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관련한 형법개정1주년, 염전노예 그리고 특별법의 필요성

2014년 4월 26일

지난 4월 1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장에서는 인신매매관련법 시행 1주년을 기념하는 <인신매매관련법 재개정과 피해자보호 법제화를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어필 김종철 변호사의 발제를 시작으로 시민단체, 법조계, 국제기구, 관련 부처(여성가족부, 법무부)의 토론자들이 인신매매법의 향후 개선 방향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펼쳤던 자리였습니다.

 

△ 축사를 하는 박영선 의원(왼쪽 두번째), 남윤인순 의원(왼쪽 세번째)

 1) 발제 – 공익법센터 어필 김종철 변호사

김종철 변호사는 신안염전노예사건, E6비자(예술흥행 비자)를 받은 필리핀 여성의 성매매 문제 등 인신매매와 연결되는 이슈들을 제시한 뒤 이러한 사건들의 가해자들이 인신매매 죄목으로 입건되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작년 4월 5일 인신매매 방지를 목적으로 형법 내 인신매매조항이 신설되었지만 처벌조항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인데요. 신안염전노예사건의 경우 노숙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강제로 염전까지 끌고 갔거나 노예노동사실을 속여서 염전으로 인도한 전형적인 ‘인신매매’라고 합니다. 인신매매를 규정하는 UN 팔레르모의정서(=인신매매, 특히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 예방, 억제, 처벌을 위한 의정서)는 강제, 사기, 취약성 활용 등 위법한 수단을 이용하여 사람을 이동시키는 일련의 행위를 ‘trafficking’, 즉 인신매매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김종철 변호사는 현행 형법의 인신매매 조항을 팔레르모 의정서를 얼마나 이행하고 있는지, 이행입법으로서 충분한가라는 기준으로 평가를 해보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팔레르모 의정서는 인신매매를 ‘착취(성착취, 강제노동, 노예상태, 장기적출 등)의 목적으로 협박, 폭력, 납치, 사기, 기망, 권한 남용, 취약한 지위 남용 등의 수단으로 사람을 모집, 운송, 이송, 인수, 은닉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형법은 ‘약취, 유인의 죄’를 ‘약취, 유인 및 인신매매의 죄’로 개정하여 의정서의 포괄적인 정의규정을 담아내지 못합니다. 단순히 사람을 매매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추행, 간음, 결혼, 영리 목적으로 매매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국외 이송,노동력 착취, 성매매와 기타 성착취, 장기적출을 목적으로 한 인신매매는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위 조항을 보면 결혼, 영리 등도 인신매매의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개정법조항의 목적 자체는 팔레르모의정서보다도 범위가 넓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김종철 변호사는 개정형법에는 의정서에 제시된 인신매매의 수단과 행위가 명시되어있지 않고 단순히 약취, 유인, 매매를 처벌한다고만 규정되어 있어서 결과적으로 인신매매 행위를 에 대한 구속력이 없는 것이 개정형법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즉 약취, 유인, 매매는 사실상의 지배관계가 있어야 성립하므로, 의정서상의 ‘인신매매’보다 적용범위가 훨씬 협소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형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피의자가 예측불가능할 정도로 형법조항을 확대해석할 수 없기 때문에, ‘매매’를 해석할 때 사실상의 지배관계를 따지는 것이 한편으로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합니다. 김종철 변호사는 이 죄형법정주의를 잘 숙지하고 있는 법무부가 왜 ‘매매’조항만을 추가하여 인신매매조항을 신설하였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현 형법 개정안이 ‘알리바이성 개정’이라고 지적하기도 하였습니다.

현 인신매매조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종철 변호사는 팔레르모 의정서를 입법이행하는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하였는데요, 1) 인신매매 정의규정, 예방, 처벌조항, 피해자 보호 조항을 모두 포함하는 ‘인신매매방지특별법’을 제정하는 것, 2) 인신매매 처벌조항과 보호조항을 각기 다른 특별법으로 규정하는 것, 3) 기존 형법을 재개정하는것이 그것입니다.

 

△ 발제 중인 공익법센터 어필 김종철 변호사(왼쪽 세번째)

형법을 재개정할 경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신매매에 대하여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일반예방의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단 이 경우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사실상의 지배관계’적용을 막기 위해 사실상의 지배가 없어도 되는 이동, 은닉, 인도, 인수, 모집 행위를 인신매매처벌조항에 추가하며, 피해자의 동의가 있을지라도 인신매매가 성립한다는 조항을 두어야 합니다. 또한 현 인신매매조항에 있는 인신매매의 목적 중 불법성이 아주 강한 것(장기적출, 성매매 등), 불법성이 약한 것(노동 착취, 성적 착취 등), 그 자체로 불법성이 없는 것(결혼, 간음 등)을 구분하여 각각 위법한 수단을 요구할 것인지 다르게 규정되어야합니다. 즉 불법성이 강한 목적에는 위법한 수단이 없더라도 인신매매죄가 성립할 수 있도록 하며, 불법성이 약한 목적에는 아동에 한정지어 위법한 수단이 불필요하다고 해야하고, 불법성이 아예 없는 목적의 경우 아동, 성인 모두 수단이 위법해야만 인신매매가 성립하도록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김종철 변호사는 포괄적인 인신매매 정의를 가진 특별법을 제정할 경우 담당 행정 부처는 법무부가 적합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법무부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담당하고 있어 인신매매 예방을 위한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데에 전문성이 있으며, 또한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프로그램은 난민보호 브로그램과 비슷하므로 법무부의 원래 역할인 피의자 기소, 수사 이외에 인신매매 피해자를 보호하는 역할 역시 법무부가 적합하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김종철 변호사는 인신매매자가 인신매매피해자를 출입국법 위반으로 강제송환시킨 ‘적반하장’의 사례도 있으며, 인신매매피해자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인신매매자, 브로커 등으로부터 재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인신매매사건을 다루는 전 과정에 걸쳐 피해자를 특별히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2) 토론1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차혜령변호사

차혜령 변호사는 현재 인신매매사건을 기소, 수사하는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인신의 착취를 목적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인신매매이며, 인신매매와 착취는 다른 문제이므로 피의자 고소시 매매와 착취 사유는 병합되어 구성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착취의 시점에 집중하며 인신매매과정(‘가해자’와 ‘피해자’의 위계, 피해자의이동과정 등)에 대해서는 매우 피상적으로 묻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초국가적인 인신매매의 경우 피해자의 송출국(베트남, 필리핀…)에서부터 인신매매가 성립하는데, 그 과정의 수사가 집중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인신매매 자체에 독자적인 불법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캐묻는 수사기법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는 현실인 것입니다. 또한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에게 해당 사건에 동의했는지를 묻고, 동의가 있었다고 할 경우 수사를 접는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경우 피해자에게 단순히 ‘매매’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묻는 것은 해당 사건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매매’의 의미를 따지지 않은 부적절한 수사기법인 것입니다.

토론 중 현재의 인신매매피해자 보호 체계가 미비하여 피해자가 신고를 제때 할 수 없는 문제도 지적되었습니다. 성매매 피해자들의 경우 업소에서 나온 뒤 거처가 제공되어 있지 않는데다가 신고할 경우 한국 경찰에게 도리어 불이익을 받을 까봐 신고를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피해자 보호조항이 없는 인신매매법은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오히려 법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으며,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 관련법은 어떤 형태로건 제정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차혜령 변호사는 피해자 동의가 범죄 성립에 영향이 없다는 점을 위법성조각특별사유로 규정하여야 하며,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 특별법은 별개로 제정해야 함을 주장하였습니다.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법은 수사, 재판 절차에서 피해자를 보호함은 물론 체류자격과 회복, 숙려기간을 보장하고, 의료, 교육, 취업 등 피해자의 삶을 다각도로 지원함으로써 실질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또한 차혜령 변호사는 발제 내용 중 ‘매매’ 에 적용되는 사실상의 지배관계를 되짚으며, 사람을 물건처럼 취급하여 댓가를 지급하고 실력적 지배를 이전하는 기존의 매매 개념의 허점을 지적하였습니다. 댓가 지급이 필수 요소인 민법상 매매 개념에서는 인신매매에서의 ‘매매’ 개념을 도출해 낼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경찰이 피의자에게 단지 매매여부를 묻고 피의자가 단순히 매매를 부정할 경우 수사가 종결된다고 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차혜령 변호사는 인신매매법에 매매(계약)과 구분되는 인신매매의 정의 규정을 마련할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아동, 청소년, 장애인에 대한 인신매매 성립 완화조항을 개설하고, 약취, 유인, 매매로 포섭되지 않는 현대형 인신매매(예시: 외국인에게 노동이주조건을 속여 입국시키는 경우)를 처벌할 수 있도록 현 형법을 보완해야 할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 토론자로 참석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차혜령 변호사(가장 오른쪽)

3) 토론 2 – 두레방쉼터 박수미 소장

박수미 소장 역시 인신매매사건을 대하는 검찰과 관련 행정 부처의 태도를 지적하였습니다. 대만이 경우 검사가 기소한 인신매매가 유죄로 판명날 경우 해당 검사에게 오히려 인센티브를 주는데, 한국의 경우 증거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인신매매를 수사, 재판하는 것에 검찰이 부담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박수미 소장은 인신매매를 기소, 수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는 노동부와 출입국 담당자들의 업무를 독려하는 지침을 마련할 것을 제안하였는데요. 또한 대만은 외국인보호소 등 구금시설에 갇힌 인신매매피해자들을 상담하는 NGO의 업무를 정부가 지원하는 형식으로 정부와 시민단체 간의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한국의 경우 인신매매피해자 쉼터에 입소한 사람들이 직접 신고를 제기해도 수사기관에서는 피해자 진술을 활용하여 인신매매사건을 기소, 수사기를 부담스러워한다고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인신매매자들은 피해자들이 머무르는 쉼터에도 위협을 가하며 외국인 피해자의 경우 브로커들이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을 협박, 회유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박수미 소장은 인신매매 가해자들이 모두 출국해버려 수사선상에 아예 오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인신매매사건의 현실을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현재 한국에는 성매매방지법이 마련되어 있어 인신매매피해자 중 성매매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이 있으며 두레방 쉼터 역시 성매매피해자 보호의 일환으로 지어진 시설이라는 얘기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성매매피해자보호에는 많은 한계가 있으며, 적극적인 피해자지원이 전제된 인신매매관련법이 제정되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4) 토론 3 – 형사정책연구원 최민영 부연구위원

최민영 연구원은 개정형법이 아동, 장애인의 취약성에 대한 특별한 보호를 하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였습니다. 때문에 팔레르모 의정서를 반영하여 인신매매관련법에 예방, 보호, 처벌조항을 자세히 규정할 수 있는 특별법이 일반 형법보다 더욱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제시하였습니다. 기존 형법에서 인신매매조항만 유독 자세히 규정하는데에 한계가 있으므로, 일반법개정효과가 있다 할지라도 가장 좋은 대안은 특별법 제정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최민영 연구원은 인신매매 관련 특별법의 주무부처는 법무부라는 데에 다른 토론자들과 의견을 같이하였습니다. 인신매매가 성착취 목적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양태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인권 관련 사항을 관장하는 법무부가 여성가족부보다 더욱 적합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인신매매법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예방에 관한 정책을 수립하는 역할까지 고려한다면 법무부가 이를 총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최민영 연구원의 토론을 듣고 문득 여성가족부의 입장이 궁금해졌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여성가족부 역시 주관부처를 선정하는 데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 박미형 소장, 최민영 연구원, 김종철 변호사, 김영혜 인권위 상임위원, 박수미 소장, 차혜령 변호사 (왼쪽부터)

 

5) 토론 4 – IOM(국제이주기구) 박미형 소장

여성가족부 이전에, 최근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주요 국제기구로 떠오르고 있는 IOM의 인신매매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았습니다. 박미형 소장은 인신매매 피해자를 식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는데요, 팔레르모 의정서에 따르면 정부는 인신매매 피해자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위해 시행을 고려해야 하는 원조, 보호행위의 중요 요소를 규정해야 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박미형 소장은 인신매매 가해자의 범위를 ‘타인이 인신매매 행위를 할 수 있도록 주선, 안내하는 자’까지 포함하고, 인신매매를 시도한 사람 역시 가해자와 함께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단 범죄의 심각도에 따라 처벌 수위를 다르게) 또한 국제적인 인신매매의 경우, 역외적용이 효력이 없다면 국제적으로 조직된 인신매매 범죄단은 법망을 빠져나가기 쉬운 현실을 지적하기도 하였습니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현실’이 국제적인 인신매매의 경우 더욱 보편적인 것입니다.

IOM 에서는 인신매매의 개념을 되새기기 위해 ‘인신매매’라는 표현 대신 이동의 의미가 명확한 ‘human trafficking’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앞서 발제와 토론에서 지적되었던,  인신매매에서의 ‘매매’는 사실상의 지배관계가 있어야지 성립하지 않는 문제를 감안한다면 ‘human trafficking’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인신매매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토론자로 참석한 박미형 소장, 최민영 연구원, 발제자 김종철 변호사(왼쪽부터) 

6) 토론 5 – 여성가족부 권익지원과 김권영 과장

김권영 과장은 다른 토론자들과 마찬가지로 개정 형법안이 팔레르모 의정서의 인신매매 정의를 따르고 있지 않으며, 인신매매를 단순히 ‘매매’로만 표현한 것이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였습니다. 따라서 의정서에 제시된 인신매매의 행위인 모집, 운송, 이송, 은닉을 형법의 인신매매 정의 규정에 피력하는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는데요.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기존의 성매매관련 특별법과 범죄 피해자 보호법의 조항을 활용하여 인신매매피해자보호를 할 수 있다고 하여 다른 토론자들과 다른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즉, 성매매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장기적출 등의 행위에 관한 보호조항을 보완하여 기준 법률로 인신매매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것입니다. 김권영 과장은 또한 인신매매는 여성에 한정되어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 가해자 처벌, 향후 인신매매범죄의 예방을 위해 소관 부처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하며 소관 부처에 대한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7) 토론 6 – 법무부 형사정책과 유태석 검사

기존 토론자들이 가장 유력한 소관부처로 지정한 법무부의 유태석 검사가 마지막 토론자로 등장하였습니다. 유태석 검사는 인신매매 사건을 기소, 수사하는 법무부가 인신매매에 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의견에 동감하고, 스스로 반성한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또한 여성가족부와 달리 인신매매관련법을 특별법의 형태로 제정하는 것이 일반 형법을 개정하는 것보다 더욱 좋다는 의견을 내었습니다. 형법 조항을 개정할 경우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하므로 계속 계류되는 것이 현실이며, 또한 형법이 개정된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아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도 기본법인 형법은 단기간에 재개정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형법은 국민들이 이해하기 쉬워야 하므로 단순하게 쓰여진 것이 특징이며, 때문에 인신매매 조항만 팔레르모 의정서에 나온 대로 자세히 규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유태석 검사는 현재 법무부 형사정책과는 팔레르모의정서 비준이 가능한지를 고민하고 관련 작업을 추진중이라고 하였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유태석 검사는 다른 토론자들과 달리, 피해자 동의조항을 삽입하는 데에 있어 형법 원칙과 적용을 고려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사실상 살인죄와 같은 중죄에서 피해자의 동의 여부는 범죄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인신매매 역시 피해자가 동의를 했더라도 그 행위로 말미암아 그에 맞는 처벌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차혜령변호사는 ‘인신매매를 수사하는 과정에서는 피해자에게 동의 여부를 묻고, ‘동의했다’는 식의 답변이 돌아오면 즉시 인신매매죄가 불성립한다고 보아 수사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라는 반론을 제기하였습니다. 현재 법무부에서는 착취에 대한 동의가 있었을 경우, 인신매매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므로 결국 가해자가 불기소되는 것으로 수사가 종결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착취에 동의할 수 밖에 없는 피해자의 취약성을 고려해본다면 피해자 동의 조항은 인신매매법의 필수 조항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차혜령 변호사는 형법에는 위법성 조각사유에 대한 특별 형식이 있으므로, 피해자 동의 조항을 추가하는 것은 형법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는 정보를 주기도 하였습니다.

이 다음 질의응답시간에는 한 인신매매 NGO 활동가의 열띤 문제제기가 있었는데요, 이 활동가는 ‘인신매매조항이 형법 내에 추가되는 것은 오히려 NGO들이 오랫 동안 요구해오던 것이지만 개정안이 약취, 유인, 매매로만 인신매매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에 포섭되지 않는 인신매매 사건이 너무나 많다’는, 인신매매 관련법의 적용에 대한 비판을 하였습니다. 또한 형법과 특별법 모두 저마다의 장단점이 있다는 ‘이중적인 딜레마’가 있지만, 형법으로 구속하는 것이 힘들다면 인신매매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정부가 특별법 제정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을 말하였습니다. 토론자들이 가장 의견이 갈렸던 부분인 특별법vs형법 문제를 ‘이중적 딜레마’라고 콕 짚어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토론회를 참관하면서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국회와 행정 부처에서도 인신매매 조항이 신설된 기존 형법 개정안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포착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각자 강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민사회 진영과 행정 부처 사이의 좁혀지지 않은 입장과, 인신매매를 둘러싼 문제의식의 깊이가 아직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었습니다. 때문에 실질적으로 인신매매법이 효력이 발휘되어 인신매매가 근절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앞으로도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신매매관련법 시행 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인신매매에 대한 실무자들의 인식은 여전히 팔레르모 의정서에 비해 뒤떨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인신매매 처벌과 예방, 피해자 보호를 위해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발제문 전문은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40418_인신매매국회토론회발제_김종철_어필

                                  (7기 인턴 이근옥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관련 활동분야

인신매매 피해자 관련 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