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며 짓다, 정의를 | 20년 8월] #7. 저는 오늘도 “미안합니다”로 말을 시작하는 변호사입니다 – 이일 변호사

2020년 8월 30일

 
“읽지 못한 메일이 **개 있습니다”, “Unread messeage” 오늘도 저는 미안합니다로 말을 시작하는 변호사입니다.  
 
코로나19의 위기가, 규범적 체류의 불안을 넘어 실질적 생계의 위험으로 모든 취약한 사람들에게 번져가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목소리가 되기 위해서 지내는 평범한 저의 일상도 공기의 짓누르는 무게를 느끼며 느려집니다. 가뜩이나 부당한 출입국의 심사는 더더욱 느려지고, 난민들은 그나마 있던 불안정 노동시장에서도 축출되고, 두려워 집 밖으로 나갈 수도 없다는 이야기들을 자꾸 듣습니다. 무거운 공기 속 멈춘듯한 사회 속에서도 시간은 어김없이 굴러갑니다. 챙기지 않을 수 없는 가족의 식사 때, 어김 없이 돌아오는 임대료와 공과금 납부의 떄, 몇달이 연장될지 매번 달리 기준도 없이 죄인된 것처럼 다소곳하게 앉아서 수수료를 건네야 하는 체류기간 연장의 때. 해결책 없는 상황 속 다양한 질문들, 그 속에서 발생한 심각한 위험들, 계속해서 난민들은 어필에 연결하고, 묻습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이민자의 나라” 제2화” 수많은 한국의 난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적 상황에 대한 질문들, 어떻게 해도 쉽게 좋은 답을 줄 수 없는 질문들에 답을 드리고 설명하는데에 자판 위의 손가락은 항상 머뭇거려집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는 난민분들의 연락이 쏟아지지만, 해드릴 수 있는게 없다는 답변도 한두번이지, 계속해서 답을 드리는 것도 차마 하기 어렵습니다. 꾸역꾸역 방법을 고심하여 연락을 드릴 때쯤이면, 어느덧 하루도, 이틀도, 일주일도 넘게 시간이 지나고, 또 새로이 연락을 주신 분들에게는 상담도, 답변도 늦어지는 매일의 일상의 반복. 어렵게 만나면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면서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수많은 종류의 메신저와 메일로 짜낸 고민들을 해결해 연락을 하다 보면, 항상 시작하게 됩니다. “I’m sorry that I made late response”. “답변이 늦어저 죄송합니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연락들과, 답 없는 저의 메신저에 실망이나 답답함을 토로하는 난민분들에게 일일이 더 말씀을 드릴 방법이 없어, 미안하다는 말을 페이스북 담벼락에 영어와 아랍어로 한번 적어보았습니다. 어느덧 페이스북 친구들 중에도 난민분들이, 이미 관계 맺고, ‘브라더’라고 부르며, ‘프렌드’라고 저를 부르는 난민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8월 3일이었네요.  
 

I apologize to many of you who didn’t receive my answer, especially most of them refugees – some of them are not just refugees in need but my friends, who contacted me by phone, text, messenger, etc. I am using a personal contact and work contact without separating them. Sometimes it takes over a week, rather than just answering or making calls back, because there are dozens of daily calls from refugees who have urgent issues, and messages come from many different types of messengers and missed calls every day. There are times when I even cannot check the messages, even more than a week. Surely, there are many people who are frustrated or upset because I could not respond promptly, but I sincerely apologize. Regardless of the language, if possible, send it to a messenger such as Kakaotalk or WhatsApp (not using the Facebook messenger). I know that waiting in uncertain situations is the biggest pain for refugees in Korea. I am in a position to help, but I am also sorry to have you wait.

أأعتذر لكل الأشخاص الذين لم أستطع الرد على اتصالاتهم، وخاصة من اللاجئين.
لدي هاتف واحد فقط وأستخدمه لحياتي الخاصة وللعمل في نفس الوقت، لذلك اتأخر بالتواصل مع الكثير من الناس.
في بعض الأحيان، يستغرق الرد أكثر من أسبوع، لأني اتلقى يومياً عشرات المكالمات من اللاجئين الذين لديهم مشكلات عاجلة.
كما استلم الكثير من الرسائل كل يوم ولا استطيع الرد على الكل.
في بعض الأحيان احتاج أكثر من أسبوع لقراءة كل الرسائل والاتصالات.
بالتأكيد هناك الكثير من الناس الذين يشعرون بالإحباط أو الانزعاج لأنني لم أستطع الرد عليهم بسرعة، لذلك أعتذر للجميع من كل قلبي.
عند الحاجة ارسل لي رسالة عبر الكاكاوتوك او الواتساب بأي لغة تريد وسأتواصل معك قدر الأمكان.
(لا استخدم خدمة المسنجر في الفيسبوك Facebook messenger، لذلك لا ترسل لي رسالة على الفيسبوك).
أعلم أن الانتظار في المواقف الحرجة هو أكبر ألم للاجئين في كوريا. أنا موجود دائماً لمساعدتكم لكن لا استطيع التواصل مع الجميع بنفس السرعة والوقت.
شكرا لتفهمكم واسف لإزعاجكم.
[제게 전화, 문자, 메신저등으로 연락을 주셨는데 답을 받지 못한 많은 분들께, 특히 대부분은 난민분들이신데 – 그리고 몇몇 분들은 난민이자 제 친구들이신데 – 사과를 드립니다. 저는 개인 연락처와 업무 연락처를 분리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인 일이 아닌, 예정에 없던 다급한 난민분들의 연락과, 메시지가 여러 종류의 메신저와 부재 중 전화로 매일 수십건이 오는 까닭에 곧장 답을 하거나 전화를 걸기는커녕 며칠, 심지어는 메시지를 일주일 넘게까지 확인 조차 하지 못하는 때도 있습니다. 제가 신속히 응대하지 못하여 답답하거나 기분이 상한 분들이 많이 계실텐데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언어와 무관하게 가급적 카톡이나 왓츠앱등 메신저로 보내주시면(페이스북 메신저는 쓰지 않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빠른 확인과 답이 가능하겠습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다리는 것 자체가 한국의 난민분들께 가장 큰 고통인 것을 알고 있는데, 저는 돕는 입장에 서있지만 저 역시 여러분들을 그렇게 기다리시게 하여 죄송합니다.]
 
난민분들에게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시간의 무게가 상상도 할 수 없이 무겁습니다. 행정당국의 공무원들의 목소리와 처분, 그 앞에서의 기다림의 시간들이 한 없이 고단한데도, 심지어 도와준다고 옆에 서 있는 변호사까지 답을 주지 않고 기다리게 하는 것, 정말 미안하고 사실 죄송합니다. 제가 매번 입에 이런 말이 붙어 있다 보니 한 난민분은 매번 웃으며 ‘I understand, take your time. I know you are extremly busy, thank you for sparing time’. 이럴 떄면 더욱 미안한 맘이 한없이 차오르는데, 그런 맘을 설명하고 표현할 재간도, 여유도 없습니다. 또다른 시간이 계속 밀려오니까요. 
 
어쩌면, 한없는 죄송함에, 미안하다는 말이 자동응답기 처럼 나오던 제게, 이런 경험도 있었습니다. 한 난민분의 심사 과정을 돕느라 동석했던 때, 공무원이 말씀하시길 ‘그동안 좀 너무 지연되어 죄송합니다’라는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다. 정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정부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알아서 감수해야할 당연한 시간이라 생각할 뿐, 오히려 심사를 해주는 우리에게 감읍해라는 얼굴로 다가올 뿐, 난민들의 시간에 반영된 정의란, 정부에겐 사실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일하면서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공무원분이 말씀하시는 것을 사실 처음 들었습니다. 난민분과 돌아나오면서 정말 이런 경험 처음이라고 서로 얘기를 건네다, 다시 한번 머리를 맞게 되었습니다. 난민분들의 이야기를 공감은 커녕 들어주는 공간과 사람도 매우 제한되었을 뿐 아니라, 난민분들이 누군가로부터 이 땅에서 미안합니다라고 사과를 받는 경험이란 정말 너무나 특수한 일이구나. 어쩌면 어디서도 사과받지 못한 경험 속, 나마저 기다리게 하면, 더욱이 미안하다고 진지하게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난민들을 돕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늦으면 안되고, 늦더라도 예의와 진심, 존중을 담아 사과해야한다. 눈을 맞추지 못하더라도. 정신차리자 이일아. 
 
오늘도 답이 없는, 답을 만들어 주지 못하는 변호사로, 저는 또 미안합니다라는 말로 랩탑을 열고, 구글 번역기에 I’m sorrry를 붙여넣으며 새벽 시간을 열어갑니다. 저는 오늘도 그만큼, 한스럽고, 죄송한, 부족한 변호사입니다.  
 
(어필 이일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9.23

관련 태그

관련 활동분야

난민 관련 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