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이주여성 #MeToo 간담회

2018년 3월 27일

어필은 2018년 3월 9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장에서 열린 ‘이주여성들의 #MeToo 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회의장이 꽉 차도록 많은 사람이 참석하여 최근 국내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되는 ‘미투운동 (#MeToo Campaign)’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간담회에서는 5명의 이주여성이 현장에서 상담하거나 통역을 하면서 그들이 알게 된 이주여성의 인종차별과 성폭력의 실태, 그리고 왜 이들이 한국의 거센 ‘미투운동’에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드러낼 수 없는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미투운동 (#MeToo Campaign) 
 
발표 내용에 관해 자세히 설명하기 전에 ‘미투운동’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겠습니다. ‘미투운동’은 사회관계망서비스 (SNS) 에 ‘나도 고발한다,’ ‘나도 말한다’라는 뜻의 ‘Me Too’에 해스태그를 달아 (#MeToo)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를 고백함으로써 그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입니다.1 미국에서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사건 이후 2017년 10월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제안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2 한국 ‘미투운동’의 도화선은 2016년에 있었던 문화계 성추문 폭로 사건이었습니다.3 이어 2018년 1월 말에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안태근 전 법무부 국장의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것이 기폭제가 되면서 그 후 문화·예술계, 정치계 등 전 영역에 걸쳐 수많은 고백과 폭로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4 현재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여 그들을 지지하고 함께한다는 의미의 ‘위드유운동 (#WithYou)’으로 확산하였습니다.

1. 성폭력과 가정폭력의 공존5

레티마이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센터에서 상담과 통번역을 하면서 접한 4가지 사건들을 통해 이주여성들이 가족 내에서 겪는 성폭력 실태를 들려주었습니다. 여동생의 농사일을 도와주러 한국에 왔다가 사돈의 친구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례도 있었고 언니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형부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남편에게 강제적 성관계를 요구받았던 결혼이주여성도 있었고 시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소송을 했으나 피해자가 어렸을 때, 베트남 소수민족의 풍습으로 납치, 강간을 당한 것을 빌미로 남편으로부터 혼인취소 소송을 받아 본국으로 돌아가야 했던 이주여성도 있었습니다. 결혼이주여성들은 가족이라는 이유로, 또 자신의 불안정한 체류 신분 때문에 소송을 하지 못합니다. 소송하더라도 언어 장벽 등으로 인해 증거를 모으는데 어려움이 있고 또 재판과정에서 자신들이 겪었던 성폭력을 다시 “경험”하면서 2차 가해를 받습니다. 더 나아가 피해자의 가족들까지 피해를 당하는 2차, 3차 피해를 겪기도 합니다. 결혼이주여성들은 남편의 신원보증 없이 체류 연장이 어렵고, 체류 기간이 만류되면 미등록 (불법체류자) 신분이 됩니다. 또, 귀화하거나 영주권을 가지기 전에 이혼한 경우에는 배우자의 귀책사유를 증명해야 하는데, 신체적 폭력에 국한되어 있어 언어적 학대나 경제적 학대, 성적 학대 등은 그 폭력을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친가가 체류에 대한 권력을 가지게 됨으로써 결혼이주여성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폭력피해를 신고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어렵습니다.

2. 이주여성에게 일어나는 친족 성폭력: 필리핀 여성 사례6

오혜진 필리핀어 통역사는 필리핀 이주여성들이 한국에서 겪는 성폭력과 인종차별에 관해서 발표하셨습니다. 언니의 결혼식을 축하해주러 제주도에 왔다가 형부 될 사람한테 성폭행을 당한 이주여성의 사례와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해도 아이들을 생각해 참고 견디거나 님편이 집을 못 나가게 하려고 외국인등록증과 여권을 감춰 현재 불법체류자가 된 이주여성의 사례가 소개되었습니다. 이주여성들은 이주민으로서, 여성으로서 이중차별을 겪습니다 (인종차별과 여성차별). 필리핀 이주여성 강사들은 다른 선진국 원어민 강사보다 급여가 낮습니다. 피부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종차별을 겪습니다. 오혜진 통역사는 성폭력이나 인권 침해를 당한 이주여성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용기 내 말하라고 부탁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미래의 이주여성들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캄보디아 이주여성 노동자 성폭력 사례7

캇소파니 캄보디아공동체 활동가는 어떻게 한국의 고용허가제가 캄보디아 이주여성 노동자들의 성폭력 피해를 악화시키는지에 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캇소파니 활동가가 지원했던 사건의 피해자는 사장이 데려가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따라갔다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수치심 때문에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못했는데 사장이 지속해서 성추행과 성폭행을 했고 사촌 언니의 도움을 받아 법률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때 사업주의 동의를 필요로 합니다. 사업주의 동의 없이 사업장을 이탈하면 미등록 (불법체류) 신분이 됩니다. 사업주나 동료가 가해자인 경우 이주여성 노동자는 성폭력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언어 장벽 등으로 피해증거를 모으는 것은 어렵고 오히려 가해자로부터 무고죄로 고소를 당하거나 가해자가 있는 사업장에서 계속 일을 해야 하거나 미등록 신분에 놓이게 됩니다.

사업장의 열약한 근무환경도 이주여성 노동자의 성폭력 피해에 일조합니다. 대부분의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농촌에서 일하는데 임금이 낮고 고립되어있어 지원을 구하기 힘듭니다. 또, 사업장에서 남녀로 분리된 공간이나 기숙사가 없어 같이 생활하거나 분리되어 있더라도 자금장치가 없어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4. 태국 여성들의 마사지업소에서의 경험8

니감시리 스리준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는 태국 이주여성 노동자들이 마사지업소에서 성매매를 강요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은 2004년에 성매매 방지법을 제정한 국가입니다. 태국 여권 소지자는 한국에서 사증 면제로 90일간 단기 체류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단기로 3개월만 한국에 있는 마사지업소에 가서 일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거짓 정보를 믿고 한국으로 오는 태국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위치도 정확히 모르는 조그만 가게에서 사장에게 성폭력을 당한 후 매일 5~7명의 한국 남자 손님들을 받을 것을 강요받습니다. 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면 비행기값과 에이전시 비용을 지급하라고 하며 돈을 내겠다는 각서를 쓰도록 강요하고 태국의 가족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을 합니다.

여기에서 니감시리 스리준 활동가는 굉장히 중요한 사실을 드러냅니다. 현재 국내에서 큰 화두가 되는 미투운동의 가해자들은 대부분 유명인이고 권력자들입니다. 하지만 이주여성들에게 성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들은 마사지업체 사장, 농장 사장 등 평범한 한국 남자들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주여성의 성폭력 사건에는 관심이 덜 가지는 것 같다고 말하며 이 자리가 계기가 되어 이주여성들의 피해사실이 더 밝혀지기를 원한다고 니감시리 스리준 활동가는 말합니다.

5. 중국 유학생 성폭력 사례를 보며9

동애화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 중국상담원은 중국 유학생 성폭력 사태에 관해 설명합니다. 한국의 문화를 더 깊이 알고 싶어서 한국에 온 중국 유학생은 한국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됩니다. 아직 한국이 낯선 피해자를 한국의 문화를 소개해준다고 하며 유인한 가해자는 음주운전을 핑계로 피해자와 함께 모텔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폭행과 협박을 동반한 성폭행을 하였습니다. 겨우 도망쳐 나와 지인의 도움으로 용기를 내어 경찰신고를 했지만, 가해자는 피해자와 연인 사이임을 주장했고 언어 장벽으로 인해 조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수 차례의 경찰 조사와 검찰 조사로 인해 피해자는 2차 가해를 겪어야 했습니다. 한 개인의 잘못된 욕망으로 인해 한 여성의 인생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ㅇ며 나라의 이미지 또한 흐려 놓았다고 동애화 상담원은 말합니다.

6. 현장경험을 통해서 본 이주여성들의 요구10

이렇게 현장에서 이주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실태를 확인하며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이주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4가지의 요구안을 발표했습니다. 체류 지위와 관계없이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모든 이주여성의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피해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과 창구 마련, 체류 불안 없이 폭력 피해를 호소하고 폭력 피해 이주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한 지원 체계 마련, 이주여성 노동자의 인권 보호와 성폭력 대책 마련, 선주민에 대한 다문화 감수성에 기초한 폭력 예방 교육과 인권 교육 등을 요구했습니다. 
 

글을 마치며

이주여성들은 한국 사회에서 다중의 성폭력을 겪습니다. 일차적으로, 대다수의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처럼 수치심과 자책감으로 침묵 당합니다. 그것과 더불어 차별적 사회적 구조, 법과 제도들에 의해 또다시 침묵 당합니다. 이주여성들의 체류에 대한 권력은 남편과 그의 가족들에게 있고, 사업주에게 있습니다. 언어의 장벽으로 배우자의 귀책사유나 사업주, 동료들로부터 당한 성폭력 피해의 입증을 위한 증거를 모으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렇듯 다중적인 요소를 지닌 이주여성 피해자들은 미투운동에 참여하기가 어렵습니다.

간담회는 요구안 발표 후 참가자 모두 함께 ‘이주여성 #MeToo’와 ‘이주여성 #WithYou’를 외치면서 끝마쳤습니다. 이러한 간담회들을 계기로 이주여성들이 이야기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안전한 장소들이 많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익법센터 어필 15기 인턴 김소연]

1. “미투 캠페인,” 시사상식사전, 8 March 2018,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4337008&cid=43667&categoryId=43667. 
2. Ibid. 
3. “#MeToo #WithYou 미투운동이란? 그 시작과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 속 별별이야기, 6 March 2018, https://blog.naver.com/nhrck/221223023714. 
4. Ibid.  
5. “이주여성들의 #MeToo 발표자료집,”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9 March 2018, http://www.wmigrant.org/wp/wp-content/uploads/2018/03/3.9-이주여성-미투-발표자료집최종안.pdf. 
6. Ibid. 
7. Ibid. 
8. Ibid. 
9. Ibid. 
10. Ibid.

최종수정일: 2022.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