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맥키, 「난민 및 보충적 보호신청에 대한 신뢰성 평가 – 사법적 기준과 표준」수강후기

2013년 11월 25일

「난민 및 보충적 보호신청에 대한 신뢰성 평가 보고서」강의를 듣고

2013년 11월 25일 서초동 변호사회관 1층 대회의실에서는 국제난민법판사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Refugee Law Judges; IARLJ)의 앨런 맥키(Allan Mackey) 전(前) 판사의 “난민 및 보충적 보호신청에 대한 신뢰성 평가 – 사법적 기준과 표준”이라는 강의가 열렸습니다. 앨런 맥키 판사는 국제난민법판사협회 회장, 영국 상급이민판사, 뉴질랜드 난민지위항소위원회 위원장, 뉴질랜드 이민보호재판소 부의장등을 역임하셔 풍부한 경험과 난민관련 국제법제, 그리고 각국의 상황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고 계신 분이었는데요. 이번 강의는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판사의 순회강연 중 하나였습니다.

[앨런 맥키 前 판사]

이 강의는 「난민 및 보충적 보호신청에 대한 신뢰성 평가 – 사법적 기준과 표준」이란 제목의‘국제난민판사협회 지침서(임시국제보고서) Draft 3’에 대한 소개가 주를 이뤘습니다. 위 보고서는 앨런 맥키, 존 반스 판사가 공동저술한 「유럽연합 자격요건 지침에 의거한 난민 및 보조적 보호신청의 신뢰성 평가: 사법적 기준과 표준」(2013년 3월)를 국제난민법판사협회의 회원이 사용하고, 난민법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전 세계 법관들이 전문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축약하고 해설하여 재작성한 임시적인 보고서였습니다. 그 과정에는 22개국 출신의 노련한 유럽 판사 35여명으로부터 대대적인 자문과 조언, 유엔난민기구의 논평, 심리학자와 어휘학자들의 조언 등이 동반되었다고 합니다.

보고서는 제1부 배경설명, 제2부 난민 및 보충적 보호신청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구조적 접근, 제3부 유럽연합 자격요건 지침에 따른 신뢰성 평가를 위한 사법지침의 순서로 이루어졌는데요. 1부에서는 ‘난민 및 기타 국제적 보호신청에 대한 의사결정의 특수성’, ‘난민 및 보충적 보호법의 역사적 발전에 관한 간략한 개요’, ‘난민 및 보조적 보호 사건에서의 판사의 역할’, ‘난민 및 보조적 보호 사건에서의 입증 책임 및 기준’등의 일반적인 배경설명이 다뤄져 있고, 2부에서는 소위 “예비조사->신뢰성 박스 통과->쟁점1에 대한 평가와 논증->위험박스 통과->쟁점2에 대한 결정-위험->소위 관련성 평가(Nexus)->난민인정에 대한 판결->적용정지->적용배제”라는 논리적 순서를 따라 제안한 ‘구조적 접근(Structured Approach)가 설명되어 있습니다.

보고서의 핵심을 이루는 3부는 여태까지의 논의를 통해서 인정되어야할 ‘사법적 표준’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A)실체적 증거의 처리, (B)절차적 기준, (C)취약한 신청인에 대한 처우, (D)남아있는 의심 및 ‘유리한 해석에 의한 이익’의 원칙이 그 기준들이었습니다.

강의 후 한국 법률가들의 질의 응답시간

강의를 마치자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는 두 종류의 질문을 하였는데요. ‘신빙성의 문제는 법률가들에게는 익숙한 개념이긴 한데, 일반 사건과 난민 사건에서의 신빙성의 문제를 비교해서 설명해주길 바란다’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일반 사건의 경우 증거확보가 상당히 용이하지만 난민사건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우선 염두에 두어야 한다’라는 취지로 답변이 이루어졌고, ‘이론적으로는 신빙성 평가 이후 위험성 평가가 이루어진다고 하였는데, 예를 들어 신빙성은 낮아도 위험성이 높은 경우도 가능하기에 실무적으로는 두 가지가 동시에 고려될 수도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어떤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는 그런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두 단계를 쉽게 혼합하는 것은 프로파일이 없을 경우나, 위험성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 그럴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지양되어야 한다. 공정성도 고려되어야 하고, 혼란을 막기 위해서이며, 두 단계로 분리를 하는 것이 유럽 대부분의 법원과 유엔난민기구의 권고사항이다. 실무교육 자료집 120쪽에 나와 있는 사례도 ’전체적으로 프로파일을 인정하지 않았음에도 난민으로 인정된 사례‘를 다뤘으니 참고 바란다’라는 취지로 답변이 이뤄졌습니다.

이외에도 공감의 박영아 변호사가 ‘앞서 한국의 판사들에게도 강의를 하였다고 들었는데, 한국에 ‘위험한 사실이 없다는 것인지, 신빙성이 없다는 것인지 불분명한 판결이 많기에 그런 취지로 강의해준 것에 감사하며, 강의 내용중 국가측에서 발간한 COI가 더 신빙성이 있다는 취지로 설명이 이뤄졌는데 조금 염려되는 설명이 아닌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하는 등 여러 변호사들의 질문과 앨런 맥키 판사의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앨런 맥키 前 판사]

왜 신뢰성이 문제인가

사실 신뢰성 평가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한국에서 충분히 학술적으로 논의되어 오지 못했습니다. 비단 난민법 분야만이 아니더라도, 증거의 채부 또는 증거능력의 인정여부들은 각 법률들에 명시된 법정요건에 의해 명백한 기준이 있는데 반해, 증거의 신빙성 여부 판단은 실무적으로 민,형사,행정 공히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해 이뤄지고 특별한 제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학술적인 논의가 있다 하더라도 실무상으로는 그러한 논의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에, 대부분 증거가 희박하고, 여러가지 특수한 국가정황 및 언어상의 장벽에 의해 일관되는 진술을 하기도 어렵고, 객관적 증거와 모순되는 진술을 하게 되기도 쉬운 난민들에 대해서도 특별한 예외없이 일반적인 사건들에서 이뤄지는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한 신빙판단이 이뤄지고, 입증의 정도 역시 전혀 낮춰지지 않기 때문에, 명백한 협약상의 난민이라 할지라도 재판과정을 통해서는 난민불인정결정 취소판결을 얻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리고 특히 난민관련 국제법제에 대한 특별한 이해는 커녕 진지한 논의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 한국에서 이와 같은 진지한 강의는 매우 좋은 기회였습니다. 강의 시간이 짧아 보고서 전체가 충분히 강의되진 못했지만 영문과 한글 모두 인쇄본으로 배포된 보고서 내용 등을 참고해서 보았을 때 그 내용은 매우 알찼습니다. 특히 난민관련 국제법제의 특성과 성격에 대한 아무런 교육도 받지 않은 채 행정법원에 부임하면 곧장 사건을 처리해야하는 법원시스템을 염두에 둘 때 이와 같은 내용이 한국의 판사들에게도 충분히 잘 공유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되었습니다. 앨런 맥키 판사는 오늘 이미 난민법률지원네트워크 전에서도 행정법원 난민 판사들에게도 강의를 하였다고 하는데요. 판사들에게, 그리고 변호사들 모두에게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보다 진지한 논의들이 학술적인 장에서, 실무 재판의 장에서 드러나기를 기대해봅니다.

(이일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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