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르의 누명과 4년의 시간 |
아마르는 에티오피아에서 17년 동안 경찰관으로 근무하였습니다. 반듯한 제복이 멋지다는 생각에 경찰관이 되었던 그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집권여당(EPRDF)은 2005년 총선에서 패배하자 선거무효를 선언하며 야당을 탄압하였고, 반대하는 시위자들을 향해 실탄까지 발포하면서 무자비하게 진압하였습니다. 야당 당원으로서 시위대의 주장에 공감하던 아마르에게도 당시 시위자들을 향해 발포하고 그들을 구금, 고문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지만, 그는 그 명령에 따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수배된 사람들의 도주를 돕거나, 수감된 사람들에게 음식을 몰래 가져다 주고, 그들이 구금된 장소를 가족과 언론에 알려주었습니다. 이러한 행동 때문에 아마르는 의심을 받고 감금되어 고문을 당하며 조사를받았지만, 자백하면 죽임을 당할 것을 알았기에 야당 당원이라는 것을 끝까지 밝히지 않아 다행히 목숨을 부지하고 경찰로 복직되었습니다. 석방 이후에도 지속적인 감시 속에 죽음의 위협에 시달렸던 아마르는 과거 에티오피아 왕의 특수부대원으로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셨던 아버지 덕분으로 우연히 2009년 한국에서 열렸던 세계 경찰 컨퍼런스에 초대되었고 좀처럼 외국으로 탈출할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그는 한국에 입국한 뒤 어필의 도움으로 난민신청을 하여 2년 만에 난민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 어필 2012년 연간보고서 중 – |
난민 아마르(가명)는 이처럼 2009년 한국에 입국하여 한 세계경찰컨퍼런스에 참석했다가 난민신청을 위해 행사에서 빠져나왔습니다. 난민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어 아마르가 소위 불법체류를 위해 컨퍼런스를 이용한 것으로 오해한 일련의 전현직 경찰들은 아마르를 찾기 위해 다양한 행정력을 과도하게 동원한 후 한 숙소에 머물고 있던 아마르를 찾아냈습니다. 고위급 간부를 포함한 위 전현직 경찰들은 아마르를 새벽에 찾아와 밤새도록 설득 및 협박하여 귀국할 것을 종용하였고 자진귀국하지 않으면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소리를 계속해서 들었습니다. 아침이 되자 사실상의 감금 상태를 더 이상 견딜 수 없던 아마르는 가방을 메고 그곳을 빠져나가려 하다가 복도에서 막아선 경찰 조직 소속 여성과 몸이 부딪혔는데 갑자기 그곳에 있던 경찰들에 의해 그 자리에서 체포되어 강제추행이란 혐의를 뒤집어 쓰게 되었습니다.
억울한 누명이었음에도 심지어 경찰에 의해 구속영장까지 청구되었던 아마르는 영장이 기각되자 곧장 경찰서에서 내쫓겨 났고 이후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한 채 난민으로 인정받아 지내오고 있었는데, 2013년이 되어서야 4년전 자신에게 강제추행이란 혐의로 약식명령 1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죄 선고 |
이를 알게된 어필의 도움으로 아마르는 정식재판청구권회복을 구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전현직 경찰들에 의해 밤새도록 반감금상태에 있었고 그 자리를 빠져나가려던 아마르가 아마르의 신병을 확보하려던 경찰들 앞에서 그 어떤 범죄를 저지를 합리적인 가능성과 이유를 찾을 수 없음이 분명함에도 악에 받혀 아마르에게 혼쭐을 내려던 경찰들에 의해 수사가 시작되어 선고되기 까지 이른 유죄판결은 지우기 어려운 뼈아픈 짐이었습니다. 이후 고소인 및 증인 2명에 대한 심문 과정을 거쳐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던 1심. 다행히도 오늘 1심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취지로 밝히며 타당하게도 아마르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유죄의 증거로는 고소인 OOO와 목격자인 증인 ㅁㅁㅁ의 진술이 있는데, 복도에서 빠져나가려다가 부딪힌 것에 불과하다는 피고인의 진술과 증인 AAA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는데 반해, 경찰이 당시 피고인의 신병을 확보하려고 했던 것을 보면 고소인과 목격자인 증인 ㅁㅁㅁ의 증인은 오히려 믿기 어렵다.”
입국시점부터 억울하게 강제추행범으로 몰려 여러 번의 재판을 치뤘어야 했고 앞으로도 비슷한 과정을 더 거쳐야 할 아마르에게 오늘의 선고가 작은 위로가 되었기를, 또한 오로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외국인을 혐오하고, 범죄자로 간주하는 인종적 편견, 사회적 약자에게 공권력을 위법하게 임의로 행사하는 그릇된 당국의 경향이 부디 없어지기를 바라게 되는 오늘입니다.
(이일 변호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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