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필 3주년 콘서트 후기 1 (공연)

2014년 7월 17일

1. 

슬라맛, 나마스떼, 산띠, 씬짜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다함께 평화의 인사를 

피스, 살람, 샬롬~

<인사노래>

 

살람 알레이쿰, 살람 알레이쿰

당신에게 평화를, 당신에게 평화를

<살람 알레이쿰>

 

*여기를 클릭하시면 <인사노래> 공연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홍순관과 함께하는 어필ing 토크 콘서트<우리는 어디선가 이방인이다>는 이렇게 평화를 비는 여러나라의 인사노래로 시작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인사말이 평화를 비는 뜻이라는 것은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얼마나 평화에 목말라 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어필은 구체적으로 이방인의 권리를 옹호하는 일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떻게 ‘다양성을 증진시켜 결국에는 정의를 통한 평화에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해 왔습니다. 이방인의 권리옹호와 다양성의 추구가 크고 작은 나무라면, 평화를 추구하는 것은 숲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를 클릭하면 <살람 알레이쿰> 공연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어필은 토크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네 가지 목표를 세웠는데, 그 중에 하나가 “어필을 잘~ 알리자”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평화’와 ‘다양성’과 ‘디아스포라’를 평생 노래해 온 홍순관님과 함께 어필 3주년 기념 행사를 같이 하게 된 것은 어필에게는 큰 행운이었습니다. 홍순관님의 노랫말을 통해서 어필을 사로 잡고 있는 그 언어를 여러분들에게 감동적으로 전달 할 수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어필의 인턴 분들이 여러 외국어로 번역한 가사집을 손에 든 여러 나라에서 온 손님들에게 들려주는 평화를 비는 다양한 인사노래! 시작이 좋습니다.

   2.

쿰바야, 마이 로드, 쿰바야

쿰바야, 마이 로드, 쿰바야

우는 자에게 오소서

갈라진 이 땅에 오소서

평화를 위해 오소서

<쿰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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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쿰 바야 Kum Ba Ya는 come by here라는 말의 방언인데, 미국에서 아프리카 노예들이 목화 밭에서 강제노동을 하면서 “신이여 어서 여기에 오십시오”라고 하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부른 노래입니다. 

토크쇼를 할 때 사회를 본 홍순관님은 “공익변호사는 무엇인가”라고 물어보았는데, 이에 대해 김종철 변호사는 “공익변호사는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옆에서 대신 말하는 변호사다”라고 하면서, “어필은 APIL을 한국말로 소리나는 대로 읽은 것이고, 여기서 A는 advoctes를 뜻하는데, 변호사를 의미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지만, 이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이 말이 ad와 vocare의 합성어로 대신 말해주다 혹은 옆에서 말해주다라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어필 식구들은 Kum Ba Ya라고 탄식할 수 밖에 없는 이땅의 이방인들의 목소리를 더 잘 대변하자라고 다짐 하면서 이 노래를 들었습니다.

   3. 

슬픈 케이세이선

어디로 달려가나

낯선땅 여기는 바로 내 고향

<낯선땅 여기는 바로 내고향>

 

 *여기를 클릭하시면 <낯선땅 여기는 내 고향> 공연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끌려가 오랫동안 일본에 살았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 일본은 고향 같으면서 또 여전히 낯선 땅이라는 노래입니다. 

어필이 <우리도 어디선가 이방인이다>라는 제목을 생각해 낸 것은 2013년 난민 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하면서 였습니다. 강제로 일본에 끌려왔고 반세기 이상 그곳에서 살았지만 여전히 이방인으로 살고 있는 일본 속의 조선 사람들을 보았기때문입니다. 당시에 “조선인은 죽어라”와 같은 극단적인 구호를 내뱄는 혐한 시위 때문에 일본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더 극심한 인종차별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우리도 멀지 않은 과거에 이방인이었고, 그 이방인 됨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구나”, “한국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과 인종주의적인 움직임에 대한 해독제는 인종주의가 횡행할 때 우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깨닮음이 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떨어진 밤송이라 삐죽 날 보고 인사를 하네

제 살던 집을 떠나면서 바보 처럼 웃고 있네

가벼운 바람 불어와서 내게 들려준 말

이 세상 떠날 때에 웃으며 가라

<떨어진 밤송이>

 

*여기를 클릭하시면 <떨어진 밤송이> 공연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어필 3주년 기념 토크 콘서트의 두번째 목표는 어필에서 함께 일할 공익변호사 1명을 더 모실 수 있는 기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2014년에 새로운 후원자 100명이 생기고 또 기존 후원자들이 후원금을 1만원씩만 올려주신다면 가능하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홍순관님은 <떨어진 밤송이>를 부르신 후에, 노랫말을 가지고 관객들에게 어필에 대한 후원을 재미있게 독려하셨습니다. 

“오늘 공연은 어떤 공연인가요? 공익법센터 어필이 변호사가 한 명 더 필요합니다. 난민을 돕기 위해서. 이 노래의 주제가 뭘까요? 가볍게 살라. 가벼운것이 평화다. 여러분이 지갑을 가지고 왔을 겁니다. 가지고 오셨던 것을 그대로 집에 가지고 가신다면 무슨 보람이 있습니까? 다 놓고간다. 가벼운 것이 평화다”

감사하고 놀랍게도 이번 콘서트로 60여명의 새로운 후원자가 생겼습니다. 새로운 변호사 1명과 결합할 발판이 생긴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합니다. 올해 안에 저희는 새로운 후원자 40명을 더 모집하려고 합니다. 기존 후원자분들께서는 1만원씩만 후원을 증액해주실 수 있을까요? 어떻게 후원금을 증액할 수 있냐고요? 쉽습니다. 홈페이지에서 또는 전화로 또는 이메일로도 가능합니다. 아래 첨부 문서를 한번 클릭해보세요.     후원금 쉽게 증액하는 방법

   5.

쌀 한 톨에 무게는 얼마나 되나

손바닥에 올려놓고 무게를 잰다

바람과 천둥과 비와 햇살과

외로운 별빛도 그 안에 스몄네

농부의 새벽도 그 안에 숨었네

나락 한 알 속에 우주가 들었네

버려진 쌀 한 톨 우주의 무게를

쌀 한 톨의 무게를 재어본다

세상의 노래가 그 안에 울리네

쌀 한톨의 무게는 생명의 무게

쌀 한톨의 무게는 평화의 무게

쌀 한톨의 무게는 우주의 무게

<쌀 한톨의 무게>

 

*여기를 클릭하시면 <쌀 한 톨의 무게> 공연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어필 3주년 기념 토크 콘서트의 세번째 목표는 기존 후원자들과 어필을 응원해 주셨던 분들에게 수준 높은 공연으로 감사를 표시하는 것입니다. 다행이도 많은 분들이 콘서트를 통해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고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그러나 죄송한 일도 있었어요. 좌석이 300석 밖에 안되었는데 무려 400명 가까운 분들이 오셔서, 일부는 서서 공연을 관람해야 했고, 일부는 입장도 못하시고 밖에 계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자리가 없었던 분들이나 입장을 못하셨던 분들이 모두들 어필 콘서트에 많은 분들이 찾아 온 것 을 보시고 오히려 축하를 해주셨다는 거에요. 공연장에 서서 계셨던 분들 그리고 공연장에 입장도 못하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6.

들의 꽃이 산의 나무가 가르쳐 줬어요

그 흔한 꽃이 산의 나무가 가르쳐 줬어요

나 처럼 사는 건 나 밖에 없다고

저 긴 강이 넓은 바다가 가르쳐 줬어요

세월의 강이 침묵의 바다가 가르쳐 줬어요

나 처럼 사는 건 나 밖에 없다고

<나처럼 사는 건>

 

*여기를 클릭하시면 <나 처럼 사는 건> 공연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2013년 연간 보고서가 나와서 그날 콘서트를 찾아 주신 분들께 한 부씩 나누어 드렸스니다. 그 연간 보고서의 이름은 <制法利多 제법이다>입니다. “법적인 전문성을 가지고 다양성을 구가하자 혹은 법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을 유익하게 하자”라는 것입니다. 어필이 얼마나 다양성의 가치를 귀하게 생각하는지 알수 있지요?

오늘 콘서트 주제와 관련해서도 이 땅이 이방인들이 차별 받지 않는 환대의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거겠죠. 남을 따라할 필요도 없고 나를 따라 하라고 강요할 필요도 없이, “나 처럼 사는 건 나 밖에 없다규!”라는 생각, “니 처럼 사는 것도 니 밖에 없군!”이라는 생각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거 같습니다.

   7.

봄 여름 가을 겨울 

따로 사는 건 아니지

벽 없이 금 없이 오가며

서로에게 생명을 내어주고 살지

<벽 없이>

 

*여기를 클릭하시면 <벽 없이> 공연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어제 싱싱한 봄 나물을 먹으면서, 내가 먹는 것은 모두 조금 전까지 살아 있었던것들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결국 나는 누군가의 생명(혹은 누구가의 죽음)으로 사는 것이구나라는 데까지 이르게 됩니다”

올 봄에 제일 좋아하는 이 노래가 생각나 얼굴책에 끄적였던 글입니다. 그런데 오늘 콘서트에서 이 노래를 듣게 되니 감동입니다. 홍순관과 함께하는 어필ing 토크 콘서트의 묘미는 이러한 아름다운 그러나 한편으로는 위험(?)하기도 한 노래를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평범한 사물과 우연적이이고 반복적인 사건을 접하면서도 이런 삶의 통찰을 끌어 낼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벽 없이> 이후에 홍순관님은 <큰 나무 만으론 산을 이룰 수 없네> <다 함께 봄> <나 처럼 사는 건>과 같이 ‘다양성’과 ‘연대성’이라는 측면에서 같은 결의 노래를 불러주셨습니다. 어필 3주년 기념 콘서트의 네번째 목표는 “이방인에 대한 환대의 사회로 가기 위한 인식제고”였습니다. 뒤에 이어졌던 ‘토크’ 부분에서도 이야기가 되었지만, 홍순관님의 노랫말과 노래와 노래 사이의 멘트를 통해서도 어필이 말하려고 하는 메세지가 전달이 되었습니다. 

   8.

손이 시리면 따스히 만져주마

추운날이면 두볼을 감싸주마

너무 힘들거든 내게 기대오렴

눈물 나거든 내품에 안기렴

냇물아 흘러 흘러 강으로 가거라

맑은 물살 뒤척이며 강으로 가거라

강물아 흘러 흘러 바다로 가거라

맑은 물살 뒤척이며 바다로 가거라

<힘내라 맑은물>

 

*여기를 클릭하시면 <힘내라 맑은물> 공연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홍순관님의 사회로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와 광주대학교 토나욤비 교수님이 대화를 나누었던 ‘토크’가 끝난 후에, 국립국악원 예술감독인 류형선님이 작사, 작곡한 <힘내라 맑은물>을 관객과 함께 불렀습니다.

이번 토크 콘서트가 성공적인 이유는 어필이 홍순관님과 협업을 했던 것 이외에도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어필의 6기(정자윤, 김신홍), 6.5기(이예은, 이예정, 이지선, 강성웅, 양성우, 페이스정), 7기(김윤진, 박은솔, 이근옥), 7.5기(유윤정, 김하은, 장유연, 델라정, 임현수)인턴 분들의 수고가 있었습니다. 공연을 기획하고, 공연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용 영상을 제작하고, 포스터와 초대장을 만들고, 토크 콘서트를 홍보하고(난민의 날에 길거리에서 홍보하고 심지어 대학들을 다니면서 포스터를 붙이기 까지 했습니다), 외국인 손님들을 위해 노랫말을 영어와 불어와 심지어 아랍어까지 번역을 하였고, 토크 콘서트 당일에는 정작 로비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안내하고 프로젝터 조작하고 리셥션을 준비하느랴 공연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또 어필을 돕는 마음으로 기꺼이 이번 토크 콘서트에서 실무적인 진행을 담당해주신 ‘숨 엔터네인먼트, http://www.soom21.co.kr’ 스탭분들이 계셨고, 최고의 연주를 보여주신 세션분들(피아노의 권오준, 기타에 조성우, 베이스의 이상진, 클래식기타에 곽수환, 향피리와 태평소에 안은경, 해금에 홍다솔)도 계셨습니다. 

또 공연 기금을 마련하고 홍보하기 위해 처음으로 어필이 신혜성 대표님을 통해 WADIZ 라는 플랫폼을 이용해서 250만원을 대중모금을 한 것 역시 어필 3주년 기념행사가 성공적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클라우드 펀딩에 참여해주신 분들께도 다시 감사를 드립니다.

   9.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주세요

<조율>

 

*여기를 클릭하시면 <조율> 공연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곡은 <조율>이었습니다. 홍순관님은 멋드러지게 조율을 불러서 많은 사람들의 앙콜을 받았습니다. 공연장을 더 오래 쓸 수 있었다면 앙콜은 계속 되었을 거에요. 

조율에서 안은경님은 중간에 향피리를 부시다가 나중에는 태평소를 불었는데, 얼마나 아름답던지…정말 압권이었습니다. 나중에 많은 사람들이 태평소 소리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매료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태평소 소리에 내가 이렇게 반응을 할 줄 몰랐다며 모두들 신기해 했습니다. 

우리 안에 태평소 소리에 공명을 일으키는 그 무엇이 있는게 틀림 없습니다. 이방인들의 권리 옹호를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고, 어필은 지난 3년 동안 그 일을 열심히 해 왔습니다. 그런데 계속 일할 수 록 법과 제도의 개선은 시민들의 의식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히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 거죠. 이번 <우리도 어디서든 이방인이다> 토크 콘서트도 그러한 기획의 하나였습니다. 이후에도 우리를 사로 잡은 언어에 다양한 색깔을 입혀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여 사람들 안에 이미 있는 그 언어에 공명을 일으켜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종철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