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터디] EU 인신매매 피해자의 권리 The EU rights of victims of trafficking in human beings

2014년 7월 24일

EU에서 인신매매 피해자는 어떤 권리를 누리는가? 

The EU rights of victims of trafficking in human being

(EU Commission: EU 집행위원회)

▲ 「The EU rights of victims of trafficking in human beings」표지

(EU 위원회_인신매매피해자 보호_2013_en)

2014년 상반기 어필은 인신매매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였는데요. 그 활동 가운데 중요한 내용이 관련 이슈를 소개하는 것입니다. 어필은 원양어선에서 벌어지는 인신매매, E-6비자 관련 성착취 인신매매, 신안 염전 노예 사건. 인신매매 관련 현행법의 문제점,  여성가족부의 성매매방지 국제심포지엄, 팔레르모의정서 이행과 관련된 OHCHR 문서와 미국무부의 인신매매 보고서인 TIP REPORT 등을 알려왔는데요, 오늘은 인신매매 피해자의 권리에 관하여 EU 집행위원회가 작성한 문서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아직 한국에는 형법에 인신매매 가해자 처벌 조항이 있는 것이 전부이며 이마저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습니다(관련 포스팅: ‘인신매매관련한 형법개정 1주년, 염전노예 그리고 특별법의 필요성’). 게다가 인신매매 피해자의 권리 보장 조항은 부재한 실정입니다. 그렇지만 유럽에는 법적 효력이 있는 문서 EU 지침서(EU Directive)등 각종 문서에서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적,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놓았는데요. 이 조항들을 나열하고 설명을 덧붙인 문서 「The EU rights of victims of trafficking in human beings」 는 EU의 집행기관인 ‘EU 집행위원회(Commission)가 2013년 작성한 것입니다. 이를 7월 18일, 어필 밥터디 시간에 이근옥 인턴이 요약하여 어필 구성원들에게 소개하였는데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제 4장. <통합과 노동권>은 EU 회원국 국민들의 권리 일반에 관한 내용이 많아 생략하였습니다).   

   그럼, 인신매매 피해자를 어떻게 원조(Assistance), 지원(Support)하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D 피피티 슬라이드에 나온 내용은「The EU rights of victims of trafficking in human beings」의 본문인데요, 이 문서는 본문과 참고문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참고문헌에 본문 내용의 법적인 출처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The EU rights of victims of trafficking in human beings」의 번역본을 보시려면 아래 파일들을 참고해주세요(아래 문서의 번역은 자원봉사자이신 이정화, 김예림, 김민주, 윤재홍, 신희윤, 박시윤님께서 해주셨습니다).

EU_위원회_인신매매피해자_보호_2013_본문 번역

  

   1.3에 나와있듯이, 위 문서는 EU 시민인 인신매매 피해자가 EU 회원국에 거주하고 있을 때 그의 권리가 최대한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관점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제3국 출신 피해자에게 적용되는 ‘숙려기간’에 대한 설명은 5장에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유럽/비유럽이라는 국적 문제를 접어두고 피해자의 권리에 초점을 맞추어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문서「The EU rights of victims of trafficking in human beings」는 인신매매 피해자들에게 최저 생활 수준 이상의 안전한 거주지와 물질적 원조, 의료 서비스, 심리 상담, 통번역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임신, 장애, 건강상의 위험, 폭력 후유증 등 특별한 상황에 놓여 있는 인신매매 피해자는 별도의 돌봄을 받을 수 있으며, 지원 서비스는 비공개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가해자로부터의 협박 등 2차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쉼터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성폭력을 입었다면 이에 대한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심리적 상담을 제공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11과 제 5장에서 볼 수 있듯이 EU가 아닌 제3국 출신의 인신매매 피해자는 그 지원이 숙려기간 동안에만 한정되므로, 제3국의 출신의 피해자와 EU 출신 피해자에 대한 지원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5장을 참고해주세요!

  

   아동 피해자에 대한 원조, 지원은 아동의 개개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동의 복리와 친권자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시에 당국은 아동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보호자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

  

   2장은 형사 절차에서 인신매매 피해자에게 적용되는 구체적인 보호조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선, 당국은 형사절차에 앞서 피해자 개개인의 위험정도를 평가하여 그에 맞는 피해자 보호조치를 이행하여야 합니다. 또한 인신매매 피해자들은 인신매매 과정에 연루된 범죄행위에 대해 기소되어서는 안됩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는 명백하고 합법적인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하며 더이상 필요하지 않은 때에는 익명 처리되거나 삭제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피해자들은 경찰이나 사법 당국과 처음으로 접촉할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각종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데요, 위 슬라이드의 까만색 박스에 피해자가 제공받을 수 있는 각종 정보들이 나와있습니다:)

  

   수사와 기소를 포함한 인신매매 관련 형사절차에서 피해자는 어떤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요? 피해자는 불필요한 인터뷰와 재판를 반복적으로 받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사생활이 공개되지 않을 권리, 공개적으로 증언을 하지 않을 권리, 가해자와의 시각적 접촉을 피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피해자는 보상을 청구하기 위해 법적 조력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피해자가 충분한 재력이 없을 경우 무료로 제공되어야 합니다. 또한 피해자인는 형사절차에 대한 교육받을 수 있고, 관할 당국과 첫 접촉시 보조인을 동반할 수도 있습니다. 피해자는 형사 절차 전반에 걸쳐 통번역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형사소송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을 지체없이 통지받아야 합니다. EU 지침(Directive) 에서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가해자의 석방이나 탈출 사실 역시 피해자에게 통지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위 내용들은 모두 법적효력이 있는 EU Directive등에 근거한 것들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D )

  

   또한 피해자는 자발적 동의에 따라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데요,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이란 쉽게 말해 피해자가 가해자와 화해하고, 사건의 트라우마로부터 회복할 수 있도록 사법 절차를 지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은 비공개로 진행되며 피해자가 원할 경우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EU 회원국에 거주할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로부터 연락을 취할 수 없도록 당국은 가해자의 접촉을 통제해야 합니다.

아동 피해자는 형사 절차와 관련된 인터뷰를 진행할 때 최소한의 인원이 참여해야 하며, 아동의 복리를 고려해 수사에 필수적인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피해자가 아동인 경우의 공판은 아동의 직접적인 참석 없이 진행하되 통신시설을 이용하여 아동이 자신의 의견을 직접 표명할 수도록 해야 합니다. 사건에 따라서는 가해자에 대한 기소를 아동 피해자가 성년이 된 후로 연기할 수 있습니다.

      인신매매 피해자들은 범죄 피해에 관한 배상제도에 접근할 권한이 있으며, 배상 절차는 민사절차에 해당하지만 피해자는 형사절차 중 가해자의 배상에 대한 판결을 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신매매 과정에서 압류된 인신매매 피해자의 재산은 형사 절차 중에 인신매매피해자에게 지체없이 반환되어야 합니다.

두 개 이상의 EU 국가가 연루된 인신매매의 경우, 예를들어 피해자의 본래 거주지(EU 국가)가 아닌 타 EU국가에서 인신매매가 발생한 경우, 거주지에서 인신매매 관련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피해자는 배상 청구의 가능성과 배상 관련 정보들을 알 권리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EU 시민인 인신매매 피해자의 권리에 대해 살펴보았다면, 5장과 6장은 주로 제3국 출신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장의 1.3에서 제3국 출신 인신매매피해자는 최소한 숙려기간만이라도 무조건적인 원조와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숙려기간’이란 당국이 해당 피해자가 인신매매 피해를 입었는지를 판단하고, 인신매매 가해자를 기소할 것인지를 결정하기까지의 단계입니다. EU 지침은 당국은 충분한 숙려기간을 보장하여 그 기간 동안 피해자가 인신매매 피해로부터 회복하고, 가해자의 기소에 협조할지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3국 출신 피해자의 경우 EU 국가에 자유롭게 머물 수 있는 EU 시민과는 달리, 숙려기간이 종료된 후에는 제한적으로 거주허가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가해자와의 관계를 일절 단절하고, 가해자를 기소하는데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그 국가의 공공질서에 어떠한 위해도 끼치지 않을 경우에 말입니다.

      거주허가가 주어진다 해도 제3국 출신의 인신매매 피해자는 재원이 없는 경우에 한정하여 최소한의 생활수준과 언어적 지원, 응급치료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5.7에 제시된 대로 제3국 출신 피해자에게 주어진 거주허가는 피해자가 인신매매 사건 해결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철회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5년 이상 EU국가에 거주한 제3국 출신 인신매매피해자는 사회보장제도의 도움 없이 경제적으로 자립이 가능한 경우에 한하여 장기거주자 자격을 부여받습니다.

      제5장에 이어 제6장도 제3국 출신 인신매매 피해자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거주허가를 얻지 못하여 EU국가에 체류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제3국 피해자는 자진 출국할 수 있으며, 이 기간은 피해자의 개별 상황에 따라 연장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필요한 경우 법률 상담을 받고 이의절차를 진행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숙려기간이 연장됩니다. 난민에게 적용되는 강제송환금지원칙이 인신매매피해자에도 적용됩니다. 또한 송환되어 본국으로 돌아간 인신매매피해자 역시 영구적으로 EU국가에 입국이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제3국 출신 아동 인신매매 피해자는 본국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경우에만 본국으로 송환됩니다.

이번 밥터디를 준비하며, 위 슬라이드에 소개한 인신매매 피해자의 권리들이 개별적인 법 조항에 근거하여 쓰여진 것이라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습니다. 인신매매 피해자 권리를 나열한 개별 조항들을 30장 남짓한 문서로 정리하였으니, 각 국가들이 인신매매 피해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어필의 변호사와 인턴들은 활발한 질문과 토론을 하며 인신매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한국의 인신매매 관련 법이 가해자 기소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권리 보장에도 초점을 맞추어 나가기를 바랬습니다. 아직 한국은 국가보다는 두레방 등 성매매 피해여성을 돕는 시민단체에 의해 이들의 권리가 어느 정도 보호받고 있는 실정이며, 인신매매와 연루된 범죄 때문에 인신 매매피해자가 구속되기도 합니다. (관련 포스팅: ‘2014년도 세계인신매매실태보고서가 본 한국 ‘) 

전세계적으로 인신매매 피해자는 소수자 중에서도 사회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가장 취약한 사회적 약자이며, 시민단체 위주의 자활프로그램이 피해자 보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듯 보입니다(관련 포스팅: 성착취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2014 성매매방지 국제심포지엄에 가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팔레르모 의정서에 제시된 대로 인신매매에 관한 법이 가해자 기소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권리 보호와 인신매매 예방으로 이어지는 제도가 되어야 므로, 시민사회진영의 입법운동은 이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진짜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이들의 요구를 수렴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하겠지요. <The EU rights of victims of trafficking in human beings>의 목적 역시 인신매매로 인한 상처를 들추고 헤집는 것이 아닌, 구조적이지만 동시에 개인적인 트라우마를 치유하며 이들이 가진 일상의 권리를 회복하는 데에 있습니다. 이들의 목소리와 권리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세요! 감사합니다:)

(7기 인턴 이근옥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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