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5월] #78. 난민의 권리를 중대하게 제한하려는 수 차례 시도들을 대하며 — 난민법 개정안 이야기 - 이종찬 변호사

2026년 5월 20일

안녕하세요. 어필의 이종찬 변호사, 제이입니다. 그동안 '비틀거리며 짓다'를 통해 승소 소식도, 패소 속에 숨은 이야기도 나누어 왔습니다. 지극히 환대받는 기쁨과 감동의 경험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들고 왔습니다. 난민법을 바꾸려는 움직임, 특히 난민재신청을 제한하여 난민을 더 빨리 내치고 돌려 보내는 방향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정부, 구 여당, 현 여당 모두 같은 방향의 난민법 개정안을 내놓았습니다. 

난민재신청을 제한하려는 입법 시도는 최근 세 번 있었습니다. 21대 국회의 정부안, 22대 국회의 유상범 의원안, 그리고 이번 2026년 3월 김기표 의원 등 12인이 발의한 「난민법 일부개정법률안」입니다. 앞의 두 개는 내용이 거의 동일합니다. 난민재신청에 대한 적격심사를 하여 이 심사를 통과한 재신청자만 본안 심사를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가장 최근의 김기표 의원안도 취지는 동일하나 난민재신청에 대해 출입국이 ‘각하’ 결정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려고 합니다. 

최근 김기표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은 앞선 개정안 대비 더 위기의식을 갖게 만듭니다. 이미 정부와 구 여당에서 비슷한 취지의 개정안을 내놓았는데,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현 정부 여당이 또 유사한 취지의 개정안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외국인의 인권과 권리 옹호에 관심과 지지를 이전 정부보다 더 보내주리라 기대했던 정치권에서 나온 법안이라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여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비슷한 취지의 야당 개정안도 있으니 마음먹으면 그대로 통과시킬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게 합니다. 

이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공익법센터 어필과 다른 여러 난민권리 옹호 단체들의 난민 법률조력에도 중대한 부정적 영향이 생길 수 있기에, 독자분들께 이 지면을 빌어 최근 개정안의 문제 핵심을 잘 전달 드려보려고 합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한 단어로 ‘각하'입니다.

누군가 행정청이나 법원에 무언가를 신청했을 때, 그 결정은 보통 세 가지로 나뉩니다. 신청을 받아들이는 '인용', 내용을 들여다본 끝에 받아들이지 않는 '기각', 그리고 내용은 들여다보지도 않고 돌려보내는 '각하'입니다. '각하'는 원칙적으로 형식적인 요건, 그러니까 신청 기한을 넘겼다거나 신청할 자격이 없다거나 하는 '문 앞에서 바로 확인되는 흠'이 있을 때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이 '각하'라는 단어를 빌려 난민인정 심사 자체를 받을 기회를 박탈하려 합니다. 각하 사유는 총 세 가지로 제안되었는데, 거짓 서류를 냈다는 이유로, '중대한 사정 변경' 없이 다시 신청했다는 이유로, 면접에 세 번 연속 불출석했다는 이유로 난민신청을 각하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문제가 보이시나요? 거짓 서류인지, 사정이 중대하게 바뀌었는지, 출석요구가 제대로 전달되긴 했는지는 모두 사안을 꼼꼼히 들여다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입니다. 객관적이고 형식적인 사실에 관한 것이어서 바로 확인되는 흠이 아닙니다. 이 개정안은 실질적인 심사가 필요한 일에 '각하'라는 간편한 외피를 씌워 빠르게 종결 처리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중대한 사정 변경 없는 난민재신청 등을 각하하는 것이 왜 문제일까요. 저희는 이미 비슷한 일을 겪어 보았기에 이 위기감은 현실적입니다. 

'비틀거리며 짓다'를 읽어오셨거나 어필을 오래 응원해오신 분이라면 '공항 난민' 이야기를 아실 겁니다. 인천공항이나 제주공항 등에서 난민신청을 한 분들이 '난민심사에 회부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받고 출국대기실에 몇 달씩 갇혀 있던 이야기입니다. 제가 어필에 와서 처음 맡았던 사건도 바로 러시아 국적의 징집 거부를 이유로 한 공항 난민신청자들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심사 불회부'라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각하'와 아주 닮았습니다. 난민인정 심사라는 본안에 들어가기 전에 문 앞에서 막아 돌려 보내는 것이지요. 불회부 사유도 '거짓 서류를 제출한 경우', '명백히 이유 없는 난민신청인 경우'처럼 실질적인 판단이 필요한 – 자의적으로 적용되기 쉬운 것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결과가 어땠을까요. 최근 5년간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한 분들 중 심사에 회부된 비율은 평균 36%에 불과했고 매년 회부율에는 큰 변동이 없었습니다. 즉, 전체 난민신청의 삼분의 일 정도만 입국하여 난민인정 심사를 받을 수 있고 나머지는 국경에서 거부되어 돌려 보내졌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불회부결정을 법원에서 다투면 최근 몇년 간 1심 승소율이 무려 60%에 달했습니다. 행정청의 판단이 그만큼 자주 틀렸다는 뜻입니다.

법원은 10년 전부터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심사에 회부해 신중히 판단받게 하라"고 했고, 작년에는 대법원까지 나서서 불회부 사유를 엄격하게 좁혔습니다. 그런데도 행정청의 불회부 관행은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으려면 난민신청자 한 분 한 분이 변호사를 구해 몇 달씩 공항에 갇히는 고통을 견디며 소송을 해야 하는데(모두가 그렇게 할 수는 없기에 불회부결정 건 중 소수만 소송에 이릅니다), 그렇게 소송을 거쳐도 해당 사건의 당사자만 구제될 뿐 실무의 변화를 경험하지 못해왔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불행히도, 공항에서 벌어진 이 일을 모든 난민신청자에게로 확대하는 것입니다. 공항 난민심사 제도를 통해 이미 위법성이 확인된 제도를 일반 난민인정 절차로 넓히는 셈입니다.


'중대한 사정 변경 없는 재신청' 각하가 가장 걱정스런 부분입니다. 

이 또한 이미 경험이 있습니다. 현재에도 난민재신청자들은 난민업무 지침에 따라 ‘체류자격 제한 심사 대상자인지’에 대해 간이한 심사를 받습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 ‘체류자격 제한 대상자’로 분류되어 비자 연장이 불허되고 외국인등록증을 빼앗기며 출국명령을 받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난민재신청자 중에 중대한 사정 변경 있음을 인정받아 체류자격 제한 대상자가 아니게 된 사람들(쉽게 말해 난민재신청을 해도 체류자격이 여전히 인정되고 외국인등록증을 보유하여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그런 통계가 없다는 이유로 공개 거절). 그런데 저희가 실무에서 경험한 체감에 따르면 중대한 사정 변경을 인정받은 케이스는 아주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만약 중대한 사정 변경 없는 재신청 각하 제도를 도입하려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지금의 실무를 답습하여 기계적인 각하 결정이 남발될 것이라는 우려를 떨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기가 정말 어렵다는 현실도 고려해야 합니다. 2025년 난민인정률은 1.45%였고, 가족결합과 재정착난민, 소송으로 인정된 난민을 제외하여 오로지 출입국과 법무부 이의신청 단계에서 심사를 거쳐 난민인정을 받은 건수는 1년 중 10건에 불과했습니다(난민인권센터가 법무부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한 다음 링크의 보고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nancen.org/416394). 심사 인력도, 통역도, 법률 도움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소송 단계에서 변호사 없이 혼자 싸우다 기계적으로 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첫 신청 때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해 인정받지 못한 분이 난민재신청을 하는 것은 '제도 남용'이라고 단정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실제로 세네 번 신청 끝에 어필 등을 통해 제대로 된 법률조력을 받고난 후 비로소 난민으로 인정된 분들이 계십니다. 예컨대 작년에 제가 이 지면에서 소개했던 나이지리아 IPOB 활동가 'A'님이 바로 네 번째 신청 끝에 인정받은 분이었습니다. 이번 개정안이 작동하는 환경이었다면 그분은 재신청들이 각하되어 영영 본안 심사를 받지 못했을 것이고 강제송환의 실제적 위기에 놓였을 것입니다.


‘무조건 반대’만을 외치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는 한국의 느리고 비효율적인 난민심사제도가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개선의 해법이 난민재신청을 부당하게 제한하여 '더 빨리 내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됨을 강조할 뿐입니다. 

사고의 전환의 필요합니다. 정부는 반복적인 난민재신청으로 제도를 남용하는 소수의 신청자들을 비난하며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외치지만, 앞서 본 것처럼 이미 난민재신청에 대한 매우 높은 수준의 제한이 가해지고 있습니다(체류자격 제한 심사를 거쳐 비자 연장 불허 및 외국인등록증 회수를 하며 출국명령을 내립니다). 이미 비판받고 있는 난민재신청 제한을 더 공고히 할 게 아니라, 심사 제도 자체를 효율화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예컨대 심사 인력을 늘리고, 통역을 의무화하고, 초기 단계부터 법률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 분쟁국에서 온 분들을 신속 심사 대상으로 분류하여 더 빨리 보호를 받게 하는 것. 그것이 진짜 효율이고, 난민협약 의무 이행의 올바른 예입니다. 

오는 6월 난민의 날을 앞두고 이 개정안의 문제를 알리는 토론회가 열립니다(저는 어필의 일원으로, 발제자 자격으로 참여합니다). 국회에서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지 않도록 여러 통로로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 토론회도 그러한 소통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를 통해 난민법 개악을 막아서는 것은 물론, 난민법이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개선되도록 목소리를 모으려 합니다.

난민법이 개악이 아니라 개선의 길로 가도록 함께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공익법센터 어필 이종찬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6.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