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 ‘해양수산부의 원양 외국인 어선원 근로조건 이행방안’에 대한 시민단체의 입장

2020년 12월 10일
원양 이주어선원들을 더 이상 기다리게 하지 말라!
– 오랜 기다림 후에 떼는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첫걸음
– 노동조건과 인권 개선을 위한 해양수산부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한다.

‘해양수산부의 원양 외국인 어선원 근로조건 이행방안’에 대한 시민단체의 입장

해양수산부는 7일 보도를 통해 원양어선에서 근무하는 이주어선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이행방안을 수립하고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에서 마련한 이번 이행방안은 ▲ 원양어업 이주어선원의 송출 과정 관리 강화를 통한 송출 비용 문제 등 개선 ▲ 임금, 휴식 시간, 표준 근로계약서 사용 등으로 근로여건 개선 ▲ 식수, 인권침해 등 개선방안을 담았다. 해양수산부에서 원양어선에서 일하는 이주어선원들의 노동조건 및 인권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갖고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했다는 점에 있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를 한다. 또한 지난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이 이주어선원 근로실태에 대해 개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어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장관이 표명한 의지에 비해 이를 뒷받침하는 개선안은 그에 미치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우선, 해양수산부는 선원법 시행규칙에 따른 계약사항이 포함된 표준근로계약서를 통해 선사와 이주어선원 사이에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불법적인 공제 없이 임금이 전부 지급되도록 하겠다고 하였다. 이는 기존에 선원법에 명시된 사항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부분이다.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는 ITF의 기준을 준수하겠다고 하였으나 이는 임금 지급에 있어서 국적 차별을 금지한 선원법과 근로기준법에 여전히 위배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휴식 시간을 1일 10시간, 주 77시간 보장하겠다고 하여 ILO협약 제188호에 규정된 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것으로 보이나 1개월 단위로 탄력적으로 운영한다고 단서를 달아 결국 어선원들의 연속적인 휴식 보장 시간은 수면시간을 포함하여 하루 6시간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어선원들이 강제노동과 인신매매에 처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송출수수료에 대한 대책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대책에 따르면 송출수수료를 선사가 부담하겠다고 하고 있으나 송출수수료에 승선 전에 납부한 이탈보증금 등의 송출수수료가 포함되는 지가 불분명하다. 만약 승선 전에 부담하는 송출수수료가 포함되는 방식이 아니라면 송출업체들은 수수료를 임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승선 전에 모두 부담시키는 방식으로 변경하여 이주어선원들에게 부담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조치는 시민단체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송출입과정의 공공성 확보와 거리가 멀다.

조업 시간의 경우 한국 참치 연승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시간 항해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승선기간을 과거와 같이 15개월 상한으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 또한 중간 수요 조사를 통해 하선희망자에 대한 선원 교대를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으나 재승선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이주어선원들이 이러한 기회를 활용할지 의문이다. 한편, 심각한 착취와 인신매매 상황에 놓인 이주어선원들에게는 즉시 하선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1년 간 기다려야하기 때문에 여전히 인권침해 예방에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보기가 어렵다.

선사 지급 생수의 경우 내외국인에게 공평하게 분배하도록 한다고 하였으나 만일 선사가 생수 비용을 부담하여 제공하는 것이 아닌 이상, 임금이 낮은 이주어선원들이 생수를 사마시기는 어려울 것이며 이주어선원들은 여전히 조수와 정수된 물을 마실 수 밖에 없다. 또한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의 기제가 되는 여권 압수에 대한 부분은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더욱이 이러한 미흡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방안은 부족하여 실제로 현장에서 얼마나 이행이 될지 우려가 되는 바이다.

2011년 뉴질랜드 EEZ에서 조업을 하던 한국 원양어선에서 인도네시아 이주어선원들이 탈출을 하며 국제사회에서 한국 원양어선에서의 노동착취와 인권침해 문제가 크게 부각되었다. 이후 한국 정부는 부처간 TF를 꾸려 대책을 마련하였고, 2013년 원양산업발전법에 “해양수산부장관은 외국인선원의 근로여건을 개선하고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여 원양업자들이 이를 준수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이후로도 원양어선에서 일하는 이주어선원의 노동조건은 나아지지 않았음이 확인되고 있다.

7년이 지나 발표된 대책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또한 이번 대책에서는 제외되었지만 연근해어선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어선원의 실태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가 되어 오고 있다. 2020년 12월 10일은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우리는 해양수산부가 원양어선과 연근해 어선에 탑승하는 이주어선원들의 노동 조건 개선과 인권 보호를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2020년 12월 10일

선원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경주이주노동자센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이주와인권연구소, 성요셉노동자의 집,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화우공익재단, 공익법센터 어필), 시민환경연구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재단, 녹색당, 농업회사법인(주)네니아, 꽃밥에피다, 행복중심생협연합회, 서울중부여성발전센터

최종수정일: 2022.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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