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살롱 드 어필 후기
“정동재 교수님의 미국의 이주민 규제/처벌정책의 변화과정 분석”
해가 자신의 그 따사로운 존재감을 새삼 일깨워줬던 3월의 첫 금요일, 제13회 살롱드어필이 어필 공간 사이多에서 열렸습니다. 매서웠던 겨울 동안에도 따뜻한 마음을 고이 간직해왔던 많은 분이 살롱드어필에 함께해 주셨는데요, 인턴으로서 일하기 시작한 지 오늘부로 3일이나 된 저도 떨리는 마음으로 저의 첫 살롱드어필에 참석했습니다.
– 감각적인 각도로 본 사이多의 풍경
제13회 살롱드어필에서는 미국 내 이민자 구금 분야의 권위자이신 성균관대학교 국정전문대학원 정동재 교수님(소개는 여기)을 초청해 유익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미국 내 이민자 구금이라는 주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멀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개인적으로는 할리우드 영화나 미국 드라마에서 본, 이민국 직원들이 한밤중 한 장소를 급습해 불법이민자들을 무작위로 차에 태워 싣고가는 장면들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코믹하게 그려졌던 그런 장면들이 강의를 들을수록 현실에서는 특정 인종에의 집중적인 탄압일 수도 있고 심지어 이익단체에 의한 로비의 결과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웠습니다.
– 열강 중이신 정동재 교수님
이민자들은 누구이며, 미국사회의 인식은 어떻게 변화되어 왔을까?
정동재 교수님은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수학하셨습니다. 애리조나 주는 뉴멕시코, 캘리포니아 주와 함께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 이 세 주는 가까운 물리적 거리만큼 이민자 이슈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곳입니다. 정동재 교수님께서도 애리조나에 거주하시면서 이민자들과 관련된 많은 경험을 하셨다고 합니다.
– 캘리포니아 주(왼쪽)와 멕시코(오른쪽)의 국경 모습 (출처)
태생적으로 스스로가 이민자들에 의해 세워진 미국에서는 수많은 출신과 인종 등 다양한 범주의 이민자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오늘 강의에서 이민자란, 멕시코 출신을 중심으로 하는 히스패닉계 사람들을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180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앞서 말한 세 개 주를 중심으로 이민자 이슈는 꾸준히 논의되어 왔습니다. 이들에 대한 인식은 미국 사회의 내외부적 상황에 따라 매우 극적으로 변해왔는데요. 경제가 호황이거나 전쟁 등으로 노동력이 부족했을 때 이들은 매우 중요한 노동력의 원천으로서 통합과 화합의 대상으로 여겨졌지만, 반대로 경제가 불황이거나 9/11 테러와 같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큰 사건이 있었을 때는 사회를 분열시키고 사회안전에 잠재적 해가 되는 사람들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리고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는 이러한 인식에 따라서 여러 제도를 마련해왔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이민자들은 어떤 제도하에 놓여있을까요?
S-Comm 프로그램, 차별적 이민제도의 기원과 그 문제점
– Journal of Race, Ethnicity, and Politics의 공식 블로그 Politics of Color에 게재된 저작 (영문 읽어보기)
정동재 교수님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이민자들은 Secure Communities라는 프로그램의 영향 아래에 있습니다. 줄여서 S-Comm이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이민세관 집행국 (ICE,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에 의해 시행되며 말그대로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취지로 도입되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목적과 다르게 안전한 지역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수단으로 구금과 추방을 삼고 있고, 내용적으로는 인권침해소지가 다분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으며 실무적으로도 많은 부작용이 일어나 계속해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S-Comm은 이민자 범죄자들을 죄의 경중에 따라 1급부터 3급까지 세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S-Comm에 근거해 2011년 전체 추방된 사람 중 55%는 경범죄나 1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받은 3급 범죄자(29%)와 단순 이민법을 위반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26%)이었다고 합니다1. 또한 추방되는 이민자들의 90%가 멕시코 출신이라는 점에서 특정 인종에 대한 차별적인 프로그램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S-Comm은 부시 행정부의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되어 오바마 행정부에서 전국적으로 확산된 정책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민자 탄압적·징벌적 기조는 이미 1996년 이민법 제정에서 기인하여 9/11 테러 이후를 정점으로 더욱 강력해졌습니다. 9/11 테러 이후 국경 통제 및 단속이 강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정착하여 살고 있는 체류자격없는 이주자나 위법행위를 저지른 이민자에 대한 단속도 역시 강화되었는데, 이는 정치인들에 의해 이민자 이슈가 국가안보 이슈로 변환된 결과였습니다. 그 결과 지역 경찰들은 지역 공공질서의 안전과 치안뿐만 아니라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이민자들을 단속해야 하는 이중적인 역할을 부여받게 되었습니다. S-Comm 이외에도 SOS 법(Save Our State initiative)이라 불리는 캘리포니아 주의 주민제안 187(Proposition 187)과 “Support Our Law Enforcement and Safe Neighborhoods 법”이라고도 불리는 애리조나 주의 상원 법안 1070(Senate Bill 1070)은 불법이민자의 의료서비스와 교육권을 제한하거나 신분증 미소지시 사실상 무작위로 체포 및 구금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기본권 침해에 대한 우려로 역시 많은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렇게 인권침해적인 제도가 계속해서 제정되고 유지되는 이유는?
2014년 12월 S-Comm 프로그램은 중단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중단된 것은 S-Comm이라는 명칭의 사용 뿐, 명칭 외 모든 프로그램들은 이전과 같이 계속 시행되고 있다고합니다. 누가보더라도 인권침해의 요소가 많이 담겨있고 효율적이지 못한 제도들이 이렇게 계속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동재 교수님은 가장 큰 원인을 민간교정시설업체에서 찾았습니다.
– 미국의 민간교정시설업체 CCA, GEO Group, Cornell (출처)
민간교정시설업체들은 정부와의 계약을 통해 구금자들을 위탁받아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들입니다. 이들은 불법이민자들을 주된 수익창출 기반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전방위적인 공격적인 로비나 선거자금지원을 통해 보다 많은 이민자를 구금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데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결국 강력한 이민자 규제법안은 로비와 선거자금의 대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로비의 가장 큰 폐해로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수용할당량제입니다. ICE는 하루 평균 34,000명을 구금시켜야하고 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시 예산이 삭감되기 때문에 더욱더 무분별한 체포와 구금을 일삼게 되는 것이죠. 게다가 S-Comm 하에서는 범죄자등급 구분이 매우 자의적이고 민간교정시설업체들은 정보공개의무조차 없어 그 정도는 한층 더 심해집니다. 교정시설의 수익지향성과 구금의 목적이 교화나 지역사회로의 녹아듦이 아닌 처벌과 징벌, 추방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이민자 처벌시스템은 보다 정교함과 비용적 효율성을 추구합니다.
시민단체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이러한 인권침해적인 제도들에 대해 미국인들은 인권단체나 이주민 권리옹호 단체 등을 통해 지역 내 자생적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현행 이민정책의 문제점 제기 및 이슈화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단체 간 정보공유와 네트워킹을 통해 불합리한 제도들을 수정하고 정책적 목소리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반이민 정서를 조장하는 정치인들을 리스트 화하거나 행정정보공개를 소송을 제기하여 제도를 통한 공권력의 오남용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 2011년 뉴욕에서 열린 S-Comm 반대시위 (출처)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성과는 미미한 상태입니다. 앞서 말씀드렸 듯 2014년 12월 S-Comm 이라는 제도를 중단시켰지만 제도 명칭을 제외한 모든 것들은 그대로 진행 중입니다. 또한 체류자격없는 이주자들 중 범죄경력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한시적인 추방유예조치와 불법체류 중 미국에서 낳은 자녀를 둔 이들에 대한 한시적인 추방유예조치를 산출해냈지만, 이들은 행정적인 조치이고 한시적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단체들의 활동의결과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에는 미국 내 여론의 냉소적인 시선에 있습니다. 최근 IS를 비롯한 테러집단 등의 활동으로 인해 이슬람을 비롯한 이민자 전반에 부정적 인식이 만연해있는 상황입니다.
S-Comm 프로그램이 우리 사회에 주는 메세지
우리나라와 미국은 서로 다른 정치지형과 지정학적 요건으로 말미암아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또한 애초에 다양한 인종들로 세워진 미국과는 달리 인종적인 동질성과 집단주의적 문화로 인해 우리나라는 다른 인종과 다른 문화의 수용에서 미국보다도 훨씬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계속해서 겪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반이민자적 정책들과 그 신분상의 법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체류자격없는 이주자로서도 상대적으로 훨씬 많은 합법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은 우리 사회 내의 체류자격을 갖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하나의 방안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사실상 실패를 향해 가고 있는 미국의 이민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는 보다 억압적이지 않고 친 인권적인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전에 무엇보다도 우리의 “다문화정책”은 정말 우리 사회가 향해가고 있는 목적지가 되고 있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 역시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11기 인턴 김태욱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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