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재정착 제도의 도입에 앞서 난민지원단체의 역할을 고민하다 – 난센 3월 월담 후기

2014년 3월 29일

 지난 3월 18일은 CGP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어필의 이일 변호사와 난센의 고은지 활동가가 미국에 방문하여 느낀 점들을 나누고, 재정착 난민의 사회통합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인 난센의 월례행사 ‘월담’이 열렸던 날이었습니다. 어필의 김윤진, 박은솔, 이근옥 인턴은 이번 기회에 재정착 난민에 대한 궁금증을 모조리 해소하겠다는 각오로(!) 부푼 기대를 안고 이 자리에 참석하였습니다. 재정착 난민에 대해 관심이 있는 다양한 참가자들로 인해 월담은 그 시작전부터 설렘과 배움의 열기로 뜨거웠습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어필의 인턴들!(왼쪽부터 김윤진, 이근옥, 박은솔 인턴)]

 고은지 활동가는 생소한 ‘난민 재정착 제도’의 개념을 ‘A 국가에서 B 국가에 비호를 신청, C 국가에 영구적인 주거권을 받고 재정착하는 것’이라고 쉽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아직 아시아 국가는 재정착 난민을 수용하는 ‘C국’보다는 비호 신청국 ‘B’인 경우가 많지만, 일본이 2010년 27명, 2011년 18명의 재정착 난민을 받아들였으며 한국 역시 난민법의 시행으로 재정착 난민 수용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상황입니다. 또한 고은지 활동가는 미국 방문을 통해 재정착 난민 수용을 위해서는 ‘외국인 혐오주의’의 근절과 ‘난민의 사회 통합’이 그 바탕이 되어야 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고 하며, 난민인권단체가 직접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난민의 사회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미국의 경우 국무부가 재정착 난민의 초기 정착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등 정부와 NGO간의 연계가 잘 되어있어 재정착 난민의 사회 통합에 도움을 준다고 하는데요. 고은지 활동가는 이러한 요소는 한국이 미국의 난민 재정착 제도에서 본받을 점임을 시사해주었습니다.

 이어서 이일 변호사는 “외국인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은 지금까지 유례가 없던 일이기 때문에 재정착 난민의 사회 통합에 관한 논의는 더더욱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며, 미국이 주는 시사점과 한국 난민 재정착제도의 미래에 대해 말하였습니다.

 

[발제자인 이일 변호사, 고은지 활동가(왼쪽부터)]

 이일 변호사는 난민의 사회통합을 지원하는 NGO가 국내의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미국에 비하면 한국의 경우 난민지원시설의 기반이 상당히 미약하며, 이에 직접적으로 재정착 난민을 지원하는 주체인 난민인권단체들의 역량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지금까지는 난민단체들이 난민의 인정에 주력한 활동을 해 왔지만 난민의 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난민의 생활에 관한 보다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종주의적 편견이 완전히 극복된 것이 아니기에 난민에 대한 인식 제고보다는 난민의 생활적인 지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사회 통합에 한계가 있었음을 지적하였습니다. 한국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난민을 차별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난민 지원에 있어 재정착 난민과 일반 인정 난민을 차별하지 않고 통합하여 논의하여야 하며, 난민은 이주민의 일부이며 재정착난민은 난민의 일부인 만큼 재정착 난민의 논의는 외국인 정책 전반을 포괄하는 사회통합 논의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였습니다. 

 두 발제자의 발표가 끝난 후 토론시간이 되자 많은 참가자들이 질문을 하였습니다. 미국의 난민 지원 NGO의 구체적인 역할을 묻는 질문도 있었는데요. 미국의 경우 난민커뮤니티와 NGO간의 의사소통이 잘되어 바자회 등 재정착 난민 본국의 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기가 용이하며, 미국은 재정착 난민의 취업교육과 언어교육도 함께 실시하며 초기 정착 90일까지만 생계비를 지원하는 등 빠른 취업을 통한 난민의 재정착을 도모한다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난민지원단체 근처에서 난민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참가자 중 한명이었던 피난처의 김감사 활동가는 난민들이 한국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공장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 쉽지는 않겠지만, 사회적 기업과 연계하여 커피교육을 개설하고 난민이 이를 활용해 취업을 한 케이스도 있다고 하며 사회 통합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말해주었습니다.

 

  [피난처의 김감사 활동가(가장 오른쪽)]

   한국에서 예상되는 재정착 난민 숫자가 30명정도에 불과할 수 있는 소수이기 때문에 고급인력들을 위주로 재정착 난민을 뽑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에 월담에 모인 참가자들은 모두 “한국이 ‘난민 보호 선진국’이라는 수식어을 얻기 위해 재정착 난민 제도를 이용한다면 결과적으로 난민 내부의 계층화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기존 난민에 대한 정착 지원도 더 폭넓게 이루어져야 한다. 가장 기초적인 사회적 안전망인 ‘생계비’의 지원에 관해서 현재는 난민들이 난민인권단체를 거쳐 일터로 이동하고, 여기서 한국 언어와 문화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임금체불, 인권침해, 해고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난민인권단체들은 재정착 난민뿐만 아니라 기존 난민의 정착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라는 취지로, 난민의 사회 통합 지원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를 표했습니다. :^) 

 어필의 인턴들은 이번 월담에서 합동 OT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된 난센, 동천, 피난처의 반가운 얼굴들도 보고, 이들과 함께 재정착 난민에 대한 서로의 고민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번 월담을 시작으로, 한국 난민 재정착 제도에 대한 논의들이 활발히 이루어져 재정착 난민의 행복한 미래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재정착 난민을 포함한 한국의 난민 모두가 자신들이 꿈꾸는 삶을 누릴 수 있는 그 날까지! 한국의 난민지원단체들은 전 세계적인 롤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할 것입니다 >.<

 (7기 인턴 이근옥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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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각주, 표등 전문을 보시려면 본문 상단의 PDF 첨부파일을 보시기 바랍니다.

한국 난민재정착 제도와 사회통합 : 

미국의 재정착 제도가 주는 시사점을 중심으로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

1. 한국에서의 재정착 난민제도 시행을 앞두고

2012년 난민법의 제정으로 새롭게 도입된 제도 중에 재정착 난민제도가 있다. 재정착난민제도란 ‘특정국가에 비호를 구한 난민신청자들을, 제3국이 그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여 받아들여 영구적인 거주권을 부여하기로 결정하여 이주시키고 그 사회에서 국민과 유사한 시민적, 문화적 권리를 향유하며 살아가고 종국엔 귀화가능성까지 부여받도록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난민법은 ‘재정착희망난민’이란 표제 하에, ‘대한민국 밖에 있는 난민 중 대한민국에서 정착을 희망하는 외국인을 말한다.고 개념이 정의되고, 그 주체와 절차를 규정하여 재정착난민제도의 시행의 근거를 최초로 마련하였다. 실제로, 2014년도 편성예산을 보면 30명 기준의 재정착난민제도 예산이 편성되어 있는 점, 한국이 2013년 11월부터 유엔난민기구 집행이사회(Executive Committee) 의장국을 역임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곧 소규모의 재정착난민제도의 시행이 눈앞에 와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최근 한국, 일본, 미국 3국이 참여하는 재정착 난민 프로젝트의 하나인 CGP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최근 6박7일의 일정으로 미국 동부의 일부 재정착 난민인권단체들과 국무부의 인구, 난민, 이주국(Bureau of Population, Refugee, and Migration, 이하 PRM)을 방문하여, 세계 제1의 재정착난민 수용국이며, 소위 재정착난민의 양대 모델 중 하나인 자립형 모델의 대표적인 국가의 실무를 아주 간략하게 엿보고 왔는바, 이 글에서는 오래된 역사를 지닌 미국의 모델과 한국에서 시행될 모델을 간략히 비교하여 미국의 모델이 한국에 줄 시사점이 있는지를 간략하게 논해보고, 특히 사회통합이란 주제 하에서 한국 행정당국이 앞으로 제도를 설계 및 시행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고민해 가야할 부분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2. 미국과 한국의 난민 재정착 제도 비교

가. 미국에서 시행중인 난민 재정착 제도

1) 제도의 개략 – 미국 난민수용프로그램(US Refugee Admission Program, 이하 USRAP)

세계에서 재정착난민을 가장 많이 수용하는 미국의 난민 재정착 제도는 세계의 난민을 미국으로 입국시키는 과정과 그들에 대한 사회정착 지원프로그램으로 나뉜다. 미국의 국무부(Department of State) 산하 인구, 난민, 이주국(PRM)은 해외에 있는 난민들을 데려오고 그들의 초기 정착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의 사회정착프로그램은 보건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 산하의 난민재정착사무국(Office of Refugee Resettlement, 이하 ORR)이 담당한다. 여기서 PRM은 입국 후 90일까지의 초기정착을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을 배정받아 사용하고, ORR은 그 이후의 정착을 담당한다.

위 예산은 연방정부, 주정부 그리고 연방정부와 매년 특정한 기준을 만족시키는 전제에서 계약을 체결한 비정부기구(NGO)들과의 Asylee(한국의 인정난민)와 Refugee(한국의 재정착난민)를 지원하는 재정착 지원 NGO에게 할당되어 쓰이는데, 초기 정착지원을 담당하는 국무부는 2014년 현재 재정착난민 1인당 $1,875의 예산을 사용한다. 연방정부는 지역의 관련 단체가 지원할 난민을 배정하고, 주정부의 사회지원부서는 각 주별 지원자금을 NGO들에게 할당하고, 주정부가 난민에 대한 현금지원, 의료지원을 주관하고 기타 정착지원과 관련된 활동들을 관리, 감독한다.

난민재정착제도의 미국형 모델의 특징은 ‘최단시간내에 직업을 구하여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난민수용 프로그램 중 ORR의 지원프로그램의 목적은 첫째, 난민들이 빠른 시간 안에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취업교육과 구직활동을 지원하고, 난민들의 조속하고 효과적인 정착을 위해 언어적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영어를 충분히 익힐 기회를 제공하며 자립의지 함양에 저해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현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정책적인 차원에서의 역할분담은 위와 같은데, 실제 난민들을 만나고 지원하는 일들은 재정착 지원 NGO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번 미국 방문에서 시범적으로 만난 필라델피아의 NSC(Nationalities Service Center), CWS(Church World Service)와 LCFS(Lutheran Children and Family Service)의 랭카스터 지부, IRC(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의 볼티모어 지부의 방문 결과 NGO들이 언어교육을 포함한 문화교육, 직업알선, 긴급구호물품제공, 법률서비스 제공, 교육 및 의료지원 등을 체계적으로 시행하고 있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시행하는 재정착난민들의 숫자 자체가 매우 많고, 그에 할당된 예산도 충분하기 때문에, 이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난민들을 지원하는 NGO들도 그에 맞는 규모와 체계를 갖고 작동하고 있었다.

나. 한국에서 예상되는 난민 재정착 제도

한국에서 예상되는 난민 재정착제도에 대한 그림은 사실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난민법에 규정된 내용은 재정착난민의 수용근거를 마련한 것과, 외국인정책위원회 심의라는 절차, 국내정착허가를 난민법상 난민인정으로 본다고 하여 재정착난민에 대한 처우를 일반 인정난민과 동일하게 취급하려는 내용만이 담겨 있을 뿐 구체적인 방향과 내용은 정책적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13. 11. 14.에 국회 본관에서 실시된 “난민의 재정착과 사회통합에 관한 한미일 라운드테이블”에서 법무부 난민과장이 발표한 “한국의 난민정책과 재정착희망난민제도 도입방안”을 보고 유추할 수밖에 없는데, 위 프리젠테이션은 개념, 수용절차, 절차단계별 세부추진사항으로 되어 있다.

[수용절차]

– 1단계 계획 : 재정착희망난민의 수용에 관한 계획의 수립, ATCR 및 WGR등 국제회의를 통한 협의

– 2단계 심의 : 외국인정책위원회에서 수용 여부, 규모 및 출신지역 등 주요사항에 관하여 심의

– 3단계 선발 : UNHCR 등으로부터 재정착희망자 명단 접수 및 서류심사, 난민심사관등을 현지에 파견하여 면접 심사

– 4단계 출발준비 : 국제기구 등 전담기구에서 건강검진 실시, 한국에서의 생활 관련 사전 오리엔테이션 교육 (3-5일) 및 상담 실시(기후, 주거, 통신, 교육 등 내용)

– 5단계 입국 : 입국 준비(여행증명서 발급, 항공권 구입, 여행경비 마련 등)

– 6단계 정착지원 :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를 통한 초기 정착지원(6개월)(주거지원 및 생계지원, 한국어교육, 직업교육, 취학․취업 등 지원) 

위 수용절차는 재정착난민의 숫자 및 선정방법은 명시하진 않았지만‘선정, 이주, 입국, 정착지원’이란 일반적인 틀은 그대로 가져오되, 재정착난민제도의 핵심인 ‘정착지원’과 관련해서는 몇 가지 살펴볼 지점등이 있다.

첫 번째로, 특기할만한 점은 6단계 정착지원이다. 미국에서의 초기 지원은 예산을 지원받은 재정착 지원 NGO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의 정착지원은 난민법 제45조에 따라 법무부가 신설 및 관할하고 있는 시설인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혹은 난민지원센터)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여기엔 난민법 제정단계에서부터 난민의 정착지원을 어떠한 형태로 시도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 속에 난민지원시설의 건립근거 조항이 남겨놓았고, 이를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라는 거대한 시설로 구체화하게 된 과정은 명확하지 않으나, 결국 재정착난민과 관련해서는 위 센터가 정착지원의 목적으로 활용될 것은 명백하다.

두 번째로 특기할만한 점은 출입국외국인센터에서 시행되는 6개월 동안의 주거, 생계지원, 한국어 및 직업교육 등외엔 정착지원의 방법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법무부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초기 정착지원은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서 수행하고, 장기 정착지원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안정적 지원을 수행 한다”라고 하면서 “①지역 거주 난민에 대한 주거 임대시 혜택부여, ②난민 생계지원을 위한 민간단체의 물질적 지원, ③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한 네트워크 구축”과 같은 추상적인 대책만 열거되어 있고, 그 방안도 “지자체 및 난민인권단체등과 협의 후 추진”으로만 되어 있어서, 사실상 난민과의 근무인원이 8명에 불과하고, 기획재정부에 신청한 난민관련 예산이 대폭 감축되는 실정에서 어떤 식으로 정착지원을 실시하려고 하는지가 매우 불명확한 실정이다.

다. 미국의 재정착난민 지원 실무환경에서 도출되는 시사점

한국과 미국과의 직접 비교가 어려운 배경적 원인이 몇 가지 있다. 첫째, 한국의 경우 미국과 비교하여 재정착난민제도를 통해 혜택이 부여될 난민의 숫자가 극히 적다. 둘째, 단일혈통주의가 지배적인 한국사회와 이민국가로서의 미국사회는 재정착난민에 대한 시각 및 환경이 매우 다르다.

그럼에도, 미국의 사례에서 제도적으로 참고할만한 것 혹은 한국의 재정착난민제도의 설계에서 참고할 수 있을만한 것들로는, 정부에서 재정착난민의 지원예산은 매년 배정하고 할당하지만, 구체적인 사업은 재정착 지원NGO들이 모두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당국에 대한 비판적 견제 입장을 주로 견지하고 있는 한국의 난민인권단체들이 보기에 이와 같은 당국과의 구체적인 협력은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것은 사실이고, 당국으로서도 자칫 외부용역을 주듯 난민인권단체와 제휴하려는 태도를 취하게 만들 수도 있으나, 그럼에도 실제적인 재정착 지원을 정부가 모두 수행할 수는 없다는 한계를 미국도 이미 인정하고 제도를 시행하고 있음은, 모두가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이 부분을 고려하면, 한국의 난민인권단체의 역량강화가 요청된다. 실제로 재정착난민지원의 숫자가 어느 정도 될지 예상키 어렵고, 그 자체로 논란의 여지를 키울 수 있는 정부의 재정적 지원여부도 매우 불확실하지만, 재정착난민제도가 시행되면 구체적인 정착지원은 어떻게든 난민인권단체의 몫으로 남겨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현재, 난민인권단체의 연대체인 난민인권네트워크가 원활하게 돌아가고는 있으나, 한국에서의 난민인권운동은 “아직 당국으로부터 확인받지 못한 난민들을, 신청, 소송 등을 통해 난민으로 인정되게 조력하는 것”이 핵심 목표인 실정이다. 이에, 난민인정자의 숫자가 점차 늘고 있다고는 해도, 업무의 집중 목표상, 또한 대부분 단기 자원봉사자와 인턴에만 의존하여 정착지원에 전문성을 축적키 어려웠던 단체들의 여건상 기존의 인정난민들의 정착지원에 주력하기 어려웠고, 갑자기 난민인권단체들이 재정착난민에 대해 새로운 역량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재정착지원 NGO들에게서 배울 수 있었던 시사점으로는, 이주국가인 미국에서도 인종주의적 편견이나, 난민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극복되지는 않고 있다는 사실과, 이에 각 NGO들은 여론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대중운동이 아니라, 각 지역공동체의 삶에 밀착된 정착지원이란 형태로 운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결국 이 부분은 아래에서 간략히 논의할 사회통합의 방향과도 연결되는 것인데, 이미 오랫동안 시행되고 있는 제도화된 Top-down 방식의 사회통합이론 또는 프로그램은 지표상으로는 성과를 내고 있는 것 같아도, 실제로 효과적인 성과를 도출하지는 못할 경우가 많다. 결국 지역사회 주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사회통합은 피상적인 논의에 불과한 것인데, 당국으로서도 난민인권단체로서도 그와 같은 형태의 정착지원을 고민해보아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3. 한국의 정부주도 외국인 통합정책의 맥락에서 본 난민 재정착과 사회통합

크게 보아 사회 통합 모형은 크게 동화주의(Assimilationist) 모형과 다문화주의(Multicultural) 모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당국은 현재까지 ‘다문화주의’를 표방한 동화주의적 모델에 기초하여 사회통합을 해오고 있다고 평가된다. 실제로 제2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에서 설정한 6대 정책목표는 ‘1. 경제활성화 지원과 인재유치, 2. 대한민국의 공동가치가 존중되는 사회통합, 3. 차별방지와 문화다양성 존중, 4. 국민과 외국인이 안전한 사회의 구현, 5. 국제사회와의 공동발전’으로 되어 있어, 결국 선별적인 체류허가와 동화주의적 지원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제1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보다 후퇴한 것으로 평가할 지점들이 많다. 그 중 재정착난민과 직접 연계되는 부분을 꼽아보면 “2. 대한민국의 공동가치가 존중되는 사회통합” 부분에서 설정된 과제들로는 “II-2 체계적인 이민자 사회통합 프로그램 운영 – 이민 유형별 사회통합프로그램 개발 운영, 사회통합프로그램 운영기반 확충, 사회통합프로그램 운영관리 종합시스템 구축, II-5 사회통합을 위한 기금조성 등 인프라 구축 – 사회통합 관련 재원 마련, 이민자 사회참여 기반 확대, 지역사회 주민으로서의 외국인 주민 정착지원”등을 꼽을 수 있는데, 당국이 2008년경부터 도입을 시도하려한 영주자격 전치주의가 계획 전반에 반영되어 있고,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국적법 개정안에 따르면 난민과 이주민의 경우 영주자격(F-5)을 취득할 수 없고, 귀화도 불가능하게 되어 있는 현실에서 어떠한 사회통합을 꾀하려 하는 것인지 심히 의문인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난민재정착과 사회통합에 관하여 몇 가지 생각할 지점들이 있다. 첫째, 정착지원에 관해서는 재정착난민과 일반인정난민을 통합해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정착허가를 받은 재정착난민은 난민법상 ‘난민’이다. 따라서 생계비지원 등 인정 난민의 처우가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므로, 재정착 난민을 특수하게 분리하여 별도의 사회통합 대책을 세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런데, 현재 인정난민들의 처우는 어떠한가. 아무런 지원은커녕, 그 어떤 별도의 권리 보장도 없었던 난민들에 대한 처우는 난민법 시행 이후에도 변한 것이 전혀 없다. 천신만고 끝에 얻은 난민지위에도 불구하고, 난민들은 모든 행정단계에 스며들어 있는 동화주의의 압력 속에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사회통합을 논할 단계가 아니라, 생존을 고민할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난민 일반의 사회통합 논의를 염두에 두지 않은 재정착난민의 사회통합 대책은 공수표에 불과할 것이다.

둘째, 난민의 사회통합은 이주민의 사회통합과 분리해서 논의할 수 없으므로 특수성이 고려되더라도 함께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주 문제는 특정 국가가 선택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인구의 유동성을 최고조로 만든 후기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전지구적 현상이며, 장기체류 ‘비국민’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편, 이주민 커뮤니티와 난민 커뮤니티는 결국 공통의 문화와 역사라는 배경 속에 묶이는 것이 당연하다. 제2차 외국인 정책기본계획에 반영되어 있는 것처럼, 난민, 이주민, 결혼이주자 등의 수많은 차별적 범주로 각 공동체 단위들을 분할하는 수많은 정책들은 사회통합의 근본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다.

셋째, 그렇다면, 재정착난민의 논의는 외국인정책 전반을 포괄하는 사회통합 논의 속에서 이루어져야만 하며, 현재의 동화주의적, 선별, 배제적인 체류관리 기조 하에서 이루어지는 정부주도의 사회통합논의의 판을 새로 짜는 형태에서 이뤄져야 한다. 사실 재정착난민제도의 핵심은 ‘비(非)국민을 위한 행정’으로서, 그들이 자신의 공동체의 가치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한 채 살아갈 수 있는 형태로 사회통합을 이루게 할 것인가에 있다. 그런데, 사회통합 논의는 이처럼 그 대상에 있어서, 그 방향에 있어서 여러 논점을 내포하고 있고, 현재 외국인 정책일반은 심각한 문제를 노정한 것이 현실인데, 현재 이와 같은 문제의식이 재정착난민제도 설계에 반영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즉, 법무부 난민과에서 주도하는 현행 단계의 재정착논의는 이러한 차원의 사회통합에 대한 고민 없이 ‘선정-이주-입국-정착지원’이란 도식적인 틀 안에 제도적인 설계만을 준비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의 6개월 프로그램 안으로 모두 몰아넣은 것에 불과하게 보여서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타국의 예에서도 오히려 재정착난민의 수용의사를 밝힌 국가에 대해서 선정대상자들이 이를 기피하는 사례들이 있다. 과연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에서,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재정착 난민제도를 통해 난민들이 입국하게 될 경우, 제도의 수혜자여야 할 그들이 과연 수혜를 입을 것인지, 또 다른 차원의 재앙을 맞닥뜨리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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