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도 세계인신매매실태보고서가 본 한국

2014년 6월 25일

해마다 미국 국무부 (Department of State) 에서는 세계 각국의 인신매매 실태를 Trafficking in Persons (TIP) Report를 통하여 보고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인신매매현황도 이 보고서에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는데요. 최근에 공개된 2014년 보고서를 2013년 보고서와 비교하면서, 새롭게 추가되거나 강조된 부분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사진: 6월에 나온 따끈따끈한 2014년도 TIP Report 표지>

 

첫번째로, 2014년 보고서는 한국 여성의 해외 강제 성매매를 더 상세하게 다루고 있는데요. 한국 여성이 강제 성매매를 하는 나라는 2013년 보고서에 명시된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뿐 아니라 홍콩, 두바이, 대만, 마카오가 추가되었습니다. 또한 한국 여성이 강제 성매매에 연루되는 경로로 인터넷 광고물(internet-advertised escort services)이 추가 되었고, 한국 여성들이 주로 관광/취업/학생 비자를 통해 강제적인 성매매에 유입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둘째로는 올해 초 큰 이슈가 되었던 ‘염전 노예’ 문제를 강조하였는데요. 수백명의 한국 남성이 동원되었으며, 장애가 있는 남성도 있었다는 점, 언어와 신체 폭력, 임금 미불, 열악한 노동 환경 등의 문제가 있었음을 언급했습니다.

또한 한국 아동해외 아동의 국내 성매매 문제를 더 상세하게 다뤘습니다. 한국 가출 소녀가 연간 20만명 정도인데, 이들이 아동 성매매에 연루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한국 남성이 해외 아동 성매매를 하는 나라로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키리바티를 추가한 것도 인상적입니다. 한국 범죄 집단들이 동남아의 아동들을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미끼로 강제 성매매에 끌어들인다는 점도 밝혔습니다.

해외 여성의 국내 강제 성매매에 대한 새로운 내용도 있었습니다. 미군 군대 기지에 있는 ‘쥬시 바 (juicy bars)’에서 2,500 명 이상의 해외여성이 상환하지 못하는 부채를 이유로 강제 성매매에 묶여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국제결혼을 통해서 들어온 여성 중에 강제 성매매나 강제 노동을 당하는 이들의 출신국으로는 네팔, 몽골, 라오스 등의 국가가 언급되었습니다.

 

해외 인력의 강제노동에 대한 새로운 내용으로는, 강제노동에 희생되는 이들의 출신국가에 네팔, 스리랑카, 티모르 등 아시아권 국가들을 추가했고, 한국이 ‘피지나 다른 태평양의 항구로 향하는 어선에서 강제노동을 당하는 동남아 어부들의 수송 지역’이라고 비판하였습니다.

한 편, 한국 정부의 인신매매 근절 노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습니다. 특히 작년 보고 이후 처음으로 공식적인 피해자 식별 (victim identification) 지침을 발표했다는 점이 칭찬을 받았습니다. 또한 2013년 3월 수정된 형사법에 따라 처벌된 첫 인신매매 사례가 있었다는 것, 강제 노동 인신매매로 유죄선고를 받은 케이스가 2013 년에는 감소했다는 것을 좋게 보았습니다.

한국 정부에 제안한 것 중 새로운 내용으로는, 1) 형사법 내의 ‘인신매매’의 법적 의미를 공식적으로 명확히 하여 모든 종류의 인신매매를 불법화하고 인신매매 피해자 모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할 것, 2)인신매매에 정부관료들이 연관되었다는 혐의를 조사하고 연루된 관료들을 처벌할 것, 3)출입국 관리관들이 인신매매의 잠재적 피해자에게 적용하는 출입국관련 규정을 표준화 할 것, 4)판사들이 인신매매 범죄자들의 형량을 더 일관되게 판결할 것 4) 2000년도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에 비준할 것 등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인신매매 처벌 (Prosecution) 에 관한 내용에는, 1) 대부분의 사건이 2013년에 수정된 형법 제 31조를 따르지 않고, 여전히 상대적으로 관대한 2004년의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에 따라 처벌되고 있다는 점, 2) 성적 인신매매 범죄자들의 형량이 대부분 2-3년이지만, 많은 경우에 집행유예를 받는다는 점, 3) 출입국 관련 규정이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고 있으며, 실제로 형량을 다 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 4) 2014년 3월에 정부에서 전라도 남쪽의 염전 노예를 구출하고 실태조사를 했고, 경찰 조사를 통하여 26명이 노동법 위반으로 체포되었으나, 전라도 경찰이 염전 주인들에게 미리 경고하여 경찰 습격에 대비하게 한 점 등을 추가하였습니다.

어필에서 최근에 한국 조폐공사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아동노동을 통해 생산된 면사와 펄프를 사용한다는 것을 보고한 적이 있었는데요. TIP Report에서도 작년도 보고와 비교했을 때, 인신매매의 정부 연루에 대한 내용이 더 많아졌습니다. 1) 2013년에 정부가 직접적으로 연루된 인신매매가 몇몇 건이 있었던 것이 정부와 NGO를 통하여 보고되었다는 점, 2) 2014년 2월에 정부 보조를 받는 포천 아프리카 박물관에 고용된 짐바브웨와 부르키나 파소 출신의 노동자들이 상환하지 못하는 부채 때문에 속박된 것과, 임금 체납, 열악한 노동환경 등을 이유로 국회의원인 박물관 소장이 밀린 임금을 지불하고 소장직에서 물러나는 사태가 있었으나, 한국 정부는 박물관 관련자들을 형사기소 하지 않았다는 점, 3)한국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성적착취를 당할 위험이 있고 강제 성매매와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속박으 당하게 될 여성인 것을 알면서도 일부 여성들에게 E-6 비자를 내주었다는 점 등을 비판했습니다.

그 외에도, 정부가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을 강제로 성매매 시키는 안마시술소의 명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 시술소들을 비호하고 있다고 보고한 NGO와, 성매매 업소가 모여 있는 경기도 용주골에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모두 땅을 가지고 있으며 경찰이 용주골에서 강제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신매매 조항을 적용하여 범죄자들을 처벌하지 않고 오히려 이러한 유흥업소를 자주 이용한다고 밝힌 NGO의 주장을 싣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피해자 보호 (Protection) 노력에 관한 새로운 내용도 있었습니다.1) 2013년 11월에 여성가족부에서 피해자 신원확인을 위한 지침을 제정하고 법 집행관들을 연수시킨 것, 2) 2013년에 여성가족부에서 파악하고 지원한 해외 출신 성착취 목적 인신매매 피해자가 36명이라는 점 (2012년에는 35명), 3)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조사와 가해자 처벌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하여, 정부에서 두 명의 인신매매 피해자에게 일 년간 G-1 비자를 주고 일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이 인신매매 피해자를 파악하고 지원하기 위하여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회복지사와 함께 일하면서 재활치료를 받게하면서도, 단속된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파악하지 않고, 구속한 채 피의자로 취급한 것을 비판했습니다.

정부의 범죄 예방/방지 (Prevention) 노력에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는데, 1) 여성가족부가 아동성매매 방지에 관한 팜플렛을 NGO, 보호 시설, 온라인 등을 통하여 배부한 것, 2) 해외에서 일어난 성착취 목적 인신매매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캠페인을 진행했고, 미국에 있는 한국 사람 중에 성착취를 목적 인신매매를 당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상담전화를 광고한 것, 3) 고용노동부가 2013년 한 해동안 정기적인 노동인신매매 단속을 시행한 것, 4) 아동이나 장애인이 피해자인 성착취 목적 인신매매의 경우에는 가해자에 대한 기소유예를 하지 않도록 한 것, 5) 2013년에 정부가 관련 행정처분 기준을 수정하여 해외 성매매를 한 이들의 여권 발행을 더 제한한 것, 6) 여성가족부가 2013년 7월에 성매매방지 국제심포지엄을 열고 성착취 목적 인신매매와 해외 아동 성매매 근절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 것, 7) 2013년 7월-8월 사이에 경찰이 한국인 여성을 모집하여 해외에서 강제 성매매를 하도록 하거나 한국인 남성들이 해외 성매매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알선한 브로커를  엄하게 단속한 것, 8) 2013년 12월에 외교부에서 전직원을 대상으로 성착취 인신매매의 정의와 피해자 구출 과정, 범죄 예방법등에 대한 연수를 진행한 것 등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1) 한국에서 지난 7년간 해외 성매매로 처벌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점, 2) 2013년 9월에 고용노동부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노동착취 목적 인신매매에 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5%가 넘는 응답자가 여권 압수나 협박, 신체폭력을 당한적이 있다고 보고한 점, 3) 2013년 9월에는 국가인권위와 언론이 공기업인 한국 조폐공사가 지폐를 만드는 데에 강제아동노동을 통하여 생산된 면펄프를 사용했다고 보고한 점 등은 우려를 사고 있습니다.

한국은 안타깝게도 다른 나라의 인신매매 보고서에도 자주 등장하였는데요. 한 예로, 카자흐스탄 남자, 여자와 아이들이 러시아와 한국에서 강제노동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키리바티 여자아이들도 성착취 목적 인신매매에 노출되어 있는데, 한국 출신의 어선 선원들이 주된 가해자라고 합니다. 한국 여행자가 몽골에서 아동성매매를 한다는 내용도 있고, 소수의 라오스 여성과 아동들이 한국에서 신부로 팔린 후 성착취 목적 인신매매의 피해자가 되다는 점 등 부끄러운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몽골 여성들이 브로커가 알선한 결혼을 통하여 한국에서 강제로 집안 노동이나 성매매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몽골의 여성과 아동들이 한국에서 강제 성매매를 당하는 등 몽골 여성의 국내 피해가 많다고 보고했습니다.

어필이 2013년에 활동한 보고서(IOM과 함께 연구한 포괄적인 국내 인신매매 상황에 관한 보고서와 해외한국기업의 인권침해실태에 관한 보고서)의 내용이 많이 반영되어 반가웠지만, 전체적으로는 한국의 인신매매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부분(특히 법과 관행의 문제점)은 아쉬웠습니다. 내년 TIP Report에서는 국내외의 인신매매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어필도 최선을 다하여 인신매매 근절에 노력하겠습니다.

첨부파일: 2013년도와 2014년도 TIP Reports 원문 (한국이 들어있는 J-M 그룹)/ 다른 나라의 보고서나 다른 년도의 보고서를 보시려면 http://www.state.gov/j/tip/rls/tiprpt/ 를 방문해주세요.

원문 http://www.state.gov/documents/organization/226847.pdf 

(7.5기 인턴 임현수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관련 활동분야

인신매매 피해자 관련 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