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선원이주노동자들의 삶(선원 이주노동자의 인권보장과 정책개선을 위한 심포지움 후기)

2013년 5월 16일

선원 이주노동자들의 존재  2010년 4월 2일. 소위 천안함 사건 이후 함정의 실종자와 부유물 수색을 돕던 저인망 쌍끌이 어선인 98금양호가 수색작업 중 침몰하여 승무원 중 두 분이 사망하시고 일곱 분이 실종되신 가슴 아픈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98금양호는 국민들의 시선이 천안함 자체에 보다 집중되어 있던 탓에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였었습니다. 최근에야 관련 법령의 개정으로 승무원들이 의사자로 가까스로 지정되어 유족에게 일정한 보상금이 지급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금양호의 침몰보다 더 주목받지 못했던 일이 있었는데 금양호에 승선하고 있던 외국인 선원들의 죽음이 그것입니다. 금양호의 선원 중 한 분이었던 인도네시아인 람방 누르카요(35세)씨는 사고일시까지 1년 8개월 동안 보통 2,3개월에 한번, 길면 6개월에 한번 육지를 겨우 밟아가며 고되게 지내면서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 80만원을 받고 일하셨는데, 사건 당시 수색작업 중 사고로 인해 죽음에 이르셨습니다. 그의 빈소는 아무도 찾지 않았고, 인도네시아 동료 노동자들이 빈소를 찾았을 때 이미 시신은 고국으로 돌아간 이후였습니다. 이처럼 우리들의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오늘도 바다위에 떠 있는 어선들에는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승선해있습니다. 2012년도 한국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현재 한국 선박에 고용된 선원 이주노동자들의 수는 19,550명으로 전체 선원의 35.6%에 달한다고 합니다. 한국 선주의 배를 타는 10명중 3명 이상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선원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은 매우 열악합니다. 그 중 원양어업 노동자들의 인권침해는 어필에서 그간의 활동상을 블로그에 공유해왔던 것처럼 오양 70호 사건을 통해서 더 분명하게 사회 일반에 알려졌습니다. 최저임금 미달, 감금, 성추행, 상습적인 신체 언어폭행, 비인간적인 근로조건들이 그것이었죠.  한 이주노동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노예였다. 일반 노동자들은 목소리를 갖고 있지만 우리는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우리가 배에 타고 나면 우리는 갇히게 된다. 우리는 현대판 노예선에 갇히는 것이다.(한국 원양업체의 노동 및 인권 침해에 대한 오클랜드 대학의 보고서, http://www.apil.or.kr/941)

작년 즉, 2012년에는 위와 같이 어업 종사자의 상당수를 이루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상황(특히 원양어선이 아닌 연근해 선원들을 중심으로)을 전면적으로 다룬 최초의 연구가 있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주한 연구용역 ‘어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가 그것인데요. 이 연구를 통해 이주진영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활동하고 계신 여러 활동가분들과 법률가들, 다양한 직종에 계신 분들의 노력으로 그간 암암리에 알려졌던 선원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실태가 보다 광범위하게 드러났을 뿐 아니라 이 문제에 다양한 이권이 개입되어 있고, 법률적 문제를 비롯한 구조적 문제들이 다양하게 얽혀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 연구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국토해양부(해양수산부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및 수협중앙회에 선원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개선 정책권고, 그리고 이주노동자인권모임 등 여러 단위에서 이에 대한 대응활동들이 있었습니다.    

선원 이주노동자의 인권보장과 정책개선을 위한 심포지움

위와 같은 활동들의 연장선 상에서 2013년 5월 14일에는 부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 주최로 ‘선원 이주노동자의 인권보장과 정책개선을 위한 심포지움’이 열렸습니다. 선원 이주노동자들을 둘러싼 현안들을 간략히 정리하고, 2012년의 실태조사 이후 다양한 단위에서 실천해야할 노력의 방향들을 토의해보기 위한 장이었습니다. 

[사진 1 : 심포지움 현장]

[사진 2 : 심포지움 자료집과 해양경찰청의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강화 보도자료]

[사진 3 : 토론회 발표자들의 모습]

먼저 김사강(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님께서는 ‘선원 이주노동자의 인권실태 및 제도적 문제점’을, 오세용(경주이주노동자센터 소장)님께서는 ‘상담사례를 통해 본 선원이주노동자의 인권실태’를, 이정민(부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 이주민법률지원단장)님께서는 ‘선원 이주노동자의 인권보장을 위한 법제도적 쟁점’을 발표해 주셨습니다.  

발표자분들께서 정리해주셨듯이, 전체적으로 보면 연근해 어업이주노동자들의 문제는 크게 몇가지로 압축됩니다. 여러가지 폐혜로 끝내 폐지되었던 산업연수제도와 거의 동일하게 운영되는 ‘연근해어업 20톤 이상 어선’에 적용되는 외국인선원제도 자체, 그로 인해 선원 이주노동자들의 송출-송입 과정에서 영리 민간단체들이 저지르는 각종 기망행위와 비리, 이주노동자들이 지불하는 높은 입국비용, 국토해양부장관의 고시가 아닌 ‘선박소유자단체인 수협과 선원노동자단체인 한국노총 소속 해상노련간의 협의로 정하는 최저임금’, 불안정한 지위로 인해 감수해야하는 비인간적인 근로조건, 근로감독 및 침해구제의 부실등이 그것입니다.

약간 거칠게 요약하자면, 그들은 “돈 많이 벌 수 있는 줄 알고 빚내어 입국비용 지불하고, 불법적인 보증금도 내야되는줄 알고 속아서 지불하며 한국에 왔는데, 어업활동에 대한 제대로된 교육도 없이 배에 타기 시작하여 열악한 숙식조건을 감내하며 고되게 일하면서도 한국인 선원들과 달리 최저임금보다 열악한 임금을 받고, 그마저도 수시로 체불되며, 여권등 신분증명서들도 선주들이나 관리회사에게 압류당한 상태에서 수시로 당하는 폭행, 폭언이나 다양한 업무상 재해에도 이를 책임질 주체가 없고, 휴어기에는 계약이 해지되는 구조라 함께 목소리를 낼 노동자들의 조직도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김종철 변호사가 작성한 ‘연근해 외국인선원의 인권 침해 실태(“이주민과 함께” 방문 후기‘(http://www.apil.or.kr/1125)에는 위와 같은 문제들의 맥락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들이 발표자들의 발표를 통해 공유된 후 

육성철(국가인권위원회 침해조사과 사무관)님께서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의 개선권고에 대한 해수부와 수협중앙회의 입장이 정리된 ‘연근해 선원이주노동자 인권개선 정책권고 수용 보고’를 발표해주셨고, 그에 이어 장현술(민주노총 부산본부 사무처장)님께서 선원 이주노동조합 조직의 과제와 어려움에 대하여 ‘선원 이주노동자의 인권개선을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을 발표해주시고, 김그루(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 모임 상담실장)님께서 이주민들 스스로의 권리에 대한 인식제고와 담론 형성을 위한 ‘선원 이주노동자 인권보장과 정책개선을 위한 인권단체의 역할’이란 주제를 발표해주시며 토의가 이어졌습니다. 이미 훌륭한 연구결과물은 놓여있었지만, 그 현실을 바꿔나가기 위해서는 정책적 측면의 접근과 실무를 담당하는 기층 단체들의 지난한 노력이 장기적인 과제로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선원 이주노동자들의 규율하는 이원화된 법제도와 우리들의 주목의 필요

선원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인권상황의 근저에 놓여 있는 원인 중 하나는 이원화된 법제도였습니다. 근로기준법의 특별법으로서 선원들의 직무와 근로조건을 규율하는 선원법은 총톤수 20톤 이상의 어선에 고용된 선원들에만 적용되고, 그 미만의 어선에 고용된 선원들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고용허가제를 규정하며 외국인근로자들의 특수성을 반영해 주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등에 관한 법률은 20톤 이상의 어선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결국, 20톤 이상의 어선 선원에게는 ‘선원법’이, 미만 어선 선원에게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등에 관한 법률 및 근로기준법’ 즉, 고용허가제가 적용되는 이원적 구조가 성립된 것입니다. 아래의 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분류

고용허가제(어업) 

 외국인 선원제도

 주무부처

고용노동부 

 해양수산부

 운용기관

고용노동부 

 수협중앙회 

 근거법령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선원법] 및 해양수산부 고시 [외국인선원 관리지침] 

체류자격 

비전문취업 어업(E-9-4) 

선원취업(E-10-2) 

고용허용업종 

연근해어업 중 20톤 미만 어선과 양식어업 

연근해어업 중 20톤 이상 어선 

도입국가 

MOU 체결 15개국 

3개국(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표 : <고용허가제(어업)와 외국인 선원제도 비교>, 선원 이주노동자의 인권실태 및 제도적 문제점, 김사강, 심포지움 자료집 5면에서 인용]  

여기서, 20톤이란 기준 즉,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선원법이란 특수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기준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일반적으로 이 기준은 선박에서 숙식이 가능한지 여부라고 이해됩니다. 즉, 20톤 이상의 선박부터는 선박에서 선원들이 숙식을 하게 되고, 20톤 미만의 선박에서는 숙식이 어려운데, 이에 근로기준법을 20톤 이상의 선박에도 적용하게 될 경우 선박안에서 숙식이 이루어지기에 24시간 전부가 ‘사용자 지배시간’ 즉, 근로시간이 되게 되어 초과근무수당등의 지급을 해야 해서 사용자의 임금지금 부담이 엄청나게 높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선원의 특수한 근무형태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사용자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도 있는것이죠. 

그런데 선원법의 적용을 받는 20톤 이상의 선박 선원 중 이주노동자들의 경우에는 특이하게 선원법 제115조 및 같은법 시행령 제39조에 의해 ‘외국인선원 인력수급계획’의 적용을 받고, 이에 따라 제정된 해양수산부 장관 고시인 ‘외국인선원 관리지침’과 사실상 선박사용자단체들의 모임인 수협중앙회의 ‘어선외국인선원운요령’이라는 규정의 적용을 받습니다. 이에 국가가 제도를 운용하는 고용허가제와 달리 기이하게도 한쪽 이해당사자인 수협중앙회가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국 과다한 송출비용 문제, 이주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이탈보증금 및 관리비 징수문제, 신분증 압류 및 임금체불의 문제 등으로 악명이 높았던 산업연수생 제도가 거의 이름만 바꾸어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20톤 이하의 선박 선원들에게 적용되는 고용허가제 자체도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20톤 이상의 선박 선원들에게는 고용허가제 하에서 만큼의 보호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심지어 20톤 이상 선박 선원들에게도 고용허가제라도 적용받게 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저는 여태까지 이런 사정을 잘 몰랐습니다. 왜요? 저는 이주민도, 연근해 어업 이주노동자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으면서도 저와 달리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외부에 목소리 내어 알려오던 분들이 계셨습니다. 아마도 그분들은 선박 이주노동자들에게 인정되어야 할 당연한 권리들의 침해, 그들이 처한 부당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에 의분을 느끼며 그들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것을 자신의 의무로 여겨오셨기 때문에 그러하셨다고 추측해봅니다. 4D(Dirty, Difficult, Dangerous, Distant) 업종의 기피로 국내 노동력 공급이 부족하게 된 현실과, 코리안 드림으로 부풀려진 이주노동자들의 희망과 만나는 지점에 공정한 최소한의 틀을 형성해 줄 법적 제도의 뒷받침이 없다보니, 마치 황무지와 같은 법적 공백 속에 이주 노동자들의 신체, 정신, 노동력의 착취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 속에 이미 이전에 다른 분들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여러분들의 주목과 의분, 공감이, 그리고 우리들의 더 분명한 운동들이 요청되고 있습니다.

(펠로우 이일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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