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2014 유엔난민기구 연례 비정부기구 컨설테이션 참가기

2014년 6월 22일

▲ 세계난민의 날(6월 20일)을 맞아 제네바 몽블랑 다리에 걸린 유엔난민기구 깃발

* 컨설테이션 종료 후 발간된 2014년도 최종 보고서

 FINAL 2014 Rapporteur’s Report of the Annual Consultations with

어필의 김종철, 이일 변호사 스위스 출장의 주된 일정 중 하나는 유엔난민기구 연례 비정부기구 컨설테이션의 참가였습니다. 이 행사는 개별 국가가 해결하지 못하는 난민 문제를 해결하고, 난민협약에 기초하여 난민을 보호하고 옹호하는 활동을 펼치는 국제기구인 유엔난민기구(UNHCR,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 유엔난민고등판무관 사무소)가 매년 난민활동을 펼치는 협력 파트너인 비정부기구들을 초청해서 여는 회의입니다.

올해는 전세계에서 240개 이상의 비정부기구에서 500명 이상의 난민활동가들이 참여하였는데요. 뉴스에서 등장하는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각종 분쟁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이나, 규모가 거의 정부기구에 육박하는 단체들까지 서로 이해관계를 달리할 수 있는 다양한 단체들이 참가하는 큰 행사였습니다. 이일 변호사는 컨설테이션 참석이 처음이라 어떤 식으로 활동이 이뤄지는지 전혀 몰랐는데요. 컨설테이션이 뭔가 궁금하신 분들의 궁금점을 해소해드리는데 중점을 두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 첫째날 모든 참석자가 함께하는 Plenary session의 모습

  

▲ 스펠링이 ‘A’인 덕분에 첫째날 Plenary Session에서 앞줄 맨 중간에 자리가 배정되어 당당하게 고등판무관(High Commissioner) 바로 앞에 앉게 된 어필

 

2박 3일간의 행사내용 및 구조

▲ 유엔난민기구 본부 건물

 

우선 컨설테이션의 구조는 회의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1)전체 세션(Plenary Session), 2)주제 세션(Thematic Session), 지역 세션(Regional Session)등의 공식 세션이 있고, 3)전세계 활동가들이 모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 만큼 여러 단체들에서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사이드 이벤트등으로 나눠져있습니다.

컨설테이션은 매년 특정한 주제를 하나씩 정해서 그 주제에 약간씩의 연관성을 부여해서 순서가 짜여지게 되는데, 이번 컨설테이션의 주제는 여성의 리더쉽과 참여(Women’s Leadership and Participation)이었습니다). 일정을 보시면 대체로 전체 주제를 각 세션에 반영시키려고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일정표

 2014 Agenda Summary – May 2014.pdf

전체 세션(Plenary Session)

전체 세션은 고등판무관 및 유엔난민기구 직원들이 패널로 앉아 전체 단체 활동가들의 난상 질문을 받고 공식적인 답변을 하는 형식으로 이뤄집니다. 아랍어,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의 동시 통역이 이뤄지고, 대체로 세계 전역에서 모인 각 단체들의 관심사가 다양하고 전체 회의라는 형식상 고등판무관이 즉시 공식적으로 답변 가능한 내용에 어느정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어 보였습니다만, 국내 차원의 난민인권활동에만 매진하다가 전세계의 활동가들이 쏟아내는 각 지역의 질문 및 그 논조들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 첫째날 아시아 태평양 난민네트워크(APRRN) 의장 자격으로 질문하는 고팔

  

▲ 마지막 날 전체세션에서 활동가들의 질문을 예리하게 청취중인 김종철 변호사

 
주제(Thematic) 세션 및 지역(Regional) 세션

주제 세션들은 예를 들어 ‘파트너쉽 : 체계화된 대화에서부터 체계화된 활동에 이르기까지 : UNHCR, IFRC, NGO 간의 파트너쉽 강화하기’라던가, ‘자립을 이루기 : 안전하고, 적법하고, 유지가능한 생계방안’라던가, ‘바다에서의 보호 : 여성의 관점’라던가, ‘이주구금장소 감시방안’과 같은 여러 가지 주제들을 사전에 담당 단체들이 유엔난민기구와 협의하여 만든 선택식 강의 및 질문 청취, 소그룹 토의등이 포함된 세션입니다. 대체로 한 시간에 2-3개의 세션이 개설되어 선택할 수 있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 ‘자립을 이루기’ 주제 세션, 옥스포드 대학 인도주의 혁신 프로젝트에서 최근에 연구한 우간다의 인정난민 생활에 관한 실증적 연구를 요약 발표하고 있는 Alexander Betts

 

지역 세션은 유엔난민기구의 지역기구들(예를 들어 유럽, 아프리카, 미주대륙, 메나, 아시아)에서 주최하는 행사로서 주로 해당 지역기구들의 관할에 속하는 활동가들이 참석하여 질문을 주고 받는 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대한민국과 달리 난민옹호활동의 법적 토대로서 난민협약 자체가 비준되지 않아 유엔난민기구가 난민인정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국가들이 많았기에, 때로 유엔난민기구 지역기구들에 대해서는 날이 선 비판이나, 각국의 구체적인 상황을 전달하고 알리려는 설명등이 이뤄지곤 했습니다. 

사이드 이벤트 

사이드 이벤트의 경우 주로 점심시간에 이뤄지는 각 단체들의 자체적인 기획행사들이었는데요. ‘성적 지향 & 젠더 정체성’, ‘지역적 보호활동에서 시민사회의 역할’, ‘여성의 교육’과 같은 특수한 주제들에서부터, ‘로힝갸’와 같은 특정 난민군을 설명하는 시간들도 있었습니다.

 첫번째 컨설테이션 참가자의 눈으로 본 장점과 한계

컨설테이션을 처음으로 참석해본 이일 변호사의 눈에는 장점과 한계가 동시에 보였는데요. 컨설테이션의 참석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이를테면 이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첫째, 세계적인 차원의 난민옹호활동의 흐름을 배운다.

▲ 행사 기간에 각 단체들이 테이블에 비치해놓았던 브로셔들 중 극히 일부

   고등판무관의 발언에서, 각 세션의 주제 및 패널들의 대화에서, 여러가지 비공식적인 시간 속에 활동가들과 서로 건네는 대화 속에서 완전히 다른 맥락에서 펼쳐지는 각국 활동가들의 활동 및 세계적인 차원의 흐름에 대해서 아주 개괄적이라도 경험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 주목할만한 성과를 보이며 구금문제를 다루고 있는 International Detention Coalition에서 새롭게 개시할 아동구금 근절 캠페인 설명 사이드 이벤트 안내문

 
둘째, 각지의 활동가들과 다양한 인적 교류 및 관계형성(Networking)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사실 가장 큰 장점은 관계형성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직접 명함을 서로 교류하고, 궁금했던 부분들을 질문하고, 공식적인 세션에서부터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이르기까지 적극성이 있다면 얼마든지 활동가들과의 교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데 이는 컨설테이션 이후 지속적인 정보공유 및 교류의 단초가 될 수 있어 보였습니다.

사진을 찍진 못하였는데, 첫째날 저녁에는 칵테일 리셉션 시간이 유엔난민기구 본부에서 열립니다. 공식적으로 참가자들이 서로 캐쥬얼하게 만나는 시간들인데, 이날 밖에서는 가칭 ‘세계 난민 법률 지원협회’의 설립에 대해 난상토론 하는 시간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비공식적으로 주된 미팅 장소가 되어 있는 펍 픽윅(MR. Pickwick Pub)

 

 

▲ 전설적인 활동가 바바라와 옆에서 사진찍어보려고 애쓰고 있는 이일 변호사와 이를 눈치챈 바바라

  

▲ 한국 유엔난민기구에서 근무했던 크리스챤을 우연히 만남

  

▲ 마틴 교수와 저녁식사

 
셋째, 유엔난민기구 지역기구들의 담당자들을 만나서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제시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촉구한다.

한국에서는 난민협약의 비준 이후 난민인정업무 자체가 정부로 이관되었기에 필요성이 아주 크지는 않으나, 여러 단체들의 활동가들은 오히려 주제 세션보다 사이드 이벤트와 지역 세션을 통해 지역 기구 담당자들을 만나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는 컨설테이션이 더없이 좋은 협의 기회가 됨을 알려줍니다. 

▲유엔 난민기구 본부

 
한계 

한계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너무 다양한 곳에서 모인 참석자들, 그리고 명확하게 해야할일이 특정되지 않은 일반적인 주제들의 세션등이 결합될 때 결국 평이하게 일반적인 이야기를 되풀이 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심지어 서로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6자회담만 되더라도 논의가 산으로 갈 수 있는데,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의 전체토론이라던가, 100여명이 모인 세션에서 1시간 반정도 안에 어떤 결과를 도출한다던가 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오히려 수동적인 자세로 참가하는 것 보다는, 적극적으로 컨설테이션 기간을 기회로 활용하여 활동상과 집중이 필요한 주제들을 널리 공유하여 운동의 장으로 삼는 것(예를 들어 한국 참가자들이 직접적으로 사이드 이벤트를 기획), 또 구체적인 대화와 관계형성이 필요한 참석자들과 적극적인 만남과 대화를 통해 지속적인 대화의 단초를 만들어 놓는 것등이 긴요해보였습니다. 사전에 많은 준비 없이 참가한다면 큰 성과는 없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수십만에서 수백만에 이르는 대량난민캠프의 사정이나,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전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황들 앞에서 한국의 난민이슈들은 아무래도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험이 일천한 탓에 컨설테이션을 한국의 의제를 알리고 활동을 촉구하는 운동의 장으로 삼았거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깊은 대화를 할 수는 없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참여 자체가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중간에 제네바에서 근무하시는 멋진 한국인 활동가분들로부터도 포스팅에 다 담을 수 없는 여러 대화와 환대 속에서 귀중한 경험과 사고의 폭을 넓혀주시는 가르침들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구요. 다만 내년에 다시 참가하게 된다면 경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해야 더 구체적인 소득을 얻어낼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내년 후기엔 보다 직접적인 어필의 활동이 컨설테이션 후기에 담길 수 있겠죠? 그럼 2014년 컨설테이션 참가기 이상 끝!

▲ 컨설테이션의 마지막 시간이 되자 기뻐하는 참가자들

▲ 공식적으로 참가한 어필의 김종철, 이일 변호사와 피난처의 이호택 대표님

   * 이 후기는 한국으로 귀국 도중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공항에서 10시간이란 긴 환승시간의 무료함을 견딜 수 없는 차에, 적절한 노트북 활용공간을 제공해준 라운지 내 패스트푸드점 테이블에서 작성되었습니다.

   

(이일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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