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아동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것이 답이다(UNHCR AGDM 워크숍 참여 후기)

2013년 5월 7일

2013. 5. 7. 오전에 유엔난민기구(UNHCR, http://www.unhcr.or.kr/unhcr/main/index.jsp) 회의실에서 유엔난민기구가 주최한 ‘나이, 젠더와 다양성적 접근방법에 대한 워크숍’에 어필의 신참 이일 변호사와 고참 김인애 인턴이 참여하였습니다. 피난처, 난민인권센터, 재단법인 동천등 이 땅의 난민들을 돕고 그들의 친구가 되기를 자처하는 소중한 단체에서 나오신 분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1부 강의 – 현장에서의 참여형 평가: 나이, 젠더와 다양성 분석

1부는 유엔난민기구의 한국대표부의 스텔라 오군라데(Stella Ogunlade) 법무관께서 2005년경 고안 및 도입되어 전세계 유엔난민기구 사무실에서 활용하고 있는 ‘현장에서의 참여형 평가: 나이, 젠더와 다양성 분석(Participatory Assessment in operations : Age, Gender and Diversity analysis, 이하 AGDM)’방법에 대해 두 시간동안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AGDM이란? 1)양성평등을 증진시키고, 인권-특히, 여성과 어린이의-을 존중하고, 2)인종, 사회적, 종교적 배경에 관계없이 보호대상자(POCs)의 보호를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이며, 3)보호와 관련된 위험요소의 영향을 평가하고 다양한 나이와 배경을 가진 여성과 남성을 위한 전략과 프로그램의 활동입니다.]

쉽게 설명드리면 AGDM은 기존의 난민 개인 인터뷰가 아닌 집단 인터뷰를 통해 여성, 어린이등 난민 커뮤니티에서도 약자인 사람들의 목소리에 집중하면서 난민들이 삶에서 구체적으로 맞닥뜨리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을 발견하여 시정하려는 인터뷰 방법입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젠더등 여러가지 자원들을 통제할 수 있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사이의 권력관계를 표면으로 드러내 연장자나, 아버지가 아닌 여성, 아이들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특히 그들을 ‘수동적인 인터뷰이’가 아니라 ‘적극적인 동반자, 참여자’의 지위로 격상시키는 것이 특징입니다. 

사실, 이러한 방법은 약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세심한 정치적 고려 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은폐된 문제들을 표면으로 드러낼 수 있어 인터뷰를 통해 습득할 기초자료의 정확성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에서도 이 방법들을 종종 이용하여 한번은 가족에 초점을 둔 AGDM에서 한국에서 태어난 난민 아동의 경우 자국 대사관에 출생등록을 하기 어려워 국적을 취득할 수 없는 문제를 확인해 낸 적도 있고, 어떤 AGDM에서는 병원에 갈 수 없다는 목소리를 통해, 그 이유는 의료보험이 없어서임을, 그리고 의료보험이 없는 이유는 난민인정을 받지 못한 난민신청자들에게 의료보험 보장이 되지 않아서임을 발견하고 대안적 의료체계를 구상하여 연결시켜 준적도 있다고 하네요. 어린이, 환자에게 집중한 결과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목소리가 가리워진 여성과 어린이들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것이 답입니다.  

[사진1:오군라데 법무관님과 워크샵 참여자들]

   2부 실습 – AGDM 인터뷰 및 자료분석 실습

강의 후 20분간의 coffee break이 끝나고 실습이 있었는데요. ‘정말로’ 실습을 할까 궁금했었는데, ‘정말로’ 했습니다. 어떻게요? 실제 난민은 아니었지만 한국대표부의 오군라데 법무관님과 이현아 선생님께서 사전에 역할과 정체성이 조율된 두 명의 난민 역할을 담당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워크샵 참여자 분들께서 질문자, 통역자, 기록자로 구성된 다기능팀을 2팀으로 나눠 이루어 10분간 실제 AGDM 방식의 인터뷰를 실시하고 얻어낸 정보를 통해 자료를 분석하는 실습을 진행하였습니다. 

두 분께서 맡은 역할에 완전히 몰입하셔서 너무 실감나는 연기와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지셔서 많은 실무 인터뷰 경험을 갖고 계신 단체 참여자분들께서도 목줄기에 흐르는 식은 땀을 면치 못하셨답니다. 보이시나요? 사진에서 느껴지는 저 팽팽함? 

[사진2,3:오군라데 법무관님과 이현아 선생님의 열연에 진땀을 빼고 있는 워크샵 참여자들] 

  실습이 끝난 후 법무관님의 설명을 통해 알게되었는데, 법무관님이 연기하신 ‘사라’는 39세의 여성이었습니다. 인터뷰 과정속에서도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했던 이유는 그녀가 회사에서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었구요. 그렇지만 그녀는 한국어를 하지 못해서 익숙한 간호사일을 한국에서 할 수 없는 상태였고, 고용계약의 법적 지위가 불안정하여 다른 직장으로 옮기기도 어려운 힘든 처지에 있는 여성이었습니다. 이현아 선생님이 연기하신 ‘섀나’는 22세의 무슬림 싱글맘이었습니다. 무슬림임에도 교회에서 어렵게 거주하고 있었지만 종교적 이유로 결국 쫓겨나 잠잘 곳도 없는 상황이었고 7개월된 아이가 있지만 맡길 곳이 없어 직장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충분히 가능한, 이 땅 난민 여성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사진4: 식은땀을 닦아내고 자료분석 및 토의에 들어간 참여자들]  

AGDM인터뷰를 마친 후 참여자들은 습득한 정보를 분석하여 1)보호위험/사건, 2)원인, 3)공동체의 역량, 4)하위 그룹이 제안하는 해결방안, 4)보호대상자들이 제기한 가장 중요한 문제, 5)긴급한 후속 조치 순으로 되어 있는 자료를 작성하여 발표하였고, 법무관님의 날카롭고 유익한 핵심을 찌르는 논평을 들었습니다.  

두 명의 가상의 난민을 대상으로 부족한 시간에 이루어진 약식 인터뷰 및 자료작성이었지만, 논평속에서, 그리고 상황극에 참여하는 다른 팀의 인터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들을 통해 우리 참여자들은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대화에 주도적인 난민과 그렇지 않은 난민 중 후자에도 질문을 건네고 집중하는 것, 난민이 취한 자세와 다양한 함의를 갖고 있는 말 속에서 더 깊은 질문을 던지는 것, 우리의 능력상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한계를 구분하여 알려주는 것, 다양하게 제기되는 위험 및 사건들 속에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구조적 문제들을 잘 구성해내는 것, 우선순위를 정하는 문제에 있어서 사건들의 빈도나 양(quantity)이 아니라 중요도와 질(quality)에 따라야 하는 것에 대해서 말이지요. 두고 두고 새길 일들이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

타국에 침략을 한번도 하지 않은 평화를 사랑하는 단일 혈족이라는 신화를 간직한 우리네 4천만 국민들이 허리끈을 질끈 동여매고 옆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출근시간 지하철역에서 달리듯이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는 지금, 그러한 저와 같은 일반인들이 과연 고통과 생명의 위협을 피해 이역만리 먼 곳으로 건너온 난민들의 생경한 목소리와 신음에 귀를 기울여 온적이 있었나를 돌아봅니다. 그 중에서도 난민인 여성은요? 난민인 어린이는요? 그들에게 귀를 기울여본적이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그만큼 그들도 외치기 어려웠겠지요. 

동일한 정도의 고통이 한 집단에게 가해질 경우 가장 크게 고통 받는 사람들은 약자들, 여성과 어린이들입니다. 풍족할 때는 누구라도 웃으면서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나누지만, 어려울 때는 한 없이 자기보존에 매달리는 것이 냉혹한 우리 인간들입니다. 그렇다면 평소에 더 집중하기 쉬운 ‘내’ ‘혜택’에서의 불평등만이 아닌 ‘타인’의 ‘고통감내’에서의 불평등 역시 우리가 주목해야할 문제가 아닐까요? 난민들, 특히 난민 여성들, 어린이들의 목소리에 주목하기. 오늘 얻어낸 우리 평범한 일반인들의 과제입니다. 

(펠로우 이일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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