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5월 27일 이민법학회와 이민학회 주최로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관에서 <이민행정과 법치주의>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장지표 동포교육지원단장님은 ‘출입국관리행정과 법치주의 한계와 실무’에 대해서, 차규근 법무법인 공존 대표 변호사님은 ‘이민행정에 있어서 법치구현의 방법과 한계’에 대해서, 이희정 고려대학교 로스쿨 교수님은 ‘외국인의 출입국 관리와 법치행정 원칙’에 대해서 발표를 하셨고, 이에 대한 토론은 한경대학교 법학과 김재선 교수님과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와 이화여대 로스쿨의 교수님 등이 하셨는데요. 아래에서는 발제/토론문과 함께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가 한 토론 내용을 소개를 하려고 합니다.
출입국관리행정과 법치주의 한계와 실무(장지표)
이민행정에 있어 법치구현의 방법과 한계(차규근)
외국인의 출입국관리와 법치행정원칙(이희정)
법치주의와 이민행정 토론문(김대인)
첫번째 발제의 제목은 “출입국관리행정과 법치주의 한계와 실무”라고 되어 있으나, 그 내용은 출입국관리행정에 법치주의의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거나, 출입국관리행정에 있어서 법치주의가 적용되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것은 아니고, 출입국행정의 특수성상 법치주의에 위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입국심사, 체류관리, 강제퇴거, 행정절차법과 인신보호법 비적용,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 등)가 많이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다. 즉 법치주의에 부합한다라는 취지로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토론자는 발제자가 법치주의에 위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 대부분이 실제로 법치주의에 반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외국인에 대한 보호와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이 그렇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설명을 하겠습니다.
두 번째 발제인 ‘이민행정에 있어서 법치구현의 방법과 한계’에서는 이미 한국에 체류하면서 일정한 생활관계가 형성된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행정과 그렇지 않은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행정은 달라야 한다는 지적을 하셨는데, 굉장히 중요한 통찰이고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데 두 번째 발제의 기본적인 전제이자 출발점은 출입국관리행정은 기본적으로 법치주의와 친하지 않고, 법치주의가 유보되어야 하는 분야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출입국관리행정에 법치주의의 예외가 인정되지만, 한국에 입국해서 적법하게 체류를 하면서 일정한 생활관계가 형성된 경우에는 조금 더 엄격하게 법치주의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출입국관리행정에 법치주의가 유보된다고 하거나 법치주의가 온전히 적용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라거나 법치주의와 친하지 않다라는 표현은 상당히 대담한 그러나 한편으로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출입국관리행정에 법치주의 적용의 한계와 예외가 인정된다고 한다면, 그래서 출입국관리당국이 법치주의를 지키지 않고 행정을 펴나가는 것이 허락된다면, 또 다른 수범자인 이주민들에게 어떠한 근거로 출입국관련법을 지키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에 대해 주권 내지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들면서 출입국관리행정에 있어서는 법치주의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정당화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을 가지고 출입국관리행정에 있어서 법치주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을 정당화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법치주의라는 것이 절대적인 주권을 가지고 있는 왕의 지배가 아닌 시민의 대표가 만든 법의 지배를 받기 위해서 만든 것인데, 즉 Rex, Lex의 시대에 Lex, Rex라고 하면서 나온 것이 법치주의인데, 국경통제 내지 국가주권라는 막연한 명분으로 법치주의를 불식시키는 것이 가능한지는 상당히 의문스럽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는 이주민들에게 법치주의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면 이주민들에게 법준수를 강제하는 것이 과연 이론적으로 정당화 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는 아직 해명이 안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법치주의가 정당화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민주주의 내지 자기 지배이기 때문이고, 민주주의 내지 자기 지배가 가능한 최소한의 조건은 자신의 대표를 선출할 수 있는 권리 보유인데, 일반적인 이주민의 경우에는 정치참여가 극도로 제한되어 있을 뿐 아니라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이 일부 영주권자에게 제한적으로 부여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법을 만들 수 있는 대표를 선출할 수 있는 권리가 없어 법치주의의 전제인 민주주의 내지 자기 지배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행정은 법치주의가 유보된다”는 것은 규범적으로normatively 타당하지 않지만, 현상적으로descriptively는 아주 정확한 표현입니다. 토론자 지난 10년 동안 취약한 이주민들의 옹호활동을 해오면서 발견한 것이 정확히 그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한국에서는 출입국관리법이 헌법 위에 있다”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출입국관리에 있어서 헌법이나 국제인권조약이나 기타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관련법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없는 것처럼 출입국관리법이 만들어져 있으며, 그것들이 없는 것처럼 출입국관리행정을 한다는 것입니다.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출입국관리행정의 사례를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과 외국인 보호(구금)와 관련해서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입국과 관련해서는 보편적인 입국의 자유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누구를 입국시킬지 여부에 대해서는 출입국관리행정 당국에 폭넓은 재량권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예외가 있는데, 난민의 입국에 관한 것입니다. 헌법에 의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고 있는 난민협약을 비준을 했기 때문에 한국정부는 한국을 찾아오는 난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과거 공항을 영토가 아닌 인터내셔널 존과 같은 특별한 곳으로 의제하고 난민보호의무를 회피하려는 프랑스의 시도에 대해 유럽인권재판소는 Amur v. France 판결에서 인터내셔널 존은 ‘법적인 허구’라고 비판하면서, 난민보호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공항 출국대기실에는 28명의 시리아 사람들이 있습니다.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했지만, 난민인정절차로 가지 못하고 소위 불회부결정을 받아 5개월 넘게 좁은 출국대기실에서 하루 세끼 치킨버거 내지 샌드위치만 먹으면서 언제 박해가 있는 곳으로 쫒겨날지 몰라 두려움 속에서 구금되어 있습니다. 다른 나라로 갔다면 일응prima facie 난민으로 보호를 받았을 사람들인데 말입니다.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과 관련해서는 여러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난민신청자들이 입국심사를 받으면서 난민 신청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고, 입국이 불허된 이후에 난민신청의 의사를 표시한다고 하지만) 공항에 난민신청절차에 대한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 구두로 난민신청을 해도 난민신청접수를 일부러 지연시켜서 받고 있는 문제, 불회부처분이 문서 없이 이유부기 없이 이루어 지고 있는 문제, 법적인 근거 없이 출국대기실에 장기간 구금하는 문제(형식적으로 출국대기실은 항공사운영위원회가 관리하고 있지만, 그 장소의 임차인은 법무부이고 실질적으로 항공사는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송환대기지시와 같은 통제를 받아 외국인들은 출국대기실에 구금하고 있습니다), 출국대기실에서 일하는 사설경비원들이 외국인에 대해 욕설, 폭행과 같이 비인도적인 처우를 하는 문제 등이 있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출입국관리 당국이 난민협약 및 난민법에 반하는 시행령을 만들어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한 외국인들을 불회부결정을 통해서 난민인정절차로 가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공항에서의 난민신청제도가 만들어진 취지 자체가 자의적인 행정을 막고자 하는 것이므로, 명백히 이유없는 난민신청의 경우에만 불회부결정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난민법 시행령에 불회부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유를 폭넓게 규정해 놓고(심지어 안전한 제3국을 거쳐서 온 경우에도 불회부 사유가 됩니다), 정식 난민인정절차로 가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식의 공항에서의 난민회부/불회부 절차는 난민법과 난민협약에 반할 뿐 아니라 강제송환에 관한 고문방지협약 규정에도 반할 소지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 보호는 그 사전적인 의미와는 달리 그 실질은 구금에 해당합니다. 외국인이 보호(구금)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 경우인데, 하나는 강제퇴거대상자인지 조사하기 위해 최대 20일 동안 구금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외국인에 대해 여권 등이 없어서 지체없이 강제퇴거명령을 집행하지 못할 때에는 집행할 수 있을 때까지 구금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두 번째 구금은 사실 자유권규약에서 금지하는 자의적 구금에 해당합니다. 왜냐하면 자유권 위원회가 명확하게 밝혔듯이 구금의 상한이 없고(지금도 체류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4년 동안 구금되어 있는 외국인이 있습니다), 사법기관과 같이 독립적인 기관에 의해 구금의 필요성에 대해 정기적인 심사가 없으면 자의적 구금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입장은 무기한 구금을 가능하게 하는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에 대한 위헌소원에 대한 헌법재판관 4명의 소수의견에서도 다시 확인된 바 있습니다(장기 구금된 난민신청자에 대한 무기한 구금을 가능하게 하는 위 조항에 대해 2년 전에 위헌소헌을 제기 했는데, 헌법재판관 5명은 그 사이에 위 난민신청자가 난민인정을 받고 구금에서 풀려났기 때문에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를 한 반면, 나머지 4명은 이와 같은 인권침해는 반복될 가능성이 있고, 헌법적 해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판의 전제성이 없더라도 판단을 해야 하는데, 구금의 개시가 행정처분으로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사법기관에 의한 정기적인 심사가 없고, 구금기간의 상한이 없기 때문에 헌법 제12조 등에 위반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렇게 위헌적인 요소가 많은 외국인 구금제도 임에도 불구하고, 이주 아동들이 많이 구금될 뿐 아니라 영장주의를 잠탈할 목적으로도 구금이 되고 있습니다. 2015년에 필리핀 여성들이 이주공연노동자로 한국에 왔으나 파견업체와 고용주의 기망으로 인신매매가 되어 클럽 업주로부터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하고, 성매매를 강요 당했습니다. 이 필리핀 여성들은 클럽을 탈출 한 이후에 단속이 되었는데, 출입국관리 당국은 이 여성들을 인신매매 피해자 내지 범죄 피해자로 식별하지 않고, 허가 받지 않는 사업장에서 일했고 공연이 아니라 손님접대와 성매매를 했다는 이유로 강제퇴거명령을 내리고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시켰습니다. 인신매매 피해자 내지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강제퇴거명령을 내리고 그 명령을 집행하기 위해 구금한 것도 문제가 많은데, 더 심각한 것은 수사기관의 출국정지요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입국관리 당국은 이 여성들에 대해 강제퇴거명령을 내려 구금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했다는 것입니다. 피의자의 경우 법원으로부터 받은 영장이 없으면 구속해서 수사를 할 수 없고, 참고인의 경우에는 구속해서 조사를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외국인의 경우에는 이러한 영장주의를 잠탈해서 구속 수사 내지 조사를 할 수 있는데, 그 방법 중에 하나가 이렇게 출국정지명령과 강제퇴거명령을 같이 내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구금의 기간 제한 없이 구속해서 수사 내지 조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헌법상 영장주의를 잠탈하는 것이고 헌법 제12조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출입국관리법에도 반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에 따른 보호(구금)은 강제퇴거명령을 집행하기 위해서만 구금해야 하는 그 목적상의 엄격한 제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 법치주의 관점에서 출입국관리행정의 문제를 생각나는 대로 언급하면, 1963년에 비준한 무국적자 지위에 관한 협약에 대한 불이행 문제, 난민협약상 난민에 해당하지 않지만 돌아가면 고문을 당할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고문방지협약 불이행의 문제, 진정한 혼인을 했지만 상대방의 귀책사유 없이 이혼한 경우 체류자격을 기본적으로 박탈하는 문제, 관련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출입국관리행정에 있어 행절절차를 전면적으로 적용하지 않는 문제, 유엔아동권협약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주아동을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하는 문제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토론을 마치면서 말씀을 요약을 하자면, 출입국관리행정의 법치주의 위반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가안보 내지 국경통제라는 명문을 내세워 출입국관리행정에는 법치주의가 적용되기에 부적절하다고 하는 인식 때문이기도 하고, 출입국관리규범을 제외한 다른 규범, 특히 헌법상 기본권 규범과 국제인권규범에 대한 고려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행정이라는 것은 출입국관리행정을 포함해서 궁극적으로 헌법상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출입국관리 당국은 출입국관리 행정을 할 때에 외국인을 출입국관리법상 불법과 합법이라는 범주로만 나누어 볼 것이 아니라, 사회심리적인 취약한 자와 기본권 담지자라는 관점에서 보고, 적극적으로 비례성 심사 내지 규범조화적 해석을 해야 할 것입니다.
(김종철 변호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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