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11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주관하는 ‘출입국항에서의 변호사접견권 침해에 대한 개선방안 세미나’를 다녀왔습니다. 출입국항에서 난민신청자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공유하고, 그들에게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어떻게 하면 제공할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하는 자리였습니다. 2시간 정도의 시간동안 여러 발제자와 토론자들께서 열정적으로 했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1부: 주제발표>
발제1. 출입국항 난민신청제도 운영현황 및 변호인접견권의 헌법적 보장 (공익법센터 이일 변호사)
출입국항에서 난민신청절차를 밟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출입국항에서 적격성 심사를 받도록 하는 난민법의 규정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난민신청자가 강제송환을 당하거나 구금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인접견권은 난민신청자에 대한 인권탄압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입니다. 이일 변호사는 출입국항에서의 법률적 쟁점을 드러내기 위해 출입국항의 변호인접견권을 인정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2014헌마346)을 검토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현 제도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을 지적했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은 난민신청자에게도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이러한 결정을 위해 헌법재판소는 송환대기실의 수용이 헌법 제12조의 구속에 해당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고, 행정상 구금을 당한 사람에게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기존 선례를 변경했습니다.
변호인접견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1)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에 대한 사전 고지, 2) 변호사 정보, 3) 변호인접견권을 보장하는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출입국항에서는 이러한 조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음에도 아직 난민신청자는 변호인접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합니다.
현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출입국항에서 현재 보장하지 못하는 변호인접견권 조건의 흠결을 보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변호인접견권과 관련된 행정당국의 인식이 변화해야 하며, 변호인접견권에 대한 입법적 노력도 필요합니다.
발제2. 독일의 공항절차 – 절차적 보장과 변호사 조력을 중심으로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계영 교수)
난민협약에 가입한 국가는 기본적으로 난민에 대한 강제송환금지의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난민인정절차와 이에 대한 불복절차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원칙은 출입국항에서도 지켜져야 합니다. 물론 국내법에서는 출입국항을 국가의 영토로 보지 않기도 하지만, 그것은 국제법상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한국의 출입국항 난민인정절차 제도를 보완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참고할 수 있는 해외 사례는 독일의 공항절차입니다. 독일의 공항절차는 안전한 출신국에서 왔거나 유효한 증명서 등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에 적용됩니다. 두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그 외국인은 공항에서 난민심사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단 신청자의 인간적 존엄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두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일단 입국을 한 후 통상적인 절차를 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사례를 참고했을 때, 한국 출입국항에서도 난민인정절차의 보완이 필요합니다. 난민신청자에게 불회부결정을 내린다면 그 결정은 문서에 의해서 통지되어야 하고, 그 문서에는 불회부가 된 이유가 명시되어야 합니다. 불회부결정을 받은 사람이 이의신청을 할 경우, 그 사람에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한국에서도 법원의 판결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출입국항 절차에 관한 행정실무를 변화시켰습니다. 불회부결정에 대한 항고소송이 가능해졌고, 난민불회부결정통지서 등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러한 제도들이 실질적으로 난민신청자의 이의신청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난민협약에 따라 출입국항에서도 난민신청자의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2부: 지정토론>
토론1. 출입국항 난민신청자에 대한 변호사접견권 침해사례 (난민인권센터 김연주 변호사)
출입국항에서 난민신청을 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난민심사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에 대해 불복의사를 표시한 사람에 대해서도 강제송환 등의 행정적 조치가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출입국항에서 난민신청자들이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상 난민신청자의 변호사접견권도 보장될 수 없습니다. 김연주 변호사는 토론에서 출입구항에서 난민신청자가 변호사접견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습니다.
우선 첫 번째 유형은 항공사나 출입국관리소에서 난민신청자를 강제로 송환하는 경우입니다. 난민신청자가 불회부결정에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강제로 그들을 송환시키는 일이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유형에서 출입국관리소가 난민신청자를 강제로 송환시키지는 않지만, 송환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난민신청자를 구금하는 유형입니다. 열악한 시설에 장기간 구금되어 있기 때문에 난민신청자는 적절한 방식으로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변호사를 부르지 못합니다.
마지막은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을 받은 난민신청자가 공항에서 겪는 대우로 인해 소송까지를 견디지 못하는 유형입니다. 난민신청자의 상당수는 공항에서 인격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고, 이 때문에 소송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특히 이러한 상황은 여성과 아이를 더욱 위험한 상황에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이미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난민신청자의 변호사접견권을 인정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실질적으로 난민신청자가 변호사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는 하루라도 빨리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강제송환의 금지, 난민신청자를 위한 변호사풀 마련 등이 실질적으로 이행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토론2 (유엔난민기구 채현영 법무담당관)
변호인접견권이 단순히 헌법상 보장된 권리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닙니다. 변호인접견권은 본인으로 송환될 위협에 대한 안전장치입니다. 난민신청자가 자신의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소송이고,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난민이 난민심사 불회부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강제로 송환당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의신청 절차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기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렇기에 난민위원회의 상설화를 통해 이의신청 제도를 정교하게 만들고 불회부된 신청자에 대한 송환지시를 멈추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또한 독일 등의 사례를 참고해서 난민신청자들이 환승구역 등에서 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채현영 법무담당관은 난민신청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존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민신청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절차적 제도의 정비와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얘기했습니다. 그건 단순히 난민신청자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출입국 등의 행정부처의 원활한 업무에도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토론3: 출입국항에서의 변호사접견권 침해에 대한 개선방안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김대근 연구위원)
김대근 연구위원은 출입국항에서의 변호사접견권 침해가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에 난민인정신청 절차와 체재 중 난민인정신청절차가 다른 지위에서 다뤄지고 있는 것을 지목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출입국항에서의 변호사접견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출입국항 난민인정신청절차의 정상화입니다.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인정신청절차는 다른 난민인정신청절차에 비해 까다롭습니다.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인정신청절차는 국경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경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외국인이 국내에 들어와서 이해관계를 맺는 것보다는 입국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행정처리방식입니다.
하지만 난민인정신청절차가 국경을 관리하는 행정절차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난민인정신청절차는 난민신청자의 절박함을 국가가 받아들이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자도 다른 난민신청자와 달리 취급될 이유는 없습니다. 난민신청의 남용과 같은 문제도 출입국항이라고 해서 더욱 심각하게 발생하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출입국항에서도 난민법에 규정된 이유가 있다면, 임시상륙을 허용하고 난민신청한 외국인을 강제로 송환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후기>
이번에 출입국항에서의 변호사접견권에 대한 개선방안 세미나에서는 난민신청자가 출입국항에서 변호사접견권을 보장받도록 하기 위한 실질적인 논의가 있었습니다. 난민신청자의 변호사접견권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이지만, 현실에서는 부실한 절차운영으로 난민이 권리를 행사할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변호사접견권은 난민신청자에게 최소한의 절차를 보장해주는 마지막 안전장치입니다.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도 올바른 절차에 따라 진행될 수 있도록 더 많은 논의가 있기를 바랍니다.
자료집 파일은 여기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입국항에서의_변호사_접견권_침해에_대한_개선방안_세미나_자료집_pdf
[공익법센터 어필 김종하 실무수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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