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이 제정된 지 올해로 40주년을 맞았습니다. 이를 기념하여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국가연락사무소(KNCP)의 주최로 제정 40주년 기념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이 세미나는 국제적 동향을 살피는 동시에 한국 NCP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고, 책임경영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가능한지를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OECD기업책임경영 작업반의 의장인 로엘 니우벤캠프 (Roel Nieuwenkamp) 교수가 국제적 맥락에서의 기업책임경영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였고, 이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신희택 교수의 진행으로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한국인권재단의 이성훈 상임이사, 지멘스 코리아의 박종근 윤리경영실장, 임홍재 UN글로벌컴팩트 한국 사무총장이 토론자로 참석하였습니다. 기조연설과 토론내용을 종합하여 포스팅으로 전합니다.
*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이란?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은 다국적기업에 대한 가입국 정부의 권고사항입니다. 1) 다국적기업의 활동이 가입국 정부 정책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고 2) 다국적기업과 그들이 활동하는 사회 간 상호 신뢰 기반을 강화하며 3) 외국인 투자환경이 개선되도록 돕고 4) 지속 가능한 개발에 대한 다국적기업의 기여를 촉진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2016년 제정 40주년을 맞이했고, 한국은 2001년 5월 이 가이드라인의 이행을 위해 국내연락사무소(NCP)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
– 왼쪽부터 박종근 윤리경영실장, 임홍재 사무총장, 로엘 교수, 신희택 교수, 이성훈 상임이사
어필 다국적기업에 관한 OECD가이드라인 포스팅에서 OECD Watch에서 발행한 가이드라인 브로셔 번역으로 가이드라인의 핵심 조항과 NCP의 역할, OECD Watch의 활동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
1.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의 진화, 특히 공급망에서의 책임
1970년대부터 있어온 가이드라인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개정을 거듭하며 많은 내용을 담아왔습니다. 가이드라인은 노동기준은 국제 노동기구(ILO)에서 참고하고, UN기업과 인권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는 등 일종의 국제적 통일성을 가진 문서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이드라인이 2011년 이전에는 환경과 인권에 초점을 맞췄다면, 2011년에는 공급망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켜 그 전에는 다룰 수 없었던 공급망에 대한 책임을 짚었습니다.
* 2011년 가이드라인 개정안의 핵심 사안들 2011년도 5월에 OECD 가입국들과 비회원 이행국 들은 개정된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적용했습니다. 비록 이행 절차방법의 부족과 같은 몇 가지 근본적인 단점을 안고 있지만, 개정안은 상당주의 의무(‘due diligence’), 공급 망 책임, 인권과 같은 중요한 조항들이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 상당주의 의무 (Due Diligence) 상당주의 의무는 주로 기업이 실질적이고 잠재적인 영향에 대해 다루는 방법을 파악, 예방, 완화 및 설명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실질적이고 잠재적인 영향들에 대한 평가, 평가 내용을 반영한 조치, 조치에 대한 반응의 파악, 영향들이 다루어진 방식에 대한 의사소통을 포함합니다. 본 가이드라인은 기업이 가이드라인에서 다루어지는 인권, 고용, 환경, 부패와 소비자보호와 같은 주제들을 다룰 때에 상당주의 의무를 거치도록 요구합니다. – 공급 망 책임 가이드라인은 기업의 모든 사업장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는 자회사, 프랜차이즈 그리고 공급업체와 도급업체와 같은 모든 비즈니스 협력업체를 포함합니다. 기업은 공급 망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일으키지 않도록 할 뿐 아니라 그들의 생산품과 서비스와 관련해서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합니다. 기업은 그들의 비즈니스 파트너들과의 관계와 그 파트너들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대중에게 알리도록 장려됩니다. |
어필 포스팅에서도 소개한 적 있는 SOCO international과 WWF(World Wide Fund for Nature)의 사례 기억하시나요?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에 등재된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 된 국립공원, 비룽가 국립공원에서 SOCO international이 석유사업을 진행하면서 WWF가 이를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영국 NCP에 제소했던 일인데요, 이 제소로 SOCO는 2014년 6월 비룽가에서의 석유시추 관련 사업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합의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로엘 교수는 이 사건을 언급하며 정부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지역(나라)에서 기업은 그 정부에 책임을 돌리지 말고 스스로가 가진 책임을 져야 할 것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 사진출처 : WWF
어필 영국 NCP와 WWF 중재 사례를 통해 본 바람직한 NCP의 모습 포스팅에서 자세한 사례 해설을 보실 수 있습니다. |
또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사건[ref]
2013년 4월, 다국적 의류브랜드들의 생산공장이 몰려있던 방글라데시의 8층 빌딩 라나플라자(Rana Plaza)가 무너졌습니다. 이 안에서 일하던 천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사망하고, 2천 5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본문으로] [/ref] 을 통해 기업의 관행과 책임, 공급망에 대한 책임을 되돌아보며, 기업은 공급망 관계의 부정적인 영향력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2013년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붕괴사건관련 기사 – 오마이뉴스, 백만달러 기부해 놓고.. 욕먹은 베네통 |
– 라나플라자 사고 당시 시민사회에서 H&M에 대해 비판한 이미지, 출처: 슬로우뉴스
로엘 교수는 많은 기업들이 공급망에 대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기업이 1차원적인 책임(자사가 직접적인 위해를 가한 것)만 진다’는 것이지만 애플, 삼성과 같은 대형기업들은 열 두 개 차원까지의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기업이 수천 개의 공급망 전부를 관리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책임을 진다는 것은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배워가는 과정’임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단순히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로엘 교수의 이러한 설명은 기업과 가이드라인이 서로 대치되는 지점에서 서로를 경계하는 관계라기보다, 가이드라인이 기업의 문제 해결을 돕고 예방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관계임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가이드라인의 역할 중 ‘터무니 없고 불합리할 정도로 높은 기준을 기업이 강요당하지 않게 해준다’는 로엘 교수의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2. 법적 구속력 없음 ≠ 영향력 없음
가이드라인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국가연락사무소(NCP)를 설립하여 가이드라인을 홍보하고 활용하는 역할을 합니다. NCP는 각 국가에서 조사와 후속조치의 구심점이 됩니다.
– 한국NCP 홈페이지 http://www.ncp.or.kr/jsp/kcab_ncp/index.jsp |
그러나 가이드라인이 자체로써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기조연설을 통해 로엘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향력 있음’을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 사례로 벨기에 NCP에서는 문제를 일으킨 관련 기업이 협상테이블에 나타나지 않은 경우가 있었는데, 그것이 그대로 기업의 평판에 영향을 미쳤고, World Bank에서는 그 기업에 대한 대출이 보류되는 등,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끼쳤다는 것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 사례로 캐나다에서도 NCP와의 절차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정부로부터의 보조금이 끊기고, 협회로부터의 지원, 자문, 네트워크가 차단되는 등 가이드라인이 실제적인 영향력을 끼친 사례로 꼽혔습니다. 또 이 가이드라인을 법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어, 실제로 캘리포니아 주법은 공급망 관련 책임을 추가하기도 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 지속가능성을 중요가치로 꼽고 있는 지멘스코리아. 출처 : 지멘스코리아 홈페이지 가이드라인은 각 국가차원에서 구속력을 부여하거나, 기업이 스스로 구속력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구속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토론자로 참여한 지멘스 코리아의 박종근 윤리경영실장은 지멘스가 UN글로벌콤팩트와 OECD 가이드라인을 근간으로 모든 직원들이 지켜야 할 규칙을 마련하여 운용하는 것을 통해, 그 자체로는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이 기업자체적으로는 구속력 있게 활용되는 예를 보여주었습니다.
3. 책임경영이 정말 기업에게도 좋은 결과를 내는가
– OECD기업책임경영 작업반의 의장인 로엘 니우벤캠프 (Roel Nieuwenkamp) 교수
그렇다면 가이드라인을 따라 가는 책임경영은 정말 기업 스스로에게도 좋은 결과를 낼까요? 로엘 교수는 페이퍼를 통해 연구 조사결과들을 소개하며 책임경영이 기업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소개했습니다. 최근 배기가스 조작 사건으로 논란이 되었던 폭스바겐은 주가폭락 및 리콜, 그리고 350억 달러의 벌금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책임경영과 관련하여 제재의 대상이 되고, 이에 따라 지불하는 벌금도 어마어마한데요, 책임경영에 따르는 장점은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정도의 소극적인 것이 아닙니다.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 이외에도, 책임 있는 기업 운영은 긍정적인 기업문화와 이미지에 도움이 된다. 이는 노동자들과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치며, 시장경쟁력과 브랜드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
‘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 in America’에서는 이런 기업들이 27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경쟁사보다 연간 2.3-3.8퍼센트의 주가 수익율을 올렸음을 밝혔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환경이나 사회 거버넌스 시스템과 실제 실행력에 있어 ‘높은 지속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지속가능성이 낮은 기업보다 주가성과나 실제회계에 있어서 뛰어났음을 밝혔다. (높은 지속가능성을 가진 기업이란, 1990년대 중반부터 환경이나 사회에 대한 상당한 수의 정책을 시행하는 것을 말하고, 지속가능성이 낮은 기업이란 이런 정책이 거의 없는 기업을 말한다.)
더 나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기업은 낮은 자본 제약을 보이기도 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연구는 CSR이 부채비용을 40퍼센트 이상 줄이고, 수익을 20퍼센트까지 올려줄 수 있다는 결과를 내 놓았다. 비슷하게 최근 옥스포드 대학에서 진행한 자본비용에 관한 연구의 90퍼센트는 건강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준이 기업의 자본비용를 낮춰준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리서치의 88퍼센트는 견고한 책임 경영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든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80퍼센트의 연구들이 지속가능성의 실행이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내 놓았다.
– Can Companies Really Do Well By Doing Good?
The Business Case for Corporate Responsibility 중에서
– 지멘스의 윤리경영에 대해 발표하는 박종근 윤리경영실장
로엘 교수는 가이드라인의 준수는 비즈니스의 성공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NCP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볼 것을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지멘스 코리아의 박종근 윤리경영실장도 가이드라인을 구속력 있게 활용하는 것은 그게 중요하다는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지멘스의 준수 과정(Compliance process)을 “예방/교육 > 위반사례에 대한 점검 >대응 > 다시 예방/교육”으로 소개하며 이를 “사업의 선 순환 구조”로 일컬었습니다.
4. 40년, 그러나 가야 할 길은 멀다.
로엘 교수는 2016년의 기대와 목표점으로
1) 시민사회의 활발한 활동, 압력 2) 국가별 행동계획2 3) 가이드라인의 홍보 4) 공급망 관련 노력 강화를 꼽았습니다.
가이드라인이 생긴지 40년이 되었지만, 가이드라인과 NCP 그리고 기업이 win-win할 수 있다는 인식은 여전히 부족해 보입니다. 이에 기업이 마땅히 책임지고 가야 할 부분에 대해 격려하고 그 이점을 홍보하는 것, 동시에 책임 있는 경영을 하지 않는 기업을 시민사회가 원하지 않는다는 경각심을 심어주는 것이 계속적으로 필요합니다.
특히 2001년에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는 한국 NCP는 투명하지 못한 진정절차와, 공정성이 결여된 구조 등의 문제로 시민사회로부터 비판 받아왔는데요. 40주년을 맞은 올해에 시민사회로부터 지적받아왔던 부분들의 개선과 발전을 기대해 봅니다.
* 어필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했던 NCP관련 포스팅 – 2014년 파리에서 열린 15회 NCP 연례 미팅 참가기 (당시 제기되었던 한국 NCP의 문제점들을 압축하여 살펴볼 수 있습니다.) |
(이슬 연구원 작성)
관련 활동분야
관련 글
- 2016년 2월 18일
- 2016년 2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