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난민의 국제적 보호- 법, 정책, 관습

2012년 11월 8일

난민, 난민신청자 및 인신매매 피해자의 보호에 대한 워크샵

2012. 10. 27 @대만 변호사 협회 by Martin Jones

 

난민의 국제적 보호- 법, 정책, 관습

 

 

     며칠 전 네이버 검색어 1위가 “난민법 폐지” 였다. 난민들을 돕고 있는 어필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터라 이런 말들을 들으면 가슴이 덜컹덜컹 내려앉기도 하고 참 많이 씁쓸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기서 일하기 전까지 난민에 대해 무지했고, 또 관심조차 없었던 나였기에 난민법 반대를 외치고 있는 사람들을 무조건 비난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이번 대만 워크숍에서 배우고 느낀 바를 나누는 이 글을 통해 난민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피할 수 없는 문제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필에서 일을 시작한지 벌써 2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사무실로 찾아오는 외국인들의 난민신청부터 소소한 삶의 문제까지 함께 해결 하시기 위해 고군분투 하시는 변호사님들에게 작은 보탬이나마 되고자 발로 뛰고 인터넷을 뒤적뒤적하면서 난민과 그들의 인권에 대해 조금씩 배울 수 있었다. 좋은 분들과 함께 일하며 배울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라고 감사한 마음이었는데 또 변호사님들의 호의로 대만에서 진행되는 “난민, 난민신청자,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워크숍에 참석할 수 있는 엄청난 행운까지 누리게 되었다. (I Y APIL ^^).

  

   대만의 타오위안 국제공항에 내리자마자 나는 불편함을 느꼈다. 사방천지에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는 어려운 한자만이 있는, 글을 읽을 수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이곳 대만에서 혼자 길을 잃게 되면 큰일 나겠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덜컥 겁이 났다. 어필 식구들이 옆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행을 잃게 되면 어떻게 될까라는 찰나의 아찔한 상상만으로도 무척이나 두려웠던 나는 어쩌면 정치, 종교, 인종 등 다양한 이유로 받는 탄압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타국을 떠돌아 다녀야만 하는 난민들이 느낄 공포와 두려움은 훨씬 더 크겠구나 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난민들이 겪고 있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그들의 삶의 무게를 다 알 수도 없고 이해 할 수 도 없지만 잠깐 느낀 나의 두려움과 공포가 워크숍 장으로 가는 나의 발걸음을 더 비장하게 한다. 열심히 배워 조금이나마 그들에게 도움이 되어 주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워크숍 첫날 우리는 Martin 교수님으로부터 국제적인 난민보호를 위한 법, 정책, 그리고 관행들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배운 내용 중 일부 만을 이 지면에 실어 이 글을 읽는 분들과 나누려고 한다. 

 

UN의 난민고등판무관의 주도하에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하는 “난민협약”이라 하겠다)이 체결 되었다고 한다. 이 협약의 1조 A(2)항에 따르면 난민을 “인종, 종교, 국적 또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 및 이들 사건의 결과로서 상주국가 밖에 있는 무국적자로서 종전의 상주국가로 돌아갈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종전의 상주 국가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또 모든 사람들이 1조 A(2)항에 난민조약의 1조 F항은 평화에 대한 범죄를 저지를 사람, 혹 피난국에 입국 허가 전에 자신의 나라에서 중대한 범죄를 범한 자, 혹은 국제연합의 목적과 원칙에 반하는 행위를 행하는 자를 난민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 난민법 폐지를 지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난민법 시행을 반대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외국인 흉악 범죄의 증가를 뽑고 있다. 하지만 위의 난민협약에서 정의한 바와 같이 난민들은 인종, 종교, 정치 등 다양한 이유로 핍박을 받지 않고 우리와 같은 생명의 존귀함과 행복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우리에게 보호를 요청하고 있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지,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위험 요소가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들처럼 난민 또한 생명의 존귀함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단지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혐오감과 난민에 대한 편견과 무지로 침해하고 목숨마저 잃을 수 있는 위험으로 내모는 것은 우리의 선한 양심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난민협약은 누가 난민이 되는지를 결정하는 절차는 각 국가의 재량에 맡긴채 위와 같이 누가 난민인지에 대한 난민 인정 기준을 정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엄격하게 신청자의 난민 인정 여부를 결정할 것 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외국 난민들이 무분별하게 우리나라로 이주해 오는 일은 사실 상 불가능 하다. 실제로도 우리나라는 난민 신청을 인정해 주는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라고 한다.

 

 Martin 교수님은 난민협약의 대부분은 협약에 서명하고 비준한 국가들이 난민들에게 보장해 주어야 할 권리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하셨다. 난민들이 각종 생활영역에서 누려야 할 권리를 정하여 주는데 예를 들어 이동의 자유, 재산의 이전의 자유, 또 난민 협약이 가지고 있는 큰 특징 중 하나는 난민들이 일할 수 있는 권리와 자유에 대해서까지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하셨다.

 

193개의 UN 가입국 중 난민 협약에 가입한 국가는 140여개국이라고 한다. 많은 국가들이 난민협약에 서명하고 비준하였다고 해도 난민협약을 어겼을 때에 처벌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여전히 지금도 4천만명이 넘는 난민과 국내실향민이 있다. 

 

 

이번 워크숍을 주최하고 있는 대만은 중국과의 관계로 인해 많은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국제 연합이 창설된 1945년 당시에 대만 (중화민국)은 제 2차 세계 대전 승전국으로 중국을 대표하여 국제 연합 창립 회원국으로 가입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1970년대에 중국(중화인민공화국)과 국교를 수립하는 국가들이 많아지고 광대한 영토와 많은 인구를 가진 중국이 국제 연합에 가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고, 결국 1971년에 열린 국제 연합 총회에서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는 결의안이 채택된 것을 대만이 반발하여 국제 연합을 탈퇴하고 중국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대만은 국제 연합 및 국제 연합 부속 기관의 어떠한 활동에도 참여할 수 없게 되었으며 1993년부터 2007년까지 국제 연합 재가입을 시도했으나 중국의 반대로 번번이 실패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대만은 난민협약에 가입할 수 없지만 국제 사회의 요구와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여러 인권단체와 시민단체가 난민법을 제정하여 그들의 권리 보호에 노력하고 있다. 대만의 이러한 노력은 국제 사회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교수님께서 덧붙이셨다.

 

 한국은 1992년에 난민협약에 가입하여 1993년에 발효하였고 헌법에서 국제 조약이 한국의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고 있다고 표방하고 있다. 따라서 난민협약의 가입으로 한국은 자국에 돌아가면 위험한 사람들의 생명의 존엄성과 안전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법적인 의무가 요구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한국은 올 해 초에 난민법을 제정하여 공포하였다. 이번 난민법의 제정을 통하여 난민 인정 절차가 더욱 체계화 되고 난민 신청 중인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난민법 시행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세금으로 자국민을 돕기도 바쁜데 왜 우리와 상관없는 외국인들을 우리의 세금으로 도와야 하는지, 또 우리나라 청년들의 실업률도 높은 이 와중에 외국인들의 유입으로 혹여 우리의 일자리가 빼앗기면 어떡할 것이냐고 불만의 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세계 시민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고, 또 한 국가의 힘으로는 해결 할 수 없는 많은 문제들과 마주하고 있고,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 세계적인 협조와 도움을 요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도 언제가 다른 국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즉, 난민이라는 것이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쁨을 위해 떠난 여행지에서도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문화들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고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기억하면서 핍박을 피해 살고자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나라로 흘러오게 된 난민들의 고달픔을 조금만 더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들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행복과 안정을 누리길 원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그들을 돕는 것이 그리 힘든 일만은 아닐 것이다.

 

첫날 워크숍을 통해 난민들에 대한 이해와 그들 또한 우리처럼 행복한 일상을 꿈꾸는 평범한 인간이기에 그들이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를 위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조금씩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4기 인턴 박효주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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