 특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밀입국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을 분명히 규정하도록,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즉각적으로 구호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들길 권고했습니다. 또한 인신매매를 막기 위해서는 대만 내 외국인 이주노동자와 외국인 가정부들과 관련된 조항을 노동규준법에 포함하길 권고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권에 있어서 대만의 성장은 매우 환영하며, 시민단체와 좀 더 생산적인 협력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어필의 어진이 변호사님으로부터 한국의 인신매매에 상황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일찍이 10월 초 변호사님이 성균관대 Goeddy교수님의 International Law 수업에서 동일한 주제로 강연하신적이 있습니다. 그 내용을 살리며 좀 더 자세하게 적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인신매매 의정서 제3조는 인신매매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 착취(매춘, 기타형태의 성적 착취, 강제노동 및 서비스, 노예 및 노예와 유사한 관행, 노역, 장기적출 등)을 목적으로,
  • 위협이나 무력의 행사 또는 다른 형태의 강압, 납치, 사기, 기만, 직권남용, 취약한 지위를 이용하거나, 타인에 대한 통제력을 가진 사람의 동의를 얻기 위해 금전적 보상이나 혜택을 얻거나 제공(수단)하여,
  • 개인을 모집, 운송, 이전, 은닉, 또는 인수받는 행위를 말한다.

쉽게 말해 특정 행위(act), 수단(means), 목적(purpose)에 해당하면 인신매매 범죄에 해당됩니다. 아동의 경우 착취를 위해 위의 모집, 운송, 이전, 은닉 또는 인수받을 경우, 협약에 기재된 수단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인신매매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위의 의정서 상의 기준으로 본다면 한국에서도 봉고차 납치뿐만 아니라 인신매매에 해당하는 여러가지 인신매매 범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신매매범죄들은 E-6 연예흥행비자, E-10 어업 이주노동, E-9 고용허가제, 국제결혼, 해외원정 성 매매, 성 매매, 성 관광 그리고 심지어 입양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중에 E-6 이주여성의 한 사례를 말씀드리면, 한국에서 가수나 댄서로 활동할 꿈을 갖고 E-6 비자로 들어온 이주 여성은 한국에서 입국한 직후 여권을 빼앗긴 채 미군부대 근처에 있는 클럽에서 ‘쥬시걸’로 일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 접대여성인데, 주말도 없이 일하며 할당량(쿼터)를 채워야 했고, 접대만으로 쿼터를 채우기 힘들기 때문에 성 매매도 하게 됩니다. 월급은 계약서보다 적게받고 그 마저도 한참 뒤에야 받을 수 있습니다. 쥬시걸이 된 이 이주여성은 자신이 노예처럼 느껴졌다며, 오직 주인의 지시에만 따라서 생활해야 했다고 했습니다. 탈출하거나 빠져나가려면 벌금을 내야 했고, 도망치면 불법체류자가 될 것이라는 협박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성착취 뿐만 아니라 어업이주노동자를 상대로한 노동착취 목적의 인신매매도 이와 비슷한 수단을 사용하여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신분증이나 여권을 압수당한 채로 어떤 경우는 신체적 폭력을 당하기도 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적은 돈을 받거나 계약이 끝날때 까지 임금을 받지 못하고 일을 하고, 이탈시 내야 하는 벌금이나 체류자격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공포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비자발적으로 강제 노동을 하게 됩니다.

E-9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도 인신매매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일자리 변경과 관련하여 3년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1년 10개월 연장을 할 수 있는데, 연장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사업장에서 추가 근로계약을 맺어야 하기 때문에 이전 직장에서 착취를 당하거나 노동 환경이 좋지 않아도 계속 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2012년 TIP 리포트와 한 시민단체에서도 이 제도를 현대판 노예제대라고 비평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국제결혼을 통한 인신매매 사례에 대해서도 언급하셨습니다.

그 밖에 인신매매의정서와 현재 한국의 인신매매관련 현행법을 비교하여 현행법의 부족한 점과, 그로 인하여 인신매매 범죄 처벌의 어려움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고,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셨습니다. 또한 성착취 목적의 인신매매뿐만 아니라 노동착취 목적의 인신매매에 관해서도 다루어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변호사님은 결론적으로 한국은 국제기준에 해당하는 다양한 형태의 인신매매를 범죄화하고 처벌 할 수 있는, 특히 인신매매피해자를 파악하고 지원/보호할 수 있는 법을 담은 포괄적인 인신매매방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인신매매방지법이 결코 이주를 제한하는 것을 목적으로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대만 Soochow 대학. 심포지엄이 열리는 제5건물로 가는 길)

 

2nd Session:

Developing Law and Policy: Discussion of legislation in Korea and Taiwan

두 번째 세션은 대만과 한국법에 대하여 논의 해보는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앞서 대만의 전문가 두 분이 대만 난민법 초안을 갖고 의견을 내어주셨습니다.

대만이 난민법을 제정하려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먼저 대만이 인권을 보호하고 싶은 의지가 있기 때문에, 그리고 국제 기준에 발맞추어 따라가기 위해서 입니다. 대만 난민법은 유엔 난민협약을 적극 수용하여 정치난민은 물론 자연재해 등으로 발생한 humanitarian 난민도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의도는 좋지만 실질적으로 어떻게 실행될 것인지 의문도 남습니다. 대만 난민법은 타국에 주재한 대만대사관에서도 비호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지만 제대로 지원하기에는 대만 대사관과 문화센터의 수가 아주 적고, 중국 난민이 중국본토에서 대만까지 오는 데는 큰 어려움이 따른 다는 것도 한 이유입니다. 다른 문제로는 강제송환금지 규정에 불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고, 난민 신청자의 신청을 접수거부할 수도 있기때문에 아무런 비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정확히 지적했습니다.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님과 공감의 황필규변호사님도 한국 난민법에 대해서, 중요변화와 문제점 등을 지적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막 시작하려 하는 대만 난민법에도 제안을 내어주셨는데요, 먼저 김종철 변호사님께서 제정되는 한국 난민법의 성과, 문제점, 부족한 점으로 나눠 알기 쉽게 설명해주셨습니다. 먼저 성과로는 적법절차가 강화되고 난민들의 인권이 보장되었다는 점이 있습니다. 이전까지 문제가 되었던 공항에서의 신청도 가능하게 되었고, 인터뷰 한 자료에 접근할 수도 있고 시민단체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커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well-founded fear’의 정의가 모호한 점 등을 들어 개선점을 지적해주셨습니다. 황필규 변호사님은 한국의 난민인정 현황으로 시작해, 타이완과 한국 난민법의 문제점을 지적해주셨습니다. 타이완 난민법에 의하면 난민이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는 사무원의 재량에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난민의 권리가 적을 수도 있다는 점과, 대만과 한국이 공통적으로 정부와 시민사회의 연계가 부족하다고 지적해주셨습니다.

대만의 여러단체와 시민들이 힘을 합쳐 난민과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인권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 일본, 홍콩 그리고 다른 나라의 난민, 인권제도를 배워 더 좋은 법으로 개선하기 위한 대만 내 활동가들의 의지와 노력을 느낄수 있는 뜻 깊은 자리 였습니다.

(4기인턴 이재윤)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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