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누리고 미래를 상상했던 학생 시절의 기억
여러분 인생의 첫 기억이 몇 살 때부터세요? 저는 영유아 때의 기억은 없고 돌이켜보면 5살 어간부터 기억이 시작되는데요. 제 생의 첫 기억이 교육기관에서 시작됩니다. 경기도 부천에 있던 성당 부설 유치원에서 어떤 체험학습을 가면서 선생님이셨던 수녀님들과 함께 감자를 뽑았던 기억 흙을 만지면서 감자를 뽑으며 웃었던 기억이 첫 기억이랄까요? 이후 야생과 같은, 드라마 같은 일들이 매일 펼쳐졌던 초중고의 기억과 어느덧 성인으로 대우받으며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도록 공간을 줬던 대학생 때의 기억. 제 삶의 방향을 찾았던 대학이란 자유의 공간의 기억은 지금도 절 미소 짓게 하네요. 벌써 대학생 때 기억도 20년도 훨씬 더 된 오래전의 일이네요.
한국을 찾은 많은 난민 중에는 학교에 다니다 졸업하지 못하고 탈출해서 온 친구들이 있습니다. “Mr. Lee 대학 공부 계속할 수 없을까?” 한국에서 너무 많은 혜택을 받고 살아온 저는, 이 당연한 질문에 잘 답하지 못했습니다. 언어는, 학비는, 제도는, 과거에 학교를 다녔다는 서류로 증명해야 하는 학력 인정의 문제는 너무나도 단시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죠. 친구들은 결국 학생으로서 ‘배우는 삶’의 기회를 얻지 못했고 ‘생산하는 삶’을 찾았습니다. 매일의 생활비와 누울 자리를 위해 공장을 찾았고, 체불임금 때문에 힘들어하고, 차별 때문에 멸시를 당하며 생존해 갔습니다. 비틀거리며 옛글에도 쓴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려움 속에서 안전한 법적 지위를 선물할 수도 있고, 너무도 중요한 일이지만 평화를 선물할 수 없고, 권리를 줄 수 있지만 행복을 줄 수는 없는 본연적 한계를 여기서도 느낍니다. ‘추방당하지 않고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란 너무도 엄청난 일의 의미를 알면서도 더 많은 것을 난민들이 함께 누리게 할 수 없겠느냐고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죠. 인간의 삶은 ‘추방당하지 않는 생존’이 전부가 아니며, 인간의 삶엔 더 많은 풍요로운 행복과, 아름다움, 선물, 꿈이 있어야 하니까요.
국내 난민 구조에 전력해 온 어필이 학생인 난민들의 해외 난민 구조도 함께 시작하려 합니다
한국을 찾은 난민들을 돕고 법률로서 법적 지위와 권리를 확인하는 데 전력해 온 어필은 작년 초부터 중장기 프로젝트로 해외 난민 구조 활동도 함께 하려고 모색해 오고 이제 올해부터 그 사업의 첫 삽을 뜨려 합니다.
캐나다 등 더 빨리 시작한 나라들도 있지만, 2000년대 후반 들어 일련의 국가 내 시민사회에서는 우연한 기회로 국가에 찾아오게 된 난민들의 구조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 탈출할 방법도 찾지 못하고 제3국에 있는 난민들의 직접 구조에 뛰어든 사례들이 많이 있습니다. ‘원조’ 활동이 아니라 ‘데려오는 활동’으로 말입니다.
1951년 난민협약은 난민의 정의와 권리에 관해 설명했지만, 난민의 비호권 즉, ‘피난’의 경로에 대해서는 침묵했습니다. 난민들이 어디론가 탈출해서 목숨 걸고 난민선을 타든, 사하라 사막을 건너 인신매매를 당하든, 피난의 책임은 오롯이 난민들에게 주어진 무게였고, 안전한 경로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국가가 문을 닫아걸었으니까요. 그래서 이것을 보완하고자 ‘안전한 경로’를 난민들에게 제공할 수 없을까? 하는 문제 의식 속에 ‘유학생’으로 난민들을 데려와 공부와 미래를 꿈꿀 기회를 그리고 안전을 제공하는 방법들이 생겼습니다. 해외의 여러 사례가 있는데요. 캐나다에서는 학교마다 학생들이 학생회비의 일정 부분을 적립해서 대학생으로 난민들을 데려옵니다. 재단들도 나서고요. 영국에서는 난민 보호에 굼뜬 정부를 옆으로 밀어내고, 시민들이 직접 난민들을 보호합니다. 동아시아에서는 일본 정부가 시리아 국적의 전쟁으로 학업이 중단된 난민 친구들을 학생으로 데려와 안전과 미래를 보장해 주는 방법이 있었지요. 해외에서는 ‘보충적 수용경로’라고 말하는 난민 보호의 전통적인 경로에 추가되는 방법의 하나로서, 간명하게 ‘학생 난민 보호’라고 부르겠습니다.
학생 난민 보호에는 이러한 난민협약의 잔인한 맹점 외에 긴급한 필요도 있는데, 학업이 중단된 수많은 난민이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수의 난민은 아동이거나 학생입니다. 제3국으로 피난을 와 잠정적으로 머물고 있지만, 대부분 학업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매일을 생존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고등교육을 꿈꾸기는 어렵죠.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요? 본국에서도 더 이상 중학생 이후 탈레반의 정책으로 더 이상 공부를 할 수 없죠. 제3국에 피난한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제3국에 갇힌 우크라이나, 이란 학생들은요? 학업의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안전한 피난과 정착을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문제의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정부는 난민 보호에 너무 굼뜹니다. 수많은 무력 충돌과 기후 위기, 인권침해에 찢겨가는 난민들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죠. 전 세계 최하위의 난민 보호율을 기록하는 한국은 말할 것도 없고, 대체로 많은 나라들이 정부는 보호에 느리고 추방에 빠릅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보충적 수용경로라는 방식은 다른 방법을 도입합니다. 정부가 주춤거릴 거면 우리 시민들이 직접 구하겠다.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탈출시킨 영국의 Ukraine Scheme 같은 경우도 그런 예죠. 캐나다의 제도도 5명이 한 명의 난민을 지원하여 탈출시켜 비자를 제공합니다. 국제개발 단체들의 결연을 통한 아동 후원이 먼 곳에서의 지원에 그친다면 여기서는 실제로 한국으로 도착하여 미래를 꿈꿀 수 있게까지 합니다.
‘안전한 피난’을, 그리고 ‘법적 지위만이 아니라 미래를 꿈꿀 기회’를 권리로서 갖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어필이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정부의 책임은 계속 묻지만, 보호보다 추방에 빠른 정부에게 언제까지만 이 시급한 난민 보호를 맡겨놓을 것인가? 어필은 그래서 연구해 왔고, 어필의 활동 안에 녹일 방법을 모색해 왔고, 실제로 올해 어필에서는 2월에는 일본에 방문하여 유사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대학교들, 재단들, 주요 단체인 Pathways Japan 또는 JICA에서 시행하고 있는 JISR 사업 등의 실제 담당자들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멋진 후기가 있어요 여러분클릭클릭).
올해 다양한 단계를 거쳐 2027년 초부터 제3국에서 안전과 미래의 꿈을 찾지 못했던 친구들을 대학교에 올 수 있도록 조금씩 도울 예정입니다. 국내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 소멸 해결, 유능한 인재 양성과 같은 형태로 이주민을 도구화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과 결로, 시민사회가 직접 주도권과 initiative를 갖는 모델로 기획해서 실현에 나갈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시작을 기화로 한국에 있는 난민 배경을 가진 친구들의 장학금과 미래를 위한 제도 마련, 난민으로 탈출하여 적응했던 과거의 경험이 계급적인 교육이 펼쳐지는 한국 사회에서 벽으로 작용하지 않고 기회와 용기의 자산으로 연결되도록 더 많은 기회를 열어 가보려 합니다.
어필이 쏘아 올릴 원기옥을 위해 여러분의 힘을 나눠주세요
쉰들러 리스트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현재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전도된 국제적인 국면에서 선뜻 언급하기 어려운 주제이지만, 과거 나치 시절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오스카 쉰들러라는 사업자가 학살당하는 유대인들을 탈출시킨 실화를 바탕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들었던 영화죠. ‘내가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 ‘조금만 더 돈이 있었더라면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는데’하고 절규하는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있습니다. 요즘 그 기분이 듭니다.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을 잘 구분해야 하는데, 해야 하고 할 수도 있는 일인데 조금만 더 힘이 모이면 될 텐데 하는 마음이죠. 재단도 만나고, 기업도 만나고, 대학도 만나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보았던 드래곤볼 만화도 갑자기 생각납니다. 너무 옛날 만화라 죄송…(^^;) 주인공 손오공이 당시 시점의 최종 보스로 지구를 파괴하고 있던 절대 악마신 부위와 싸우기 위해 최종무가 원기옥을 준비하는데요. 원기옥은 혼자의 힘으로 쓸 수 없는 무기였습니다. 전 우주 생명체들의 기를 모으고 모아 한마음으로 뭉쳐서 사용하는 무기였거든요. 손오공의 명대사 “원기옥! 모두 조금만 힘을 빌려줘!”. 영웅 손오공이 아닌 모두의 힘이 모인 연대의 힘으로 마인부우를 물리칩니다.
어필의 여태까지의 옹호활동도 모두 여러분의 지지 덕분이었습니다. 어필이 더해나갈 앞으로의 활동에도, 국내 난민들의 가열한 구조를 위해서, 그리고 국외에 있는 꿈이 단절된 난민 학생들의 꿈과 안전을 위해서, 쏘아 올릴 원기옥을 위해 여러분들이 모두 힘을 모아주세요. 여러분의 지지로, 후원으로 원기옥을 모아주세요. 장학재단도, 기업 사회공헌팀도, 실제로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분들 주변의 소개와 연결로 원기옥을 모아주세요. 어필은 어필의 활동을 응원해 주셨던 모든 분의 지지에 힘입어, 그동안의 모든 진심과 노력, 전문성과 열정을 바탕으로 전쟁과 무법의 시대에 평화와 안전, 정의와 평등을 위한 길을 비틀거리더라도 계속 앞으로 걸어가겠습니다. 내년 초 여러분들이 모아주신 원기옥으로 한국에 도착한 학생들과 함께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공익법센터 어필 이일 변호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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