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할까’에서 ‘하다’로: 공감하는 공간 “서유당” 대표 김현님과 만나다

2018년 1월 16일

“즐거운 상상을 하다 보니 그 속에서 별난 욕심도 생겨났고, 그 결과 자신이 원하는 걸 실천에 옮기겠다고 서두르기 시작했다”  
– 미겔 데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인천광역시 송도신도시의 한 골목. 2017 년 7 월, 다소 어둡고 좁은 그 골목 한쪽에 ‘서유당’의 불이 켜졌습니다. 골목에 들어선 서유당의 김현 대표님은 가장 먼저 서유당 앞 가로등이 제대로 켜져있지 않음을 주목합니다. 깜박거리는 불 아래 언뜻, 그 좁은 골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작은 쓰레기 더미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골목 청소를 위해 서유당의 번지수를 따서 “해돋이로 114 서유당 프로젝트”를 시작한 김현 대표님. 골목의 다른 주민들과 뜻을 모아 가로등도 고치고, 쓰레기도 치웁니다. 깨끗해진 골목에 이제 쓰레기는 지정된 곳에만 버리라는 배너도 만들어 붙입니다. 내 행동의 의미를 공감하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면 ‘할까’ 했던 일들을 ‘하게 된다,’ 골목 청소는 서유당이 추구하는 ‘공감하는 공간’을 만드는 첫걸음이었습니다.

 
Q.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사회복지사 김현입니다. 서유당 사람들의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 서유당 김현대표님 부부 
 
Q. 서유당이 문을 연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7 년 7 월 3 일 문을 열었으니 이제 약 넉 달 정도 되었네요. 서유당이 지금 같은 공간이 되기 전, 한국교육복지문화진흥재단의 인천광역시지부장인 제 남편과 저는 지부 사무실을 열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보통 사무실보다 사람들이 더욱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을 열고 싶었습니다. 저는 가정폭력, 성폭력, 그리고 성매매 등 사회복지 현장에서 사회복지사로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10 년 이상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국내 여성뿐만 아니라 많은 이주 여성들 또한 위의 이유로 제가 일하던 사회복지센터를 찾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런 이슈들이 단지 남의 일, 또는 티비에서만 보는 일이라고 느끼지 않도록 궁금하면 질문도 하고 제가 그에 답변도 해드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서유당을 열게 되었습니다.

 
Q. 난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자료를 읽다 보니 난민 여성들을 대상으로도 성폭력이 많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런 발견을 계기로 난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제 행정학 박사 논문도 난민 관련 주제로 쓰게 되었죠. 난민 인권에 대해서 제가 보다 익숙한 사회 복지적인 문제점이나 아직 생소하다고 느꼈던 행정적인 문제점에 대해 연구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찾은 연구주제는 출입국사무소와 공항 공무원들의 난민 신청 서류 검토 시 태도예요. 난민에 대한 공무원의 인식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어요. 잘못된 인식은 곧, 행정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복지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연구를 위해 여러 공간을 찾아보다가 작년 12 월 재한줌머인연대에서 한 가족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게 되었어요. 처음엔 단순히 인터뷰만 하려고 갔지만, 인터뷰를 하다 보니 사회복지사로서 연구를 목적으로 뿐만 아니라 난민에 대해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매주 토요일 남편과 함께 줌며인연대 사무실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난 1 세대고, 이제 6 개월 정도 됐는데 매주 가는 게 쉽진 않지만, 보람 있는 일인 것 같아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들, 그리고 어머니들과 소통해오고 있습니다. 서유당 오픈 2 주 차에 아이들을 서유당으로 초대해서 파티하기도 했는데, 그때 아이들에게 이곳이 너희에게 보탬이 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었습니다.

▲ 서유당 도서회원들을 통해 기부된 금액을 어필에도 매달 후원해주고 계십니다! 
 
7 월에 ‘서유당 사람들’이라는 이름 아래 회원 모집을 하여 30 명의 ‘서유당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되었고, 기부금을 모아 난민단체 포함 8 개의 기관에 기부했습니다. 이곳에 오시는 분들이 난민에 대해서 잘 모르시더라도 당신들의 이름으로 기부를 했다고 말씀드리며 자연스럽게 난민들과 당신들이 소통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Q. 겉모습은 카페와 흡사한데, 서유당은 어떤 공간인가요? 
 
‘서유당’이라는 이름의 뜻은 ‘책 사이를 거닐다’입니다. 책은 작가들이 세상과 무엇을 공유하는 매개체이고, 서유당 또한 나눔의 공간이 되었으면 해서 그렇게 이름을 붙였습니다. 서유당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됐고, ‘서유당은 이거다’라고 정의를 하는 것보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래서 그 목표에 붙인 이름이 있는데, 바로 서유당이 ‘하다가게’가 되는 것입니다. 서유당에는 ‘컨셉’이 많아서 정체성이 무엇인지, 카페인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다가게’는 무엇을 ‘하다’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하다가(시)게~’라는 의미도 있고, 이 공간이 가지는 무한한 잠재력에 대해서 ‘이 모든것을 여러분들이 하다!’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저는 카페 주인이라기 보다 서유당 사람들의 공동대표라는 느낌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예시로 서유당의 여러 요소가 있습니다.

‘하다쉼터’는 예약을 하면 서유당을 통째로 빌려주는 시스템입니다. 사용하시는 분들이 원하는 청소년들이 영화를 보기 위해 빌린다고 하면 프로젝터로 사용할 수 있게 벽을 비워드리고, 직장인분들이 스터디룸으로 사용하신다고 하면 기본적인 준비만 해드리고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드립니다. 주인도 나가 있는 시간 동안 손님들이 서유당의 주인이 되어 이 공간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나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서유당 입구의 클래식한 우체통은 단순히 인테리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손님들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편지를 모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서유당 입구에는 우체통이 있고, 들어서면 바로 타자기와 편지지 등이 갖춰져 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좋은 문구를 간직하고 싶을 때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을 때도 있죠? 물론 소셜네트워크 시스템을 통해 공유가 쉬운 세상이지만, 편지는 느낌이 또 다른 것 같아요.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는 할아버지 주인이 익명의 편지들에 답장을 해주는데요, 그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손님들이 우체통에 편지를 쓰고 가시면 저도 답장을 써서 우체통에 넣어놓습니다. 상담센터라고 하면 불편할 수 있지만, 편지를 통하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편지에 전문상담이 필요하다고 하면 연결을 시켜드리기도 하고요. 꼭 상담의 목적으로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대신 보다 더 쉽게 마음을 공유하는 창으로 여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서유당이 오직 카페라고 생각하시는 가장 큰 이유는 저희가 커피를 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송도는 국제도시인데도 불구하고 다양성의 표현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점을 커피를 통해 채워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커피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같은 의미에서 책장에는 세계문화 책들도 넣어두었고요, 반대쪽 벽에는 서유당에 방문하시는 분들이 모두 ‘세계 여행자’로 서유당에서 여러 문화를 나누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여행을 다녀와서 저희가 두고 또 많은 서유당의 손님들이 주신 기념품들을 진열해놓기도 했습니다. 그 위에는 난민 여성이 그린 그림도 걸려있고요. 질문을 유도하는 세계화를 시각화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 “국제도시” 송도의 서유당 답게 세계 각국의 원두와 세계문학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커피를 팔기도 하지만 서스펜디드 커피 (suspended coffee)라고 2012 년 이탈리아에서 인권의 날에 시작한 커피 나눔을 실천하고 있기도 합니다. ‘서유당 사람들’의 한 분을 통해 알게 된 나눔이고요, 누군가가 미리 돈을 내놓으면 다른 사람이 와서 공짜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것입니다. 가끔 근처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서스펜디드 커피를 통해 서유당의 여러 커피를 맛보고 가시곤 합니다. 인식의 운동을 하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앞으로 서유당을 통해 하고 싶으신 일은 무엇인가요? 
 
서유당이 계속해서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요즘 특히 지역 사회의 청년들을 위해서 이 공간을 내어주고 싶은 생각은 있습니다. 
계속 직장을 다니다가 지금 직장을 2 년 정도 쉬면서 여러 일을 서유당과 겸하면서 저는 제 생각의 틀이 좀 유연해진 것 같습니다. 몽상가가 된 느낌이랄까요? 그동안에는 직장에서 이건 하고 저건 하지 말고 등 지켜야 할 틀이 있었는데, 여기는 제 가게니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이 공간을 많은 사람과 자유롭게 사용하고 싶습니다.

기업뿐만 아니라 저처럼 소소한 일을 하는 사람들도 충분히 사람에게 투자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사회적인 재투자이죠. 이제는 일하는 공간의 개념이 어떤 사무실의 칸막이 안에 국한되지 않는 시대인만큼, 여러 젊은 친구들, 그리고 저에게 여기서 카페 일 실습을 하고 싶다고 연락을 준 장애인 친구들처럼 새로운 도전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공간을 맘껏 사용하도록 내어주고 싶습니다. 
 
(13.5기 인턴 전지원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