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가해자 처벌도 피해자 보호도 못하는 한국 정부의 예상된 인신매매 보고서 2등급 강등

2022년 7월 21일

한국 정부는 미 국무부 인신매매 보고서 2등급 강등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인신매매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즉각 시행하라

2022년 7월 19일(현지시각), 미국 국무부에서 매해 발행하는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한국이 20년만에 1등급에서 2등급으로 강등되었다. 미국 국무부는 2021년 4월 1일부터 2022년 3월 31일까지의 기간에 한국 정부가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노력이 전년에 비해 진지하거나 지속적이지 않았다고 평가한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염전에서,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에서, 마사지 숍에서, 어선에서 같은 방식으로 장애인과 이주민에 대한 노동착취, 성착취 인신매매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으나, 정부는 가해자 처벌도 피해자 보호에도 실패했다. 한국 정부는 2021년 인신매매 방지법이 제정이 되어 2023년 시행을 앞두고 있음을 강조하였으나, 해당 법은 처벌 조항의 부재로 인신매매 대응을 위한 최소한의 국제적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신매매 보고서에서는 한국에서 인신매매 가해자에 대한 기소가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을 하였다. 대표적인 예로 이주노동자에게 강제노동을 시키는 사람은 인신매매가 아니라 단순한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기소가 될 뿐이다. 인신매매 수법은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으며, 이주노동자들은 모집 과정에서 과도한 수수료를 내기 위해 빚을 진 것 때문에 강제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데 당국은 해당 모집행위가 외국에서 이루어져서 관할이 없다는 이유로 기소를 하지 않는다. 처벌의 부재에는 법원도 한몫을 한다. 법원은 대부분의 인신매매 가해자에게 1년 이하의 징역형,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뿐이다. 한국 정부는 인신매매 범죄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제시하지 못했는데 이는 인신매매 범죄 대응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렇게 기소와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통계조차 정확히 잡히지 않는 이유는 형법 등에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와 일치하는 인신매매 정의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정의 조항의 부재는 수사기관과 법 집행 공무원들이 인신매매에 대한 다른 해석을 하게 만들고, 인신매매 범죄를 다른 학대 범죄와 구별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2021년 제정되어 2023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인신매매방지법의 인신매매 정의는 국제법상 정의와 조금 더 가까워졌으나, 처벌조항이 없다는 심각한 결함이 있다. 정부는 다른 법으로 충분히 인신매매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고 하나 기존 처벌조항을 근거로 가해자가 인신매매로 처벌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처벌 조항이 없는 인신매매방지법으로는 인신매매에 대한 기소와 처벌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가해자 기소와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되고 있을 리가 만무하다. 인신매매 보고서에서는 정부의 피해자 보호를 위한 첫 단계인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에 주목하였다. 특히 이주 노동자에 대한 노동착취 목적 인신매매가 만연함에도 불구하고 법 집행 공무원은 피해자 식별 가이드라인에 기초한 피해자 식별을 하지 못한다. 만에 하나 피해자 식별이 이루어지더라도, 피해자가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기관에 연계하는 시스템도 없다. 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 서비스를 인신매매 피해자도 사용할 수 있지만 인신매매 피해자에 특화된 보호 서비스는 없다. 특히 남성, 장애인, 외국인, 아동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더 열악하다. 피해자가 외국인인 경우, 구금과 강제퇴거의 위험에 처하게 되며, 안정적인 체류 자격을 부여 받지 못하기 때문에 재판에 증인으로 참여하거나 손해배상을 받는 등 구제책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인신매매 보고서는 또한 염전에서 착취당하는 장애인과 농축산업 및 어업에 종사하며 착취를 당하는 이주노동자들, 연예흥행비자를 통해 한국에 입국하여 성착취를 당하는 이주여성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주목하였다. 특히 송출입과정에 사설 송출입업체가 개입되어 있는 어업 이주노동자의 경우, 한국 어선에서 일을 하기 위해 지불해야하는 큰 돈과 담보, 착취적인 임금 공제와 수수료 부과에도 불과하고 송입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은 전무하며, 이주노동자들은 강제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 정부의 2등급 강등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인신매매 대응을 실패한 결과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비록 한국 정부가 지난 20년간 인신매매 1등급을 유지하였으나 인신매매 피해자가 된 사람들에게는 무의미한 등급이었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2등급 강등이라는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인신매매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한다. 이에 우리는 한국 정부가 첫 단계인 피해자 식별을 위한 조치들을 마련하고, 인신매매방지법상 인신매매 가해자에 대한 처벌 조항을 추가하는 등 인신매매 보고서 상의 권고를 적극 검토하고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2022년 7월 21일

공익법센터 어필

최종수정일: 2022.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