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미등록이주아동 실태 연구 간담회 참가기

2015년 5월 29일

5월 12일 오후 2시에 ‘심층면접을 통해 본 미등록 이주아동 실태 연구 간담회’가 국가인권위원회 8층 배움터에서 열렸습니다. 어필의 김세진, 전수연 변호사와 김수연 인턴은 함께 ‘취학 전 미등록 이주 아동 보듬어 안기’를 소주제로 하여 ‘사단법인 이주노동희망센터’가 주최하였던 위 간담회를 다녀왔습니다. 아래에서 간담회 내용을 간략히 요약해보겠습니다.   

  1. 한국사회의 이주아동

 현재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전체 인구의 3%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법무부 조사에 따르면 2015년 3월말 현재 체류외국인은 1,813,037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3.5%를 차지하며 외국인등록자는 1,099,955명이며 이중 51%가 이주 노동자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들어온 지 20여 년이 지나면서 가족들을 데려와 함께 살거나 한국에서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 그 사이에 이주아동 자녀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 국적법에 의하면 이주 아동이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도 한쪽 부모가 한국국적이 아니면 그 아동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가 없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이주아동들이 한국 땅에는 살고 있지만 ‘존재 자체가 불법’인 상태로 우리나라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럼 한국땅에서 살면서 이주아동들의 실태와 현행법제도의 개선방향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2. 심층면접을 통해 본 미등록 이주 아동 실태  

 ‘이주 아동’은 한국국적이 없이 한국에서 살고 있는 18세 미만의 사람으로서 출생지에 따라 외국 출생자와 한국출생자로, 국적에 따라 외국국적자와 무국적자로, 체류자격에 따라 등록 아동과 미등록 아동으로 나뉩니다.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 아동은 10만명이 넘으며, 그 가운데 10~20%는 미등록 이주 아동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총 30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심층면접을 한 결과이며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이 있었습니다.

  1) 출산관련: 

  심층면접 결과에 따르면 미등록이주여성인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임신,출산을 경험하는 것은 기쁨과 동시에 엄청난 불안과 스트레스의 요인으로 파악되었으며, 그에 따라 미숙아 출산율도 높다고 합니다.

  2) 의료비용관련:

   면접대상자 총 30명 중 29명이 출산을 경험하였으며, 이 중 20 명이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자녀를 출산하였으며, 이는 세계최고의 제왕절개 수술률을 보이는 중국보다도 23%이상 더 높은 비율이라고 합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제왕절개수술로 인한 병원비가 많이 지출됩니다. 미숙아일 경우에는 수술비가 최대 1900만원까지 청구받은 참여자도 있었다고 합니다.

  자연분만의 경우에도 개별적으로 차이는 있으나 150만원에서 120만원이 병원비의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는 보험혜택을 받는 한국 아동들에 비해 제왕절개 수술비는 최대15배 정도, 자연분만은 보통 10배 정도 비용을 더 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3) 경제상황- 주거환경

   주거상황이 아이를 키우기에는 좋은 환경은 아니었으며, 지하·반지하인 경우도 많았으며, 기숙사 형태가 몰려있는 곳은 햇볕이 잘 들어오는 창문이 있는 경우도 드물었고, 근처 공장에서 나오는 먼지와 소음으로 아이들 뿐 아니라 보통 성인들이 생활하기에도 건강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 많았다고 합니다.

  4) 양육 관련

   양육하면서 어려운 점으로는 크게 , 보육기관 이용문제, 아이의 정체성 문제 등이 꼽혔습니다. 특히 ‘정체성’문제와 관련하여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자녀들은 한국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편이며, 모국어를 배우거나 말하는 것을 꺼려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한국사회의 차별적 시선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부모들은 한국에서 자녀를 양육하면서도 귀국 후 자녀가 모국사회에 적응하는 것에 문제가 있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가지기도 가지고 있다고도 합니다.

 5) 한국사회에 바라는 점 및 만족도

    30명의 참여자에게 인터뷰한 결과 참여자 모두가 한국사회에 바라는 점으로 꼽은 것은 ‘아이의 체류자격’이라고 합니다. 즉 본인들은 한국사회에서 차별받으면서 살아가지만, 아이들만큼은 안전하게 체류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죠.

  또한 한국사회의 만족도에 대한 질문에 대하여는 참여자 대부분이 한국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는 응답을 하였다고 합니다. 대다수의 참여자가 한국의 사회제도가 투명한 편이며 열심히 일하면 인정받을 수 있어서 좋고, 사회가 안전해서 치안이 마음에 든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고 합니다.

      3. 정책제안

  1) 이주아동 인권보장의 필요성

 : 대한민국 정부는 1991년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함으로써, 관할권 안에 있는 모든 아동의 권리를 차별없이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주아동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 또는 미등록으로 체류하고 있다는 이유로, 적절한 법적 보호나 제도적 보살핌에서 배제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모두 자신의 선택의지와 상관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운이 좋은 것일 수도 ,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테지요. 이주아동의 경우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에 의해 한국에서 거주하는 상황에 처한 아이들입니다. 이를 이유로 특히 교육권 등의 차별이나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전제로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이행을 충실히 구체화시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2) 출생등록의 필요성

 :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난민의 자녀로 부모의 출신국에 출생등록을 할 수 없는 아동 등 한국사회에 출생등록을 하지 못하는 이주아동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는 출생등록과 국적부여의 관련성 여부인데, 출생등록은 국적부여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다만 출생등록은 단지 아동의 신분, 나이, 가족관계 및 출생지를 증명하는 기능을 가지며 아동의 안전을 보장하고 교육, 의료, 가족결합 등의 아동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출발점이 되는 것입니다. 

  출생등록을 하여야 법적 미성년자 지위부여도 가능하여 노동으로부터 착취나 폭력,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으므로, 이주아동의 출생등록의 필요성이 크다 할 것입니다.

  따라서 ‘가족관계의등록등에 관한 법률’상 국적부여와 무관하게 외국인의 경우에도 공적으로 출생을 증명할 수 있는 절차가 조속히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3) 교육권 보장의 필요성

 :  이주아동 교육지원에 대한 국내 제도상의 한계, 체류자격에 대한 제약, 중도입국청소년 입학절차의 비일관성, 이주아동 교육권 보장에 대한 수동적 태도는 아동들이 공교육에 진입하는 데에 높은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28조는 “기초 교육은 모든 아동에게 무상·의무 원칙을 따라 제공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주아동의 조기 교육 혹은 미취학 이주아동을 위한 교육은 이들이 이후에도 계속해서 자신의 속한 사회에 일원이 되고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평생 교육의 출발점이 됩니다. 따라서 이주아동권리보장법안 제14조에 ‘이주아동의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명시함과 동시에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상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가 이주아동에게도 적용됨을 규정하는 것이 개선의 첫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4) 건강권 보호의 필요성

 : 이주아동은 임신과정에서부터 모성보호가 이뤄지지 않아 유·사산, 신생아질환의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또한 미등록인 경우 체류자격으로 인한 강제퇴거 위기 등으로 적극적인 의료 개입에 어려움도 있습니다. 

 또한 현행 의료급여법상 그 지원대상을 난민과 결혼이주여성에게만 적용되는 바, 동법 제3조를 개정함으로써 지원대상에 이주아동이 포함되도록 하여야 합니다. 

 5) 복지권 보호의 필요성

 : 이주아동의 경우,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로부터 이탈,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할 수 없는 상황의 이주아동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적용대상에서 이주아동이 제외되어 있어서 입양, 가정위탁, 시설보호, 아동학대와 같은 아동보호체계에서 배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아동복지법과 청소년 기본법상 보호가 필요한 이주아동에게 보호서비스 지원할 것을 명시하여야 합니다. 

      4. 마치며…

 간담회에서 논의된 내용들 중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이주아동들에게 출생등록을 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여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주아동들에게 출생등록은 교육권,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 다른 모든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출발점이 될 뿐만 아니라, 출생등록을 할 수 없으면 본인을 증명할 수 없게 되므로,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자신의 선택적 의지와는 무관하게 한국사회의 일원이 된 미등록 이주 아동에게 불법체류란 명목하에 불이익을 주는 것의 불합리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간담회에서 제안된 정책들의 입법화가 조속히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왼쪽부터 인턴 김수연씨, 필자, 김세진 변호사님)

                                              ( 실무수습 변호사 전수연 )

최종수정일: 2022.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