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만에 읽는 호주의 난민제도

2016년 8월 3일

10분만에 읽는 호주의 난민/이주구금 제도 

-배워야 할 점과 배우지 말아야 할 점

2016년 8월 1일 호주의 Playfair라는 회사에서 일하시는 이은영 변호사님이 어필에 찾아왔습니다. 한국의 난민제도에 대해서 알고 싶다고 했는데, 저희들은 한국의 난민과 이주구금제도에 대해서는 조금 이야기 하고, 이은영 변호사님으로 부터 호주의 제도에 대해는 잔뜩 설명을 들었습니다.     

  1. 난민신청자 on Boats

2008년경 까지 호주에 배를 타고 오는 비호신청자는 5%미만으로 굉장히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2012년 부터 배를 타고 호주에 도착하는 비호신청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2012~2013년에는 전체 비호신청자 중에 약 68.4%가 배를 타고 크리스마스 섬 등으로 왔습니다.  비자를 가지고 호주에 오는 극소수의 사람의 경우 큰 문제가 없습니다. 난민인정절차도 1년이 안 걸리고 난민으로 인정되면 영주권 비자를 받을 수 있구요. 

2. 난민신청자 on Boats = 구금

그런데 문제는 비자 없이 배를 타고 호주에 와서 난민신청하는 사람들입니다. 호주 당국은 이들을 난민신청자 내지 비호신청자라고 부르지 않고, 불법입국자라고 부르면서 무조건 구금을 시킵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구금을 시킨 것은 아니었는데, 1992년 경에 많은 비호신청자들이 오면서 이들을 이주구금시설에 가두어 놓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274일이라는 구금의 상한이 있었으나, 1994년 이후에는 그것도 없어졌죠.    

  3. IDC in 호주 vs. IDC in 파푸아뉴기니/나우루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배를 타고 와서 난민신청한 사람들을 호주 뿐 아니라 파푸아뉴기니와 나우루에 있는 이주구금시설(Immigration Detention Center:IDC)에도 가둔다는 것입니다. 나우루(Nauru)와 파푸아뉴기니 마누스(Manus)섬에 호주 정부가 운영하는 이주구금시설이 있는데, 여기에 호주에서 난민신청한 사람들이 2015년 현재 각 543명과 926명이 구금되어 있습니다. 전체 난민신청자의 5%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호주에 있는 이주구금시설은 그 내부가 외부에 알려져 있지 않지만(내부 사진을 온라인 등에 올리는 경우 징역 2년 형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피구금자는 카메라가 없는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고, 인터넷도 가능하며, 아동을 위한 학교도 있는 등 비교적 환경이 괜찮은 편입니다. 하지만 파푸아뉴기니의 Manus섬이나 Nauru에 있는 구금시설은 굉장히 열악합니다. 최근 파푸아뉴기니 대법원은 Manus 섬에서 호주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구금시설은 불법적이고 인권에 반한다라는 판결을 내린 바도 있는데, 여기서는 아동들을 위한 교육시설이 없을 뿐 아니라, 난민 간의 성폭행 그리고 심지어 구금시설 관리자에 의한 성폭행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난민신청자 가운데 누가 호주에 있는 이주구금시설에 가고, 누가 파푸아뉴기니나 나우루에 있는 이주구금시설로 가는지에 관한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배를 타고 호주에 도착하는 즉시 3시간 정도의 입국 인터뷰를 하게 되는데, 이민성은 이것을 기초로 이들을 어디에 있는 이주구금시설로 보낼지 결정을 합니다. 

4. IDC -> Community 

전체 비호신청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비자 없이 입국한 난민신청자는 앞에서 말한 것 처럼 일단 구금 되는데, 이러한 무기한 구금에 대한 국내외 비판이 높아지자, 호주 정부는 일정기간이 지난 이후에 이들을 커뮤너티로 보냅니다(원래 파푸아뉴기니나 나우루의 구금시설에 있는 사람들은 커뮤너티로 보내지 않았지만, 호주 정부는 비난이 고조되자 최근에 파푸아뉴기에 있는 피구금자 중 10명 이하만을 풀어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풀려난 사람들 중 2명이 파푸나뉴기니 생활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껴서 다시 구금시설로 돌아오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합니다. 현실적으로 파푸아뉴기니 커뮤너티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구금대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커뮤너티로 오게 된 사람들은 이동의 자유를 누리면서 브릿징 비자를 받아 생활을 합니다.    

  5. Bridging Visa

브릿징 비자를 받은 사람 중에는 취업이 가능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데, 어느 경우든 국가에서 보조금(2주에 500불)을 주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합니다. 18세 미만의 아동의 경우에는 공립학교에 다닐 수 있습니다. 

이주구금시설에서 갇혀 있다가 이렇게 브릿징 비자를 받아 커뮤너티로 나온 경우에 Australian Value Statement에 서명을 하는데, 호주 사회에 해를 끼치는 일을 하지 않고, 호주 문화와 가치를 존중하며, 호주의 제1언어인 영어를 배우겠다는 선서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어길 경우에 브리징 비자가 철회되고 다시 구금이 됩니다. 

6. Bar Lifting -> (난민)비자신청

호주에 있는 이주구금시설로 가든 아니면 파푸아뉴기니나 나우루에 있는 이주구금시설로 가든 호주정부는 이들이 불법으로 입국했기 때문에, 난민신청에 해당하는 비자신청(과거에는 난민신청절차가 별도로 있었으나 2011년 이후에는 비자신청 절차에 포함시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을 일정기간 동안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이민성 장관이 허락을 해야(bar lifting) 비자 신청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 bar lifting 이 되는지는 불분명하고 자의적입니다. 그래서 2012년에 호주에 온 사람 중에 최근에야 bar lifting이 되어 비자를 신청한 사람도 있습니다.    

  7. (난민)비자신청 절차

난민신청에 해당하는 비자신청을 할 때 신청서에 기재하는 사항이 100개 정도 됩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한데, 이은영 변호사님이 일하는 Playfair가 그 역할을 합니다. 비자신청자와 만나서 통역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을 하면서 신청서 작성을 도와주고 의견서를 제출합니다. 그 후에 인터뷰 invitation을 받고 case officer라고 하는 난민담당공무원과 인터뷰를 할 때 동석을 하면서 지원을 합니다. 비호신청자가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난민과 관련된 인터뷰 이외에 identity check인터뷰와 security & health check 인터뷰도 거쳐야 합니다. 

이렇게  bar lifting이 되어 비자신청이 가능한 사람들 중에 취약한 사람들(피구금자, 장애인, 미혼모, 고령자 등 )을 위해 호주 이민성은 PAIS(Primary Application Information Service)를 제공을 합니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민성은 그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Playfair와 Racs와 계약을 체결한 뒤에, 위 두 단체에 재정지원(통역과 번역 서비스 까지도 재정지원을 함)을 해서, 이 두 단체로 하여금 난민신청자들에게 비자신청절차와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합니다.

이전에는 모든 난민신청자들에게 절차 진행과 관련해서 재정지원을 했는데, 2014년 3월 31일 기준으로 비자없이 입국한 비호신청자들은 재정지원을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러나 도착날짜와 상관없이 난민신청자 중에서 PAIS 범주에 속한 사람들은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난민신청자 중에서  PAIS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의 비용으로 서비스를 받아야 합니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난민신청자 중에서는 브릿징 비자를 받고 일을 하거나 보조금(2주에 500불)을 받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받은 보조금이나 일을 하면서 번 수입으로 자신의 비자신청절처와 관련된 서비스 비용을 내게 됩니다.

8. TPV vs. SHAV

이 모든 인터뷰를 통과한 후 긍정적인 결정이 나오면 비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에게 영주권 비자를 주었는데, 3년 전 부터는 소위 불법입국자에게는 3년 유효기간인 일시보호비자(Temporary Protection Visa: TPV)나 5년의 유효기간인 Safe haven Enterprise Visa(SHAV)를  줍니다. SHAV비자의 경우 5년 중 3년 6기월 동안 농촌에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겠다는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3년짜리이든 5년짜리이든 기간이 만료되면 난민비자를 다시 신청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SHAV 비자를 받은 경우 3년 6개월 동안 농촌에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했다면, 영주권 비자에 해당하는 비자를 신청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난민으로 인정이 된 후에 3년짜리 비자를 신청할지 5년짜리 비자를 신청할지 여부는 비호신청자의 의사에 달려있습니다.    

9. 너무 다른 운명

비자 없이 입국한 난민신청자가 밟게 되는 난민인정절차와 난민인정이 된 후에 받게 되는 권리는 비자를 가지고 호주에 입국한 아주 적은 수의 난민신청자의 경우와 너무 대조적입니다. 후자는 구금도 되지 않고 난민으로 인정 될 경우 영주권 비자를 받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또 앞에서 파푸아뉴기니나 나우루의 이주구금시설에 보내진 사람들이 있다고 했는데, 이들은 위와 같은 비자신청절차를 다 거쳐 난민으로 인정되더라도 호주로 오지 못하고, 파푸아뉴기니나 나우루에서 정착해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호주에 있는 이주구금시설에 있다가 비자신청을 한 사람보다 훨씬 더 열악합니다. 결국 같은 난민신청자라도  비자를 가지고 비행기를 타고오는 사람과 비자없이 배를 타고 와서 파푸아뉴기니나 나우루에 이주구금된 사람 그리고 호주에 이주구금된 사람의 운명이 너무나 다른 것입니다.

10. 불복절차 = 재판소 + 법원

이렇게 해서도 비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AAT(Administrative Appeals Tribunal)라고 하는 재판소의 Refugee and Migration Division으로 가게 됩니다. AAT에서는 단독재판관의 판단을 받게 되는데, 이렇게 이의제기된 사건 중에 약 30%가 결론이 바뀝니다(여기서 승소를 한 사람에는 이민성에서 바로 비자를 발급합니다). 그리고 AAT 절차를 통해서도 비자를 받지 못한 경우에는 법원으로 가게 되는데, 법원에서는 실체적인 것은 다툴 수 없고, 절차적인 공정성(모든 자료를 제대로 검토해서 사실확인을 했는지, COI를 옳바로 사용했는지, 절차 중에 통역은 적절했는지 등의 절차적인 공정성)만을 다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법원을 통해서도 비자를 받지 못하면 결국 출국을 해야 하는데, 아주 예외적으로 호주 이민성 장관의 개입으로 비자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호주 배우자와 결혼을 해서 호주 국적의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경우와 같이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그렇습니다.    

  11. Playfair -> Fairplay 

지금까지 이은영 변호사님이 말씀하신 호주의 난민제도와 이주구금제도를 들어보면, 이러한 관행이 어떻게 호주가 비준한 난민협약을 비롯한 국제인권법과 양립하는지 이해가 안되는 면이 많이 있습니다. 호주정부는 난민과 관련해서는 상당히 fair play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은영 변호사님이 일하시는 회사의 이름이 Playfair인데, 정식이름은 Playfair Visa and Migration Service이고, 대표의 성을 따서 지었다고 합니다. Playfair에서 일하는 변호사들만 30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2010년 부터 현재까지 약 6천명의 난민에게 법률지원을 해왔다고 합니다. 

이번 이은영 변호사님의 어필 방문을 계기로 호주와 한국 정부가 난민들에게 더 fair play를 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기로 해습니다. 

(김종철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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