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는 인신매매 범죄 처벌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인신매매·착취방지와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안>을 향후 유엔 인신매매방지 의정서 수준으로 개정하라!

2021년 4월 26일

정부와 국회는 인신매매 범죄 처벌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인신매매·착취방지와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안>을 향후
유엔 인신매매방지 의정서 수준으로 개정하라!

<인신매매·착취방지와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법)이 국회 심의를 거쳐 지난 3월 23일 제정되었다. 시민사회단체와 유엔 인신매매 특별보고관,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법의 제정 취지인 “유엔 인신매매방지의정서의 이행 법률”로 이 법이 불충분함을 강력하게 피력하였음에도 매우 빠른 속도로 통과되었다.

인신매매특별법제정을위한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이 법의 가장 큰 결점은 처벌 조항이 없다는 것이며, 만약 이 법에서 처벌을 규정하지 않는다면 향후 인신매매 가해자 처벌을 어떻게 현실화할지 대책을 정부와 국회에 요청했다. 연대회의는 인신매매 피해자를 지원하면서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현실이 피해자 지원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이며, 피해자보호법이 제정된다 하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한다면 인신매매 피해자를 실제로 보호할 수 없을 것이라 주장했다. 즉 가해자 처벌 없이는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라는 이 법의 제정 취지를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 법은 인신매매 피해자 지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는 점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충분하지 않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이 법은 인신매매 피해자를 ‘인신매매등 범죄피해자’와 ‘인신매매등 피해를 입은 사람으로서 여성가족부 장관으로부터 확인서를 발급받은 사람’으로 규정하는데, 처벌규정이 별도로 없는 이 법의 구조적인 한계로 인해 인신매매피해자는 여성가족부 장관으로부터 피해자임을 확인받기 위해 스스로의 피해를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수사 없이 피해자임을 피해자 스스로 어떻게 증명할 수 있겠는가.

2)이 법은 인신매매피해자를 가장 자주 대면할 법집행 공무원에게 인신매매피해자 식별 의무 및 피해자 권익보호기관에 신고 내지 통보 의무를 지우지 않고 있다.

3)유엔 인신매매방지의정서를 인신매매의 정의에서 “취약한 상태의 이용”을 인신매매의 중요한 수단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이 법은 “취약한 상태”라는 용어 대신 “궁박한 상태”를 사용하여 인신매매가 발생하는 구조를 협소하게 만든다.

4)이 법은 인신매매 피해자를 ‘인신매매피해자’, ‘인신매매등 피해자’, ‘인신매매등 범죄피해자’로 구분하는데 각 개념에 대한 명확한 정의 없는 이런 구분은 일선의 혼란만 가중할 것이다.

5)이 법은 외국인 인신매매피해자에 대한 특례조항이 없다. 인신매매피해자의 다수가 이주민이라는 현실에 비추었을 때 외국인피해자에 대한 특례는 법의 목적과 취지가 출입국 통제에 있는 출입국관리법에 규정되어서는 안 되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에 특별히 규정되어야 한다.

6)이 법은 인신매매등 범죄의 수사 및 재판절차에 관한 특례(제3장)의 적용을 받는 사람을 ‘범죄 피해자’로 제한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2조 제1호가 정의한 인신매매 피해를 입은 사람(제3조 제2호에 해당하지 않지만 제3조 제1호 또는 제3호에 해당하는 피해자) 제3조(적용 대상 인신매매등피해자)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인신매매등피해자(이하 “피해자”라 한다)는 이 법에 따라 보호ㆍ지원을 받는다.
1. 아동ㆍ청소년 또는 장애인으로서 인신매매등 피해를 입은 사람
2. 인신매매등범죄피해자(이하 “범죄피해자”라 한다)
3. 인신매매등 피해를 입은 사람(제1호 또는 제2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제외한다)으로서 제14조에 따라 여성가족부장관으로부터 확인서를 발급받은 사람
는 수사 및 재판 절차에서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지구화 시대에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은 더 빈번하게 국경을 이동하고 착취되기 쉬운 조건에 놓인다. 물론 인신매매는 국경 내에서도 발생한다. 지구화된 경제의 양극화는 사람의 이동을 가속화시키고, 동시에 착취를 목적으로 이동시키는 인신매매도 급격히 증가시킨다. 이주의 목적국이 되는 국가들은 지구적 양극화의 책임이 있으며 인신매매를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국가적 책임이 있다. 대한민국 역시 이미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가 서둘러 인신매매피해자보호법을 제정했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이번 법이 과연 그 책임에 부응한 것인지 묻고 싶다. 연대회의는 끊임없이 이 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 법으로는 인신매매를 방지할 수도, 피해자를 보호할 수도 없다.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는 법을 제정해놓고 정부와 국회는 책임과 역할을 다했다고 만족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국회가 이 법을 제정하려 했던 간절함이 진심이라면 이 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반드시 후속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연대회의는 정말로 정부와 국회의 진심을 믿고 싶다. 그러므로 정부와 국회는 제대로 된 처벌조항을 반드시 마련하길 강력히 요청한다.

2021. 4. 22
인신매매특별법제정을위한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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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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