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톤 이상 한국 어선에서 일하는 이주어선원의 법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누가 내 생선을 잡았을까?> 캠페인이 시작된지도 벌써 6개월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타인의 착취로 차려진 밥상을 원하지 않는다는 전세계 시민 3,800여명의 탄원서와 더불어 오랜시간 변화를 촉구해온 시민단체들의 옹호활동으로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에는 여러 관련 이슈들이 문제제기되고 대책이 제안되었습니다.
1. “해수부, 외국인 어선원 처우 개선에 팔 걷었다”
- 2020년 6월 9일, 해양수산부는 “해수부, 외국인 어선원 처우 개선에 팔 걷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어 20톤 이상 연근해어선(E-10-2비자)과 원양어선에서 일하는 이주어선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외국인 어선원 인권문제 및 관리체계 개선방안(이하 2020년 개선방안)’를 발표했습니다.
- 2020년 개선방안에서 해수부는 ▲송출국과의 양해각서(MOU)와 수협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선원 도입체계 공공성 강화 ▲노-사-정 TF를 통한 원양어선 이주어선원의 임금차별 개선 등을 제시했으나 개선방안의 중심이 되는 외국인선원 도입체계 공공성 강화는 이주어선원의 도입 및 사후 관리를 수협중앙회에 위탁하는 형태로, 시민단체들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공공성 강화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 수협을 통한 송출입절차 공공성 강화는 사실 2014년에도 개선안으로 제시되었는데 당시 개선안에 따라 설립된 수협 자회사 송출업체들은 다른 송출업체들과 마찬가지로 고액의 송출비용과 불법적인 관리비 징수 등의 송출비리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연근해어선에서 일하는 이주어선원의 임금차별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이 원양어선의 이주어선원의 임금차별 문제를 그 누구도 이주어선원의 이해를 대변하지 않는 노-사-정 TF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2. 20톤 이상 연근해어업 선원이주노동자에 송출입과정의 문제점 폭로 및 공공성 확보 촉구
- 20톤 이상 연근해어업 이주어선원 송출입과정을 주제로 토론회가 2020년 11월 20일 국회에서 개최되었습니다.
- 20톤 이상 연근해어업 선원이주노동자제도는 정부(해양수산부)가 선박소유자단체인 수협중앙회에 위탁을 하고, 수협은 다시 사적자본인 송입업체(관리업체)에 위탁을 하고, 송입업체는 현지의 민간 송출업체와 연계하여 선원을 도입하여 이후 국내 관리를 담당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정부 -> 수협 -> 송입업체 + 송출업체)
- 한국 어업을 위해 이주어선원을 데려오지만 그에 대한 책임을 위탁하는 구조에서 발생하는 불법적인 이탈보증금, 관리비 및 각종 수수료와 1천만원이 넘는 고액의 송출비용 징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단체는 수협이 아닌 정부의 공공기관을 통한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 토론회에는 선원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 외에 국제이주기구,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한국산업인력공단 외국인력기획부장, 수협중앙회 선원지원실, 해양수산부 선원정책과가 참석하여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3. ‘해양수산부의 원양 외국인 어선원 근로조건 이행방안’
- 2020년 12월 7일, 해수부는 보도를 통해 ▲ 원양어업 이주어선원의 송출 과정 관리 강화를 통한 송출 비용 문제 등 개선 ▲ 임금, 휴식 시간, 표준 근로계약서 사용 등으로 근로여건 개선 ▲ 식수, 인권침해 등 개선방안이 담긴 원양 외국인 어선원 근로조건 이행방안을 발표했습니다.
- 선사와 이주어선원 간에 표준근로계약서를 사용해 계약을 맺도록 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행방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근로시간 규제와 송출비용 문제 개선에 관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휴식 시간을 1일 10시간 보장하는 것으로 보이나 1개월 단위로 탄력적으로 운영한다고 단서를 달아 결국 연속적인 휴식 시간은 수면시간을 포함 하루 6시간에 밖에 보장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송출비용 또한 승선 전 지불한 금액도 모두 규제 대상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임금에서 공제하는 방식 대신 승선 전에 선원에게 청구하는 방식으로 간단하게 규제를 피해갈 수 있습니다.
- ‘해양수산부의 원양 외국인 어선원 근로조건 이행방안’에 대한 시민단체의 입장문
4. ‘인신매매 착취방지와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안’
- 2015년, 한국이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초국가적 조직범죄 방지 협약을 보충하는 인신매매, 특히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 방지, 억제 및 처벌을 위한 의정서)를 비준한 후 5년여가 지난 2020년, 비로소 의정서를 이행하기 위한 입법안 발의되었습니다. 피해자 지원단체 등은 그동안 인신매매의 처벌, 예방과 방지 및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위한 법 및 체계 마련을 촉구해왔기 때문에 인신매매특별법 제정을 반겼습니다.
- 그러나 이수진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법안에는 인신매매 범죄에 대한 처벌이 빠진 채, 실효성이 없는 피해자 지원과 인신매매 방지 조항만이 담겨 있었습니다. 현행 형법은 말 그대로 사람의 몸을 사고 파는 행위만 처벌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합의한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상의 인신매매 정의와 거리가 먼 것이며, 결과적으로 지난 8년간 해당 조항이 적용된 사건은 단 8건(장기탈취 목적 인신매매 4건, 극단적 형태의 성착취 목적 인신매매 4건, 노동착취 목적 인신매매 전무) 뿐이었습니다.
- 또한 형법상 ‘인신매매’와 별개의 ‘인신매매·착취’, ‘인신매매·착취 범죄’의 정의를 만들어 ‘인신매매 피해자’와 ‘인신매매·착취 피해자’, ‘인신매매·착취 범죄 피해자’가 모두 다른 혼란을 빚는 법안이 되었습니다. 이는 인신매매 의정서에 따른 인신매매 범죄는 실제로 처벌하지 않으면서 국제사회에 보고하는 인신매매 범죄 통계상 처벌 건수는 높아지는 착시효과를 일으키게 되는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 2021년 3월 15일, 법안에 대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인신매매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과 현대판 노예제 특별보고관의 서신과 시민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법안은 3월 23일 ‘인신매매·착취’가 ‘인신매매등’으로 바뀐 채 통과되었습니다. 범죄 처벌 없이는 인신매매를 방지하지도 피해자를 보호하지도 못합니다. 따라서 법을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처벌조항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5. ‘한국수산어촌공단법안’ 입법예고
- 2021년 3월 2일, 해양수산부 발의로 ‘한국수산어촌공단법안’이 입법예고되었습니다. 법안에는 그동안 시민사회가 꾸준히 요구해왔던 이주어선원 송출입 과정의 공공성 강화가 담겨있었습니다.
- 법안에 따르면 그동안 이탈보증금을 포함한 고액의 송출비용과 불법적 관리비 징수 등 수많은 송출비리를 야기한 20톤 이상 연근해어업 선원이주노동자(E-10-2)의 현지선발 및 교육, 송출 및 송입, 국내 고용관리 등 전반을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수산어촌공단’에서 담당하도록 합니다. 2020년 해수부의 이주어선원 인권체계 및 관리체계 개선방안에서 수협이 일임하도록 했던 업무를 수협은 사용자 단체이기 때문에 공공성이 부족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자 아예 정부 산하의 공공기관에 이관한다는 것입니다.
- 이에 대한 수협과 송입업체, 선주들의 반발이 있자 해수부는 현지 송출업체만 송출국의 공공기관에 맡기고 국내 관리는 수협이 일임하는 것으로 한 발 물러섰지만, 송출비리가 발생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민간 송출, 송입업체를 배제하는 부분에 대해 지난 5월 14일 해수부가 주관한 의견수렴 회의에서도 치열한 의견 대립이 있었습니다.
- 이주어선원의 노동 착취가 인신매매에 이르는 데에는 한국에 오는 과정에서 송출, 송입업체에 지불하는 이탈보증금을 포함한 송출비용이 가장 큰 문제가 됩니다. 이에 더해 송입업체에서 매월 가져가는 관리비, 계약 연장 등 각종 수수료 등은 취약한 처지에 있는 이주어선원들을 재정적으로 압박하여 더욱 더 취약하게 만듭니다. 이주어선원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송출입과정의 공공성을 크게 강화할 수 있는 이번 법안이 특히나 중요하기 때문에 원래의 취지를 잃지 않고 속히 제정되기를 바랍니다. 이에 대한 시민 여러분의 관심도 꼭 필요합니다.
- 해양수산부의 연근해어업 선원이주노동자(E-10-2)제도 개편방안에 대한 시민단체의 입장문
6. ‘선원법 일부개정 법률안’ 국회 본회의 통과
- 선원의 여권 등 신분증 ‘대리 보관’이 금지되는 내용의 선원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5월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 취업에 따른 계약 또는 채무이행의 확보수단으로 외국인의 여권이나 외국인 등록증을 제공받거나 그 제공을 강요하는 행위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위법합니다. 그러나 해수부에서는 2013년 발표한 ‘연근해어선 승선 외국인 선원 근로여건 개선 대책’을 통해 동의서에 서명을 받아서 선주나 관리업체가 선원의 여권, 통장, 외국인등록증 등을 ‘대리 보관’하는 것은 괜찮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습니다. 해수부의 발표 이후 어선원들은 백지에 미리 서명을 하도록 요구 받거나 여러 개의 동의서나 합의서에 설명 없이 서명을 강요당하는 사례들이 보고되었습니다.
- 이에 시민사회에서는 여권 압수는 어떠한 형태로든 위법하다는 것을 확인하기를 요구해왔고, <누가 내 생선을 잡았을까?> 캠페인을 통해서 시민들은 여권압수 금지에 대해 해수부가 확실한 입장을 취해줄 것을 요구해왔습니다.
- 이번 선원법 개정안은 이러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신분증 ‘대리 보관’의 위법성을 확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러한 법개정이 제대로 이행되어 실질적인 선원의 권리 보호까지 이어질 지는 지속적인 관심과 모니터링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 ‘선원법 일부개정 법률안’에 대한 해양수산부 보도자료
[이주어선원 캠페이너 조진서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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