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가족결합권의 근거와 범위

2016년 1월 26일

   세계인권선언은 가정을 ‘사회의 자연적이고 기초적인 집단 단위로서 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는’ 대상으로 규정합니다. [ref] 세계인권선언 제 16조 1. 성년 남녀는 인종, 국적 또는 종교에 의한 어떤 제한도 받지 않고 혼인하며 가정을 만들 권리를 가진다. 그들은 혼인기간 중 또는 그것을 해소할 시에 혼인에 관하여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 2. 혼인은 그 의사를 가진 양 당사자의 자유롭고 완전한 합의에 의해서만 성립된다. 3. 가정은 사회의 자연적이고 기초적인 집단 단위로서 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본문으로] [/ref] 자유권규약으로도 불리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 23조 [ref]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3조 1. 가정은 사회의 자연적이며 기초적인 단위이고, 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2. 혼인적령의 남녀가 혼인을 하고, 가정을 구성할 권리가 인정된다. 3. 혼인은 양당사자의 자유롭고 완전한 합의 없이는 성립되지 아니한다. 4. 이 규약의 당사국은 혼인 기간 중 및 혼인 해소 시에 혼인에 대한 배우자의 권리 및 책임의 평등을 확보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혼인 해소의 경우에는 자녀에 대한 필요한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한다. [본문으로] [/ref]도 가정을 세계인권선언과 같은 의미로 규정합니다. 가족에 관한 권리는 내국인, 외국인을 구분하지 않는 모든 사람의 권리이고, 국가는 자의적으로 간섭하여 가족결합을 막지 말아야 할 의무를 집니다. [ref] 사단법인피난처, 난민신청자에 대한 각국의 지원시설과 사회통합제도 연구, 법무부 2009연구용역,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7조 1. 어느 누구도 그의 사생활, 가정, 주거 또는 통신에 대하여 자의적이거나 불법적인 간섭을 받거나 또는 그의 명예와 신용에 대한 불법적인 비난을 받지 아니한다. 2. 모든 사람은 그러한 간섭 또는 비난에 대하여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본문으로] [/ref]

– 가족결합권이란, 가족이 함께 살면서 사회의 기본단위로서 존경과 보호, 지원과 지지를 받을 권리를 말합니다. 이 권리는 자국에 사는 국적자(국민)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며, 국제법으로 보호받습니다. [ref] IOM, 이주용어사전, 2011 예: 1948 년 세계인권선언 16 조; 1950 년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 보호를 위한 유럽협약 8 조; 1961 년 유럽사회헌장 16 조; 1996 년 유럽사회헌장 16 조(개정), 1966 년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17, 23 조; 1966 년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1 조; 1969 년 미주인권협약 17 조; 1981 년 인간과 인민의 권리에 대한 아프리카 헌장 18 조 [본문으로] [/ref]

– 가족재결합은, 강제이주 혹은 자발적 이주로 인해 헤어져 있던 가족 구성원들이 자신의 출신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재결합 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ref] IOM, 이주용어사전, 2011 [본문으로] [/ref]

  위험을 피하는 과정에서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 하는 난민들에게 가족결합의 권리는 무엇보다 의미가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이하 UNHCR)는 “박해 또는 심각한 위험으로 도망친 사람들과 강제 이주를 겪는 동안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일상을 돌려주는 근본적인 것”으로 가정을 설명합니다. 가족들과 헤어진다는 것은 사람들의 웰빙(Well-being)을 해치고 삶을 재건할 힘도 빼앗는데, 다시 삶을 일으키는데 가족들의 역할과 지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ref] 유엔난민기구(UNHCR), UNHCR’s Response to the European Commission Green Paper on the Right to Family Reunification of Third Country Nationals Living in the European Union(Directive 2003/86/EC), 2-3페이지 http://www.refworld.org/cgi-bin/texis/vtx/rwmain?page=search&docid=4f55e1cf2&skip=0&query=family%20reunification%20excom [본문으로] [/ref]

                                                                                

   1951년 난민협약이 가족결합과 재결합에 대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UNHCR은 난민지위인정기준 및 절차편람에서 한 장을 할애해 가족결합의 원칙을 설명합니다. 난민 및 무국적자의 지위에 관한 국제연합 전권대사 회의 최종문서도 회원국들이 “난민들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과 가장이 특정국가에 받아들여지는데 필요한 조건들을 충족시키는 경우에 난민의 가족들이 결합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권한 바 있고, UNHCR의 집행위원회(Executive committee, 이하 Excom)도 결정문을 통해 가족결합과 재결합의 근본적인 중요성에 대해 반복하며 적극적인 기준을 가지고 국제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된 사람의 가족구성원의 입국이 가능케 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난민협약에 가입하여 난민을 보호하기로 약속한 한국도 난민법에 가족결합을 다루고 있습니다. 난민인정자의 처우를 다룬 제4장 제1절을 통해서이고, 이 부분은 난민인정자가 난민협약에 따른 처우로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 기초생활의 보장, 교육의 보장, 사회적응교육(한국어 및 직업훈련), 학력인정, 자격인정, 배우자 등의 입국허가, 상호주의 적용의 배제를 받을 것을 규정합니다. 이 중 ‘배우자 등의 입국 허가’ 조항이 가족결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ref] 난민법 제37조(배우자 등의 입국허가) ① 법무부장관은 난민인정자의 배우자 또는 미성년자인 자녀가 입국을 신청하는 경우 「출입국관리법」 제11조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면 입국을 허가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배우자 및 미성년자의 범위는 「민법」에 따른다. 출입국 관리법 제11조(입국의 금지 등) ① 법무부장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외국인에 대하여는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 <개정 2015.1.6.> 1. 감염병환자, 마약류중독자, 그 밖에 공중위생상 위해를 끼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2.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총포·도검·화약류 등을 위법하게 가지고 입국하려는 사람 3.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4.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5. 사리 분별력이 없고 국내에서 체류활동을 보조할 사람이 없는 정신장애인, 국내체류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사람, 그 밖에 구호(救護)가 필요한 사람 6. 강제퇴거명령을 받고 출국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 7. 1910년 8월 29일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사이에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부의 지시를 받거나 그 정부와 연계하여 인종, 민족, 종교, 국적,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사람을 학살·학대하는 일에 관여한 사람 가. 일본 정부 나. 일본 정부와 동맹 관계에 있던 정부 다. 일본 정부의 우월한 힘이 미치던 정부 8. 제1호부터 제7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사람으로서 법무부장관이 그 입국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사람 ② 법무부장관은 입국하려는 외국인의 본국(本國)이 제1항 각 호 외의 사유로 국민의 입국을 거부할 때에는 그와 동일한 사유로 그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할 수 있다. [본문으로] [/ref] UNHCR 절차편람 184. 가장이 난민정의의 기준을 충족하면, 통상 가족결합원칙에 따라 그의 부양가족에게도 난민지위가 인정된다. 그러나 공식적인 난민지위는, 이것이 그 자의 법적 지위와 부합되지 않는 경우, 부양가족에게 인정되지 않는다. 난민의 부양가족이 비호국이나 다른 국가의 국민일 수 있고, 그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한 경우 난민지위를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없다 [본문으로] [/ref]

  이 조항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1) 난민 인정자의 2) 배우자 또는 미성년자인 자녀가 3) 입국하는 것을 허가해준다는 것입니다. 입국 후에는 함께 난민인정을 받아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됩니다. [ref]  그러나 실제 상황은 간단하지 않을 때가 많은데요, 가족결합원칙의 적용을 놓고 어떤 논의가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난민인정자만 가족을 만날 수 있다? (난민지위와 보충적 지위의 차이)

  보충적 보호는 협약상 난민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치 않거나 돌아갈 수 없는 경우에 주어집니다. 심각한 위험이 있는 곳으로의 송환을 금지하는 것은 난민협약 제 33조와 고문방지협약 제3조, 자유권규약 제7조등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비호국은 이러한 규정들을 토대로 이들을 반드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는 나이나 건강, 가족관계 등의 이유로 머물 수 있게 하는 인도적인 보호와는 구별됩니다. [ref] Jane McAdam, Complementary Protection in International Refugee Law, 2011, 21페이지 [본문으로] [/ref]

  UNHCR은 보충적 보호를 받는 사람도 인도적인 필요에 있어서는 난민 인정자와 다르지 않다고 여기며, 받은 지위의 명칭여하에 관계없이 가족결합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ref] 유엔난민기구(UNHCR), UNHCR’s Response to the European Commission Green Paper on the Right to Family Reunification of Third Country Nationals Living in the European Union(Directive 2003/86/EC), 5페이지 [본문으로] [/ref]

 그러나 많은 나라들이 난민 지위와 보충적 지위를 구분하고, 난민 인정자에게만 가족결합을 허용하곤 합니다. 호주에서는 불법 입국한 난민이거나 연안을 통해 입국한 난민들은 일시적 보호 지위(Temporary Protected Status)를 얻는데, 이로써는 가족 재결합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독일에서는 협약 난민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사실상 난민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이 가족을 데리고 올 때 정부가 이를 ‘재량’의 관점에서 허용하기도 했습니다. 소위 일시적 보호지위를 가진 난민들은 이탈리아, 노르웨이, 스웨덴에서 재결합을 보장받았고, 핀란드, 네덜란드, 스페인에서는 그렇지 못했는데, 이후 유럽연합의 ‘일시적 보호에 대한 2011년 지침’하에 회원국들이 일시적 보호 대상자들에게도 가족 재결합권을 인정했습니다. [ref] James C. Hathaway, The Rights of Refugees under International Law, 2005, 535-536페이지 [본문으로] [/ref]

  UNHCR Excom은 대량 난민 유입시에 (large-scale influx) 일시적으로 받아들여진 비호신청자에게도 최소한의 기본적이고 인간적인 기준에 따라, 가족의 결합이 존중되어야 하고, 가족친지들을 찾기 위한 모든 가능한 지원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ref] http://www.unhcr.org/53b26db69.html 집행위원회 결정문 중 Family Unity and Reunification, No. 22 (XXXII) – 1981 Noting with appreciation the report of the Group of Experts on temporary refuge in situations of largescale influx, which met in Geneva from 21-24 April 1981, adopted the following conclusions in regard to the protection of asylum seekers in situations of large-scale influx. II. Measures of Protection B. Treatment of asylum seekers who have been temporarily admitted to a country pending arrangements for a durable solution 2. It is therefore essential that asylum seekers who have been temporarily admitted pending arrangements for a durable solution should be treated in accordance with the following minimum basic human standards: (h) family unity should be respected; (i) all possible assistance should be given for the tracing of relatives; [본문으로] [/ref] 또 인도적 이유로, 난민재결합을 위해서 국가가 적어도 배우자와 미성년자녀 또는 부양자녀에게 입국을 허용해야 한다고 하면서, 난민 재결합에 관해서 난민 지위를 받은 자와 일시적으로 보호 받는 자를 동일하게 대하고 있습니다. [ref] 위의 UNHCR 집행위원회 결정문 중 Family Unity and Reunification, No.15(XXX)_1979 (e) [본문으로] [/ref]

  한국은 난민 인정자를 인도적 체류자와 구분하고 있습니다. 인도적 체류자는 협약 난민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고문 등의 비인도적인 처우나 처벌 또는 그 밖의 상황으로 인하여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 당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사람으로, 법무부장관의 허가로 체류자격을 얻게 되어 있습니다. [ref] 난민법 제 2조의 2 한국의 인도적 체류의 정의는 보충적 보호의 성격을 띄고 있으나, 나이, 건강, 가족관계 등을 이유로 인도적인 보호를 하는 것과 구별하지 않고 쓰입니다. 또 비호국이 의무를 지고 보충적 보호를 하는 것임에도, 시혜적인 느낌을 주는 ‘인도적’이라는 용어는 보충적 보호지위에 해당하는 자의 보호에 대해서도 재량의 여지가 있는 것처럼 여기게 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난민에 준하는 지위를 보장하는 보충적 보호지위와, 시혜적 관점에서 임시적 체류허가를 부여하는 인도적 체류지위는 구별되어야 하는데, 최근 시리아 난민들에게 난민에 준하는 지위인 보충적 지위를 보장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인도적 체류지위를 부여한 것에 대해서 비판이 있었습니다. 참조: 피난처, 국내 인도적체류허가 난민의 실태조사 보고서, 2015 보충적 보호와의 구별 문제와는 별개로 인도적 체류허가자의 인권침해문제는 2008년 1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체류자격을 법률로 명시하고 일상적 의료보호와 기본적 사회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하라’는 권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본문으로] [/ref]

 한국의 인도적 체류자는 난민 인정자와는 달리 체류와 취업에 관한 자격만을 얻어 한국에 머뭅니다. 최근 법무부는 한국에 입국하는 시리아 난민들 대부분에게 난민 인정이 아닌 인도적 체류 지위만을 부여해 오고 있는데, 인도적 체류자에게는 가족결합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인해 고통 받는 난민들이 거리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난민들이 안전한 땅에 발을 디뎠을 때 느끼는 안도감은, 본국에 남겨진 가족들을 생각할 때 밀려오는 고통과 죄책감, 걱정에 뒤덮여 자취를 감추기도 한다. 이럴 때 이들이 비호국에 잘 정착하고 온전히 통합될 가능성도 희미해진다.” _ Dixon Fyle, “Reunification”중 [ref] James C. Hathaway, The Rights of Refugees under International Law, 2005, 533페이지 [본문으로] [/ref]

2. 가족의 범위, 어디까지가 가족인가?

  앞서 말했듯 한국의 난민법은 난민 인정자에게 ‘배우자 또는 미성년자인 자녀’와의 가족결합을 보장합니다. 난민지위인정기준 및 절차편람에서 UNHCR이 ‘배우자 또는 미성년자인 자녀’를 가족결합의 최소한의 요건으로 두고 있는데 [ref] UNHCR 절차편람 185. 난민의 가족 구성원이 가족결합의 원칙에 의하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에 대하여, 최소한의 요건으로 배우자와 미성년자인 자녀를 포함한다. 실제로, 난민의 다른 부양가족, 예컨대 고령의 부모와 생계를 같이 하는 부양가족이 통상 포함된다. 가장이 난민이 아닌 경우에도, 그의 부양가족이 자신의 사유로, 1951년 협약 또는 1967년 의정서에 의하여 난민인정신청을 하는 것을 방해 받지 않는다. [본문으로] [/ref]이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소한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 충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기준이 포섭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들이 생기니까요. 

1) 난민이 되기 전에 가족이었던 사람들만 진짜 가족?

  최근 난민인정자의 난민신청 이후 결혼한 배우자에게 난민인정을 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는데, 이는 가족의 범위에 대해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함을 보여줍니다. 

  먼저 이 경우에는 난민신청 이전의 배우자만 가족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가족인지 여부를 난민신청 시점을 기준으로 나누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UNHCR은 유럽연합의 가족재결합에 대한 그린페이퍼 [ref] A green paper released by the European Commission is a discussion document intended to stimulate debate and launch a process of consultation, at European level, on a particular topic. A green paper usually presents a range of ideas and is meant to invite interested individuals or organizations to contribute views and information. It may be followed by a white paper, an official set of proposals that is used as a vehicle for their development into law.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Green_paper [본문으로] [/ref] 대응 보고서에서 “유럽 연합에 들어오기 이전에 형성된 가족관계로만 가족을 국한 시키는 유럽의회의 의견 9조의 (2)가 난민들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비호를 요청하는 많은 사람들은 망명 후 난민 인정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을 국적국 밖이나 비호신청국에서 보내고, 그 동안 가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ref] 유엔난민기구(UNHCR), UNHCR’s Response to the European Commission Green Paper on the Right to Family Reunification of Third Country Nationals Living in the European Union(Directive 2003/86/EC), 9페이지 [본문으로] [/ref] 실제로 한국에서 난민신청 후 모든 절차가 끝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3-4년을 넘기기도 합니다. 이 가운데 가정을 이루거나, 자녀를 낳는 일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가족의 정의에 대해서 국제적으로 합의 된 하나의 정의는 없지만, UNHCR이 가족에 대한 더 포괄적인 정의를 사용하기를 권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합니다. UNHCR Excom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비호국은 종합적으로 가족재결합을 촉진시키는 관점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가족구성원을 식별하는 데 적극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를 바란다.”고 권합니다. [ref] 위의 UNHCR 집행위원회 결정문 중 Family Unity and Reunification, No.24 (XXXII)_1981 [본문으로] [/ref]

   2) 사실상의 가족에 대한 고려

  UNHCR은 일반적으로 핵가족을 배우자와 부부의 미성년 자녀 또는 피부양자, 미혼 자녀와 미성년 형제로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합니다. 이 때 입양한 자녀도 포함되고, 입양이 합법적인 것인지 관습적인 것인지는 구분하지 않습니다. 또, 법적으로 인정된 배우자 (동성 배우자 포함)뿐 아니라, 사실혼 관계인 약혼자, 또는 오랫동안 함께 해 온 동반자(동성 동반자 포함)까지 배우자로 여깁니다. 

  핵가족에 대한 개념과 더불어, UNHCR은 가족구성원 간 ‘부양’의 요소에 대해 강조하는데, 성년이 된 사람도 경제적, 사회적, 감정적 유대가 있다면 의존 및 부양의 관계가 지속된다고 봅니다. 장애가 있거나 자립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부양의 관계에 있다고 봐야 하고, 생물학적으로 관계가 있지 않아도 가족으로서 돌보는 관계 또한 그렇다고 여겨집니다. [ref] 예로 핀란드는 직계가족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친척이 출신국을 떠나는 시점에 같이 살고 있었고, 보호 대상자에게 생계에 대해 의존적 상황이었던 경우 재결합이 가능케 하고 있습니다. 출처: 한국난민인권연구회 김진.정보슬, 국내인도적체류허가 난민의 실태조사 보고서,2015 [본문으로] [/ref]

  난민캠프에서는 난민들이 생물학적인 자녀가 아닌 조카들을 보호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조카가 가족의 범위로 인정되지 않는 나라에서는 그 기준이 이들을 헤어지게 하기도 합니다. 형제자매가 가족구성원의 범위에 들어있지 않은 것도 UNHCR이 우려하는 바 중 하나인데, 갓 성인이 된 난민이 어린 형제자매들을 데리고 있는 경우, 엄격한 기준들로 인해 안타까운 일들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고아가 된 미성년 아동들의 경우에도 아동 최선의 이익에 따라 형제자매와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유럽연합은 가족재결합에 대한 지침 [ref] Europe Council Directive 2003/86/EC [본문으로] [/ref]을 통해 가족의 범위로 ‘배우자, 부부의 미성년 자녀(유럽연합이 정한 법적 성년 이하의 미혼자녀), 부부일방의 미성년자녀, 양육권이 있고 부양관계에 있는 자녀, 입양한 자녀 포함’이라는 구체적인 최소 기준을 정하고, ‘외국국적의 직계존속(부모님까지), 성인 미혼자녀, 사실혼 배우자’에 대해서는 각 회원국에 자율적인 권한을 주는 것으로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들을 해 왔습니다. 

3. 난민의 특수한 사정, 부족한 입증서류의 문제 

  가족의 범위가 협소한 것은 입증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서류로 확인할 수 있는 관계들이 아니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UNHCR은 가족을 확인하기 위한 엄격한 기준들이, 사실상의 가족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게 되는 결과를 낳는 것을 우려해 왔습니다. UNHCR Excom도 결정문을 통해 “가족 재결합을 결정할 때, 혼인증명서나 친자관계확인서 같은 입증서류가 부족한 것이 가족결합의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위의 UNHCR 집행위원회 결정문 중 Family Unity and Reunification, No.24 (XXXII)_1981 의 6)

  입증할 수 있는 충분한 서류라는 것은 가끔 난민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 됩니다. 박해를 피해 나오는 과정에서 인적 사항과 관련된 많은 서류를 구비한다는 것이 애초부터 불가능하기도 하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국가 출신이라면 외국에서 관련 서류를 구한다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또 본국의 보호를 받는 외국인이라면 언제든지 자국 대사관을 통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난민들에게는 두려운 일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국가로부터 박해를 받는 난민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동아일보, 국내 거주 미얀마 난민 “망명보다 생이별이 가슴 시렸어요”

(아들이 출생증명서나 신분증이 없어 난민지위 인정은 물론 입국자체가 불가능했던 사례)

4. 복잡하고 긴 행정절차

복잡한 절차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잡아먹고, ‘계속해서 난민으로’ 있어야 하는 것은 가족들과 함께 새 출발을 하기보다는 과거의 일과 트라우마를 고착시킨다. _ Dixon Fyle “Reunification”중 [ref] James C. Hathaway, The Rights of Refugees under International Law, 2005, 537페이지 [본문으로] [/ref]

  난민법 제37조는 난민인정자의 배우자 또는 미성년 자녀가 입국을 신청하는 경우 ‘입국을 허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입국을 허가한다는 말이 단지 ‘알아서 도착하면 입국은 허가해 주겠다’는 뜻인지, ‘입국할 수 있도록 비자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초청해 오겠다’는 뜻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난민인정자들이 가족결합을 원할 때, 대사관으로부터 비자 발급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 전자에 가까운 것이구나 추측할 수 있을 뿐입니다.

  본국에 남겨진 가족들의 여권을 만드는 일, 비자를 받거나 여권을 도저히 만들 수 없는 경우 여행증명서를 발급 받는 일, 한국 대사관뿐 아니라 거쳐오는 나라에서 출국 허가를 받는 일 까지, 난민 인정자가 가족결합에 대한 권리를 가짐에도 이를 정부의 도움 없이 해결해 나가는 것은 그야말로 난민 인정을 기다리는 것만큼이나 속이 타는 일입니다.

  UNHCR Excom은 국가가 난민가족결합과 재결합 절차를 국가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법적 프레임워크 (난민과 그 가족의 인권을 고려하여)를 통해 공고히 할 것을 촉구해왔습니다. [ref] 위의 UNHCR 집행위원회 결정문 중 Family Unity and Reunification, NO.85(XLIX)_1998 (x) [본문으로] [/ref]

  독일은 가족재결합절차는 독일대사관, 영사관에서 진행하고 케이스를 진행하는 사업은 독일적십자가 주관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외교부의 주관으로 해당국가 대사관에서 진행하도록 되어있고, 영국은 고등법무관 또는 대사관을 통해 가족결합의 신청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ref] 어필의 10기 김단비 인턴이 리서치 해주셨습니다. [본문으로] [/ref]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할 일이 개인의 책임으로 돌아오는 것은 너무나 답답하고 무거운 일이지요. 한국에서 가족결합이 아직 생소한 것이기는 하지만, 국가차원에서 주관부서와 절차를 명확히 하여 가족결합에 대한 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겨례, 기다리는 사이 아이는 성인이되고..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무케바(40)는 2년 전 난민 인정을 받았지만, 고향에 두고 온 아내·자녀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바람을 아직 이루지 못했다. 난민지원단체 피난처의 도움으로 그의 가족은 콩고민주공화국 주재 한국대사관에 비자(사증) 발급을 두 차례 신청했으나 발급이 거부됐다.

부족 간 분쟁으로 난민이 된 아프리카 출신 여성도 모국에 남겨둔 아들을 데려오는 데 동분서주했다. 입국 비자 발급이 더뎌지는 사이, 아들은 성인이 됐다. 미성년자가 아닌 난민 자녀는 가족 결합을 이유로 난민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이들을 돕고 있는 난민인권센터 김성인 사무국장은 “우여곡절 끝에 아이가 한국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한 상태지만, 법무부 1차 심사에서 난민 지위 불허 결정을 받았다”며 “두 사람이 오랜만에 상봉해 기쁨을 나눈 것도 잠시, 아이가 한국에서 함께 살 수 있을지 불투명한데다 어머니에 대한 아이의 원망이 표출되면서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어떻게 두고온 가족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난민들이 가족을 만나는 것이 그 삶에 얼마나 안정감을 주는지, 그 안정감이 전세계가 그토록 외치는 사회통합의 시작이 될 거라는 당연한 얘기는 제쳐두더라도, 난민을 보호하겠노라고 약속한 나라로서 적극적으로 약속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얘기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가족결합을 놓고 많은 나라들이 고민해왔고 적절한 기준을 세우려 애써왔습니다. 한국도 ‘난민인정자의 배우자 또는 미성년자인 자녀가 입국을 신청하는 경우(…)입국을 허가하여야 한다.’로 담을 수 없는 난민들의 많은 사연들을 외면하지 않고, 구체적인 기준들을 세워가야 할 때입니다.

(이슬 연구원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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